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훈 씨
"영화인도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입니다. 스크린쿼터는 국익을 위한 것입니다."
"영화배우 박 중 훈"
오늘 서울 광화문역, 교보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박중훈 씨의 모습.
최근 들어서 국가의 개념보다는 개인에 치우친 생각들을 주로 해왔기에, 사실 '국익'이라는 단어에는 솔직히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황우석 사건'도 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고.
물론 현재는 그렇지만 좀 더 공부를 하고 나면, 나 또한 다시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고 개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면서 국가를 위하는 것 또한 하나의 생각이고 관점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무조건 다양한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다원화가 단원화보다 가능성의 확률이 높다는 것은 많은 사례로 증명되지 않았던가. 이런 원론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단지 자본에 의한 문화삼키기라면 이는 반대할만한 정당성 또한 세워진 것이다.
경제의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의 정부는 그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미국이 한미FTA협정의 전제로 내세운 두 가지 조건(오늘 아침 뉴스에서 발취.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중 하나인 스크린쿼터를 축소시킴으로서 본격적인 FTA협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 마디로 하나 주고 하나 얻는 식인데, 그렇게 하면 정말로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있을까? 물론 언론에 나오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내가 연구해보지 않았으니 우선은 그 말이 맞다고 전제하고, 이번에는 스크린쿼터제가 우리 영화계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것인지 고려해보자.
우선 기본적으로 알아둘 것이,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는 세계적으로 가장 긴 146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 영화가 꾸준히 성장해온 것에는 스크린쿼터 또한 한몫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의 경우 약 8개의 나라가 스크린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는데, 그 날은 30~50일 정도로 그렇게 길지가 않았다. 물론,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그 나라들의 자국 영화 점유율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한 마디로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미국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왜? 자본의 논리니까.
영화에 돈을 얼마나 처발랐느냐, 영화에 어떤 흥행배우가 나오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배급하고 상영하는데에 외국자본이 얼마나 투자되느냐, 외국영화사가 얼마나 압력을 넣느냐다. 결론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돈이 많은 놈이 결국엔 이긴다. 우리나라도 CGV니 메가박스니 롯데시네마니 하는 대기업의 계열사급 영화관들이 생겨나서 우리 영화를 만들면 이곳들을 통해 배급하면 된다는 논리는 단지 초등학생의 논리일 뿐이다. 그럼 그 외의 영화관은 모조리 다 내주란 말인가? 대기업이라고 압력이 안들어가는가? 안그래도 블록버스터급 영화들만이 상영관을 선점해, 조그만 영화나 독립영화들은 상영관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쿼터제가 풀리면 우리 독립영화가 설자리는 더이상 없어질 것 또한 불 보듯 뻔한 것 아닌가?
정부가 쿼터제를 우습게 보았다는 건 너무 쉽게 증명되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영화인들이 반대하자 곧바로 내놓았다는 우리 영화 진흥책은 그야말로 날치기 정책일 뿐이다. 기금을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내놓으라 하면 관객은 당연히 줄어든다. 말도 안 되는 정책이잖은가. 스크린쿼터 문제가 불궈지고 가라앉았을 때, 그저 그 때 뿐이라고 생각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여기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영화인들과 대화를 했으면 스크린쿼터 축소를 발표하자마자 '반쿠데타' 소리가 나올 리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win-win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다시피 정부는 정부대로 발표하고, 영화인은 영화인대로 반발하고 있다. 일단 터트려놓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태도.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태도라서 아주아주 씁쓸하다.
사실 이렇게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았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나는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얼마나 큰 이득을 볼 수 있는지 조사해보지 않았고, 영화 관련 일을 해본 적도 없다. 게다가 좀 심도 있게 알아보려고 노력한 편도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이면에는 또 많은 것들이 숨어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문화삼키기로 이어진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익히 알고 있다. 모든 나라가 미국화, 서구화 된다면 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겉 뿐만 아니라 속 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영화인들이 이러한 '나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정부가 '나의 모습'에 대한 자각을 하고 있는가, (FTA의 현실도 현실이지만) 우리 문화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영화계에 대한 지원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가 - 라는 것이 해결될 때 비로소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전에 대화의 노력부터 좀 보여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