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여인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르한 파묵은 서로 다른 두 가지 가치를 엮어서 이야기를 짓는 작가인 것 같다(아직 몇 작품 안 읽어보았기에!). 이번 '빨강머리여인'에서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서양의 [오이디푸스 왕]과 전쟁에서 아버지와 아들인줄도 모른채 싸우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아들 쉬흐랍의 이야기를 담은 동양의 [왕서]를 엮어 이들 이야기 속 운명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주인공 젬은 아버지의 부재로 돈을 벌기 위해 우스타의 조수로 우물 파는 일을 하기 위해 '왼괴렌'으로 간다. '왼괴렌'에서의 생활은 젬을 깊고 어두운 운명이라는 우물 속으로 빠뜨린다. 친부의 부재 속에 자리잡은 우스타에게 아버지에 대한 감정들을 이입한다. 그리고 극단의 배우인 빨강머리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젬은 우스타에게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극단의 연극을 통해 왕서에서 아들 쉬흐랍이 죽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가는 한 걸음 한걸음이었다. ⠀⠀⠀⠀⠀⠀⠀⠀⠀⠀⠀⠀⠀⠀⠀⠀⠀
빨강머리 여인을 읽기 전, 오이디푸스 왕 희곡을 읽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운명이라는 힘에 이끌려 다녀야했던 사람. 그 안타까움과 오이디푸스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진정 비극적 삶을 살아야만 했던 이오데스카(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의 운명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자신의 남편을 죽이는 아들, 그리고 아들과 결혼 하게 되는 운명. 그 운명을 피해보려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빨강머리 여인에서는 달랐다. 그녀를, 빨강머리 여인의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의지가 운명 속에서 힘을 쓸 수 있었다. ⠀⠀⠀⠀⠀⠀⠀⠀⠀⠀⠀⠀⠀⠀⠀⠀⠀
⠀⠀⠀⠀⠀⠀⠀⠀⠀⠀⠀⠀⠀⠀⠀⠀⠀
'운명'이라는 거대한 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과거의 신화라는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재해석 한 책 '빨강머리 여인'.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오르한 파묵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
⠀⠀⠀⠀⠀⠀⠀⠀⠀⠀⠀⠀⠀⠀⠀⠀⠀
📖 p.218 우리는 강하고 결단력 있는 아버지가 우리에게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해 주기를 바란다. 왜 그럴까?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와 관련해 무엇이 도덕적이며 옳고 무엇이 죄악이며 그르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확인해야 하기 때문일까? 우리는 항상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아니면 머릿속이 혼란스럽거나 우리 세계가 허물어졌을 때, 우리 영혼이 번민에 찼을 때만 아버지를 원하는 것일까?
⠀⠀⠀⠀⠀⠀⠀⠀⠀⠀⠀⠀⠀⠀⠀⠀⠀
📖 p.330 당신에게는 신이 주신 태생적인 운명이었던 것이 내게는 의도적인 선택이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