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서피코 - Serpic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뉴욕 브룩클린 어둡고 지저분한 아파트 복도에 한 남자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 불과 몇 분  전에 왼쪽 뼘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은 그는 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의 주변엔 당황한 두 남자가 뒤늦게 구조요청을 한다. 



1960년대 살벌한 브룩클린 뒷골목 어느 아파트에서 서피코 라는 인물은 그렇게 세상을 등질 뻔 했다. 다행히 그의 얼굴을 관통한 총알은 구경이 작아 한쪽 귀의 청력을 앗아가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 정도로 그치는 수준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 남자.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내면적으로는 만신창이 너덜너덜해진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갱단과의 충돌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형사라는 모습으로 보기에 사연이 깊어 보인다. 이제 영화는 타임머신을 타듯 그의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알파치노 주연,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73년 작품 ‘형사 서피코’는 이렇게 시작된다. 1972년 경찰을 퇴직한 실제 인물 프랭크 서피코의 짧지만 굵은 일대기를 빌린 영화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사물. 하지만 이 영화 속 형사는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람보 같은 존 맥클레인(다이하드)도 8인치 매그넘을 휘두르는 쉬크한 해리 캘러한(더티해리) 같은 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실존인물을 조명한 작품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지독히 현실적 모습을 보여 줄 뿐이다.

지금도 별반 다를 바는 없어 보이지만 그 시절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찰 부패는 하늘을 찔렀나 보다. 범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받아 뒷주머니를 챙기는 경찰들이 거리를 지배했고 그들의 상관 역시 관행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들을 묵인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본분을 벗어난 행동에 주인공의 교과서적인 모습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으로 모자라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수준까지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그는 결국 정의라는 모토아래 내부고발의 수순을 밟게 된다.

형사 서피코라는 영화는 이렇게 당시 부패한 미국경찰의 패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솔직함을 보여주는 매력을 선보인다. 이는 주연배우 알파치노와 이런 부류의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의 실력이 십분 발휘되었다고 보인다. 더불어 과장된 영웅주의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정의를 실현함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두려움과 고뇌를 한 인물을 통해 주기적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오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커다란 개 한 마리와 쓸쓸히 부둣가에 앉아있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프랭크 서피코는 1972년 명예롭게 퇴직하였고, 지금은 스위스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라는 자막은 그가 행한 정의로운 행동이 결코 그에게 있어서 해피엔드만은 아니었다는 느낌을 준다.

어렵게 이 영화를 (EBS 주말명화) 관람한 후 다음 날 장보기 위해 들린 마트 서적 코너의 한 자리를 늠름하게 차지하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대 히트를 기록한 이 도서를 보여 비릿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프랭크 서피코의 시대를 훨씬 지난 지금 저런 책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있어도 ‘정의’는 과연 존재하는지 난 아직 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뱀꼬리 :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곁을 떠난 애인의 남긴 대사가 기억에 남아 뱀꼬리에 남긴다. 상납금을 거부하고 동료들을 고발하려는 그에게 그녀는 이런 말을 한다.

‘옛날 어느 왕국의 광장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왕국의 모든 사람들이 여기서 물을 마시곤 했지. 그런데 어느 날 마녀가 그 우물에 독을 타버렸지. 다음 날 아침 그 우물물을 마신 왕국의 사람들은 전부 미쳐버렸지. 단 한사람 이 물을 마시지 않은 왕만 미치지 않았었지. 그러자 왕국의 사람들은 국왕이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죽여야 한다고 봉기를 일으켰지. 결국 그들을 피해 우물가에 도착한 왕은 그 물을 마시고 미쳐버렸지. 그러자 국민들은 이제야 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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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1-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S에서 이 영화를 방영한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조카녀석이 그날따라 안 자고 책 읽어달라 하는 바람에 흑. ㅠ_ㅠ;

Mephistopheles 2010-11-19 15:27   좋아요 0 | URL
다음 기회를 노려보심이...간격은 길지만 꼭 다시 해주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