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70321

- Blackface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에 관한 글을 찾아보던 중, 안타까운 논란을 읽게 되었다.

 

1980년대 중반의 예능 방송이었다. 어느 방송인이 어느 여성 방송인( 가수였는지, 코미디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음.)을 보고 외국 유명 가수를 닮았다는 칭찬을 이어갔다. 이야기 마지막에 그 유명 가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가수 이름이 티나 터너 Tina Turner라고 하니,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그 여성 방송인은 싫은 표정을 지었다. 아마 가수가 올리비아 뉴튼 존 Olivia Newton-John이었다면 아무도 웃지 않았을 것이다.

 

이 유머는 명백히 인종차별이었다. 당시에는 웃고 지나갔지만, 지금이라면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유머를 한 방송인의 말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 상대가 되었던 여성 방송인의 반응은 문제가 없었을까? 티나 터너의 가창력을 닮았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설령 외모를 닮았다고 한다면 왜 문제가 될까? 여성 스스로가 외모에 관한 (또는 인종에 과한) 차별 의식이 없다면 말이다.

 

만약 내가 어느 여성에게 린디 웨스트( Lindy West ;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를 닮았다고 이야기했다고 가정하자. 상대 여성은 린디 웨스트에 대해 찾아보고 나서 그녀의 이력과 사진을 보고, ; ‘이런 훌륭한 사람과 비교되다니!’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낄까, 아니면 뭐 이런 사람과 나를 비교해!’라고 하면 화를 낼까.

 

1) ‘Uptown Funk’의 가수 브루노 마스 Bruno Mars로 분장했다. (이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2) 그러나 사회적 맥락을 보자면 blackface이다. 3) 그리고 보다 더 세부 맥락을 보자면 한국에서는 blackface라는 개념조차 없다.

 

시커먼스를 기억하십니까? Blackface를 알게 된 이상, 나는 물론 2)의 맥락으로 살 것이지만, 논리적으로, 차이를 없애기 위한 차이를 유지시키는 모순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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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3-21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인종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한 가지 우리가 생각할 점은 외국에서 황인종 역시 대접받지는 못한다는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차별받기 원치 않는다면 우리 먼저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마립간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립간 2017-03-21 10:31   좋아요 1 | URL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 스스로는 인종적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제외한 우리 사회에서는 인종적 편견이 있다고 답을 합니다. 저 역시 스스로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경계는 ; 인종적 편견을 포함한 어떤 편견이 감소하면서 다른 (예를 들면, 계층-계급간의) 편견이 악화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편견은 내적 유대감의 비이성적-비윤리적 표현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3-22 07:23   좋아요 1 | URL
마립간님 말씀처럼 한 쪽의 불만(또는 문제점)을 줄이다보면 다른 쪽에서 불만 등이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편견 보존의 법칙‘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지배층들은 이러한 사회의 불만을 자신의 적을 제거하는데 활용한 듯합니다...

마립간 2017-03-22 07:50   좋아요 1 | URL
저는 도덕-윤리의 보존의 법칙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에너지 보전의 법칙 흉내). 결론을 내리고 못하고 있던 중, 사르트르 Jean-Paul Charles Aymard Sartre는 인류가 진보한다고 레비스트로스 Claude Lévi-Strauss는 인류가 과거에 비해 진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쪽 주장을 수용하든 모순이 존재하죠.

겨울호랑이 2017-03-22 08:16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께서 말씀하신 인류의 진보 문제는 시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류의 (상대적으로) 짧은 문명사 속에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전개되다가도 이에 대한 반작용이 다음 시대에 되풀이 되는 것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역사적 발전을 장기적으로는 역사의 정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한 편으로 일종의 ‘작용-반작용‘과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어느 쪽의 변화량이 더 클 것인가는 해석자의 차이겠지만요..^^: 아직 공부가 부족하여 채 정리되지 않은 짧은 생각을 적어봅니다.

마립간 2017-03-22 10:31   좋아요 1 | URL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페미니즘에서는 형식적으로 개선되는 양성평등과 실질적으로 (전혀?) 개선되지 않는 불평등으로 묘사하고 있죠.

레삭매냐 2017-03-2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요즘 티나 터너 아짐은 뭘 하시면서
지내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예전에 정말 끝내줬었는데 말이죠.

마립간 2017-03-21 13:54   좋아요 0 | URL
인터넷 검색에는 스위스에서 산다고 합니다. 가수 활동 여부는 나와있지 않지만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78세(1939년생)이니 아마 안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