또 외계인이야? 외계인영화에 대한 옛생각...

 

 요즘도 '미드'라 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예전 어렸을 적에도 '외화'시리즈는 꽤나 인기를 끌었었다.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머나먼 정글', '전격Z작전' 등 이름만 들어도 한시대를 풍미했던 미드 외화들은 즐비하다.

 그런 미드 중에서 '브이'라는 외화가 있었다. 이 드라마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외계인'에 대한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가장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준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드라마 '브이'는 외계인들이 지구로 침공해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처음에는 우호적인 것처럼 접근해왔던 외계인들은, 그러나 사실은 지구정복을 목적으로 했던 것이었고 인간을 그들의 식량으로 삼으려했던 것이었다. 그들의 월등히 앞선 과학기술로 인간은 위기를 맞게 되지만 용감한 지구인들은 결국 그들을 물리친다는 대강의 스토리였지 싶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외계인들이 파충류라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들이 쥐나 뱀을 먹는 장면은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단골수다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브이' 이후에도 수많은 외계인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영화는 '인디펜던스데이'다. 지금 다시보면 꽤나 촌스럽고 어정쩡한 영화이지만 풋풋했던 '윌 스미스'의 모습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폭파장면은 당시로서는 꽤나 멋진 그래픽이었다.

 하지만 '인디펜던스데이' 역시 '브이'의 스토리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설정이었다. 외계인은 지구를 침공하고 인간은 그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이런 외계인의 접근은 늘 비슷한 형태를 취해왔던게 아닐까.. '미래전쟁'도 그렇고 최근의 '월드 인베이젼'도 그렇고..

 

 

 '디스트릭트9'은, 그러나 기존의 외계인영화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외계인 특별구역 '디스트릭트 9'.. 특별하지 않은 외계인

 

 

 영화는 일반적인 외계인 영화와는 시작을 달리한다. 기존의 영화들 '브이'나 '인디펜던스데이'는 하나같이 어느날갑자기 푸른 하늘을 뒤덮는 UFO에서 부터 시작한다. 거대하고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한 비행능력을 가진 거대한 물체의 출현. 그 기막힌 등장이 영화의 도입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디스트릭트9'에서는 그런 거대한 비행체의 등장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외계인이란 존재, UFO 그 모든 것이 이미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것에서 극히 현실적인 당위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사람들은 이미 그것에 놀라워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하늘 위에 떠 있어도 전혀 놀라지 않고, 마치 보잉747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처럼 비행접시 역시 자연스러운 하늘의 일부분으로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언제나 외계인과의 접촉시도는 모든 영화에서 긴장되고 가슴 떨리는 한장면을 구성해왔다. 영화 ET에서 ET의 손끝에서 불빛이 나면서 인간과 접촉하던 대목은 짜릿하다.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신비감. 그들은 어떨까라는 기대감이 그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 '디스트릭트9'은 그 모든 것을 허문다. 외계인은 더이상 특별하지도 않고 멀리서 온 귀한 손님도 아니다. 그들은 인간세상에서 골치아픈 존재다. 어쩌면 바퀴벌레들 만큼이나 귀찮고 하찮은 존재다. 인간들에게 푸대접을 받고 인디언 보호구역처럼 설정된 '디스트릭트9' 안에서만 거주하며 쓰레기를 뒤지는 등 질낮고 하등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현실과 비현실의 줄다리기...

 

 

 디스트릭트9는 일반적인 현실에서는 비현실이었던 외계인의 존재를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현실이 된 외계인의 존재. 그러나 그 외계인의 존재 자체는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행성에 도착한 인간은 지구와 다른 대기환경에 늘 마스크를 써야 한다. 영화 '미래전쟁'에서는 외계인들의 가공할 무기도 무력화 시킨 것이 바로 지구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다.

 

 영화 디스트릭트9은 극사실주의로 비현실적인 외계인을 현실의 일부로 완벽하게 포섭을 했음에도 그들의 지구 적응에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유호흡을 하고 심지어 인간과 섹스를 나누기도 한다. 또한 고양이밥을 좋아하고, 한편으로 그들의 고기를 인간이 먹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걸까?

 

 비현실적이다. 비현실이 현실로 포섭된 후 비현실이 다시 솟아난다. 어지러운 이유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진화를 해온 존재의 공존이 매끄럽게 처리하지 않은 것은 앞선 외계인 존재를 현실 속에 완벽히 포섭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순이다.

 

 이 모순은 감독이 의도한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다.

 

 

 

 독특한... 그래서 탈미국적인???

 

 

 앞서 언급한 이런점들을 볼 때 이 영화는 상당히 독특한 영화다. 외계인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싶다가 어느 순간에 그 계보에서 벗어나있다. 그 독특함 중의 하나가 어쩌면 외계인 등장의 장소가 아닐까?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에서 영화의 주무대는 미국본토다. 물론 외계인의 비행선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도시를 대상으로 무차별 공격을 퍼붓게 되지만 주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미국본토에서 발생한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폭파되고 백악관이 날아간다.

 '인디펜던스데이' 뿐만이 아니다. 영화 '미래전쟁'이나 최근작인 '월드 인베이젼'까지. 모든 영화의 중심은 미국이었다. 외계인 침공이 아닌 또 다른 외계인 영화였던 '콘텍트'마저도 그 중심은 미국이었다.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는지..

 

 

 "왜 외계인들은 미국으로만 찾아갈까?????"

 

 영화 '디스트릭트9'은 그래서 탈미국적이다. 외계인들은 늘 불시착하던 미국이 아닌 남아공 상공으로 날아간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이 아니다. 중국도 일본도 아니다. 어쩌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먼, 낯선 아프리카에 외계인들은 불시착한다.

 

 미국이 아닌 곳에서 만난 외계인들. 그래서 이 영화는 어쩌면 외계인 영화가 이닐지도 모른다.

 

 

 

 비커스.. 그에게서 느껴지는 아이히만의 그림자...

 

 

 

 사실 이 영화는 외계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라 '비커스'가 주인공인 영화다.

 비커스라는 인물의 다큐멘터리처럼 그의 주변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그의 기록들을 살펴간다. 인간극장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카메라에 담기는 리얼다큐처럼 포장된다.

 

 비커스.

 

 그는 MNU라는 기관에서 외계인 관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일이 가진 특수성이라는 것도 영화 속의 현실로 들여다보면 그저 평범한 사무관리에 지나지 않는다. 구청에서 구민들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것이 비커스가 담당하는 업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외계인들을 관리하며 그들을 디스트릭트9에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시켜야하는 업무를 맡게 되는데, 그의 업무추진이 동행르포 형식으로 카메라에 담긴다.

 

 흥미로운 것은 비커스라는 인물 자체다.

 

 사실 그는 유능하거나 특출난 인물은 아니다.

 보통의 외계인 영화에서 외계인들과 접촉하고 그들과 교류하는 사람들은 특출난 사람들이다.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소위 엘리트들이 그런 영광된(?)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비커스는 앞서 말한 것처럼 평범한 직업인에 불과하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비커스의 동행르포 장면을 통해 그가 처리하는 업무의 추진성을 보면 굉장히 난폭하다. 외계인들을 대할 때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않는 그의 모습. 무례하고 사무적인 모습. 마치 현장 공무원들의 딱딱하고 사무적인 태도와 닮아있다.

 

 외계인들에게 설명을 대충하고 서명할 것은 반강제하는 모습, 그리고 외계인들의 알이 배양되고 있는 장소에서 죄의식없이 그것을 부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보이는 그의 사무적이고 파괴적인 태도는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다.

 

 

 비커스의 그런 모습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히만이다.

 

 아이히만.

 그에 대해서 대중의 관심이 적어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대강의 설명은 이렇다.

 그는 나치시대에 나치를 위해 일했으며 수만명의 유대인 학살을 현장에서 지위했던 사람으로 2차대전 이후 종적을 감추었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 의해 납치되어 이스라엘로 압송된 후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당한 인물이다.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은 지극히 평범한 나치의 일원이었지만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우선 그가 이스라엘정부의 불법행위로(아르헨티나에 대한 주권침해) 체포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한나 아렌트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http://monadhill.blog.me/110088557175) 때문이다. 아렌트는 이 책에서 악에 대한 평범성을 말한다.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독일의 한관료에 지나지 않는데 그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유대인 대량학살에 가담한 점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과 악에 대한 물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비커스를 보면서 아이히만이 떠오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도 역시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데 그가 보여준 행동들. 외계인들에 대한 그의 태도는 아이히만이 유대인들에 대한 것과 같다. 악에 대한 평범성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말이 비커스라는 인물과 외계인이라는 관계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인간에 대한 고민..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인간 아닌 것에 대한 고민...

 

 

 비커스는 영화 속에서 외계인들에 대해 마치 제국주의 시대에 백인들이 원주민에게 대했던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 어쩌면 그것은 아이히만이 유대인들을 대했던 것과 같은 태도다. 혹은 다수가 소수에게 가하는 폭력과도 같을 것이다.

 

 결국 그것은 인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어째서 그와 같은 폭력성을 갖고 있는가?

 

 외계인들은 디스트릭트9이라는 곳에서 인간에게 밀려 더 외딴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어쩌면 그 이주의 과정은 연해주에서 스탈린의 이주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으로 쫓겨가야했던 '까레이스끼'들의 모습처럼 고단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언제나 다수를 점한 폭력은 소수와 약자를 향할 수밖에 없다.

 

 비커스 역시 그런 다수의 입장에서 그의 무의식적인 폭력성이 외계인이라는 소수를 향해 자행되었다.

 

 하지만 비커스는 다수에서 이탈하여 소수자로 돌아섰다. 그때 그가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울타리 밖으로 던져진 그는, 그가 자행하던 폭력을 고스란히 맛봐야했다.

 

 결국 이 문제는 인간과 외계인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와 소수에 관한 문제다.

 

 

 

 떠나간 외계인들... 3년 후를 기약하며.....

 

 

 비커스는 외계인을 도와서 그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그는 떠나면서 3년을 약속했다. 과연 그는 3년 뒤에 돌아올까? 그리고 만약에 돌아온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그들이 소수자로서 지구에서 당했던 모든 것들을 어쩌면 다수가 되어 돌아온 그들은 어떻게 돌려줄까?

 

 

 

 디스트릭트9은 '폭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폭력이란 단순히 물리력의 폭발이 아닌, 보다 근원적인 토대 위에 있는 것이다.

그 근원에서 폭력을 생각해볼 때 어쩌면 비커스라는 가해자도 결국엔 피해자가 아닐까? 잠재된 폭력으로 부터의 피해가 두려워 다수의 편에서 다수처럼 행동하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의 근원이 아닐까?

 

 어쩌면 그 근원에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궁극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1.5.21

단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