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날개 > 최유기 RELOAD 4 - 영원한 섹쉬남들이여..!

 서유기를 변형시킨 작품 <최유기> ..

난 최유기의 재미를 만화책에서보다는 애니에서 먼저 느꼈다. 쉴새없이 싸우며 여행하는 네 남자 삼장, 오공, 팔계, 오정.. 그들은 <서유기>에서 이름만 땄을 뿐 본질적으로 다른 인물들이다.

전혀 스님같지 않은 행실에 툭하면 총질을 해대는 삼장.. 먹는거에는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귀여운 오공.. 논리정연하고 예의바른 팔계..  여자와 술과 담배에 쩔은 오정.. 

 오늘 <최유기 리로드> 4권을 보았다.  여전히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그들..
4권 앞부분은 그들의 과거이야기가 나온다. 삼장이 처음 오공을 데려왔을때의 이야기.. 팔계가 오정과 같이 살게 된 이야기...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 다시 그들의 여행이다..!

개인적으로 난 삼장이 제일 좋다. 무시하는 듯 하면서도 슬며시 오공을 감싸는 그가 행동이 좋고, 모든것을 초월한 듯한 그의 말투가 좋다. 스님같지 않은 거칠고 건방진 태도가 좋다.. 그들의 여행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삼장법사와 저팔계


사오정과 손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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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란여우 > 나도 때로는 도시의 야경이 그립다

곡명 : Kenny G-Dying Young

이 곳으로 이사와서 처음에는 밤이 되면
내 방문을 열고 거실에도 잘 나오질 못했다.
항상 잠들기 직전까지 거실의 전등을 밝혀 놓았고,
몇 걸음이면 갈 수 있는 화장실도 참기가 다반사였던 시절이 있었으니
당연히 밤에 창문을 열어 보거나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보는 일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두려움이었다.

앞을 봐도 깜깜
뒤를 봐도 칠흑
옆을 보면 어둠
아래를 보면 두려움
위를 보면 별만 총총

지금은 배짱 좋게 늦은 밤 잘도 걸어 들어오고
여름밤에 더우면 창문도 활짝 열어 놓는다.
몇년 사이에 간뎅이가 부었다.

적막강산인 이 곳의 어둠이 고즈넉해서 좋을때가 더 많지만
가끔은 나도 도시의 야경이 그립다.
빌딩 숲 속을 밝히는 싸늘한 야경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
어린왕자 쌩떽쥐뻬리는 야간비행을 하면서
불빛을 발견하고 비로소 집이라고 외쳤을래나?

지금 나의 삶이 조무래기 신선이 옥황상제께 버릇없이 대드는 바람에
변방으로 쫓겨나 고사리나 캐 먹으면서
무릉도원 타령을 읊조리고 있는것처럼 보여도
쫓겨난 신선도 때로는 천상의 화려한 야경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신선은 무슨.........
바람부는 언덕배기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우 주제에.

아니아니, 육두품 최치원도 가야산으로 들어가 그 곳의 신선이 되었다는데,
나라고 못할 수가? (앞 산 이름이 가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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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걸음을 멈추고

걸음을 멈추고




그 나무를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어제의 내가 삭정이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이십 년 후의 내가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것 같아
한쪽이 베어져나간 나무 앞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덩굴손이 자라고 있는 것인지요
내가 아니면서 나의 일부인,
내 의지와는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라나
나를 온통 휘감았던 덩굴손에서 낫을 대던 날,
그해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을 용서한 것은
나를 용서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릅니다
덩굴자락에 휘감긴 한쪽 가지를 쳐내고도
살아 있는 저 나무를 보세요
무엇이든 쳐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그해 여름, 그러나 이렇게 걸음을 멈추는 것은
잘려나간 가지가 아파오기 때문일까요
사라진 가지에 순간 꽃이 피어나기 때문일까요





나희덕 詩



john clang - surfac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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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함정임 장편소설 - 춘하추동

소설 행간마다 잔혹한 붓질 그 둘은 사드보다 외설스러웠으니…

함정임 장편소설 '춘하추동'/ 민음사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입력 : 2004.12.17 17:16 35'

게워내듯 쓴 소설이다. 아름다운 토사물 같다. 나혜석을 오랫동안 품고 또 품고 있다가 어느 순간 참을 수 없었다. 컴퓨터 자판에 엎드려 함정임은 울컥울컥 속엣 것을 꺼내 놓는다. 그때 좁은 어깨의 경련 같은 것….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여성 화가이자 소설가였던 나혜석은 일본에서 최승구와 연애를, 프랑스에서는 33인 민족대표였던 최린과 연애를, 그리고 1948년 서울 용산에서 행려병자로 죽었다. 나혜석에게는 교토 제국대 출신 변호사인 김우영이 남편이었다.

이 소설은 나혜석을 썼다지만 어디에고 나혜석이란 이름은 없다. 그녀는 ‘R’이라는 이니셜로 존재한다. R을 추적하는 소설 속 주인공은 서른두 살 가은이란 여인으로, 번역가이자 다큐 작가이다. 아니 함정임 자신이라는 것을 독자는 곧 눈치채게 된다.

가은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박윤식의 열정에 이끌려 R의 생애를 찾아 나선다. 우에노 공원 끝자락에 있는 도쿄예술대학, R의 첫사랑인 최승구가 다녔던 미타의 게이오 대학, R의 얼굴을 마지막 영상으로 간직한 채 최승구가 숨을 거두었던 전남 고흥, 비틀린 몸으로 R이 찾아들었던 수덕사 수덕여관, 그리고 절정의 R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파리의 셀렉트 호텔….

대략 70~80년 전쯤 나혜석이 움직였던 동선(動線)을 그대로 밟으면서 가은은 자신을 흘려보낸다. 가은은 R을 향해 ‘그들은 그들의 시대를 살았다, 나는 그들과 너무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다’(24쪽)고 말했지만, R은 어느새 가은의 가슴을 점령하고 있었다. ‘R의 텍스트가 광장의 찢어진 깃발처럼 펄럭거렸다’(40쪽). 다른 한편 평생을 아버지가 숨겨놓은 여자로 살았던 작은어머니, 그녀의 고향인 도쿄, 그곳에서 들렸던 까마귀소리가 소설 전·후반을 음울하게 감싼다.


▲ 함정임은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17세기 최초로 화가의 반열에 여성의 이름을 올렸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R과 동시대를 살았던 멕시코 화가 프리다 갈로, 마티스의 ‘마티스 부인의 초상’, 그리고 R이 그린 자화상이 강렬한 이미지로 소설을 지배한다. 소설의 행간마다 붓질의 어두운 톤과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들에게 잔혹성과 아름다움은 동행했다.

제목보다 몇 배 중요할 소설의 첫 문장을 써놓고 함정임은 올가미에 머리를 집어넣는다. 이제 발 밑의 걸상만 걷어차면 그녀의 몸은 허공에 뜰 것이다. 소설가에게 첫 문장은 아내와 16개월을 별거 중인 M의 사랑보다 치명적이다. 가은은 ‘여기, 한 여자가 있다’는 첫 문장을 버리지 않았으나 끝을 보지도 못했다.

일본에서 고흥까지 찾아온 애인 나혜석 앞에서 단 하루 남은 생을 헐떡거리며 최승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당신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때,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그때 마음먹었어요. 당신을 다시 만나면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라고…”

나혜석도, 가은도 이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한스 노삭의 소설 ‘늦어도 11월에는’을 혼자 자는 침대의 머리맡에 두고 읽으셨던 독자들께 ‘춘하추동’을 권한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한수산의 ‘안개 시정거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마루야마 겐지의 ‘천 년 동안에’,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등의 첫 문장을 모듬으로 읽는 보너스가 있다.

2002년 가을부터 동서문학에 6회 분재됐던 소설이다. 함정임은 ‘작가의말’에서 “써지지 않던 소설이 도쿄에서 돌아와 형벌처럼, 써졌다”고 말했다. 소설 제목 ‘춘하추동’은 일본의 스테디 앤드 코(Steady & Co.)라는 록 앤드 힙합 밴드의 프로젝트 앨범 수록곡이다. 첫 소절부터 가은의 귀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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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탈수 오 분간

 

탈수 오 분간

 

세탁기가 아귀 맞지 않은 구석으로
가늘게 떨며 부딪쳐 왔다
자폐증 환자처럼 벽에 머리를 찧는 것은
내 안 엉킨 것들이 한없이 원심력을 얻기 때문,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편지는 보풀이 되어
온 빨래에 들러붙었을 것이다 번진 마스카라,
흐느끼는 그녀를 안고 있을 때도 그랬다
어깨며 등 떨리는 오 분간, 상처는 그렇게
서로 부대끼며 천천히 가벼워지는 것인지
세탁기는 중심에서 울음을 비워내고서야
멈췄다, 멈출 수가 있었다
티셔츠 끝에 바지가, 남방이 엉켜 나왔다
탁탁탁! 풀어내며 언젠가 가졌던 집착도
이 빨래와 같았을까
건조대에 빨래를 가지런히 널다가
조금씩 헤져 가거나 바래가는 게
너이거나 나이거나 세상 오 분간이라는 것
햇살 아래 서서 나는, 한참동안
젖어 있는 것을 생각했다

詩 : 윤성택  美 : LauriBlank -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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