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 나쓰히코의 새 시리즈 '서루조당'을 읽기 시작했다. 


와. ... 와.. 

최한결한테 한유주가 습관이었던것처럼, 사실 교고쿠 나쓰히코도 나에게 습관같은 작가들 중에 하나다. 

그건 기본적으로 애정에 기반하고, 뭘 쓰더라도 읽어주마. 백프로 싫어도 다음에 백프로 또 찾게 되는 그런 작가임을 뜻한다. 


근데, 오래간만에 습관에 마음이 설렌다.


책을 사고 읽기 시작했을때는 별 기대도 안 했다. 습관이니깐.. 

처음 한 두장을 넘기면서도 바로 옆 책장의 손안의 책들 책들을 옆눈으로 보며, 아.. 양장일때 참 좋았는데. 

최근부터 욕먹으며 판형도 달라지고, 양장->반양장이 되었는데, 뭐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일단 '책'이 나오는게 중요한 건 분명하니깐. 


또 불새 소환해서 미안하지만, 양장본-> 반양장본이고 표지가 좀 얇아서 신경쓰이는걸 제외하곤 책은 책같다. 

불새가 불티나게 팔리면 좋겠다. 여튼, 그런 잡생각들을 하며, 현암사는 어떤 곳일까. 어떻게 그렇게 세련되게 완벽하게 책을 잘 만드는 것일까. 완벽하게 만들어내고도 가장 까다로운 독자도 찾기 힘든 흠을 본인들 스스로는 찾아낼 것 같은 엄격함이 보인다.


잡설이 길었다. 


근데, 이 잡생각들은 몇 장 읽자마마 날아가고, 나는 책에 빠지고 맘. 


고서점이 나온다고 해서 교고쿠도인가, 잠깐 생각했는데, '서루조당'이라는 책들의 무덤을 지키는 주인장이 나온다. 


책은 무덤 같은 것입니다, 하고 주인은 말했다. 

"무덤-이라고요?"

"예 그렇지요. 사람은 죽습니다. 물건은 망가집니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멸하지요. 천지가 모조리 바뀌고, 만물은 대개 영원하지 않은 것이 세상의 이치. 하지만 그것은 현세에서의 일입니다." 


"적혀 있는 인포메이션에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책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 자세히 아시는 분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으로 끝나 버리겠지요. 무덤은 돌멩이, 그 밑에 있는 것은 뼛조각. 그런 것에는 의미고 가치고 없을 테니까요. 돌멩이나 뼛조각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은무덤을 찾아가는 사람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은 내용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는 행위때문에, 읽는 사람 안에 무언가가 일어나는 - 그쪽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주인장,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건 이해하기 어렵군요. 소유하고 하지 않고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데요." 

"아니, 아니, 중요합니다." 

하고 주인은 말한다. 

"같은 무덤을 찾아가도,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유령이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 자신만의 세게가 아니게 되어 버리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물론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로 무덤이란 장식. 불단도 위패도 장식이니까요. 불손한 말이지만 그런 것은 모두 신심의 계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겠지요.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니, 참배를 가지 않아도 기도를 하지 않아도 공양이 되도록,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통하는 것이기는 하겠지요.하지만." 

주인은 어딘가 사랑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선반의 책들을 보았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위패 정도는 소유하고 싶은 법이 아니겠습니다."

"예에---."


"책은 아무리 많아도 좋은 것. 읽은 만큼 세상은 넓어지지요. 읽은 수만큼 세게가 생겨날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단 한 권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단 한 권, 소중하고 소중한 책을 발견할 수이다면 그분은 행복할 겁니다."

그래서 사람은 책을 찾는 거지요. 라고 주인은 말해다. 

"정말로 소중한 책은, 현세의 일생을 사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다른 삶을 줍니다. 그래서 그 소중한 책을 만날 때까지, 사람은 계속 찾는 것입니다." 




첫번째 탐서에서 여섯번째 탐서까지 책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나올듯 하다. 

첫번째 탐서, 임종.을 읽었다. 이 에피소드는 교고쿠같으면서도 이 작가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을 찌르는 감동을 받아서 약간 당황스러운 기분까지 들 정도다. 


우키요에에 대한 장광설, 근대로 넘어가면서의 변화와 고뇌, 그리고 책, 유령,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로 똘똘 뭉쳐 있다. 남은 다섯 에피소드를 읽기 아까울 지경이다. 


나는 뭘까. 내게도 많은 무덤들이 있다. 단 한 권의 책이라고 하기엔 난 욕심이 너무 많고, 삼백권? 오백권? 백권? 정도로 줄여서 내가 읽어도 읽어도 즐거운 책들로 둘러쌓이고 싶은 욕망이 있달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간만에 생각났는데, 나는 책을 너무 좋아한다. 금요일 밤에 집에서 교고쿠 나쓰히코의 신간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잘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 먹거리, 마실거리, 놀거리로도 나를 끌어낼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것이 무언가 있다는 건 또 좋은 일이다. 이렇게 좋은 것. 책 읽는 것. 책 사는 것(소유도 중요하다!고 위에 그랬지?), 고양이들, 꽃을 파는 일, 식물을 관리하는 일, 등등 


12시가 넘으면 책을 주문해야겠다. 


내일은 연남동 동진시장 7일장에 참가한다. 

준비는 새벽부터 할 생각;;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사람들을 직접 보고 꽃을 파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책 들고 나가서 책 읽음 꽃보러 오는 사람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꾸준히 나가서 서울 핫플레이스 '연남동'에서 새로운 나의 꽃가게 선전도 하려 한다. 좋았어. 굿굿굿 


주말 홍대 근처 오시는 분 계시면 들르세요~ ^-^/ 


기승전꽃. 내가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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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15-04-2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일 다 홍대 돌아다녔는데 지금 봤네 아쉽다. 이제 끝?

하이드 2015-04-27 14:54   좋아요 0 | URL
당분간 매주 나갈 생각인데, 일단 다음주 나갈꺼야, 놀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