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길
존 하트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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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며 읽은 책이다. 구원의 길,

워낙 평들이 심상치않게 좋았고, 존 하트의 전작들이 묵직하고 재미있고 좋았어서 의미있는 날 읽고 싶었다. 

리뷰와 백자평이 올 별다섯인데, 나도 보탠다. 


읽으면서 계속 울컥했고, 두 번쯤 울었던 것 같다. 

클라이막스도 계속되고, 카타르시스도 계속되고, 주인공들의 고통도 계속되어 단숨에 읽지 못하고, 중간중간 숨을 골라야했다.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을 힘들게하나.. 싶고, 가학적인 장면들도 휙휙 지나가는데, 상황과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고 정교하게 쌓아나가서 가학을 위한 가학인 것과의 차이를 보여줬다.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어느 하나 단순하지 않고, 고민하고, 용기 내는 모습들을 정말 실감나게 보여주는데, 정말 악마같은 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 그 자체로 납작하게 나온다. 그 점이 좋았다. 


소설의 초반에 엘리자베스라는 강력계 형사의 돌출행동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강력계 형사가 주인공인 미스터리 스릴러가 희귀하기도 하지만, 그간 진짜 개차반 같은 하드보일드 남형사, 남경찰, 남탐정 등등등 질리게 볼 때는 그런 생각 안 들다가, 마이웨이인 엘리자베스에게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던걸 반성. 이렇게까지 미모일 필요 있나? 영웅적인 미남 경찰 히어로한테 홀딱 빠질 필요 있나, 피해자의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볼 필요 있나. 등등 맘에 안 들었던 것은 잠시.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그러니깐, 정말이지, 작가의 필력에 멱살잡혀 끌려다닌 기분이다. 작가가 이끄는대로 졸졸 따라가다 절벽으로 떠밀리는 기분. 


13년 전 정보제공자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애드리안은 실형을 받고 수감된다. 13년의 시간동안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나오게 되는데, 13년전, 히어로였던 그를 유일하게 믿어줬던 초짜였던 엘리자베스는 애드리언이 나오는 것에 흔들린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13년전 애드리안만큼 큰 곤경에 빠져 있다. 


거물의 딸인 채닝이 납치되었는데, 엘리자베스가 제보를 받고 갔다가 채닝을 구해내고 범인 두 명을 총알 열여덟발을 쏴서 죽인 일로, 고문과 살해의 과잉진압으로 조사를 받게 되고, 주립경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언론의 사냥감이 된다. 주변에서 도와주려고 하는 것에 아랑곳 않고, 변호사도 안 만나고, 주립경찰과의 약속도 어기거나 아예 안 나가고,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먹지도 않고, 피폐한 모습으로 두문불출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라곤, 피해자였던 채닝으로 열여덟살 소녀인 그녀와 교감을 쌓아나간다.그리고, 또 한 명의 아이, 기드온. 

애드리안이 출소하는 날, 애드리안이 자신의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한 기드온이 총을 들고 애드리안을 찾아 갔다가 술집 주인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13년전 아기였던 기드온은 이제 열 네살. 엘리자베스가 지극정성으로 돌봐서 기드온은 엘리자베스에게 의지한다. 엘리자베스와 채닝, 기드온, 애드리안을 둘러싸고 애드리안을 괴롭히려는 악의 무리들과 엘리자베스와 채닝의 비밀. 그리고, 13년전 살해 되었던 기드온의 엄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여자가 살해된다.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피해자들은 생존자들이고, 그들은 연대하고, 그들은 강하다. 

끈기와 강인함, 의지. 옳은 것을 하는 것. 자신의 인생을 걸고, 누군가를 지키는 것. 


리뷰 제목의 '엘리자베스에게' 를 책에서 읽고, 기어이 눈물이 터지고 말았었다. 

다시 생각해도 엉엉이네. 


엘리자베스와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면 쉽지 않지만, 그런만큼 각자가 각자의 노력만큼 얻어낸 새로운 길, 구원의 길에 마음이 놓인다. 


"결국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지."
"그게 뭔데요?"
"선택." 그녀는 소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너의 선택."

"나랑 약속해, 채닝.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절대로 말하면 안 돼."
"같이 자도 돼요?"
"그럼." 엘리자베스는 마음을 풀고 채닝을 끌어안았다.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돼."
그녀는 왼편 구석에 있는 침실의 커다란 침대로 채닝을 데려갔다. 소녀는 더 이상 거친 척도 화가 난 척도 하지 않았고,상처받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들은 생존자였고 자매였다.

"넌 그냥 다친 거야. 상처는 낫기 마련이고" 그녀가 말했다.
"모든 상처가 다 그래요?"
"네가 강하다면." 신호등 불빛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네가 옳다면."

욕조에 몸을 깊이 담그고, 그녀는 엘리자베스를 대표하는 것이 끈기와 강인함, 의지 중에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너무 많은 사랑
이런 비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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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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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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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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