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 쓰면서야, 나는 간호사 다음에 쉼표가 있고, 사람입니다. 가 제목인 걸 알았다. 그렇겠지. 간호사도 사람인데 같은 뜻이겠지. 간호사인종 뭐 이런거 아니고. 표지의 제목 보고선 몰랐다.

 

알바 끝나고, 바로 도서관에 들러 책을 몇 권 반납하고, 읽고 싶은 책들을 빌렸다. 도서관에서 다 읽은 책이다.

눈물 나서 중간중간 고개 처들고, 눈물 말리면서.

 

이십년 경력의 간호사, 회의를 못 견디고 이십년을 버티다 뛰쳐나와 자신을 돌아 본 사람이 쓴 글들이다.

읽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갑갑하고, 힘들어지는데, 그걸 더 가까이서 접하고도 도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35% 정도가 못 견디고 나온다고 한다. 메르스 때, 간호사의 편지. 같은 걸 봤던 것도 같고, 안 봤던 것도 같은데, 그 때, 간호사의 편지로 유명세를 탔던 간호사이고, 이 책에 나온 몇몇 에피소드는 확실히 본 기억이 나는걸 보면, 그 후로도 매체에 글을 기고했었나보다. 자신의 편지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더 힘내고,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고 쪼개서 홍보에 도움될 일들을 했다고 한다. 올스타전에까지 초대 받았다고 하니, 메르스때의 그 간호사가 미디어에서 어떻게 소비된걸까 놀랍긴 하다. 그런 자신의 유명세를 좋아한 병원 윗 사람들이 제안한 승진 대신 간호사들의 처우를 얘기하다가 외면당한 이야기가 나온다. 상황이 그려져, 입 안이 무척 씁쓸하다.

 

뛰쳐나오게 된 건, 오해로 인해, 진상 보호자들로부터 멱살 잡혀 끌려 나가는 후배 간호사를 병원에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느꼈을 때 였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열정페이 같은 것도 나쁘지만, 그 열정과 희생마저 인정해주지 않고, 당연시 여긴다면, 같은 편이어야 할 병원이 보호해주지 못하고, 쥐어짜내야할 소모품으로만 여긴다면, 누가 견딜까. 저자가 염두에 두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은 에피소드들에서 안타까운 여자들을 본다. 여자들이 대부분일 강한 약자 간호사들을 본다. 딱 하나 빼 버렸음, 없었음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내 친구들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딱 알듯.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그동안 알려지지도 않던 수 많은 비인간적인 갑질과 노동을 후려치는 많은 사례들이 그나마 알려지기라도 하는 것이긴 할텐데, 그래서 변할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몰랐던 걸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몰랐던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니,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알게 되는 것, 알려지는 것이 없이, 변화도 없겠지.

 

이렇게 목소리 내주고, 그 목소리의 편에 서서 힘 실어주고, 개인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조금씩 좋게 변할 수 있는 것일까? 개인은 무력하지만, 개인이 모인 것이 사회이니, 변하는 개인이 많아질 때 사회도 변할 것이다.

 

40대 초반에 병원을 박차고 나온 것 같은데, 비슷한 나이의 비혼 여성으로 이 분이 앞으로 뭐할까.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응원하고 싶다. 본인의 경험을 살려 빛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