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지나 어김없이 햇살이 품은 들녘
꽃 지고 새 잎 피고 휘돌아 바람드니
진부한 봄이 떠나는 시간의 산능선

구름이 흘러드는 초록물결 안은 나루
산그늘 성큼 딛어 뱃전에 일렁이니
물비늘 뒤채는 저녁 꿩 날아 솟구친다

노을빛 어지러워 발걸음 해매어도
산죽이 울어읊는 옛노래로 길을 잡아
세월은 돌고 또 돌아 그 자리에 앉았네


늘 되풀이되어 진부하게까지 여겨지는 일들이, 내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가? 자꾸만 내게 물어야했던 새봄이 다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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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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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다-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혜온 지음,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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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살아있다. 뭉클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루.디카이오스 챗지플리스 지음, 미르토 델리보리아 그림, 이계순 옮김 / 풀빛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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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판기
조경희 지음 / 노란돼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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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작년에는 스무 권을 채 읽지 못했다.

올해는 좀 더 열심히 즐겁게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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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무렵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종이접기를 장려했다.

산골소년도 접기, 오리기, 만들기를 좋아해서 몰두했다.

책을 보고 혼자서도 잘 접는다고 칭찬도 들었다.

그래서 지나치게 장려한 탓인지 요즘은 색종이만 보아도 손사레를 친다.

사줄까봐 질색을 한다.

 

좀 더 자라서는 블럭과 퍼즐에 몰두했다.

누가 붙잡기라도 하는 것처럼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블럭카페를 향해서 뛰었다.

한꺼번에 두 세 시간씩 끄덕않고 한 자리에 앉아서 가장 큰 블럭세트를 조립했다.

퍼즐도 1000피스는 기본이었고, 역시 몇 시간씩 자리를 지키며 끈기있게 완성했다.

그런데 요즘은 블럭카페 근처에도 가지 않고,

퍼즐도 다 만든 것이라는 얘기를 하며 절대 사지 않겠다고 한다.

 

지금은 치료교육 수업 사이사이에 짬 나는 시간에 슈퍼마켓 구경을 한다.

과자코너에서 햄버거, 라면 등 가루를 반죽해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 일본과자를 구경한다.

수 없이 사다가 만든 후 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사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하나 사주지 않겠느냐는 멘트와 웃음과 눈짓과 손짓을 보낸다.

거절 당하고나서 호떡이나 팬케이크 가루를 하나 사는 날이 있다.

물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가장 좋아하고 오래 머무는 곳은 쥬스 판매대 앞이다.

이건 너무 커서 살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며 1.8리터 들이 병을 들었다 내려놓고

토마토, 망고, 파인애플, 포도, 오렌지 다양한 후보군 중에서 경우에 따라 한 가지를 고른다.

오래오래 구경한 후에 고르거나, 하나 골라놓고 오래오래 구경한다.

이마트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는 날이면

투썸플레이스에서 오렌지자몽이나 레몬에이드를 사달라고 한다.

투썸 옆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던 나날도 이제는 지나갔다.

쥬스라면 몇 잔이라도 사양치 않고 즐겁게 마실 것이다.

 

한 두 잔짜리 조그만 믹서기 사용법을 익혀서

냉장고를 털어서 혼자 과일을 갈아먹는다.

토마토, 수박, 블루베리 웬만한 것은 다 좋아한다.

다만 뒷정리를 아직 할 줄 몰라서 산골소년이 지나 간 뒷자리가 난장판이다.

어떤 날은 고무패킹이 빡빡한 뚜껑을 열다가 그만

씻어엎은 그릇들 위로 쥬스 폭탄을 투척하기도 한다.

그리고나서 아무 말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므로 엄마가 발견했을 때는

과일찌꺼기 파편들이 그릇에 말라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래보다는 여전히 작지만 키도 제법 자라고 살도 쪄서 차돌같이 여물고 있다.

고기는 거의 먹지 않지만 육개장,시래국, 된장국,미역국,순두부찌개 같은 음식을 좋아한다.

감자, 호박, 양파, 대파, 고추까지 채소는 다 잘 먹는다.

뜨거운 것은 잘 먹지 못해서 식을 때까지 음식을 앞에 두고

후 불어서 조금 먹으며 기다렸다가 건더기를 다 먹고 국물만 남으면 밥을 말아 먹는다.

 

엄마랑 식당에 가면 자기 먹고 싶은 걸로 두 그릇을 시킨다.

전에는 그렇게 나누어 먹으면 되었는데 최근에는 혼자서 두 그릇도 거뜬하기 때문에

세 그릇을 주문해야 엄마 몫이 남는다.

사 먹는 음식으로는 한 동안 이어지던 죽의 나날이 지나가고

비빔칼국수, 수제비, 피자, 스파게티의 나날을 지내고 있다.

김밥은 좋아하지 않지만 샌드위치는 잘 먹는다.

 

요즘 고민은 무엇보다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작년 학습도움반 선생님이 무척 깔끔하셔서, 정리를 잘 하게끔 지도하신 후로

모든 물건을 쌓아서 바닥을 차지하는 면적이 적게 되도록 애를 쓴다.

책을 허리높이까지 쌓는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 카메라나 유리주전자, 다리미 따위가 아슬아슬하게 올라가 있는 날이 허다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만했는데

책상 위나 서랍에 있는 물건을 몽땅 꺼내서 온갖 가방에 나누어 담고

책꽃이나 선반에 있는 물건을 한 칸이 꽉 메워지도록 모아넣어

다른 칸은 깨끗하게 비우는 바람에 뒤죽박죽 엉망이라

정작 필요한 물건을 제 때 찾을 수가 없다.

찾더라도 그 위에 쌓인 산 같은 물건들을 다 치워야 꺼낼 수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단계 더 진화하니 모든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수건 장 안에 비누, 치약, 치솔, 면도기들이 알몸으로 들어가 있고

할머니 기저귀는 열 봉지 한 박스를 통째로 뜯어서 방구석에 쌓아놓고는

골판지 박스는 야무지게 접어서 현관 선반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구성품이 깔개, 겉기저귀, 속기저귀, 물티슈가 한 세트라서

각각 한 박스씩 분량이 엄청났는데 그 모두가 방구석에 쌓여있게 된거다.

 

포장된 과일도 다 꺼내서 늘어놓고

할머니 빨대도 수십 개를 뜯어서

박스로 준비해 둔 두유에 하나씩 꽂아 나란히 줄을 세워 놓기도 했다.

말리고, 화를 내고, 손바닥을 때려도 아무 소용이 없고

하루종일 밀착 방어할 방법도 없어서 날마다 한숨이다.

 

지금의 산골소년은 마치 예닐곱 살 장난꾸러기를 보는 둣하다.

한숨나는 정리벽은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주장이 분명해져서

하겠다, 안하겠다  먹겠다,안먹겠다 좋다싫다를 명백하게 얘기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간절하게 바라는 어떤 일이 있으면 세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단번에 또렷하게 말하기도 한다.

 

같이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운동도 하고, 놀아주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것은 알지만

변명을 하자면 먹고 사는 일이 앞서다 보니 대가족이 함께 살아도 한계가 뚜렷하다.

어서 무언가 다른 일에 관심이 옮겨 갈 수 있게 하려고 궁리를 해보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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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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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현란하다.
화개중학교 도서실에서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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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도서관에서 대출,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시나리오를 읽은 느낌.
대사와 영상이 눈 앞에 주르륵 흘러감
봉순이 언니-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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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왠지 작가의 시각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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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1~3권 세트 - 전3권
강풀 글.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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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선지 공감이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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