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마지막 입맞춤 - 슬픔의 색깔로 그린 그림 일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황근하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부제가 '슬픔의 색깔로 그린 그림일기' 이다. 책을 다 읽고, 지금에야 본 부제인데, 꼭 맞는 부제이다. 마음이 아프다.

대니얼 그레고리의 책은 다 읽어왔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감성으로 나는 참 좋아서 그 동안 신간이 나오면 꼭 샀었는데, 부인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책이 부인이 죽고 그것을 애도하면서 그리고 쓴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부인, 패티가 사고를 당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는 거, 그렇게 십오년간 생활하다 죽었다는 것을 보니, 작가의 전작들과 시기가 어떻게 겹치는 줄은 모르겠으나,  지난 독서들이 새삼 다시 의미를 가지고 다가온다. 





책표지 안쪽에는 이러헤 아내의 사진들이 들어있다. 




첫페이지부터 왠지 찡하다. 고 하는데, 수채화 그림이 정말 '슬픔'으로 그렸다는 느낌이 든다. 

간혹, '그분'이 왔다 가신듯한 책들을 작가들이 쓰곤 하는데, 이 책이 그렇지 않을까. 

글도,그림도,보고 있으면 한없이 슬픈 마음이 들어버린다 




가끔 이런 웃기는 우연이 생기는데, 이 책 읽기 직전에,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 마지막을 읽었다. 발레 파트너이자, 인생의 파트너인 조리가 사고를 당해 절망하자 조리의 아내이자 파트너, 조리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멜로디는 있는대로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조리를 피하고 막장짓을 한다. 이 막장가족의 이야기를 멘탈 잘 보듬어 가며 읽고 나서 바로 다음에 펼쳐든책이 이 책


전차 사고로 다리를 못쓰게 된 패티. 함께 살아야 하는사랑하는 반려인의 장애라는 건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뭐라 말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서도 다 다를테고, 모든 가족은 다 그들만의 사정이라는 것도 있을테니깐. 


이 가족은 제법 잘 적응한다. 가족이 패티에게도 적응하겠지만, 패티가 세상을 여전히 '파티'로 여기고 살아나가기에 그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작가의 글과 그림이 너무 진짜라 무슨 말을 써도 다 거짓 같아 계속 쓰기 힘들지만.





핑크를 좋아하는 패티.

장례식의 드레스코드는 '핑크'이고, 그들은 그렇게 패티를 보내며 파티를 한다. 

패티가 살아있었을 때 모두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패티라면 절대 좋아하지 않았을 기성품 유골함을 마다하고, 자신과 아들 잭을 '곰'이라고 불렀던 것을 떠올림 집에 있던 사탕 담아두는 사기 곰그릇의 사탕을 비우고 장례식장에 가져가 패티의 유골을 담는다.



패티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남아 있는 자들의 애도를 통해 절실히 느낀다. 







작가가 이 책을 쓰며 패티를 애도한건 분명하다.



이 작가의 책이 늘 손글씨로 쓰여져있는데, 

아마 원서의 글에 자연스레 그의 마음이 나타나듯, 한글로 옮길때도 나타난건지 궁금하다. 내 눈에는 나타나 보였는데 말이다. 글씨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캘리하시는 분께서 썼던가, 아님, 이런 폰트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전자일 것 같다. 전자이길 바란다. 




이 책을 기억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한건,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하기 때문이다. 잃는 것이 두려운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별을 시뮬레이션해보곤 한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그건 천 번의 상상과도 다르겠지. 그래서.. 애도하는 글과 그림을 보며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다진다. 나중에 꺼내볼 수 있도록.





패티가 죽고나서 패티가 심었던 튤립 구근에서 튤립이 나왔다. 

패티는 튤립에 물을 주려다 추락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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