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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안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생각해 보라.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시간에 대한, 아니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을 통찰력 넘치는 책이다.
─ 앤디 보로위츠, 《뉴요커》

가구 조립에서 여행 예약까지, 그림자 노동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의미하며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새로운 표준이 된 다른 모든 것처럼 그림자 노동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려는 램버트의 의욕은 중요하다. 그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는 재주가 많은 작가이며,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 셰리 터클, MIT 과학기술사회학 교수,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저자

크레이그 램버트는 ‘지금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웃소싱은 끝났다.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온갖 허드렛일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우리가 왜 여가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었는지 설명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스타벅스 커피 잔을 테이블에 놔둔 채로 나오고 싶어질지 모른다.
─ 제임스 애틀러스, 『솔 벨로 전기』의 저자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하는가, 아니면 일하기 위해 사는가? 의미 있는 삶을 성취하기 위해 부를 축적하는가, 아니면 부를 마구 축적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삶이 나오는 것인가? 시간은 돈인가, 아니면 삶인가?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이러한 보다 깊은 쟁점들을 겸손하면서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일의 의미, 줄어드는 여가, 극단적으로 상품화되는 시간 등을 쉽고 우아한 문체로 능숙하고도 폭넓게 설명한다.
─ 올랜도 패터슨, 하버드 대학 사회학 교수,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2


들어가며 : 

이 많은 잡일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삶은 더 바빠졌다. 하루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24시간인데, 어쩐 일인지 시간이 줄어든 것 같다. 사실 시간이 줄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유 시간이 줄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번창한 시대에 살고 있고, 이 번영이 한가로운 시간을 안겨 줄 게 분명한데 말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조수가 해안을 침식하듯 새로운 일들이 우리의 시간에 침투해 여가를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결코 자원하지도 않은 자질구레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일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림자 노동이다.


  그림자 노동에는 사람들이 돈을 받지 않고 회사나 조직을 위해 행하는 모든 일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기름을 넣고 장 본 물건들을 쇼핑백에 넣고 직접 주식을 사고팔고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면서도 그림자 노동의 존재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그림자 노동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거나 샐러드 바에서 점심을 먹는 경우처럼 수많은 그림자 노동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침투해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인은 고대 그리스의 노예나 중세 유럽의 농노가 아닌데도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림자 노동은 삶의 주변부에서 남는 시간을 잘라 내는 하찮은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화된 세계 전역에서 한순간도 지치지 않고 불을 뿜는 용과 같은 존재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림자 노동을 하고 있다. 그것은 신호등이나 페이스북, 다이어트 비결처럼 온 사방에 존재한다. 도처에 있는 컴퓨터 때문에도 수많은 그림자 노동이 발생한다. 스팸 메일을 지우고, 여행을 예약하고, 수십 가지의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선물을 골라 사는 일을 안겨 주는 기프트카드도 그림자 노동을 감추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 응답 시스템의 안내 메시지를 들으며 기다리는 일도, 소득 신고서를 작성하는 일도 모두 그림자 노동을 의미한다. 자동 응답 시스템은 언제나 그렇듯이 “안내 사항이 달라졌으니 주의 깊게 들어 주세요.”라고 시작하지만, 속으로는 “아니, 2년 동안 당신들 얘기는 달라진 게 없으니 난 자동 음성을 ‘주의 깊게’ 듣지 않을 거야.”라는 답을 애타게 기다린다. 


  이 책은 그림자 노동이 무엇이고, 왜 생겼으며, 사람들의 삶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노동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휴대용 도감이다. 이 책은 쌍안경처럼 황야에서 그림자 노동을 포착해 내는 데 도움이 될 렌즈를 제공해 준다. 그림자 노동은 여러 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때로는 유용한 결과를, 때로는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하고, 그저 성가시거나 파괴적인 결과만을 낳기도 한다. 기업이 개인의 자유 시간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기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아주 많다. 그러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든, 카약닷컴Kayak.com에서 프라하 여행을 예약하고 있든, 그림자 노동 덕에 어떤 일의 속도와 실행 과정을 조정할 수 있기도 하다. 일례로, 워싱턴의 한 홍보 담당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여행을 위해 직접 예약하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용 가능한 비행기 편을 직접 알아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고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힘이 생깁니다. 예전에 회사가 정한 대형 여행사를 이용할 때는 늘 문제가 생겼어요.” 그림자 노동은 슈퍼마켓에서 직접 물건 가격을 찍고 포장하는 경우에는 시간을, 온라인에서 직접 주식을 팔아서 많은 수수료를 피해 가는 경우에는 돈을 아끼게 해 줄 수 있다. 그림자 노동 중에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있는데, 재활용은 자원을 보호하고 매립지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여 준다.


  그러나 그림자 노동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쇼핑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든지, 스타벅스에서 다 마신 커피 잔을 치우는 일처럼 사소한 일들은 일상이 되었다. 매사추세츠 주에서 철학 교수로 일하는 대니얼은 빈 쇼핑 카트를 카트 보관대까지 밀고 가면서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이 카트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으던 10대 아이들은 다 어디 간 거야? 아이들이 스무 개씩 카트를 모아 주차장 건너편으로 밀고 다니는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그 일상적인 일과에는 무보수 운전기사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의료 보험이나 생명 보험을 신청할 때 병력을 일일이 기록하는(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일처럼 시간을 많이 뺏는 일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자 노동은 하루가 해야 할 일로 이미 꽉 차 있는 사람들의 해야 할 일 목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자율성을 누리는 동시에 자기 인생에 대한 통제권을 점점 더 포기하게 되는 자기모순적인 21세기가 시작되었다.

 



  

  노동은 인생의 본행사다. 그것은 인간의 경제와 사회에 가장 중요하고, 가정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다. 노동은 인간의 수입과 삶의 목표 의식을 떠받쳐 준다. 노동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그림자 노동에 일어나고 있는 심오하고 대대적인 변화와 그것이 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다시 규정해 나가는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책은 그림자 노동이 원래 존재하는 일상생활의 익숙한 환경, 즉 집과 가정을 비롯하여 직장, 식당, 여행, 쇼핑,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까지 샅샅이 살펴볼 것이다.


  통근을 예로 들어 보자. 통근, 즉 일하러 가는 일은 고용주에게 이익이 되는 무급의 노동이다. 통근은 미국인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통근은 비용이 아주 많이 들고 시간까지 잡아먹는 그림자 노동이다. 통근자는 집과 직장을 왔다 갔다 하기 위해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사서 보험을 들고 기름을 넣고 관리까지 해 가며 직접 운전하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 2005년 ABC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일반적인 통근자는 출근을 위해 25.7킬로미터를 이동한다. 현재 미국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1.6킬로미터(1마일)당 55센트의 연료 소비율을 적용해 보면, 51킬로미터의 왕복 거리는 하루에 17.6달러, 일주일에는 88달러, 1년에는 4400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킨다. 시간적으로는 매일 출퇴근하는 데 52분, 1년으로 치면 약 217시간이 걸린다. 다시 말하면, 주당 40시간씩 5주 넘게 무급으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재택근무를 허용하면 매년 수천 달러의 돈이 절약되고 길에서 내버리는 막대한 시간도 아낄 수 있다. 그 시간은 물론 생산적인 일에 쓸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을 고려해 보면,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통신 시설을 이용하여 재택근무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혼잡 시간대를 피해서 연료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에 융통성을 두는 근무 일정을 수립할 수도 있다. 통근이라는 그림자 노동을 줄이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때로는 그림자 노동을 꼭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결국엔 돈이 문제다.) 어쩌면 공항의 수하물 운반인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후한 팁으로 구슬려 놓으면 키오스크kiosk로 직접 가방을 체크할 때보다 더 즐겁게 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세 신고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세무사에게 맡길 수도 있고,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대신 친구들과 함께 스쿨버스에 태울 수도 있다. 반면 직접 집을 매매하는 그림자 노동을 택하여 중개 수수료를 아끼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림자 노동은 새로운 일을 보태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다.


  변화의 바람에 저항하는 것은 돈키호테 같은 짓이다. 그림자 노동을 불법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어떠한 정부 규제도 경제가 계속해서 보상해 주는 사회적 추세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림자 노동은 진화적 발전에 불과하며, 모든 진화적 흐름과 마찬가지로 그 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 그림자 노동이 무엇인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 그것을 지배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 일단 그 현상을 이해하고 나면, 그것을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다.



- 『그림자 노동의 역습』 출간 전 연재 2회에서 계속



<민음사 출간 전 연재 안내>


① 출간 전 연재는 매주 화/ 목/ 토 <민음사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②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③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2016년 10월 21일 출간 예정입니다.

 

★ 출간 전 연재 EVENT ★


연재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시면 연재 종료 후 추첨을 통해 

5분께 민음사 신간도서 1권을 선물로드립니다. (랜덤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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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6-10-11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 노동이라는 표현으로 약화시키기는 했지만 내용은 흥미롭네요

가모티 2016-10-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 신선합니다. 특히 출근이 그림자 노동이라니... 어서 읽어 보고 싶어요.

디우 2016-10-1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첫 연재인데도 새로운 관점이 흥미롭네요. 공항의 셀프체크인이나 마트의 셀프계산대처럼 단지 기업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생겼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나의 노동이 되었다는 관점이 흥미롭습니다 다음 연재도 기대되네요

ase0509 2016-10-16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 세상.그림자 노동의 역습이라는 관점이 새롭네요.현실점검의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봄나무 2016-10-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던 일들이 ˝그림자 노동˝이라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letitgo 2016-10-1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왜 역습인지 궁금하네요. 당연히 출근해야 월급을 받지요. 요즘 취직하기 힘든 것 아시지요?

sil9498 2016-10-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프 상점에서 종종하던 생각이다. 값이라도 싸면 그런가보다할텐데, 돈은 돈대로 다주고 뒷정리까지 . . . 이건 좀 아닌듯. 우리 스스로가 의식의 전환을 해야할 때이다

Chloe 2016-10-20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목부터가 맘에 들어서 쭉 보네요. 상당히 새로움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책인거같아 기대가 큽니다.

레피 2016-10-2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는날에도 할께 뭐가 그렇게 많은지 하루가 정말 빨리가는데 놓치고 있던 시간들을 되찾아오고 싶어요!

계란 2016-10-3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 노동이라는 제목이 확 끌리는군요 표지도 이뻐요^^

빗방울 2017-02-2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주제네요..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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