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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은행을 바꾼 신한은행 방식
정동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음.
사실 신한은행의 성공 비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9장과 10장을 읽음으로써 기업 윤리,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본적인 일반론을 알고자 한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신한금융지주는 요새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시끌시끌하니.. 왠지 아이러니컬하다. 어쨌든, 무엇보다도 기업의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 경영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에 독서의 보람이 있었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기업의 윤리 경영은 시장 경제의 기본적인 규칙rule을 준수하는 소극적 의미의 것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은 기업의 사회 전반에 걸친 환원, 봉사 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것인 것 같다.
우선 기업의 윤리 경영. 저자는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기업이 윤리적 경영을 한다는 것은 첫째,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고객, 사회, 협력업체, 그리고 조직 내의 종업원들과 신뢰와 정직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관계를 설정해가는 것이고, 둘째, 명확한 윤리 규범을 마련하여 직원들이 이 기준에 의거하여 건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이며, 셋째, 조직의 재무 및 회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배구조를 다양화하여 단기간의 이익 실현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가는 것이다."(p.191)
즉 저자는 윤리적 경영의 요체를 1)공정성 2)건전성 3)투명성으로 파악한다. 공정성은 조직과 외부 이익집단-고객, 협력업체 등- 사이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폭리를 취하지 않고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며, 협력업체를 착취하지 않고 상생을 위한 상호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건전성은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을 위한 윤리규범을 확립하여 이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조직 내부에 윤리 경영 관행을 확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명성은 기업 의사결정에 있어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사회적 명망가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자유로이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의 민주적 의사결정구도의 확보, 그리고 고객을 위한 회계나 재무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요컨대 윤리 경영은 시장의 기본적인 규범을 기업이 스스로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보다 적극적인 내용을 가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은 보통 기업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여, 기업이 단순히 주주의 이득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존속과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10장에서는 신한은행이 해 온 봉사활동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 경영이 21세기 경영학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기업이 왜 이 짓을 해야 하는가? 주지하다시피 기업의 기본적인 역할은 이윤 추구이다.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사명이며, 이러한 관념은 이른바 '주주자본주의'라는 명칭으로 확립되어 있다. 기업의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 경영은 이러한 기업의 기본적 임무와는 일견 배치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국 '이윤 추구'의 논리로 모든 것이 귀결됨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말하듯이, 윤리적 경영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며, 사회적 책임 경영이 필수인 이유는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향상, 관련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수익 증가와 장기 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윤리 경영과 사회적 책임 경영은 단기적인 주주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에 방점을 둔 경영이며, 그 결과 기업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 역시 궁극적인 기업의 이익에 합치하는 한도 내에서만 자발적으로 이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족하다.
덧. 책은 신한은행이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선도적으로 이행하였음을 상찬하는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나는 이 책을 신한금융지주의 임원들이 상습적으로 금융실명제를 위반하였다는 이야기로 시끌시끌한 때에 읽었다.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 선도적인 지위를 자랑해왔다던 신한은행의 임원이 금융실명제 위반과 정치자금 문제로 곤경에 빠진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두 가지 설명 방식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지훈은 그의 저서인<<혼,창,통>>에서 기업의 사회적 경영이나 윤리 경영이 "대의大意를 실천하는 것"(p.79)이라고 말한다. 신한은행의 임원들은 과거에 품고 있던 대의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설명. <<마피아 경영학>>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당신네 사업의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하다는 평판이다. 감쪽같이 정직을 가장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다."(p.49) 그들은 지금까지 정직을 가장해왔고, 이번에 들켰다. 어느 설명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