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푸른색' 생각들








저 마을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펠트 공장을 갖고 있는, 건실하고 영리한 한 남자는 카람진의 『러시아 국가의 역사』를 4년째 읽고 있는데, 지금 9권을 읽고 있다.

“굉장한 작품입니다!” 그가 책의 가죽 장정을 존경을 가득 담아 쓰다듬으며 말한다. “차르가 보던 책이지요. 대번에 거장이 썼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지요. 겨울밤에 읽기 시작하면 일상의 잡다한 일들을 모두 잊게 됩니다. 기분이 좋아지죠. 한 권의 책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고상한 정신으로 쓰인 것이라면 말입니다…….”

어느 날 그가 자신의 덥수룩한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친근한 미소를 보내며 내게 물었다. 

“재미있는 구경 좀 하렵니까? 우리 집 뒷마당 맞은편에 의사가 사는데,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닌 어떤 여자가 데이트를 하러 이자 집에 들리곤 한답니다. 다락에 올라가면 지붕창으로 이들이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지요. 그 집 창문은 아래쪽 반만 커튼을 쳐 놓아서 위쪽 창문으로 이 사람들 재미 보는 게 아주 자세히 보입니다. 어쩌다 타타르인한테서 쌍안경까지 하나 사 두고 가끔 재미 좀 보라고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아주 재미난 방탕이지요…….”






마을 목욕탕을 빌려 운영하고 있는 애꾸눈 사내가 있다. 낡은 바지로 모자를 만드는 ‘모자 제조공’이기도 한 그는 온 마을 사람들이 싫어한다. 사람들은 길에서 그를 만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스쳐 지나가며 늑대라도 되듯 그를 돌아다본다. 어떤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마치 들이받기라도 하려는 듯 모자 제조공을 향해 곧바로 돌진해 간다. 그럴 때면 모자 제조공은 비켜서서 길을 터 주고는 그 대담한 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씨익 웃는다.

“왜 그렇게들 당신을 싫어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내가 무자비하기 때문이지요.” 그가 뽐내듯 말했다. “내 습관이, 누가 하나라도 잘못하면 그 사람을 법정으로 끌고 가거든요!”

그의 눈의 흰자위는 벌겋게 실핏줄이 가득 차 있고, 불그스레한 둥근 눈동자가 그 붉은 그물 안에서 오만하게 번득인다. 모자 제조공은 땅딸막하고 다부진 체격에 팔이 길고, 다리는 바퀴마냥 둥그렇게 휘어져 있다. 거미처럼 보인다.







“사실 말이지, 내가 법을 좀 안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날 좋게 생각하지 않지요.” 그가 담배를 말면서 말한다. “낯선 참새가 내 텃밭에 날아들면 말하죠. 법정에 온 걸 환영합니다! 수탉 한 마리 때문에 넉 달 동안 소송을 치렀지요. 심지어 판사라는 사람도 내게 이럽디다. ‘당신은 쓸모없이 인간으로 태어났소. 본성을 보면 당신은 등에라고!’ 인정머리 없다며 나를 두들겨 패기까지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날 때리는 것은 별로 득이 되질 않지요. 나를 때리는 건 달구어진 쇠를 손으로 쥐는 것과 같아요. 자기 손만 델 테니까. 나를 쳤다 하면 그 순간부터 내가…….”

그가 날카롭게 휘파람을 분다. 과연 그가 걸핏하면 소송을 거는 통에 지방판사는 그가 낸 숱한 고발장과 진정서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자 제조공은 경찰과는 사이가 아주 돈독했다. 사람들 말로는, 그가 밀고장 쓰기를 즐겨서 마을 사람들이 저지른 갖가지 죄를 적어 둔 모종의 장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 짓을 합니까?”

그가 대답한다.

“내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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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러시아 대표 지식인 막심 고리키 저널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경외감, 삶에 대한 고결한 의지를 읽는다!


가난한 사람들

















* 1/29(월)부터 격일 업로드됩니다. (총 5회 진행) 

* 2월 9일 출간될 <가난한 사람들> 미리 읽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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