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반만이라도
이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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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희망이었으면 좋겠어." 「밤의 반만이라도」를 읽다 말고 이야기했다.

퀴어 당사자로서 세상과 만나는 일이 녹록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우리였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는 생각했다.

어쩌면 나라는 모난 돌은 세상의 날카로운 겉면과 부딪히며 깎이고 깎여서 원래의 모습을 잊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끝끝내 나라는 사람의 안쪽 면을 알아차리며 성장하고 성숙해진 존재라고.

「밤의 반만이라도」는 '나'의 시선에서 '나'와 '너'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와 너는 '엄마'라는 존재가 세상이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서로를 알아본 걸까. 책상 한가운데에 금을 그어 놓고 짝을 배척하던 시절, 너는 나의 금을 순식간에 넘어 버린다.

"하루 종일 네가 보고 싶"다가도 "그리고 나는 네가 꼴도 보기 싫"고

"이건 비밀"인데 "그 당시 나는 몹시 들키고 싶었다"는 이야기처럼,

라임이 대칭을 이루는 균형 잡힌 문장들이 곳곳에서 빛난다.

보고 싶고, 보기 싫은 양가적인 상태가 곧

복잡다단하고 복합적이며 때로는 절반을 나누는 금처럼 단순할 수도 있는 '사랑'이란 면면을 되새기게 한다.

삶의 모순과 양면성을 따뜻하고 다정하게 들여다보는 애정 어린 시선에서 나올 수 있는 문장들이라고 생각했다.

열셋이었던 '나'와 '너'의 이야기는 스물아홉으로 훌쩍 흘러 버린다.

두 사람은 어떤 청소년기를 보냈을까.

서로를 아예 몰랐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던 시절도 있진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이 절망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넘어야 할 금이 있다면, 혹은 나를 지켜야 할 금이 있다면

'금.'이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한 마디에도 훌쩍 넘는 '너'가 있었을 것이고,

'금.'이라고 짧게 말하며 마음을 우뚝 세우는 '나'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책장을 넘기며 내 안에서 '나'와 '너'라는 두 사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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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질문수업 - 하브루타를 활용한 대화법으로 문해력을 키우는 그림책 학교 8
이한샘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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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넓게 보면 "의사소통과 관계" 관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수업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 나와, 타인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저자가 참 다정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기법 이야기도 구체적이고 좋았지만

아이들 말 한 마디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이 느껴져서 따뜻했다.

그림책 주제에서 자기 삶을 돌아보고 질문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차근차근 잘 서술되었는데,

글이 단단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말... 아이들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존재 같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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