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이었다.

 

그 녀석들'을 만나는 건.

 

군 제대 후 벌써 이만큼이나 시간이 지났으니,

 

다들 밖에서 만난다면 못 알아보겠지 싶었다.

 

하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그저 머리스타일이나 입고 있는 옷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나도, 그 녀석들도.

 

여전히 그 때 그 시간에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은 채, 이렇게나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도......

 

이야, 반갑다 ! 우리 짬돌이~.”

 

약속 장소로 가자, 가장 먼저 와 있던 현재가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이 녀석은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군 생활 동기들 중 한 명으로, 부대에선 나름 A급 병사로

 

이름났던 녀석이었다.

 

그래, 반갑다, 임마. 근데 2년 만에 만났는데 짬돌이가 뭐냐?”

 

내가 농담조로 퉁명스레 받아치자, 허허 웃는 현재의 뒤쪽에서 갑자기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나와 신교대부터 자대까지 쭉 함께 지내온 금 수였다.

 

녀석은 특이하게도 성이 씨고 이름이 였다.

 

그래서 별명이 항상 금수’(禽獸) 또는 짐승수동물이었다.

 

그래, 정현재 임마. 인사할 땐 이름을 불러줘야지, 쉐키야. 안 그냐? 현수야.”

 

그렇지. 오랜만이다, .”

 

그래, 지인짜 오랜만이네. 그동안 뭐하고 지냈냐?”

 

수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내가 다소 난처해하는 걸 느낀 현재가 눈치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 그건 이따가 술 마실 때 안주거리로 하자. , 근데 재영이 이놈이 제일 늦네.”

 

현재의 말에 수가 킬킬대며 말했다.

 

그러게, 젤 얼굴이 반반한 놈이라 얼굴값 좀 하나보다야 흐흐흐.”

 

나는 멋쩍게 씩 웃으며 말했다.

 

, 별 일 없음 곧 오겠지.”

 

아직 약속 시간 까지는 50분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우리 셋은 당연히 약속 시간 전까지는 재영이 오리라고 생각했지만,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재영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우리가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때마침 수의 휴대폰으로 재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이 바빠서 연락도 미처 못 했었고, 이제야 겨우 상사한테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퇴근했다, 간만에 만나는데 너희한테 미안하게 되었다,

 

그러니 오늘 술은 내가 사겠다 .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언짢았던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 쉐키, 알았다. 오늘 거하게 한잔 사라 임마. 우리가 어디 있을 거냐면-.”

 

“00포차로 와라. 어딘지 알지?”

 

수가 재영에게 모임 장소를 알려주고 난 뒤,

 

우리는 그 곳에 미리 가서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같은) 돈 없는 청춘들이 가기 딱 좋은, 그런 곳이었다.

 

! 재영이 자식은 여까지 적어도 이십분은 걸릴 테니까, 일단 우리끼리 좀 쳐 먹자.

, X나 배고프다. 뭐 먹을래?”

 

수가 메뉴판을 현재와 내 앞에 슥 들이밀었다.

 

현재는 꼼꼼히 메뉴판을 살피다가, 제일 싼 메뉴들만 골랐다.

 

나도 가성비를 따지자면 현재가 시킨 저렴한 안주들에

 

플러스로 소주 두서너 병에 음료수 한 병 정도면 되겠다 싶었지만,

 

우리의 메뉴 선정이 수에게는 별로였는지, 그는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야이씨, 오랜만에 친구가 쏘겠다는데 제일 싸구려 틱한 안주만 시키면 쏘는 놈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안 그냐?”

 

 

뭔가 이상한 논리긴 했지만, 우리 둘은 수의 페이스에 묘하게 말려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마 이 녀석 특유의 요상한 분위기 때문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설득당한 것 같았다.

 

역시 이 녀석은 군대 있을 때부터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고,

 

기묘한 논리로 사람을 설득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 좀 똘끼가 있고, 여자를 밝히는 것만 빼면,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수란 놈은.

 

수의 페이스에 말려든 우리는, 제일 비싼 안주 다섯 개에 소주 열병에 맥주 다섯 병,

 

음료수 세병을 호기롭게 시켜놓은 뒤, 조금씩 먹고, 홀짝이며 재영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조금 빠르게, 재영이 숨을 헐떡이며 술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우리를 보자 정말 반가웠는지 어울리지 않게 후다닥 달려왔다.

 

술집 입구에서부터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까지.

 

이야~ 2년만이네. 다들 잘 지냈어? , 늦어서 미안. 하하.”

 

오오, 구재영씨 오셨어요? 오늘 니가 쏜다 해서 좀 마~않이 시켰어요.”

 

약간 취기가 오른 수가 킬킬대며 그 특유의 농담조로 말했다.

 

하하, 수는 여전하구나. 잘했어. 내가 쏜다는데 그 정도는 시켜줘야지.”

 

재영이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 재영이 넌 못 본 사이 더 잘생겨졌다.”

 

현재가 재영의 어깨를 장난스레 툭 치며 말했다.

 

그러게. 어디 길거리에서 명함 안주디?”

 

나도 한 마디 거들었다.

 

하하, 명함은 무슨. 내가 연예인 할 급도 아니고.”

 

재영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의 그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

 

단숨에 소주 한 병을 비워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본 수가 그에게 소맥을 말아주며 말을 건넸다.

 

이야~ 우리 물주님, 회식 좀 다녀봤나 봐, 너 술 많이 늘었다?, 한 잔 더 해라.”

 

재영은 얼굴이 이미 터질 듯 붉어졌지만, 사양하지 않고 쭉 들이켰다.

 

하하, 그러게. 사회생활 하다 보니 느는 건 말 빨이랑 술 빨밖에 없더라.”

 

그렇구나. 난 공시만 2년째라 그런 건 잘 몰랐네.”

 

현재가 다소 쓸쓸하게 말하며 소주를 연거푸 석 잔을 비워냈다.

 

녀석도 안주 빨을 좀 받기는 했지만, 최소 수 녀석만큼, 아니 그보다 좀 더

 

취기가 오른 것 같았다.

 

약간 현재의 말투가 빈정거리는 어조여서,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내가 잠깐 동안 현재를 데리고 바깥바람을 쐬러 나갔다.

 

잠시 뒤,

 

현재와 내가 들어오자, 수가 우리에게 물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궁금하긴 하네. 너희 지금은 무슨 일해? 난 택배 상하차만 졸라 하다

친구 소개로 빵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아~. X. X나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다아......”

 

, 난 다들 알다시피 2년째 공시생이다. 노량진 고시원 살어. 현수 넌?”

 

현재가 다소 우울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 나는 뭐...... 그냥 이거저거 다 해보고 있어. 뭐 그냥 알바인생이지.”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난 현수 네가 요리 솜씨가 좋아서 사회에 나오면 요리할 줄 알았는데......”

 

재영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 사실은 조리사로 잠깐 일하다가, 처음 갔던 가게는 망해서 자동으로 퇴직되고, 두 번째는

 

중소기업에서 운영하는 호텔 구내식당에서 일하다가 때려 쳤어, 한 달 만에.

 

군대에서 취사병 할 땐 나름 요리가 나랑 맞는구나,

 

밖에 나가서 이거 해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일 해보니 나랑 안 맞는 것 같더라고.”

 

내가 허허 웃으며 담담하게 말하자, 재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나는 뭐..... 그냥 조그만 회사 다녀. 평범한.”

 

재영이 전에 없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얍~ 재영이 니가 젤 낫네. 사무직이야?”

 

수가 닭똥집 볶음을 질겅질겅 씹으며 물었다.

 

?, , ...... 사무직이야.”

그렇게 말하는 재영의 표정은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애들한테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와 같은 분대에서 동고동락했던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할 녀석이 애써 눈을 피하며 약간 당황하는 걸

 

보니,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흐아아..... 재영이 빼고 다들 인생 X나 안 풀리는 구나아~. 아이씨. 어차피 우리한테는

 

오늘밖에 없다. 마시자!”

 

수가 이미 술에 절은 애들을 선동하며 먼저 잔을 비워냈다.

 

그 말에 현재와 재영은 자극을 받았는지

 

(물론 둘의 처지가 달라 조금 다른 느낌의 자극이었겠지만)

 

연거푸 소맥을 들이켰다.

 

나는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가 식지 않도록 눈치껏 술을 마시는 척하면서, 음료수를 들이켰다.

 

우리는 술에 취해 한동안 조용했다가, 또 서로 실없는 농담 따먹기나 하며 킬킬대었다가,

 

또 조용했다가, 킬킬대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현재가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술에 취해 다소 혀 꼬인 소리로.

 

, 뉘넨...... 어뒤, 까지, 포기했냐?”

 

? 그게 뭔 소리야?”

 

술은 제일 적게 마셨지만, 제일 센스가 없던 내가 눈치 없이 물었다.

 

그러자, 수가 킥킥대며 내게 면박을 주었다.

 

, 김현쑤 ! 척하면 착이지~. 그 요새 머야, 삼포, 오포를 넘어

N포라는 말 있자나아, 그거겠지 머.”

 

아하, 그거. 삼포가 연애, 결혼, 출산이고-.”

 

재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현재가 쓴웃음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거귀에 취업꽈 눼집 뫄련을 끼얹으며언-.오포쥐."

  

그러취, 이제 또 거기에 인간괜, 아니 인간관계와 희망을 포기하면 칠포지.”

 

이미 잔뜩 취한 수가 가득 따른 술잔을 비우며 말했다.

 

거기서 더 나가면 또 뭐가 있지?”

 

내가 안주를 집어먹으며 물었다.

 

으음, 거기다 건강, 외모 관리까지 포기하면 구포지.”

 

재영이 계란찜을 한 숟갈 가득 떠먹고 나서, 내 말에 대답했다.

 

그으래애, 맞아. 그리고 거귀서어, 이줴에~ 삶까지 포기하므언, 십포지.”

 

현재가 쓸쓸한 말투로 술잔을 한 번 더 비우며 말했다.

 

십포, 하아, 어감도 참 뭣 같네. 이런, 쓉포!”

 

수가 술잔을 콱 내려놓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의 말에, 우리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 크게 웃었다.

 

이렇게 웃어보는 것도, 아마 2년 만이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야, 진짜 우리 세대가 조올라 암울하긴 하다. 미래가 없어, 미래가.”

 

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러궤에...... 요샌 쉬X, 공무원도 조올라 사람이 몰려서 경쟁도 치열하구. 진짜 노답 이다, 노답. 매달 집에서 고시원 비, 생활비 보내주능뒈도......

2년 쮀 이러고 이쒀서, 미안해 죽궸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현재가 혀 꼬인 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상태가 그나마 나아도 최소 삼포네.”

 

현재의 그 말에, 재영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난 취업은 했어도, 집에 빚이 많아서, 그걸 언제 다 갚을지 걱정이다, 그게.”

 

그랬구나. 너도 많이 힘들겠네.”

 

내가 재영을 위로하며 말했다.

 

아냐, 고맙다. 너도 많이 힘 들 텐데. 한 잔 더 해라, 현수야.”

 

재영이 싱긋 웃으며 내게 술잔을 내밀었다.

 

내가 술을 잘 못 마신다는 걸 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는지,

 

그는 술잔을 가득 채워서 주지는 않았다. 여전히 세심한 녀석이었다.

 

삼포니, 오포니, 칠포, 구포에서 십포를 지나 N포까지 말이 나온 우리는,

 

자신들이 무엇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했다.

 

아마도,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했는지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굳이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았던 탓이었을 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다가 그 우울한 침묵을 깬 건, 그나마 우리들 중 가장 유쾌한 성격을 가진 수였다.

 

, 그래도 우린 많이 포기해봤자, 아직 뭐, 인간관계는 포기 안 했네 ~.

 

우리가 이렇게 2년 만에 모인 게 바로 그 증거 아니냐, 증거. 캬캬.”

 

그의 말에 다들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 덕에 우리 머리 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우울한 침묵을 

 

조금이나마 깨뜨려 볼 수 있었다.

 

으흐아~, 난 취업도 하고 싶귀는 한뒈에......사실은 그궈보담두, 연애가 하고쉬퍼.....으으.....”

 

침묵이 깨지자, 현재가 훌쩍거리며 말했다.

 

그러게, 나도 더 나이 먹기 전에 해보고 싶긴 하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나름대로 현재를 위로해 보려고 한, 빈 말이었다.

 

하지만 장난기 많은 수 녀석은 이걸 놓치지 않았다.

 

아니, 놓칠 수가, 아니. 놓칠 리가 없겠지.

 

으이그, 이 짐승 같은 놈.

 

 

으음? 현쑤 지금 뭘 하고 싶다고 한 거냐? 크크크, 설마, 내가 생각하는 ! 그거, , 그건 아니겠지? ......!”

 

수가 신이 나서 킬킬대며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겼다.

 

그런 그의 뒤통수를 현재가 아프지 않게 살짝 때리며 킥킥댔다.

 

으구, 임마는 벼놘 게 하나두 으읎써. 뷰웅딱.”

 

 

, 그럴 수도 있지. 다들 한참 혈기왕성할 때잖아. 난 요새 술 때문에 그런지

 

잘 서질 않드라.”

 

재영이 턱을 괸 채로 나름 심각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선, 왠지 모르게 어두운 그늘이 져 있었다.

 

 

아이고, 얼굴도 젤 잘생기고 키도 젤 훤칠한 놈이 안 스다니, 이거 X, 여성분들에 대한

실례 아니냐? 크크크큭. 됐다, 마시자, 이놈들아! 어차피 낼은 일욜이다 !”

 

수가 또다시 오늘만 사는 놈처럼 애들을 선동하자, 나를 제외한 셋은 각자 소주 한 병씩을

 

단숨에 비워내곤, 음료수 한잔을 가득 따라 입가심을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마실 대로 마시고, 먹을 대로 먹어서 술과 음료수, 그리고 푸짐한 안주들을

 

전부  동 내버렸다.

 

사정이 그런지라 배는 불렀지만, 재영이 실컷 먹었으니 내친 김에 여기서 해장까지 하자며

 

홍합탕을 하나 시키는 바람에, 우리는 그걸 다 비울 때까지

 

한 두 시간을 더 앉아있게 되었다.

 

우리는 홍합탕을 떠먹다가, 잠깐 화장실로 달려가서 속을 비우고 오기도 하고,

 

한참을 떠들기를 반복하다가,

 

서서히 술이 깨면서 오히려 서로 말이 없어졌다.

 

어쩌면 안 먹던 술을 갑자기 많이 먹어서 지친 탓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아무리 술을 먹고 떠들어도 우리가 처한 뭣 같은 현실이 달콤하게 바뀔 리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탓이거나.

 

그렇게 우리 넷은 홍합탕을 다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마 우리들 중 술이 센 편에 속하는 수는 기분 좋게 취한 듯했고, 어중간한 현재는 완전

 

고주망태가 되어 필름이 끊기는 바람에 내가 부축을 해주었다. 그리고 군대에 있던 시절보다

 

술이 늘어난 재영은 얼굴이 많이 붉어지긴 했지만, 의외로 우리들 중 가장  멀쩡해 보였다.

 

밖으로 나온 우리 셋은 처음엔 다 같이 현재를 집에 데려다 준 다음,

 

각자 귀가하려 했다가,

 

현재도 필름 끊긴 상태고, 수도 거동에 지장은 없지만 많이 취했으니 우리 넷이 모텔방 하나

 

잡고 쉬었다 가자는 재영의 말에 마음이 바뀌어서 나와 수, 재영이 한 사람당 2만원씩 내고,

 

필름 끊긴 현재의 지갑에서 만원을 몰래 빼서 모텔 숙박비를 충당했다.

 

우리 넷은 모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다리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일단 현재를 침대에 눕혀 놓은 뒤, 우리 셋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생각보다 방이 넓어서 그렇게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수는 방바닥이 불편했는지 새벽에 자다 깨서는 소파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더니

 

거기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수 녀석 덕분에, 나는 잠이 깨어버렸다. 다시 자보려고도 했지만, 잘 만큼 잤는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 나는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었다.

 

시원한 새벽 공기가 상쾌했다.

 

이만하면 충분히 바람을 쐬었다 싶어 내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모텔 입구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걸 보았다. 처음엔 깜짝 놀라 경계 했으나

 

자세히 보니 재영이었다. 자다가 담배 생각이 나서 밖으로 나온 듯 했다.

 

, 나왔냐? 자다 깼나보네.”

 

내가 말을 건네자, 그는 아직 졸린 눈을 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어, 그냥. 담배 생각이 좀 나서. 너도 피울래?”

 

그가 내게 담뱃갑을 슥 내밀며 말했다.

 

아니, 나 담배 안 피우는 거 알잖냐.”

 

맞다. 너 안 피웠었지. 그건 기억을 못했네.”

 

재영은 담배 한 가치를 물고 불을 붙였다.

 

나는 멍하니 별빛 하나 없는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재영을 보았다.

 

재영은 담배를 피우다 말고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나는 뜻밖의 상황에 깜짝 놀라 그에게 괜찮냐며 물었다.

 

군 생활 내내 이 녀석이 우는 건 한 번도 못 봤었는데.

 

무슨 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힘든 일이 많았나보다 싶었다.

 

취업해서 돈 번다고 인생이 확 풀리는 건 아니니까.

 

나는 말없이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러자 그는 내 조용한 위로에 감정이 더욱 북받친 듯 엉엉 울었다.

 

, 임마. 아이 참, 괜찮다, 괜찮아.”

 

나는 매우 놀랐지만, 그냥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사람이 서러운 마음이 들 땐 수천 가지 위로의 말보다는 그저 말없이 위로해주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해서.

 

재영은 한참을 울다가 실컷 울었는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담배를 마저 피웠다.

 

담배가 타는 동안, 우리는 말없이 그저 멍한 시선으로 밤하늘만 바라봤다.

 

칠흑 같은 어두움만 존재하는.

꼭 우리의 현재 상황을 시각화한다면-, 이런 시커먼 모양이 나올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멍 때리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이제 그만 안으로 들어갈까 싶을 때 쯤, 재영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현수야. 나 사실...... 말할 게 있는데.......,.....그래도 애들 중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너인 거 같아서. 부탁인데, 다른 애들에겐 말하지 말고, 너만 알고 있어.”

 

? 뭔데.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니, 별 일은 아니고, 아까 나 사무직 다닌다고 했잖아.”

 

아아, 그거? 그게 왜?”

 

“......”

재영이 한동안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사실 그거 거짓말이었어. 미안해. ...... 나 지금 호빠 다녀.”

 

그가 날 보고 어색하게 씩 웃어보였다.

 

? 호빠가 뭐야......, , 설마 호스트 바?”

 

나는 속으로 매우 (심하게) 놀랐지만,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거니 싶어

 

놀란 기색을 감추려 애썼다.

 

. ...... 제대 후에 집에 빚이 많아져서 빚 갚는데 보태려고 이거 저거 다 알아보고

 

해봤는데, 몸만 지치고 돈은 안 되더라고. 그러다 보니 빚 갚을 길도 요원하고 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 그렇게 한동안 방황하며 지내다가 보니 빚만 더 쌓이더라고.

 

인생 한방 욕심에 복권 사재기에, 스포츠 토토에, 경마에 주식까지 손댔었거든.

 

그러다 사채까지 쓰게 될 처지에 놓였는데, 내 소식을 들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형이 나한테 찾아와서는, 그러더라고.

 

, 너 이제 나이가 몇 살인데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냐, 뭘 하든 사람 구실은 하고 살아야지,

 

하면서 제안을 하더라.

 

내 친구가 호빠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너 거기서 선수로 일해 볼 생각 없냐고. 너 정도 와꾸면

 

1000만원은 우습게 번다면서 말야.

 

순간적으로 이게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흔들리더라고. , 사람 마음 이란 게, 우습더라.

 

인생이 벼랑 끝에 몰리다 보니 그런 말에도 솔깃해지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담배 한 가치를 더 꺼내 피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 형 소개로 강남 쪽 호빠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어. 지금도.

 

나름 단골손님 층도 생겼고, 돈은 예전에 노가다할 때랑은 비교도 안 되게 많이 버는데......,

 

, 뭔가 슬프더라고. 내 몸과 정신을 학대하면서, 영혼을 팔아가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하하, 뭐 요새 안 그런 일이 어디 있겠냐만. 맨날 테이블 들어가서 손님으로 오는 여자애들,

 

아줌마들 비위 맞추며, 술 따르고, 시키는 대로 다 하고......진짜 온갖 더러운 일도 많았어.

 

나도 솔직히 처음엔 여자들이랑 술 먹고 놀면서 돈 번다는 사실에도 좀 환상이 있어서

 

나쁘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

 

지금은 진짜 후회된다.


빚은 꼬박 꼬박 착실히 갚아가고 있긴 한데......,


 그래도 뭔가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더라.

 

그냥, 처음부터 이런 데 발 들이지 말고, 어디 공장에라도 들어가서 착실하게 돈 벌걸, 하는

 

생각도 많이 들고. 하하, 참 별일이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내가 말이 많아졌네.

 

춥다, 들어가자 이제.”

 

그래.”

나는 재영의 어깨를 툭 치며 모텔 입구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가 잡은 방이 있는 층에 내릴 때,

 

재영은 코를 훌쩍이며 내게 말했다.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현수야......”

 

, 동기끼리, 친구끼리 그 정도도 못 해주냐. 그래도- 재영아.”

 

나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덧붙였다.

 

그 일, 빚 다 갚으면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 ......내가 네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내 말에 재영은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고맙다. 아무리 친해도 그렇게 말해주긴 어려울 텐데. 나도 네 말, 생각해볼게.

 

나도 마침 이 일에 질릴 대로 질려서 말야.”

 

그래......”

 

재영과 내가 방문 앞에 왔을 때, 

  

문 너머로

 

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어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맙소사.

 

물큰시큰한 냄새가 방 안에 진동을 했다.

 

그리고, 토사물로 범벅이 된 수가 욕설을 마구 내뱉으며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잠시 멍하니 침대에 죽은 듯 누워있는 현재를 살펴보았다.

 

녀석의 입가에는 토사물 찌꺼기가 묻어있었고. 침대보도 그것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아하, 그렇구나.

 

잠시 뒤, 샤워를 하고 나온 수가 씩씩대며 나왔다.

 

아이, X, 정현재 이 븅딱이 자다가 토했나봐. ..... 이 쉐키 일어나기만 해봐라. 뒤졌어.”

 

, 괜찮냐?”

 

내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에게 물었다.

 

“X, 뭐 괜찮진 않지만, 죽진 않았다. 일단 샴푸랑 바디 워시로 옷 빨아놨는데

이따 나갈 때 까지 저거 다 마를지 모르겠다.”

 

그보다, 현재 괜찮은 거야?”

 

시체처럼 뻗어있는 현재가 은근히 걱정되었는지, 재영이 물었다.

 

, 설마 죽었겠냐? ”

 

수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고 나서 현재의 코 밑에 손가락을 들이대 보았다.

 

캬캬, 역시. 질긴 놈이야. 싸롸있네~.”

 

방금 전까지 씩씩대던 모습이 무색하게 수가 킬킬대었다.

 

야이, 니가 최민식이냐?”

 

내가 그에게 핀잔을 주자, 수는 킥킥대며 재영에게 물었다.

 

, 진짜 똑같지 않냐?, , 나 배우나 해볼까?”

 

그래, 한번 해봐. 잘 될지도 모르잖아.”

 

아우, 재영아, 안 돼. 저 새퀴는. 수 넌 그 똘끼 살려서 개그맨이나 해봐라.”

 

내가 킥킥대며 말했다.

 

우리 셋은 한참을 그러고 웃고 떠들다가, 현재가 벌려놓은 일들을 대강 정리한 뒤,

 

다시 자리에 누웠다.

 

, 현재 저 쉐키 토를 해도 아주 기술적으로다가 해놨네. , 내 온 몸이랑 침대보가

 

토사물로 더러워졌는데 봐라, 저 쉐키 옷은 아주 멀쩡하잖아. , 진짜..... 이거 실화냐?”

 

수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재영과 나는 큭큭 웃어댔다.

 

그러게 말이다.”

 

야아, 근데...... , 웃기지 않냐?”

 

방금 전까지 농담하던 수가 갑자기 사뭇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우리들 말야, 군대있을 땐 밖에 나와서 무슨 일이라도 다 씹어 먹을 것 같은, 그런

 

근자감이 있었잖냐. 근데 막상 사회 나와 보니깐, X, 하는 일마다 뺑이만 치고 잘 되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그러면 안 되는데, 이상하게 군대가 그리워지더라.

 

너넨 그런 적 없었냐?”

 

...... 난 그립진 않았는데. 가끔 생각은 나더라. 다들 뭘 하고 지낼까 싶어서.”

 

내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수 너도 그랬구나.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하하.”

 

재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수는 재영과 하이파이브를 한 번 쳤다.

 

그러고 나서, 수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우리에게 말했다. 한숨을 푹푹 쉬면서.

 

하아, X, 진짜 친구라서, 동기라서 하는 말인데-. 니네 다른 건 몰라도 지인짜

빵공장은 가지 마라, 아 농담이 아니고 진짜 지옥이야, 지옥. 거기서 구르다보니까.

 

이젠 길 가다가 빵만 봐도 치가 떨리더라. 맨날 20키로 짜리 철판 들고 뭣 같은

 

빵 반죽에, 또 신입은 조올라 갈구더라. 이제 한 달 됐는데, 일주일만 더 참고 하다 튈까

 

생각중이다. 이거 일 년 동안 참으면 진짜 내 인생 종 칠거 같다. 크큭크크크.”

 

그의 말에 동감하듯 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그만 두고 잠시 쉬면서 다른 일 찾아봐.”

 

, 수 니가 힘들다고 정신줄 놓는 거 보니까 진짜 빡센가보다. 좀만 더 힘내라.”

 

내가 위로차원에서 수를 격려해 주었다.

 

, 그래 고맙다. 진짜 맨날 거기서 틀어박혀 있다가 보면...... 차라리 말년 때 어디 짱박혀

 

있다가 행보관한테 들켜서 작업 끌려 나갈 때가 그립드라.”

 

수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 말에 재영과 나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수 너네 중대 행보관님은 빡세게 부려먹긴 해도,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많았잖아.”

 

야아, 구재영. 그건 챙겨주는 게 아니야. 그냥 소 부려먹고 나서 수고했다고

 

여물 주는 그런 거지. 하아- , 그 새우같은 기분은 안 당해 보면 모른다.

 

X, 뭔 노예 사육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셋은 그렇게 한참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넷은 다음 날 점심 때 쯤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의외로 현재가 가장 먼저 깨 있었다.

 

아우-. , 나 어제 필름 끊겨서 기억이 하나도 안나. 어제 나 무슨 실수 안 했냐?”

 

현재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 말에, 수가 와락 달려들어 현재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아유, 우리 정현재 오빠. 어제 아주 실수가 많았지. 그것도 조올라 큰 실수. 이 개새야.

 

너 땜에 나 아직도 팬티만 입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아직 양심이 남아있으면

 

얼른 드라이기로 내 옷이나 말려라.”

 

아우씨, 뭔 개소리야. 어제 내가 뭔 실수를 했는데?”

 

현재가 수에게 짜증을 내자, 재영이 차분하게 어제 니가 수 얼굴에 대고 토했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현재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수의 옷을 드라이기로 말려주기 시작했다.

 

수의 옷이 다 말라갈 때쯤, 우리는 이제 여기서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한창 신나게 모텔 TV로 성인 채널을 즐기던 수 녀석의 만류로

 

어쩔 수 없이(?) 우리들도 나가는 시간을 좀 더 뒤로 미루었다.

 

,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들도 그걸 좀 더 보다가 가고 싶었다.

 

아무리 뭐라 해도 일단 우리들은 한창 피 끓는 수컷들이었으니까.

 

우리가 보던 야한 영화가 끝나자, 수가 TV를 끄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만 나가자......”

 

우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텔에서 나온 우리는, 간단하게 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씩을 비우고,

 

역 앞까지 함께 걸어갔다.

 

나는 집이 경기권이라 혼자 전철을 탔고, 나머지 애들은 서울권이라 셋이서 집에 돌아갔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나중에 시간 되면 또 보자는

 

녀석들의 말이 어딘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 에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포기할 거 다 포기한 흙수저 노답 인생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나서

 

술 먹고 떠들고 할 수 있는 녀석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무심코 고개를 들어 전철 창밖을 바라보니,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바깥 풍경들이 보였다.

 

기름기 하나 없는 닭 가슴살 마냥 살기 퍽퍽한 세상이지만,

 

또 이렇게 바라보니 나름대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로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빠르게 고속도로 위를 달려가는 무수한 차들, 그리고

 

전선 위에 올망졸망 앉아 있다가 어딘가로 후루룩 날아가는 새들.

 

세상이 어지럽건, 살기 힘들건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설령 그것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빠르게 내 눈 앞에서 멀어져가는 나무들, 건물들,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언제까지나 이러고 살 순 없지.

 

이번 알바 계약기간이 끝나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러고 나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도 올 테지......”

 

어디까지나 그저 형체조차도 없는 막연한 희망이었지만, 나는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 옛날부터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니가 믿는 대로 되리라.

 

그런 말.

 

근데, 그 말을 누가 했더라?

 

아아, 모르겠다.

 

얼른 집에 가서 잠이나 더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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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2018-02-02 0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재능 있어요.
계속 연재 부탁해요.

김대로 2018-02-0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왘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목표는 108편까지 단편쓰는 거에요.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