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든 것이 바닥을 치고 있는 한 가운데에서, 예전 같으면 좋아하는 미드나 애니를 백개씩 보며 머리를 바보로 만들었겠지만, 이번에는 움직이고 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이십대때나 있던 숙취를 경험하고, 숙취중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서울숲을 몇 시간이고 산책하고, 밤을 새고, 사람들을 만난다.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들 앞에서 내 상황을 최대한 얘기하려 애쓰고,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서,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마구 엉키고, 열심히 생각하고, 움직여 보려고 한다. to do list 보다는 done list 를 만들어서, 오늘 내가 한 일들을 적어나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간마실도 부지런히 할꺼야. 책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 슬퍼 하는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나는 고양이도 있다! 


여름이니깐 추리소설들부터 모아본다. 


















<밤은 짧아, 걸어 이 아가씨야>의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간이다. 


"미묘한 심리 묘사를 유지하면서 여행과 열차, 그리고 괴이한 경험담을 주제로 여름밤에 읽기 좋은 서늘하고 오싹한 세계를 펼치고 있다." 첫번째 밤에서 마지막 밤(다섯번째 밤)까지 다섯개의 단편이 나온 276페이지의 단편집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는 예판중이다. (7월 3일 출고) 

"동물병원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에게 낯선 여자의 전화가 걸려온다. 여자가 전해온 것은 몇 년째 왕래가 없던, 이복 동생 야가미 아키토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 가족들 모르게 아키토와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하는 여자 가에데는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매달린다.."  히가시노 게이고인데 뭐, 최소한 재미는 있겠지. 이렇게 작품이 많이 소개되고,  '최소한 재미는 있겠지' 정도의 기대치를 가질 수 있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말고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베카>의 대프니 듀 모리에의 1951년 작품인 <나의 사촌 레이첼>이다. 책소개 읽다보니 레베카만 알았는데, 듀 모리에의 작품이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 레이첼 바이스! 주연으로 영화로도 나오는 듯. "타국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한 남자와 그의 아름다운 미망인 레이첼, 그리고 레이첼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증오하면서도 서서히 그녀에게 빠져드는 젊은 상속자 필립의 이야기를 그렸다. 600페이지 가량 된다. 



 

  

 




기타무라 가오루의 일상 미스터리 엔시 씨와 나 시리즈 <하늘을 나는 말>과 <밤의 매미> 

단편집이고, 시리즈 주인공인 '엔시 씨'는 라쿠고 예능인, 화자인 '나'는 문학과 라쿠고를 사랑하는 국문과 학생이다. '나'가 수수께끼 던지면 '엔시 씨'가 해결.










와 - 많이 나왔다. 


요즘 잠을 못 자고, 쪽잠으로 연명하다 보니(언제는 아니었나;;) 졸렵다. 커피 타와야지. 

요즘 같은 날씨와 컨디션에 일상 미스터리가 딱 일 것 같다. 서양에서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는 것이 아마도 일본에서 나온 '일상 미스터리'일 것 같다. 나는 역시 '일상 미스터리' 쪽이 재미있다. 요네자와 호노부도 아직 못 읽은 것, 재미있었던 것 다시 읽어보고 싶고..
















저, 계절 디저트 시리즈는 하나도 못 읽었고, 빙과 시리즈는 무척 재미있고, 지금 다시 읽고 싶은건 <추상오단장>이나 <덧없는 양들의 축전> 이네. 















이새벽 <고양이 그림일기> 이 책 좋다. 거친듯 자유로운 흑백의 그림도 좋고, 뛰엄뛰엄 쓰고 그리는 제목 그대로 '그림일기'라 좋다. 산책냥과 마당냥이인 것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사람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는거니깐. 귀여운 고양이 스티커 2장이 함께 따라 온다. 


남씨의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는 어떨까? 

"하기 싫은 건 안 한다. 하고 싶은 건 꼭 한다. 이것이 바로 고양이가 사는 법" 

어제 만난 분과 고양이 이야기를 오래 오래 했다. 한 마리 한 마리 너무나 다른 고양이 성격, 나이 들어 가는 첫째 고양이, 고양이 병원 이야기, 이 아이는 어떻고, 저 아이는 어떻고 하면서 질리지도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고양이 이야기들 


<고양이님, 저랑 살만하신가요?> 는 고양이가 선택한 수의사 집사 이야기이다. 

사람도 개 사람, 고양이 사람 있듯이, 수의사들도 개의사, 고양이 의사 있다. 개의사가 고양이 의사 흉 봄. 고양이 의사들은 

고양이 얘기 나오면 막 말이 진짜 많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의사들도 전문 분야라던가 경험 많은 것 외에도 더 선호..랄까, 더 애정 가고 본인이랑 맞는 동물이 있는 것 같다. 말로가 다니는 집 앞 동물병원 원장님은 개의사인데, (고양이 경험도 많음) 그러다보니 고양이 행동학에도 관심 많아 종종 이야기해주시곤 한다. 

이 수의사분이 예전에 인터넷에 떠돌던 그 수의사분인지 모르겠다만,(아님), 고양이가 간혹 집사를 정해 눌러 앉는다. 사무실까지 들어와 눌러 앉아 버린 이야기를 썼는데, 마지막에, 아 제 직업은 수의사입니다. 했던 것. 

예판으로 선물 받아 엊그제 도착했다.  템프테이션 샘플, 아니고, 본품이랑 같이 온다. ㅎㅎ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은 다 아시죠? 템프테이션. 말로랑 리처가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남자의 고양이>  

<그 여자의 고양이>도 나오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유명인들이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진들 보면 닥저하고, 기분 좋아진다. 책소개에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TS 엘리엇, 칼 라거펠트에 이르기까지 고양이를 사랑했던 남자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고 나와있는 걸 보니,흐음.. 싶은 것. 


'캣맨이란 무엇인가? '캣맨들을 만나보자' 라고 하는 것도 캣맘에서 바꾼건지 원래 있는 말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핍박받고 고생스러운 캣맘들 생각 나서 재수 없고, 영 별로네. 


그림들은 아름답다. 욕심 난다. 무라카미 하루키 얘기가 나와서 .. 어제 무라카미 하루키 얘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디서 그랬어요. "결혼이란 항상 좋지는 않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라고 뭐 이 비슷한 이야기였다. 내가 먼저 얘기 꺼내고, 괜히 내가 뿔퉁나서, 하긴, 하루키가 안 좋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데뷔작부터 빵 터졌지요, 달리기도 꾸준히 하지요, 고양이, 고양이도 있지요. 결혼도 했지요. 여튼지간에, 결혼이라는 건, 반려를 만나는 건 항상 좋을 수는 없겠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은 거. 혼자인 것이 좋지만, 혼자서 '좋을 때는 아주 좋은 것'의 단계까지 가기는 힘들다. 


 














이런 예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고, 

















시인들의 책을 읽고 싶다. 


J가 시집을 읽고 선물할 때 까지만 해도, 애인이 시 읽어달라고 조를 때 까지만 해도 시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어느 순간 시집을 찾고, 시인들의 글을 찾게 되었다. (성추행범 많아서 사기 전에 시인 이름 검색해보거나 안전하게 여자 시인들 것 사야 하지만) 당신 말 빌리면, 이것도 1년 걸렸네. 읽어주고 싶은 시가 많아요.


꽃값 들어오면, 또 꽃 사러 가야지. 

날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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