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목련엔딩 >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대한 보다 섬세한 진행이 아쉽습니다

 최근 알라딘 초대 덕분에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두 번 다녀왔습니다.

전문가의 통찰, 그것도 가장 최신의 생각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독자로서는 고맙고 소중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두 번의 경험에서 제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안타깝게도 피로함이었습니다. 


1. 

시작 시간이 몇 시가 되었건 늦게 참석하러 오는 독자들과, 30분이 지나도 합석시키는 주최 측... 

어렵게 온 길을 되돌아가기 뭐한 참석자의 입장이며 그런 분을 되돌려보내기 뭐한 출판사 측의 입장이 있겠지만,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강연자와 시간을 맞춰 앉아있는 방청객들의 집중력과 분위기를 해친다는 점에서 꽤 치명적입니다. 


2. 

지치지 않는 사진 촬영. 

추억을 남기기 위한 기념 사진을 찍고픈 마음을 누가 모를까요. 

하지만 그 흔한 무음 어플 정도 사용해주시는 센스를 가진 분이 그리 드물 줄은.

아주 작은 규모의 자리에서마저 울려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얼마나 거슬리는지. 

한 번은 주최 측이 더하면 더했습니다. 데세랄을 가져오셔서 쉼없이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진행된 행사에 대해 자료를 남기시고 SNS에도 업뎃을 하기 위해서이긴 하겠지만, 현장에 있는 저자와 독자에 방해가 될 정도면 안되지 않을까요.  '그림'을 남기기 위해 진행되는 행사에 동원된 기분이었습니다. 



3.

그 외에도 장소나 규모에 대한 좀더 섬세한 사전 안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규모 강연인지, 소뮤모 북토크인지에 따라 마음가짐이나 참석여부까지도 저울질하게 되는데, 최대한 장소나 신청자 수 등을 가늠해서 출발하지만. 참석자로서 미리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피곤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장소에 비례해 넘치게 신청자를 받아서 자리 안내를 위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게 강연 내내 이어진 경우, 

저같은 비루한 집중력의 소유자로서는 많이 방해가 되었어요) 


자리를 마련하는 쪽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독자들 모두가 좀더 신경쓰면서 더 좋은 자리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싶은 아쉬움에 써봅니다. 새로운 책이 나오고 의례적으로 뭔가 행사를 하나 해야하니까 열리는 듯한 작가와의 만남은 독자에게도 피로가 전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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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목소리
김지원 지음 / 작가정신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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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 선생은 흔들의자에 앉아 왼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굳이 왼쪽을 보는 이유는 오른쪽 방향에는 군민회관 앞에서 있는 유명 조각가 김아무개의 예술이 그의 눈을 괴롭히는 때문이었다. 아직 잎이 피지 않은 이른 봄철이기에 독고 선생이 있는 곳에서는 마을이 환히 내려다보였다.

사람들이 밭도 내고 길도 내고 농기구도 만들며 잘들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다가 예술가니 디자이너니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흉한 것들을 창조해 가지고 돈까지 받는다고 독고 선생은 분노하였다.

독고 선생은 화가였다.사람들이 한국의 고흐라고 자신을 칭송하면 선생은 모독감을 느꼈다.
일간지의 문화부 기자가 전시회 기사를 쓰면서 이십 년도 더 전에 자신을 한국의 고흐라고 칭한 이래로 사람들이 줄곧 그 형용사를 쓰고 있는 것도 진력이 났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오리지널인데 말이란 게 묘했다, 말에 따라 일들이 일어나고 감정들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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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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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같은 놀라운 일을 겪고 나면 사소한 일에 놀란다는 것이 감정의 사치처럼 느껴진다.
놀라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배정된 놀라움의 백 퍼쎈트를 이미 소진해버렸기 때문에 더이상 놀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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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다 매혹적인 시인들
김광일 지음 / 문학세계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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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시인 이형기) 께서는 일정한 정도의 어려움, 난해성에 대해 "시는 최초의 언어이기 때문에 당시대에 통용되고 있는 상투성을 벗어나 있으며, 따라서 필연적으로 어려운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논지를 펴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정녕 쉽게 말하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그 어려운 경지로 손잡고 이끌어서 정신적 장애인도 그곳에 도달하여 산 정상의 기쁨을 함께 누릴 방도는 없겠습니까?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난 잘 안돼요. 남들이, 이를테면, 시가 좋더라, 그러면 기분이야 좋지요. 그러면서도 싫어요. 철저히 개인주의화한 것이지요."

이때까지 남편의 답변을 경청하던 부인께서 지나가는 투로 한마디 껴든다. "예술가는 변덕쟁이들이에요." - [투병, 새롭게 시를 벼린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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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다 1 - 흠영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9
유만주 지음, 김하라 편역 / 돌베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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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영에는 죽을 때까지 자기 확신을 갖지 못한 청년의 답답하고 회의적인 마음이 넘치도록 일렁인다. (역자 김하라님 ‘책머리에‘중)

밖에 나갈 일을 줄이는 것이 참으로 이득이 될 것이다. 잘 하느니 못 하느니 하는 지겨운 이야기가 귀에 들지 않고, 촌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들이 눈에 닫지 않으며, 재주도 없고 지혜도 없는 진부한 내 몰골을 드러내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의취 있는 있는 일을 고요히 찾아 나간다면 무한히 좋을 것이다. 내 본성은 고요한 것과 잘 맞는다. 본성과 어울리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해서는 안 될뿐더러 배워서 잘할 수도 없다.

(...)

고상하고 심원한 사람이 되면 손해일까? 맑고 준엄한 사람이 되면 손해일까? 대체로 이 두 가지 미덕을 갖고 있다면 세상의 척도에 부합하기 어렵다.

스스로 돌아보고 헤아려 보아도 이미 어긋버긋하고 두루뭉술하고 물정을 몰라, 나긋나긋하고 세련되게 꾸미기를 요구하는 세상의 규울에 너무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겠다.

- p.69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호랑이‘

그저 나가서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신세한탄이나 하고 들어와서는 또 저 혼자 탄식을 한다.
우유부단하고 나약하고 산만할 뿐 끝내 삶에 아무런 박자가 없다.
옛사람은 이런 걸 두고 ‘뜻을 세우지 못하는 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겉으로는 고상하고 빛나며 맑고 준엄한 것 같지만, 내실은 둔하고 나약하며 속이 텅 비고 엉성하다.
이런 점에서 온 나라에 너와 맞먹을 자 누구겠는가?

-p.74 ‘바람에 나부끼는 마음‘

나는 고상한 데도 비속한 데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저 비썩 메마른 처지를 견딘다.
세상사의 변화를 잘 알면 뭔가 긴요한 작용을 할 텐데 그런 변화를 잘 모르므로 작용을 할 줄도 모른다.

-p.84 ‘아무 것도 아닌 사람‘

‘언제나 오두마니 앉아 글 읽으며 한 해를 다 보낸다‘는 이 말은 책상물림의 썩어 빠진 행태를 잘 형용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죽음‘이라는 단어가 당도해 있다가 눈 돌릴 새도 없이 데리고 가는 거다.


-p.85 ‘아무 것도 아닌 사람‘

유만주는 스스로를 모멸하고 비하하는 별명을 붙인 적이 간혹 있는데 ‘열 가지가 없는 허랑한 인간‘도 그중 하나다.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도 모르겠고,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에서는 세련되지 못하고 서툴기만 하고,
특별한 재능도 없고,
무슨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는 돈도 없고,
한다하는 뼈대 있는 가문 있는 출신도 아니고,
말을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 부정적 상황을 딛고 일어날 의지가 없다.

이로써 그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으로 자신을 그려 내고 있는데,
이런 그에게 ‘자신을 좋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무엇보다 간절한 것이었을 터이다. - p.88 (역자 김하라님)

대체로 몸과 마음이 잠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역시 도무지 즐겁고 살맛나는 일이 없어서 게을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었을 때를 생각해 본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칠흑같은 어둠뿐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아득한 정적뿐이다.
이런 시간은 유독 태곳적과 같아,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세상 가운데 별도로 존재하는 하나의 세계라 하겠다.
이런 시간에 몸을 뒤척이며 생각해 보면 내가 했던 말들이 혼돈과 순수함 사이에서 또렷이 떠오르는데, 여기에 참으로 무한한 의취와 맛이 있다.
그러나 해가 떠서 허다한 이들이 일어나고 번뇌가 밀려들어 나에게 들러붙게 되는 때보다 훨씬 낫다.
이런 까닭에, 맘이 탁 트인 사람들이 영원한 쉼을 즐거운 일로 여긴 것도 본디 깊은 뜻이 있었다 하겠다.

-
고요하고 캄캄한 밤이 벌건 대낮보다 나은 것 같다.
무언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하고 세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생각이 없기에 그런 듯한데, 이처럼 아무런 작용이 없기 때문에 벌건 대낮과 볕바른 맑은 날씨를 버려두게 되는 것이다.
반면 비 내리고 흐린 날이나 고요한 밤에는 온통 어두침침하고 모호하여 ‘나‘와 내가 노닐 수 있다. - p.91

하늘이 내린 빼어난 품성을 타고난 이들이 있다.
그들 가운데, 도를 간직하고 재능을 품고 있어, 크게는 천하를 바로잡아 다스릴 수 있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보람 있는 일을 할 만한 이가 얼마나 수없이 많을 것인가.
다만 때를 만나지 못한 나머지, 헛되어 태어나 헛되어 늙어 가다가 풀과 나무와 티끌과 마찬가지로 썩어 가고 소멸하게 되는 것이니
누가 다시 그들을 알아주겠는가?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애달프고 서글픈 일이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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