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놈의 단속을 24시간 하는 나라가 어디 있어 세상에. 새벽 3시에 스피드 건으로 속도위반 찍으면 시간에 쫒기는 택시들은 뭘 먹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네. 개XX들 지들 월급이 누구 돈으로 나가는데.. 내가 택시질만 27년째지만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오. 젊은 양반. 옛날엔 그래도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면 들어오는 돈이 제법 쏠쏠했지. 그걸로 내 새끼 3명 대학도 보내고 우리 마누라 고기도 사주고 먹고 살만 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야. 택시비 올렸다고 생색내는데 그 500원 오른 것 때문에 기본요금 손님들 다 떨어져 나갔어. 나야 개인택시지만 영업용 택시는 더 심각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아주 개판이야 개판. 갈수록 서민들 죽이려고 그러면서 지들은 배가 터질 지경인데 더 꾸역꾸역 처먹으려고 법까지 바꾸는 세상이야. 우리나라 서민 중 서민이 누군지 알아 바로 택시기사야. 택시기사...! 정말 선진국이 뭔지 알려줄까 젊은 양반.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의 보답이 오는 게 진짜 선진국이라고."
요즘 퇴근시간이 늦어지기에 대중교통 끊어지면 택시를 주로 애용한다. 집으로 가는 수단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니까. 비교적 집이 가까워 야간 할증이 붙어도 5000원이 안 나오는 거리지만 택시 요금이 오르고 나서부터 6000원 넘게 나오곤 한다. 그러다 보니 택시를 모시는 기사 분들과 짧은 거리 동안 대화도 많이 하고 수다도 떨게 되는데 위의 내용은 어제 타게 된 나이가 제법 지긋하게 드신 개인택시를 하시는 아저씨의 하소연이고 울분의 한 토막이다.
맞장구 조금씩 쳐주며 말 받아주다 목적지에 다 도착한 후. 택시비를 지불하며 '아저씨 힘내세요.' 한마디 힘 있게 인사 드렸더니 그 피곤에 찌들었을 시간에 맑게 웃으시며 '젊은이도 힘내!' 라고 대꾸를 해주신다. 내려가는 빨간색 미등의 자취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물끄러미 택시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담배를 하나 물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위에서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내가 만약 현 정권의 정책과 행동이 구구절절 옳고 바르다는 생각을 가진 급진 우파 꼴통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택시를 경찰서 앞에 세우게 하고 경찰을 불러내 국가반역죄로 그 선하게 생기신 기사 아저씨를 고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으로 비상식적이며 말도 안 되는 소리같이 들리겠으나 우리나라 돌아가는 현실은 그러고도 남아 보인다. 바른 말 했다고 수 십 년 다녔을 직장에서 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 남발하고 발 맞춰 재빠르게 수사에 들어가는 경찰과 검찰들의 현 모습을 보면 결코 헛소리가 아니라고 보고 싶다.
일류 엘리트 교육 코스를 받으신 분들이 실패했다는 결론에 봉착한 과거 방식으로 국민들을 통제하려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나라면 정권의 장기유지를 위해 이미 예전에 실패로 결론난 방법은 쓰지 않을 텐데. 하는 짓이나 행동을 보면 결코 똑똑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더불어 새련 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는 한마디로 저질 중에 상저질들이다. 다시 말해 정말 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