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전 연재] 사피엔스의 미래 - 8회에서는

 제2장 '매트 리들리와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매트 리들리와의 대화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인 러디어드 그리피스와 매트 리들리 ⓒMunkdebates


러디어드 그리피스

오늘 밤 멍크 디베이트를 앞두고 토론자와 사전 인터뷰를 하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제 옆에는 매트 리들리 씨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영국 신문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며 영국 상원의원입니다. 리들리 씨,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매트 리들리

저도 이곳에 와서 아주 기쁩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오늘 밤 토론에서 펼치실 주장의 핵심을 좀 들려주시죠. 요즘 우리가 기술에 열광하는 것이라든가, 바로 지금 시민들이 토론토에 대해 느끼고 있는 낙관적인 기분을 고려하면 청중은 리들리 씨와 핑커 씨의 생각에 더 우호적일 것 같습니다.


매트 리들리

분명히 캐나다는 긍정적인 진보의 과정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펼치기가 좋은 나라입니다. 확실히 물질적으로 부유할 뿐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더 나아가 전 세계가 그렇다고 말할 것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인류는 기초 생활 지표에서 가장 이례적인 진보를 이룩했습니다. 지금은 전체 인구의 10%만 극단적인 빈곤 상태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극빈자 수는 너무나도 많지만 그사이에 일어난 변화는 놀라운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보다 풍족해졌고 건강해졌을 뿐 아니라 행복해졌고 현명해졌으며 깨끗해졌고, 어느 정도 더 자유로워졌으며 평화로워졌고 평등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가난한 나라 국민은 부자 나라 국민보다 더 빠르게 부유해지고 있으며 그것이 세계에 평등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들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들에 비해 대체로 덜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만약 고대로 돌아가서 어느 50년간을 지목해 본다면, 가령 로마 시대의 기록적인 풍년기로 돌아가서 본다면, 그때도 인간의 기대수명은 상승하고 전염병과 질병은 줄어들면서 아마 진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도 같은데요. 지금 시대에 우리가 겪는 진보와 과거 비슷한 시대의 진보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매트 리들리

주된 차이점은 지금 시대의 진보는 전 세계적이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로마 제국이나 중국 제국, 인도처럼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번영이었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지요. 또 다른 차이점은 오늘날 우리가 보유하게 된 기술들은 대부분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겁니다. 따라서 가령 인터넷이나, 세계를 먹여 살리고 질병 같은 것들을 퇴치해 주는 기술을 예전의 없던 상태로 되돌리기란 대단히 어려울 거라는 사실입니다. 사라진다고 해도 필요할 경우에는 금방 다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큰 차이점입니다. 그 점을 생각해 보면 혁신이야말로 진정으로 진보를 몰아가는 힘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이전보다 더 빨리 교차 배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해법을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물론 미래가 과거보다 나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 점에 관한 한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소행성이나 유기물의 폭발 혹은 특별한 종류의 핵전쟁이나 심지어 인간 종의 내부에서 부조리한 사건이 일어나서 탈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쁜 쪽보다는 좋은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리들리 씨, 당신이 책에 쓴 ‘생각의 사회적 진화’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세요. 그 부분이 왜 우리가 지금의 진보를 과거에 봐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봐야 하는지와 관련해 아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시더군요.


매트 리들리

대부분의 좋은 뉴스는 점진적인 것인데 반해 대부분의 나쁜 일은 급작스런 것입니다. 그래서 텔레비전 뉴스는 늘 나쁜 것들로 뒤덮이고 좋은 것들은 보도가 되지 않고 지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대전과 대학살이 지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지금 세계는 과거보다 더 나아진 것입니다. 그 사이 점진적으로 좋아진 것들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점진적 변화는 밑에서 올라오는 현상입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진화적인 것입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만나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칩니다.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합니다. 그리고 사회 속으로 점점 퍼져 나갑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혁명을 생각해 볼까요. 둘 다 자발적인 방식으로 생겨났습니다. 또한 어느 누가 예정한 것도 아닌데 자연 발생적인 질서라 부르는 것을 낳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사회 안에서 형식과 기능의 급격한 변화를 낳고 있는데 그것은 어떤 사람이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이런 진화는 세계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고, 앞으로 이런 힘이 가속할 것으로 낙관하신다는 건가요?


매트 리들리

우리가 세계를 더 좋게 만들 가능성은 50년 전보다 높습니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수를 고려하면, 그리고 그들이 쓸 수 있는 기술의 수와 축적된 지식의 양을 감안하면 오늘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50년 전에 비해 높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50년 전에도 꽤 잘했지만 말입니다.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토머스 배빙턴 매콜리가 과거 1830년에 던졌던 물음을 그대로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슨 원리에 의해서 우리 전에는 좋아지기만 했고, 우리 앞에는 나빠질 것밖에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나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토론을 벌일 상대 팀은 리들리 씨가 진보라는 현상과 단순한 변화나 차이를 혼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10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로 서로 셀카를 찍는 일은 없었지만 지금 그걸 한다고 해서 우리가 10년 전보다 진보했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진보와 그냥 달라지는 것 사이의 미묘한 차이는 어떻게 보세요?


매트 리들리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때문에 아이를 잃은 어머니한테 가서 세계에서 영아 사망을 없애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겁니다. 지난 15년 사이에만 세계적으로 말라리아로 인한 영아 사망률이 60% 하락했습니다. 이례적인 변화율입니다. 그런 변화는 시간을 두고 일어났습니다. 해충약을 스며들게 한 침대 모기장 같은 아주 낮은 차원의 기술 덕분이었습니다. 따라서 변화는 꼭 휴대전화나 컴퓨터 같은 것을 통해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오랜 인간의 발명일 뿐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과 그로 인해 그들의 운명이 개선되는 것을 보면 지금 일어나는 것을 진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_『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매트 리들리


             

매트 리들리는 1958년 영국 출생의 저널리스트, 사업가, 대중 과학 저술가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84년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들어가 과학 편집자와 미국 통신원으로 일했다. 1993년부터는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과학, 환경, 경제 분야의 글을 썼다. 왕성한 저술 활동으로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넘나드는 전방위 지식임을 보여주는 작가인 동시에, 2013년 ‘리들리 자작’이라는 작위명과 함께 영국 상원의원에도 지명됐다. 

저서로 『모든 것의 진화Evolution of Everything』(2015)을 비롯해 『이타적 유전자』, 『본성과 양육』, 『이성적 낙관주의자』, 『붉은 여왕』, 『생명 설계도, 게놈』, 『프랜시스 크릭』 등이 있다. 
             


『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1회 - 옮긴이의 말 #1 번역을 하게 된 계기와 이 책의 주제는?

2회 - 옮긴이의 말 #2 멍크 디베이트는 어떤 행사이고 양측의 주요 주장은?

3회 - 옮긴이의 말 #3 토론의 쟁점은?

4회 - 옮긴이의 말 #4 토론 관전 포인트와 감상평은?

5회 - 사전 인터뷰 #1 알랭 드 보통과의 대화

6회 - 사전 인터뷰 #2 말콤 글래드웰과의 대화

7회 - 사전 인터뷰 #3 스티븐 핑커와의 대화

8회 - 사전 인터뷰 #4 매트 리들리와의 대화


* 자세히 알아보기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 덧글 달기, 설문 응답자 중 다섯 분께는 신간 『사피엔스의 미래』를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자는 11.3일에 발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피엔스의 미래』에 나오는 네 명의 토론자 중 누구의 말이 가장 공감이 가나요?


투표기간 : 2016-10-27~2016-11-03 (현재 투표인원 : 2명)

1.알랭 드 보통
50% (1명)

2.말콤 글래드웰
50% (1명)

3.스티븐 핑커
0% (0명)

4.매트 리들리
50% (1명)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란 2016-10-3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연재된게 책으로 나온다니 완전 기대되요.

Chloe 2016-11-0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보고싶어 보고 또 보네요. 기대되는 책이라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