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정네덜이라는 게 일덜은 다 부려먹으믄서 무슨 일 결정할 때는 지법 으센 척들 허는걸 보믄. 우리나라가 시방이 모양이 꼴인 게다 지덜 탓인 줄덜은 모르구 유세덜은 드럽게 허네. 아니 깟놈의 효도라는 것두 다 여자들 등 후려가든서 허는 게지, 지덜이 밥한 끄니를 따뜻이 지어바치기를 하나, 오줌똥 수발을 한번이라두 들어보길 허나.‘

박씨네는 술자리에 모인 마을 남정네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효도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아가 났다. 그놈의 효도라는 것이 이십사시간 부려먹을 여자들이 있으니까 허는 소리덜이지 무언가.

아닌게아니라 둘째올케가 못 견디는 것도 그랬다. 어머니가 저지레할 때마다 도와줄 생각은 하나도 안하는 오라비가 술이라도 취하면 어머니 잘못 모신다고 닦달질이나 해대니 누가 견뎌낼 거여...


-‘수의‘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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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삶에 대한 열정의 침체기를 통해 사람들이 터득할 수 있는 건 삶의 속절 없음, 인생무상이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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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지 않은 성격과 풍부한 화제와 그러면서도 자신의 취향에 대한 완강한 고집을 유지하는 것, 수미는 과연 나의 아름다운 미술랑이라고 불릴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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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라 한 것은 부모나 존장을 잘 섬긴다는 점 외에도 관혼상제 등의 의식, 예컨대 상례로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초종범절의 여러 행사와 3년간 복을 입고, 제청을 차리고, 조석으로 상식하고, 삭망전을 베풀고, 시묘하고, 소대상을 치르는 등 수백 가지 의식이나 형식 면에 철저하다는 뜻에서 한 말이지 서로 관계가 없거나 모르는 사이에서는 본시부터 예의가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택시에서 내릴때 손님도 기사에게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이 없고 운전사도 손님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차 안에서 무슨 불쾌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서먹서먹하다.
이런 일을 외국에서 본 사람이 있는가?
어떤 이는 기사가 고맙다는 인사도 없는데 나 혼자 수고했다고 인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
기사가 인사를 차리지 못했어도 나는 인사를 차렸어야 내가 그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또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결례를 반성케 하는 계기가 되겠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결국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

길게 줄을 섰는데 그 중간을 뚫고 건너가며 "실례합니다’라든가 "미안합니다’라든가 말 한마디가 없다.

시장에서 물건을 매매할 때 판 사람도 고맙다는 말이 없고 산사람도 이무 말없이 무뚝뚝하게 떠난다.
흥정을 하느라고 실랑이도 벌였겠지만 그래도 사고팔았으면 어느 쪽에서든 미안하다고 하거나 고맙다고 하거나,
판 사람이 "잘 가시오" 하든가 산사람이 "재수 보시오" 하든가 간에 서로가 기분 좋게 웃는낯으로 헤어져야지 물건 매매 싸움이 겨우 끝났다는 듯 시무룩하게 헤어지고 보면 어색하지 않은가.

착한 청년이 버스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고맙네" 라는 한마디를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앉는다.

분명 벙어리는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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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다 마친 후면 시어머니와 동서들은 맛있는 것을 다시 잔뜩 만들어서는 내게 주며 말하는 것이었다.

"에궁, 밥 먹은 지가 꽤 되어서 출출하실 텐데 어서 이것 좀 갖다드려."

솔직히 설거지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뛴 내가 출출하면 했지,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민속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이 뭐가 그리 바빠서 출출해 한다고 내가 그들에게 코앞까지 먹을거리를 날라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아직도 알 수 없으며, 내 딸이 이담에 시집가서 그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쓰릴 거 같다.

- 게으르고 멋진 시어머니가 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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