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책 많이 안 사서 적립금 쌓일때마다 한 권씩, 두 권씩 사는 편인데, 이 책을 먼저 산 건 참 잘했다. 

이수지 <만질 수 있는 생각> 그림책을 몇 권 봤을 뿐인데, 글이 이렇게 재미있을지 몰랐고 (몇 장 안 읽음) 

책이 이렇게 멋질 줄 몰랐다. 근래 산 책들 중 가장 황홀한 물성을 지닌 북디자인이다. 

겉의 누드제본 뿐 아니라 안의 디자인도 작품 같다. 


글은 지금 이 페이퍼 쓰려고 후루룩 보는데, 아, 금사빠는 이수지 작가님이랑 사랑에 빠진다. 


대학 때, 서양학과 수업을 청강하는 디자인과 친구가 있었다. 나는 디자인과를 동경했다. 서양화과 실기실의 그림들은 갓 입학한 나에게는 '바닥없는 자의식 탐구파', '회화를 위한 회화 탐닉파', '나부끼는 투쟁의 깃발파', 그리고 앞의 세 가지가 그냥 무조건, 모두, 다, 싫은 '몸부림파', 대충 이렇게 나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어디에 속하건 공통으로 쓸데없이 심각하고, 대책 없이 질척이는 특성을 가진 서양화과에 비해 옆 건물 디자인과는 얼마나 뽀송뽀송하고 명쾌해 보이던지. 우리 과에서 함께 질척이다가 문득 그게 싫어지면 디자인과 친구들 틈에 끼이거나 아니면 학생회관 옥상에 가서 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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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좋았고,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을 것이다. 

는 계속되고 있다. 


신경 쓰이는 일도 있고, 기대 되는 일도 있고, 아쉬운 일도 있고, 잘했다 싶은 일도 있지만 

다 뭉뚱그려 '좋았다.' 고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책을 더 많이 읽을까. 책을 더 많이 읽으면 된다. 

아. 책을 더 많이 읽으면 되는구나! 

책을 더 많이 읽으려면 책을 더 잘 읽어야 한다. 책을 더 잘 읽으려면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이건 나에게 더 이상 무용하고, 헛된 고민이 아니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라고밖에 말하지 못한다면, 그게 뭐냐 싶지.

이게 나의 콜링, 일의 사명이고, 보람이고, 돈이고, 말로의 약값과 병원비이고, 고양이들의 밥이고, 집이라고 하면, 

내가 계속 고민해도 되는거겠지. 


아니, 고민할 시간에 읽으라고. 


여튼, 내가 계속 이렇게하면 되지 않을까 해오는 것은 20분 타이머와 1시간 타이머다. 

매일의 덩어리 시간들이 크다. 그 덩어리 시간을 어떻게 쓸지 정하는 것은 나고, 그 시간을 쓰는 것은 나다. 

이게 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탓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ADHD 이야기하는것 보면 나도 그런가 체크해보기도 하지만

ADHD는 아닌 것 같고, 스마트폰 때문인건 맞는 것 같고, 그 외에도 복합적이겠지. 


핑계될 시간에도 읽어야 하고. 


덩어리 시간들이 어떻게 가는지 보기 위해 30분 단위로 되어 있는 다이어리를 쓰고, 20분 타이머를 맞추어, 내가 얼마나 헛짓을 많이 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시간을 마구 쓰더라도 20분 간격으로 제정신 돌아올 수 있도록. 


책 읽을 때는 20분 간격으로 책을 바꾼다. 재미 있으면 20분 더 읽는식으로 하루에 세 권에서 다섯 권 읽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어제 읽은 책들은 


 
















소설가 이서수를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모해두고, 다음 번 도서관 갈 때 더 빌려보려 한다. 


안 온의 <일인칭 가난> 이 너무 좋았어서 다른 사람들의 평을 검색하다보니 이서수의 <엄마를 절에 버리러> 가 더 좋았다는 글이 있어서 기억해두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다. 


<일인칭 가난>은 소설이고, <엄마를 절에 버리러>는 소설과 에세이이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 를 가족 경제 서사라고 해설하고 있다. 그 중심은 두 책 모두 '엄마와 딸' 이다. 아빠는 어디갔냐고? 생각만해도 속 터진다. 치매 걸리거나 알콜 중독이거나 자살하거나 뭐 그렇다. 아니 애비가 그렇다는 것이 속 터지는게 아니라 그를 돌보느라 갈리는 엄마와 딸 이야기가 속이 터진다. 특히 딸에 이입하게 되고.



<엄마를 절에 버리러> 에는 단편 소설 세 개, 에세이 하나, 해설이 나온다.

주제는 돌봄과 실버노동이다. 소설이지만, 뒤에 나오는 에세이를 보면, 소설 속의 엄마와 딸은 저자와 엄마의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엄마를 절에 버리는 이야기는 간병하느라 마음도 통장도 텅텅이고 큰 빚만 있는 엄마와 딸. 아빠가 죽고 엄마가 절에 들어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남은 빚을 헤아려 보았다. 큰돈이기는 했지만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 엄마가 내 표정을 살피더니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내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해봐. 그러면 간병 생활 다시 시작이야. 그 지옥 같은 일을 또 반복해야 돼.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연을 끊는 게 나아. 차라리 그게 더 나아." 


이모들은 어떻게든 엄마를 위로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알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엄마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알았어, 엄마, 출가해. 우리 이제 자유롭게 살자." 


엄마는 이제 빚을 내게 떠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출가하라고 말한 게 후회되었다. 그러나 엄마의 말대로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나는 죽을지도 몰랐다. 아버지의 간병이 끝나자마자 다시 엄마를 간병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엄마에겐 돈 벌어오는 딸이 있지만, 나에겐 자식이 없다. 나는 혼자였다. 


이거 내가 맨날 하는 얘기였다. 막상 닥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인데, 내가 부모 간병하다 늙으면 나는 늙어서 어떻게 해? 그 바로 뒤에 쫓아오는 생각은 자식이 보험이냐고. 자식이 부모 간병하면서 쪽쪽 빨리는 존재냐고. 있지도 않은 자식한테 미안해했다가, 내가 자식일 때 부모가 무조건적으로 돌본 것은 갚아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가. 그런 부모 - 자식 - 부모 - 자식 순환에 대해 생각하다 복잡해진다. 나는 간병할 생각 없고, 나 쓸 것 덜 쓰고 남는 돈 외에는 뭘 더 할 생각 없다. 유산도 안 바라니 다 노후에 쓰시라고 얘기해왔다. 엄마랑은 이런저런 일로 (고양이) 종종 연락하지만, 아빠랑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소설에는 60대의 엄마가 일을 찾기 위해, 일을 하다 짤려서, 일을 하면서 겪는 일들이 나온다.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답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거기서 왜 '아빠'는 간병 받는 존재이기만 한가. 왜 엄마와 딸은 간병 하는 존재이기만 한가. 이런 흔한 생각들이 들어버리는거지. 자신을 학대한 아빠와 왜 연을 못 끊지. 소설에서도 에세이에서도. 


가족을 위한 희생이 당연한 것으로 얘기되다가 이 소설집에서는 가족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고 한발짝 나아갔단다. 그게 뭐야. 
















말 많던 <헌치백>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10억으로 아이를 가지고 중절하는 것이 소망인 중증장애 여성의 이야기라는 책소개가 불쾌해서 읽을 생각 없었다. 도서관에서 보니 막상 책도 얇고 궁금하기도 하길래 빌려서 읽었건만 시작부터 저질 포르노였다. 

다 읽고 나서는 지금까지 읽어본 적 없는 특이한 것을 읽기 위해 똥밭을 헤집은 기분이지만, 똥밭에 있어서 그 특별함이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건가 싶기도 하다. 


저자 자신이 책 속 주인공과 같은 병을 가진 중증장애여성이고, 책 속 모델은 역시 같은 병을 지닌 중증장애여성이라고 한다. 부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책에서는 부모가 유산을 많이 물려주고 케어받을 기반을 마련해준 '부자' 중증장애여성이다. 그러니 10억 주고 정자 받아서 임신하고, 중절하는 소망도 가질 수 있고, 포르노 소설 써서 받은 돈으로 기부도 하고. 


책소개만으로는 그냥 다 똥같은데, 당사자성, 내가 모르는 중증장애여성의 삶, 그리고, 지적이고 멀쩡한 글과 교차되는 포르노 글과 미친 소망 때문에 다 읽고 뭐라 후기를 남기기 어려운 기분이 되어버렸다. 장애인 차별하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 마초새끼들아. 라는 얘기가 두 번이나 길게 나온다. 출판계는 체육계보다 장애인에게 한게 없다는 이야기 같은 부분은 종이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했지만, 역시 저자처럼까지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좀 더 생각해 볼 것.


장애인 돌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최근에 읽은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이 계속 떠올랐다. 장애 운동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이 곰돌이 책은 강추 (책의 내용과 관련 있는 곰돌이다.) 



 













비비언 고닉 다들 좋다 좋다 하지만 나는 읽어도 읽어도 별로였다. 

근데, 이 책 너무 좋다. 읽는 중이고, 얼른 읽고, 원서 사서 또 읽어야지.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읽고 또 읽고 싶다. 


최근에 <일인칭 가난>,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될까> 와 같은 책들을 읽으며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해답과 개인적 저널리즘 에세이에 대한 불편함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해결되는 기분이다. 이 책과 <에세이즘>에서 발췌해두었다. 읽고 정리해봐야지. 


이렇게 끄적이는 글이라도 더 좋은 글을 더 잘 쓰고 싶다고 욕심내게 만드는 책이다. 

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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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시간만 더 읽다 잘까 하다 벌써 11시 반이길래, 그냥 뭐라도 끄적이고 자려 한다. 

자기 전에 책 읽겠지만, 침대 누으면 바로 자는지라. 오늘은 낭독모임 있는 날이라 10시 반에 끝나고, 

뭐했지?? 오늘 플래너 보고, 말로 수액 놓고, 체중 재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만화책 좀 보다가, 이번 주부터 애들 읽을 Historical Fiction 킨들로 산 것 앞에 좀 읽었는데, 아니, 재미도 없고, 어렵잖아. American Revolution 지난 쿼터에 했긴 했지만, 미국 혁명 배경의 소설이라니, 나도 한 번도 안 읽어봤다. 작년에는 WW2 배경이었고, WW2 배경인 책들은 다양하게 많아서 같이 읽을 책 많았는데, 이번 책은 이 시대 배경 책이 너무 생소하다. Loyalist 나오는거고, 제목도 Loyalty라 뭔가 했는데, 미국 혁명 때 영국에 로열했던 단체 얘기네. 주인공네 아빠가 끌려나가면서 시작하고, 제목 로열티인거 보면, 진정한 로열티는 무엇인가. 뭐 이런 이야기일까? 



그림 귀엽고, 글씨 많은 것 같지 않아서 빌려왔더니, 왜 아무도 안 읽는지 알겠네.. 



"나는 땅에 있을 것이오, 가장 낮은 자리, 다른 사람들이 경멸하는, 그럼으로써, 물처럼 나는 내가 원하는 어디에도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을 것이오.. "


"그러니깐 정말로 너가 왕해."

"현재에 안주하는 백성은 너무 지루해." 


애들 책이 아닌 걸까. 



이런 내용들과 얘가 내 남친이니, 남사친이니 뭐 이런 학교 이야기들 나와서, 누가 보는 책일까 궁금하다. 

물론 나는 재미 없어도 줄줄 읽으니깐, 그냥 읽는다. 읽다 보면 재미있는 것도 나오겠지. 그림도 귀엽고. 뭐, 원서 읽기 도움 되겠지. 


오늘은 평소보다 세 시간 늦게 시작했다. 6시에 말로 약 먹이느라 5시 50분부터 일어나는데, 오늘은 약 먹이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서 세 시간동안 자다 깨다 딩굴거리고 하루 시작했다. 도서관 다녀오면서 황홀한 벚꽃과 여름이 코너에 다가온 날씨 만끽하고, 바로 일 시작해서 일주일 중 가장 바쁜 월요일을 보냈고, 저녁에 원서낭독 있어서 낭독까지 했는데, 에너지 남아서 이것저것 하고 있다. 아침에 잠 더 자서 그런가. 일요일에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서 그런가. 




여기는 집 앞이지만, 오늘 돌아다니면서 여기 말고 벚꽃 굴을 많이 통과했다. 



잘하면 이런 장면도 보는데, 올해는 동백이 빨리 졌다. 원래 5월까지도 볼 수 있는데 



그리고, 어제는 말로가 한달여만에 책상에 올라와서 물 내노라고 하고, 책읽지 말고, 나를 쓰다듬어라도 했다. 

혈압약 새로 먹는거랑 갑상선약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 걸까? 이전처럼은 아니지만, 한 번씩 거실에 나온다. 

어제는 특히 거실에 오래 있었다. 어제 좋은 날이었네. 지난 주 마감 있어서 눈 더 읽찍 떠서 책 읽고, 눈 더 늦게 감으며 책 읽고, 틈나는대로 책 읽으며 해서 마감해서 보냈다. 더 잘하고 싶은데, 맨날 닥쳐서 하느라 날짜도 못 지킴..그러느라 어제 좋았던 것 트위터에 쓰고, 기록 안 남겨 놓은 것 같다. 어제 정말 좋은 날이었지. 

오늘도 좋았다. 내일도 좋을 것. 집에 있는 것이 제일 좋지만, 요즘은 밖에 나가도 온통 벚꽃이라 마음이 호강하지. 


이제 자야지. 무슨 책 가지고 들어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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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4-02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주는 벚꽃이 만개했다더니 와... 정말 환상적이네요. 동백꽃과의 조화는 또 얼마나 멋진지...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을 것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저는 요새 나날이 에너지가 떨어지네요. 하이드님 보고 자극 받아 힘내보렵니다. 도서관도 가고요.

하이드 2024-04-02 14:43   좋아요 0 | URL
네, 4월초면 만개해요. 오늘 하루종일 고사리장마라 이 비 그치고도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에너지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일이 많으면 많은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저도 계속 느끼고요. 그냥 떨어지는대로 그 안에서 계획해서 하려고 하고 있답니다.
 

플래너 써야 하는데, 책 사려다 페이퍼 먼저 열어버렸다. 

끄적거리고 싶은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지만, 오늘 마감이라 마음이 조급하다. 

엊저녁부터 목이 붓는 것 같아 판피린에스 먹고 잠은 잘 잤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목이 더 아프다. 

인후통 약 먹으려고 챙겨두고 빈속에 먹을 수 없어서 그릭요거트와 백만년전 밀봉해둔 살구 콩포트 엊그제 딴거 퍽퍽 넣고 그래뇰라도 추가. 그래뇰라 좀 딱딱해서 아플 것 같지만. 


이번 주 내내 오전에 시간 없을 것 같아서 어제 도서관에 다녀왔다. 

일주일 사이에 벚꽃이 40% 정도 펴서 내가 사랑하는 내 도서관이 더 예뻐졌다. 

책 관련 예산들이 줄거나 아예 없어져 버리고 관련 뉴스들과 업계의 성토들을 보자니 마음이 갑갑하다. 


책을 읽지 않는/ 덜 읽게 되는 이유는 많지만, 나에게는 전자기기 (스마트폰, 패드 등)이 가장 크다. 유튜브, 숏츠, SNS 이런 것들이 가장 큰 이유이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한다. 주6일 일할 때 책 더 많이 읽었어. 그 때라고 뭐 마음의 여유가 더 있었을까. 근무 시간도 더 많았고. 


어제 본 글 중 도서관도 공짜가 아니라는 글이 생각나서 짜증이 난다. 

그 전에는 책 읽는 것이 사치라는 글을 봤다. 


사실 많이 해오던 이야기이고, 나도 왠지 동조하지 않으면 다양한 사회계층을 무시하는 언피씨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그렇지 그렇지 해왔던 이야기이긴하다. 


독서는 돈 안드는 경제적 취미같지만 사치스럽다. 책을 구입하고, 집에 들이고, 보관하고, 정신을 오롯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나 주변 지인에게 농담으로라도 책 좀 읽으라고 면박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집자님. 


책을 사는 것도 부동산의 문제라는 이야기 많이 해왔고, 나도 딱히 동의하지 않지만 끄덕끄덕 하긴 했는데, 

그거 독서와는 상관 없는 일 아닌가요? 


책 읽는 것과 책을 '보관'하는건 다른 일이지. 책 제일 많이 읽는 사람이 책 읽기는 사실 사치스럽다고 하면 책 안 읽는 사람들도 응, 그렇지 그렇지 동의하더라고. 


채널 예스에 뜬 글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거기 김영하 작가가 책과 주거 환경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인용되어 있다. "책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종이책을 산다는 것은 보관할 장소에 대한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 종이책 보관이 난망한 장소가 전자책 읽기에 좋을 리도 없다." 


근데, 요즘 사람들이 다 저런 하나마나 말에 혹하지는 않더라고. 

전자책 그냥 아무대서나 읽어.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읽는데 뭔 


혹은 


"자가용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가전제품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옷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식품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몸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라고. ㅎㅎ 


도서관이 공짜가 아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도서관까지 가는 시간과 거리도 돈이라서. 

라고 할꺼면, 도서관에 뭘 대입해도 다 공짜가 아니다. 


내가 왕복 60키로에 버스비 2,600원 x2 에 오전 한 나절을 투자해서 도서관에 다녀왔다고 해서 

도서관이 공짜가 아닌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은 공짜다! 내가 해 봄. 공짜 맞어. 


책 읽는게 사치가 아니고, 도서관이 공짜가 아니라서 저런 말들을 했을리 없다. 

그랬을리 없다는 것을 모르고 내가 불평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에 뭐 좋은 점이 있냐는거지. 


돈 받는거 아닌 이상 책 읽어라 마라 하지 않는데, 나는 잘 읽으면서 책 읽는게 이렇게 힘들어! 라는 얘기까지 하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럼 최소한 결론이 책 읽는게 사치고 부동산이고 어쩌고지만 책 읽는게 이렇게 좋다여야 하는데, 그냥 어쩌고다. 까지만 얘기하니깐. 


어제 본 기사 중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게 되는 이유로 독서습관 이야기가 나왔고, 그에 따른 많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도서관 지원 이야기들을 보면서, 사회적 접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독서 교육을 포기하고, 잘라내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괜찮냐고. 내가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뭔가 생각해보게 된다. 


내 사랑하는 도서관은 사시사철 예쁘고, 봄에는 봄이라서 예뻤다. 





우리 집 도서관을 지배하는 검은 고양이, 크와와앙 - 

책읽어라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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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2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트윗들 보고 약간 좀 의아했던 게 그 작가나, 그 편집자 님이 그렇게 말씀하는 배경에는 ‘나는 그런 사치를 누릴 만한 계급‘에 속한다는 것을 은연 중 과시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글이나 트윗 자체가 독서를 뽐뿌질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을 책에서 더 멀어지게 만드는 핑계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거 같기도 해서 ㅋㅋㅋㅋ 아리송했습니다.

하이드 2024-03-27 16:04   좋아요 0 | URL
책 읽는거로 사람 판단하면 안되지만 판단하게 되잖아요. 대놓고든 무의식적으로든. 근데, 그걸 감춰야 하다보니, 저렇게 삐끗하게 되는 경우 있는 것 같습니다.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같아요. 내가 그 함정에 빠지면 누구라도 꼭 얘기해주길 바라고요. ㅎㅎ

트위터의 저렇게 모든 계층의 모든 사정을 모두가 다 생각해야 하는 식의 이야기에 저도 오래 혹했었는데, 이제는 좀 걷어내고 보려고 의식하고 있습니다.
 

누가 존 어빙 이야기를 하길래 오랜만에 존 어빙 생각이 나서 검색해봤다. 

아니, 2009년에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길게 글을 썼더라고. 

책 읽는 것을 놓은 적은 없고,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은 ... 트위터다. 


https://blog.aladin.co.kr/misshide/3180212


이전에 서재생활 한참 할 때, 페이퍼 쓸 시간에 책 읽어야 하는데, 다들 한탄하며 돌림노래 불렀건만. 

아니야. 서재에서 글 읽고, 페이퍼 쓰는 건 아주 훌륭한 독서활동이었어. 


짧은 글에 익숙해져서 긴 글 쓰기를 안 하다보면 긴 글 못 쓰게 되는거지. 

정돈되고 긴 글을 쓰고 싶다. 그러면, 써야지. 


은행나무에서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를 런칭했다. 

멋짐이 과하다! 읽자. 







오늘도 샐러드 먹었어. 맛 간 야채. 저기 맛 간 채소를 보라. 가장 싱싱할 때 사서 맛 갈때까지 기다렸다 먹기. 

이탈리안 드레싱과 너무 맛있는 그래뇰라빨로 먹었다. 

다시는 샐러드를 오래 묵히지 않겠습니다. 아니, 텃밭채소 기필코 성공할거야. 내가 아주 애지중지 고양이 다음으로 챙길거야. 이제부터 우리집 서열은 고양이 - 텃밭채소- 나. 내일쯤 도착할 것 같다. 



말로 영역 하나 만들어졌다. 기뻐라. 책장 위에 책이 잔뜩 쌓여서 햇빛에 바래가고 있었는데 ㅎㅎ 

책 싹 치우고, 말로 앉아 있는 저 수납스툴은 말로랑 리처가 엄청 좋아하는데 위에 잡동사니 박스 두고 안 치우고 있었다.

그거 싹 치우니깐 말로 바로 올라간다. 그리고 나 이 공간이 좀 좋아졌는데 



베란다에서 양이랑 놀고 있으면 우리 애들이 여기와서 쳐다보며 뭐라뭐라 한다. ㅎㅎ 



베란다에서는 말로방 보고, 말로방에서는 베란다 보고, 재미있어.


긴 글쓰기 전략 짜보겠어. 

블로그쓰기는 잘 안되고 있다. 컨셉이 잘 안 잡혀서 쓰면서도 이게 아닌데 싶다. 

서재처럼 자유롭게 쓰되 일관련으로 써봐야겠다. 이것저것 계속 해보다보면 잡혀가겠지. 

중꺾마 존버 능이버섯 내가해냄 해보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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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24-03-20 19:18   좋아요 0 | URL
지금 원서로 읽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원서로 한 번도 안 읽어봤거든요. 진짜 너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