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런웨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6
윤고은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나, 정우, 유리, 조의 이야기.

도서관 서가 사이를 걷는 것을 런웨이로 표현한 것과 결혼을 보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발상이 참신했다.

여행지에서 남편 정우를 만난 안나는 남편의 자살 이후 잠적하고.

안나와 한때는 룸메이트였으나 사이가 점차 멀어져 버린 보험사 직원 유리.

안나를 짝사랑하다가 안나의 남편을 결혼안심보험에 가입시켜 준 조.

이 이야기를 사랑 이야기로 볼 수 있을까?

안나가 서가 사이를 걸을 때 사진을 찍어 준 남자 그리고 사실 안나가 본 것은 서가의 책이 아니라 사진을 찍은 사람의 다정한 시선이었을 거라는 이야기.

누군가를 아주 좋아한 힘이라는 건 당시에도 강렬하지만 모든 게 끝난 후에도 만만치 않아. 잔열이, 그 온기가 힘들 때도 분명한 지지대가 될 거야

사랑은 끝나는 걸까? 사랑 이후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훼손된 일상을 회복하는 걸까?

코로나 시대를 맞아 훼손과 회복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사랑으로 훼손된 마음은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온기로 회복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도서관 서가 사이의 미로를 걷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서평단으로 출간 전에 읽었다. 일반적 의미의 범인찾기 미스터리는 사실 아니지만 나름 심리적인 반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결혼 사기와 세 명의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인 가지이 마나코.
주간지 기자로 가자이를 독점 인터뷰하게 되는 마치다 리카.
리카의 친구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레이코.

처음에는 가지이의 특이한 행동과 요리 이야기,리카가 과연 가지이와의 인터뷰를 따낼 것인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중반 이후로는 리카가 이끄대로 따라가게 된다. 세 여자 중 사실 중심은 리카다. 리카는 기자로서 처음에는 가지이에게 휘둘리는 듯 하지만 곧 자신의 페이스를 찾게 되고 세 남자와 관련된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게 된다.

여자에게 의존하려는 남자들. 여자는 남자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 남자는 혼자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꾸려 나갈 수 없는 걸까?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너무 무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마지막에 리카가 ‘적당량‘을 찾아가는 모습과 과정이 좋았고 안도감을 느꼈다. 가지이는 끝까지 자신의 적당량을 찾지 못한 듯 하지만, 레이코도 자신의 적당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 초반 진입장벽이 높아 힘들었지만 앞부분만 넘어가면 굉장히 잘 읽히고 흥미가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큰 장점이다. 색다른 미스터리 작품을 읽게 되어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암적인 인간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더는 그렇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분노를 어딘가에 두고 왔다. 공원 벤치에 내려놓고 걸어나왔다. 그렇긴 하지만, 너무 오래 그렇게 살아와서 다른 존재 방식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나는 잠에서 깨어나 혼잣말을 했다. 아직 너무 늦진 않았어. 처음 며칠은 이상했다. 거울 앞에서 미소를 연습해야 했다. 하지만 되돌아왔다. 마치 묵직한 추를내려놓은 느낌이었다. 내가 내려놓았더니 무언가가 나를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브루노를 찾았다.
- P34

물론 문제의 그 소년이 계속해서 목이 터지도록 앨마를 불러대는 경우도 있다. 단식투쟁을 한다. 애원한다. 책 한 권을 사랑으로가득 채운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해나간다.
그녀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려 할 때마다 소년은 바보처럼 애원하며 그녀를 막는다. 그러면 그녀는 항상 돌아온다. 몇번째로 떠났든, 얼마나 멀리 갔든 상관없이, 소리 없이 등뒤에 나타나 두 손으로 그의 눈을 가리고서, 그가 그녀 뒤에 올지도 모르는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없게 한다."
- P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 처음 떠올리는 생각인 듯한데, 우리의 마음 또한 여러 면에서 하나의 근육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체육관에서 운동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체육관 밖에서도 돌봐야 하는 근육이라는것이다.
(1996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재가 노래하는 곳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배경 묘사가 너무 아름다운 소설. 습지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묘사가 아주 세밀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야. 카야의 외로움.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고 싶어 필명으로 시를 썼던 그녀. 테이트와의 사랑보다 점핑과 메이블과의 이야기가 더 따뜻했다. 마지막으로 반전까지 완벽한 이야기. 오래 기억하고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점핑은 카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였다면 늙은 흑인과 젊은 백인 여자는 포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소, 그 시간에는안 될 말이었다. 카야는 양손으로 점핑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가 돌아서 떠났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점핑의 모습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카야는 그 후로도 점핑의 가게에서 연료와 생필품을 샀지만 다시는구호 물품을 받지 않았다. 점핑의 부두를 찾을 때마다 카야는 훤히 잘 보이는 창가에 자랑스럽게 자기 책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가딸의 책을 자랑하듯이.
- P377

어맨다 해밀턴은 카야였다. 카야가 그 시인이었다.
테이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얼굴을 찌푸렸다. 그 오랜 세월 카야는 녹슨 우체통에 시를 넣고 지역 출판사에 투고했던 것이다. 필명을 앞세웠기 때문에 안전했을 것이다. 아마 손을 뻗어 다가가려는 몸짓, 갈매기들이 아닌 누군가에게 그녀의 감정을 표현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말들에 어딘가 갈 곳을 찾아주려고,
- P4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