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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케이틀린 모란과 이를 지켜보며 웃는 커밀 팔리아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여성의 부상은 시대적 흐름 vs. 남성의 역할은 여전히 건재

이렇게 잘 짜인 판에서 역대 시리즈 가운데 가장 생동감 넘치고 도발적이고 유쾌한 설전이 오갔다. 


전체 토론을 관통하는 해나 로진의 핵심 주장은 남성의 능력과 여성의 능력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연히 남성은 최근에도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나는 자신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적 능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경향과 흐름을 통해 전통적으로 남성이 주도한 영역에서도 여성이 점차 영향력을 확보하리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나가 볼 때 여성의 성공은 이미 속도를 내기 시작해 앞으로도 계속 이 기세가 이어질 텐데, 남성은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들은 한때 남자들이 독차지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남성이 교황직을 비롯해 대다수 기업 CEO 자리를 차지하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시대의 현상일 뿐입니다. 변화 추이를 계속 지켜본다면 그런 세상이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죠.


커밀 팔리아는 이 주장에 두 가지 논리로 응수한다. 현대 사회의 동향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사회제도부터 기반시설과 위대한 예술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명 건설에 과거 남성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후기 산업사회가 육체노동보다 정보와 지식을 앞세우고 있다 해도 문명 건설의 힘을 가진 남성의 역할은 절대 축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의 책과 글에서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좌파의 위치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부르주아의 가치와 문화의 특권만을 감싼다는 점입니다. …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해온 것은 대부분 남자였습니다. 도로를 건설하고, 콘크리트를 붓고, 벽돌을 쌓고, 지붕에 타르를 입히고, 전기선을 연결하고,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하수도를 뚫고, 목재를 자르고 치우고, 주택지 공사를 위해 불도저를 밀고 다니는 일 말입니다.


해나 로진과 같은 팀에서 남성들은 정말로 이제 큰 위험에 처했다는 주장을 한 토론자는 유머러스하고 매력적인 모린 다우드였다. 모린의 토론 스타일과 내용은 다른 토론자들과는 확연히 대조되었다. 그녀는 남성들이 처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문화·역사·경제적인 객관적 사실을 들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모린 하면 떠오르는 수사학적인 냉소와 독설로 남성의 추락에 대한 청중의 의심을 걷어냈다. 


소설가 노먼 메일러는 이 세상이 지난 몇백 년 동안 여자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그 벌로 언젠가 여자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게 두렵다고 한 적이 있어요. 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액 노예 100명 정도이고, 여자들은 이들에게서 정액만 짜내 종족을 유지하고 이 지구를 몽땅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두려워했죠. 꿈 깨세요, 노먼! 그조차도 필요 없어요. 이제 여자들에게 필요한 건 냉동실 속 체리 맛 보드카 옆에 놓인 정자 몇 마리뿐이에요. 그 정도면 준비가 끝납니다.


유머와 재기발랄함으로 무장한 모린 다우드가 청중을 유혹하자, 이에 맞서는 역할은 케이틀린 모란에게 맡겨졌다. 촌철살인의 비유로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케이틀린은 남성은 절대 퇴물일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남자들이 역사의 쓰레기통에 쭈그려져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케이틀린은 남성과 여성이 과거와 비교하면 점점 유연하고 상호 협조적인 젠더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여성은 남성과 평등해질 수 있고 앞으로 점점 그렇게 될 것이며, 무엇이 ‘남자다운’ 행동이고 무엇이 ‘여자다운’ 행동인지에 관한 고정관념들이 떨어져 나가고 남성성과 여성성은 개별적인 선택이 되면서 남녀의 권력관계는 재조정되고, 남녀 모두 이런 변화 속에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세요. 남자가 퇴물이 된다고 해서 우리 여성이 얻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가사와 육아라는 오래된 왕국을 여전히 다스리면서 학교와 직장과 경제와 정치와 사업 분야까지 우리가 다 차지한다면 과연 우리가 이기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여성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잖아요!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 얼마 못 가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 뻔해요. 남자들이 퇴물일까요?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내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겠어, 이 망할 놈들아!

_『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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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들어가는 말 #1 토론 배경 : 여자의 부상과 남자의 추락

2회 - 들어가는 말 #2 토론자 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

3회 - 들어가는 말 #3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4회 - 들어가는 말 #4 토론 결과는?

5회 - 사전 인터뷰 #1 해나 로진

6회 - 사전 인터뷰 #2 커밀 팔리아

7회 - 사전 인터뷰 #3 모린 다우드

8회 - 사전 인터뷰 #4 케이틀린 모란


* 도서 정보 : 7.3일 출간 예정이고 지금 예약 판매 중입니다.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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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6-2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의 영역과 여성의 영역에서 서로를 보완 할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면서 함께 나아갈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것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해진 성역이 없듯이 시대가 바뀌면 모든것은 변화 하지 않나 생각 해 보면서 변화에 맞게 적응해 가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모던아카이브 2017-07-05 18:26   좋아요 0 | URL
네. 토론에서 케이틀린 모란이 비슷한 논지로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