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앞으로 효율성도 따져야 하겠지.

 

강기사가 왔다!

 

....

 

강기사가 왔다!

뭐, 오자마자 동생군과 나와 강기사는 완두콩깍지속 완두콩들마냥 티격태격이지만,

졸업시즌에 동생군 눈치 덜 보고, 구걸 덜해도 되고, (그래도 동생군 용돈 줄 핑계로는 좋았는데.. 쩝;)

 

이번달에 내 졸업 전쟁을 도와주기 위해 제주에서 긴급 투입된 강기사~! 빠라라빰~

 

오늘 아침 5시에 집에 들어가서 10분만.. 하며 고양이 발 잡고  두 시간을 자 버리는 바람에,

서둘러서 ㅊ대 앞에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되었다. (판매가 잘 된건 아니고 'ㅅ' )

아침에 샵에 들러서 꽃 가져가면서 그 한 시간 안에 다발을 네 개나 팔고, 예약하고, 주문 손님 내보내고 했는데,

추운데 눈 맞고, 바람 맞으며 빨간장미와 안개꽃, 망사와 주름포장지와 무슨 광섬유 부케부터 시작해서;; 등등등 사이에서 무슨 개고생이심?!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재미있었다.

 

준비할 것도 더 챙길 수 있겠고, 일단, 어제 주문 많아서, 아침 주문 다발 두 개, 센터피스 한 개, 소화해놓고 나서 다발 한개씩 (물처리까지 다 해서) 만들다보니, 시간이 어찌나 안 가고, 힘들던지; 가지고 나가는 다 발을 두 종류로 통일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 여튼, 열개를 겨우겨우 만들고, 아침에 샵에 와서 후다닥 세 개인가 더 만들어 나갔는데, 샵에서는 예쁘다며 3만5천원에 척척 나가는데, ㅊ대 앞에선 ..

 

소철에 장미 줄 세운 그.. 몇 십년전 디자인 그대로의 그..그..

 

샵이라면, 이런게 예뻐요, 그런건 옛날 스타일이고요, 이런게 좋지요, 이런건 이래서 예쁘고, 그럴꺼면 그냥 터미널 가서 한 단을 사세요, 등등등 자신감 있게 말하면, 따라와주는데 (동네 분위기도 있고)

 

부내나게 차려입은 어머님, 아버님들이 만원, 이러고 돌아다니는데 기가 차.

멋들어진 벤츠의 문이 열리면서 나온 꽃다발은 가운데 분홍장미( 장미야, 니 죄는 아니다만, 중에서도 하품)과 안개꽃 주변 둘러싸기 다발. 으잌;

 

뭐랄까, 처음 시작이 이 동네라서, 비교적 내 스타일 좋아라 하는 사람들 많은 것이었던 것이지.

대학교 졸업식 앞에서 현실 파악. 하고 뭔가 불끈 의욕이 솟았달까!

 

새벽의 역사안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12시 40분이면 막차가 끝나고, 1시 20분이면 역사내의 불이 꺼진다.

 

... 그러고나면...

 

비상구 표시만 희미하게 명멸하는 깜깜한 역사 안에는 오로지 꽃집만 환히 불을 밝히고 있다. ( 두 면이 다 창문. 그래서 열라 추움. 단열시트 원츄!)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운 패딩을 입고 모자까지 단단히 쓴 사람들이 내려와 어둠속을 유영한다. 어슬렁어슬렁. ( 강풀 만화 한 장면 같아!) 나는 뭐랄까, 정줄은 이미 놓았고, 무아지경으로 프리지어, 흰 퐁퐁소국, 노란 튤립, 알스트로메리아, 리샨, 화이트에 살구빛이 살짝 도는 스프레이 카네이션, 나비(라는 신종 카네이션), 서귀, 천리향 등을 넣어 꽃다발을 잡고, 노끈으로 묶고, 포장지를 세 개 자르고, 비닐을 한 개 크게 자르고, 물처리 용으로 잘라 놓은 비닐을 동그랗게 오리고, 다발 밑을 모아 잡아 비닐로 촘촘히 감아서 워터팩 만들어 주고, 코끼리로 줄기 사이로 물을 넣는다. 그리고, 포장하고, 리본 묶고, 스티커 붙이면 끝. 이 과정을 무한반복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왔다리 갔다리 (라는건 신야의 '인생의 낮잠'에서 맘에 들었던 표현)

 

그런 나를 틈틈이 구경하며 어슬렁거리는 어둠 속의 패딩 입은 사람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이지요. 그 패딩 입은 사람들은 대리운전 기사들이고, 이 위가 뭔가 핫스팟인듯.

4시 반 경에 샵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올때까지도 계속 있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밖은 추웠지만, 꽃집의 불빛만은 따뜻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오늘은 좀 일찍 마무리하고 들어가서 칼로리 섭취하고 일찍 들어가야겠다.

소재를 사랑하는 나.인데, 소재가 거의 떨어졌다니! 있을 수 없는 일. 분갈이나 설렁설렁하며 오늘 하루 마무리 해야지.  

 

첫 2월이니깐, 첫 졸업시즌이니깐, 효율성 따지지 않고, 좀 더 삽질해도 된다. 가 이 페이퍼의 주제다.

엠티가서 밤 샌 것 같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 도와준 동생군도 고맙고, 꽃 알아봐 준 분들도 고맙고, 주문해주신 분들도 고맙고, 뭐, 그런 하루와 하루와 하루들.

 

오늘 꽃수업에서 멋진 볼센터피스를 했지만, 사진은 지난 주던가, 지지난주던가의 보랏빛 수국 케이크 ..로 마무리

 

 

 

 

 

 

 



 
 
하이드 2012-02-08 20:24   댓글달기 | URL
포토 바이 선생님 .. 아.. 카메라 고치고 충전기 찾아야(사야) 하는데

moonnight 2012-02-09 13:54   댓글달기 | URL
헉. 헉. -_-
읽는 것만으로도 숨차요. ㅠ_ㅠ
여전히 씩씩하신 하이드님.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반짝반짝합니다. 그, 근데 불꺼진 역사. 혼자 계시기 안 무서워요? ;;;;

울보 2012-02-09 14:03   댓글달기 | URL
정말 곱네요, 꽃이,
전 언제쯤 저런 꽃다발 받아볼까요,,ㅎㅎㅎ
벌써 졸업시작이군요,
추운날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2012-02-13 12:37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