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槿岩/유응교
너는
조선 천지
기름지고 좋은 땅
다 놔두고
그렇게도
척박하고 험한 곳만 골라
피어나느냐.
작열하는 지열 속에
너는 길고 긴 여름날을
동학의 농민들이
삼지창을 들고 일어나듯
네 주위를 포진 시키고
무엇이 두려워
노랗게 떨고 있느냐.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 더 가지려하고
있는 자리 더 지키려고 안달이 나는데
너는 나이가 들수록
그렇게 모두 털어 버리고
미련 없이 멀리 멀리
떠나가느냐.
희망의 작은 씨앗들
눈부신 하늘아래
흩뿌리며
그동안 아름다운 삶이었다고
축제의 하얀 폭죽으로
최후를 영접하며
너는
오늘도
바람 앞에 서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