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0612

 

<후흑학>

 이 책을 읽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곰곰생각하는발 님의 추천이다. 그 과정에 약간의 혼선이 있어 추천 도서는 이종오의 <후흑>이었지만, 도서 구매는 신동준의 <후흑학>, 실제 독서는 이종오의 <후흑학>으로 하게 되었다. 이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생각할 주제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

 

* 사필귀정 http://blog.aladin.co.kr/maripkahn/4940847

 

나는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대신 정의의 입장에서 불의를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여울마당 님의 글에 남긴 댓글의 일부 ; 지금이 만약 한일합방 초기라면, 그래서 친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 그에게 (정의, 도덕, 아니면 현실적 이익을 포함하여) 어떤 시각/방식으로 그것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지 고민 중입니다.

 

나의 어린 시절의 초등 교육은 유신 체제하에서 이뤄졌는데,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일제 식민지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친일은 나쁘다고 배웠고, 공산주의 독재가 나쁘다고 배웠다. (당시의 나는 국가 지도자가 친일 경력이나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지 알지 못했고, 독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첫 번째 의문은 ;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친일, 친독재는 () 나쁜 것인가?

 

어렸을 때, 교육에 의한 각인에 의해 나쁜 것이라는 직관은 있지만. 세도정치, 친일, 친독재, 친재벌의 이력을 갖는 사람이나 집안이 있다고 하자. 이들의 일관된 가치관은 자신을 위해 (이기주의 또는 집안(혈육)이나 학맥을 위해) 강한 것에 철저히 복종하고 나보다 약한 것들에 대해 철저히 통제하고 착취하는 것이다.

 

강한 것이 바뀌면 복종의 대상도 바뀐다. 조선말 서인西人 당파의 중국 사대事大에서, 일제 식민지 때는 일본, 개발 시대에는 친미로. 조금 더 단기적으로 국가 통수권자가 바뀔 때마다 복종의 대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두 번째 의문은 ; 법 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이 아니고, 사람의 일부는 법 위에 있고 그 나머지 대부분이 법 아래 있다고 할 때, 이 상황이 (왜) 나쁜 것이냐?

 

* 세월호 01 http://blog.aladin.co.kr/maripkahn/7009661

 

모든 사람이 법 아래 있다고 해도 법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한쪽(기득권)은 일방적인 권리와 부를 다른 한쪽은 조건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한책임을 지우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위 질문들은 다른 형태의 질문으로 변형될 수 있다 ; 대학교육이 학문의 탐구가 아닌 기업의 지식 노동자 양성소가 되면 (왜) 나쁜 것인가?

 

나의 이런 마음이 은연중에 얼마나 명시적으로 표현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후흑학>에는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굴드의 의견이 설득적이다.

 

굴드의 진화론에 의하면 진화는 진보적이지 않다. (통계적으로 부분적으로 진보의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원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무작위적이다.) 이 이론을 사회에 적용하면 사회는 항상 진보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나는 정의가 승리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단지 정의와 불의의 긴장관계가 있다. 그 긴장의 균형점이 내 생각보다는 상당히 불의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내가 가치관은 성악설을 지지한다. 경우에 따라 불의가 균형점보다 더 우위를 갖는 불균형점으로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불균형은 원래의 정의-불의의 균형점으로 복귀하기도 하고, 다른 힘에 의해 불균형의 균형인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불의가 계속 지속되어 파국으로 끝나기도 할 것이다. (파국 후에는 다시 균형으로 가는 반동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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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6-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동준의 후훅학를 읽으셨군요. 글구 보니 제가 읽은 후흑학도 이분인데 ?! ㅎㅎㅎㅎ. 신동준 이 분 이번에 묵자를 출간하셨더라고요. 묵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제대로 된 묵자 사상이 없어서 읽지 않고 있었ㄴㄴ데 이번에 사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마립간 2014-06-13 07:47   좋아요 0 | URL
저도 묵자를 읽어보려고 (10년 동안?) 벼르고 있었는데, 계속 뒤로 미뤄지네요. 읽어보고 좋은 면 추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