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책들이다. 대부분 올해 나온 책들이긴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고.
리뷰도 페이퍼도 게을렀다. 내년에는 리뷰 꼭 남기는 걸 목표로 적어둔다.
책이 안 읽힐 때가 더 많았지만, 잘 읽힐 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니, 좋았던 책들 몇 권 골라 두어 본다.
3권씩 고른 리스트를 따라해보면, 이렇게 3 권.
'헤밍웨이 위조사건'은 정말 반전( 이야기가 반전이라기보다 이야기의 진행이 반전을 거듭한다) 평행우주 이야기를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이 노벨라에 압축된 '헤밍웨이' 이야기가 정말 압도적이어서,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헤밍웨이를 위조하는 사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는 것도 정말 엄청난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문학의 힘' , '글의 힘'까지 느끼게 해 주는 스토리다보니, 별로 고민없이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고민거리를 남겨준 책이기도 하고. 연말의 이런저런 리스트들에서 이 책의 진가를 알아봐준 것 같아서 ( 피케티 지분도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괜히 뿌듯하다. 부패하는 효소로 빵을 만드는 이가 돈도, 경제도 부패해야 한다. (corruption 아님) 는 주장이 정말 생활밀착형으로 와닿았다고 할까. 가장 긍정 가능한 희망적인 미래를 제안하는 글이기도 하다. 모든 열심히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는 츠타야의 창시자,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야기인데, 이노우에 히데야키( 아오야마 플라워, 파크 코퍼레이션의 창업자) 도 비슷한 논문 쓰고 있는데, 이것도 더 보충해서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시간이 좀 지난 글이긴 한데, 일본이 워낙 문화적으로 앞서가다 보니, 지금 여기서 읽기에도 여전히 앞서가는 느낌이다. 문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먹고사니즘이 먼저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아주 많은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 을 읽으면서 뭔가 지금 하루키를 읽는 것이 되게 옳게 느껴졌다. 하루키와 함께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걸 물씬 느끼게 된 상실의 이야기
토마스 쿡은 엄청난 문장을 쓰는 작가다. 그리스 비극과도 같은 이야기를 토마스 쿡 특유의 세련되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토마스 쿡의 글을 읽을 때는 신성함 비스무리한 걸 느낄 정도의 기분에 빠져들고 만다.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현암사의 소세키 전집은 그야말로 최고, 최고, 최고지만, 그 중에 '풀베개'를 넣은 것은 계절 소설이 생겼기 때문이다. 봄에는 '벚꽃엔딩'을 듣고, 겨울에는 '설국'을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면, 여름에는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돌베개'를 굳이 넣긴 했지만, 올해 만난 소세키의 어떤 책이 들어가도 상관없을만큼 나는 나쓰메 소세키에 만족한다.
존 스칼지의 '신 엔진' 역시 노벨라인데, 정말 엄청 엄청난 비주얼을 내 머릿속에 그려준 작품이다. 존 스칼지는 워낙 애정하는 작가이고, 이작가의 모든 책을 다 좋아하는데, 이치의 책은 '신 엔진' 과 그 외.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이 책은 존 스칼지의 책들 중 이질적인 느낌이 강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려준 그 그림은 정말 강력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보틀넥'은 평행우주 이야기이다. 그러고보니 며칠전에도 평행우주 이야기 읽었는데, 뭐였더라. 음.... 아, 여튼, '보틀넥'이 전하는 주제는 엄청 암울하다. 그것이 사춘기 소년의 고민이라도 그건 더 어린 아이의 고민이기도, 청년의 고민이기도, 어른과 노년의 고민이기도 한 그런 고민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발에 이런 주제가 더해진다면, 기억에 남지 않을 수가 없다.
소네 게이스키의 '열대야'는 단편 3개로 이루어진 짧은 책인데,세가지 이야기가 다 조금씩 전형성을 빗겨나고 있다.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그게 조금씩 어긋나 있고, 주제는 세가지 다 엄청 섬뜩한 이야기. 아주 그냥 이야기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마구 휘둘리며 읽어내고 나면 멍. 하다.
길리언 플린' 몸을 긋는 소녀' 는 '나를 찾아줘' 작가의 데뷔작.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나를 찾아줘'보다 더 엽기적이고, 한계를 시험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재능이 콸콸 넘쳐 줄줄 흘러내린다. 이건 이작가의 데뷔작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를 찾아줘'만 해도 굉장히 다듬어지고 세련되어졌으니 말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풋풋한 강력함이 제대로 느껴진 책.
존 스칼지 '레드셔츠' .. 존스칼지 책은 뭐 나오기만 하면 연간 베스트인가요? 아, 꼭 그런건 아닌데, 올해는 그렇네요. '신엔진' 에 비해 '레드 셔츠'는 시트콤 같이 통통 튀는 이야기이다. SF 드라마 주인공, 아니, 조연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그들의 좌충우돌이 시트콤 느낌. 근데, 그 주제는 그렇게 통통 튀지 않는다. '단역들의 반란'에 그치지 않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라는 이야기의 현대우화.
11권 골랐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사실 올해의 책인데, 이건 두번 읽고, 세번 읽고, 2015년에 올해의 책으로 적어야지.
2015년에는 책도 더 부지런히 읽고,읽은 책들, 쌓여 있는 책들 정리하고, 내 인생의 책 100권이건, 300권이건, 500권이건 모아보는 작업을 시작해 볼 계획이다.
제 서재 찾아주시는책 좋아하는 여러분, 올 한 해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Happy Book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