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전 연재] 사피엔스의 미래 - 7회에서는

 제2장 '스티븐 핑커와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스티븐 핑커의 대화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인 러디어드 그리피스와 스티븐 핑커 ⓒMunkdebates


러디어드 그리피스

멍크 디베이트 사전 인터뷰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는 ‘인류의 앞날에는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논제를 두고 토론을 벌이려고 합니다. 저명한 미국의 과학자이자 심리학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스티븐 핑커 씨를 모시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핑커 씨, 토론토에 와주셔서 영광입니다. 


스티븐 핑커

감사합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오늘 밤 토론을 어떤 식으로 하실지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이곳 로이 톰슨 홀에 모여들 3,000명의 청중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주장이 뭐지요? 


스티븐 핑커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토론 주제는 의견이나 태도나 분위기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에 관한 문제입니다. 데이터를 보면 인류의 웰빙을 말해주는 모든 지표가 상승세에 있습니다. 우리는 더 오래 삽니다. 병치레도 덜 합니다. 더 부유해졌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평화롭게 살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더 현명해졌습니다. 교육 수준도 나아졌습니다. 여기서 ‘우리’란 캐나다처럼 행복한 곳에 사는 사람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전 세계에 걸쳐 그렇다는 말입니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런 방향으로 지금까지 우리를 끌어온 과정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겁니다. 그 과정은 혁신과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주식 시장처럼 혼란스런 부침에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가 내일 아침 갑자기 마취제 없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거나 자녀가 우리보다 교육을 덜 받게 되는 세상에 태어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누적적인 방향성을 가진 힘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고 말 이유가 없습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런 방향성 있는 힘들을 몰아가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죠? 오늘 밤 토론에서 당신과 짝을 이룬 매트 리들리 씨는 사회 진화론의 주창자입니다. 리들리 씨는 느슨하게 정의된 진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이유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핵심 요인을 사회 진화로 꼽더군요. 이런 주장에 담긴 미묘한 뜻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스티븐 핑커

저는 매트 리들리 씨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영리한 종인 이유는 언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자 덕분에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결실과 천재성의 발동, 행운의 사건들, 성공의 기록은 축적해 나가는 한편, 여의치 않은 것은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수많은 성패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제를 풀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 일반적으로 성공했던 해법들을 기억한다면 인류의 상황은 더 좋아질 겁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상호연결성이 취약점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의 기술과 사회와 경제가 점점 복잡해지는 것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진보의 방식과 동학의 치명적인 약점일까요?


스티븐 핑커

합리성이라는 것은 언제나 한 걸음 물러나 한계를 파악하고, 그 한계를 목표로, 즉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이번에는 다시 우리 시스템의 복잡성이 자칫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소동에도 견뎌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복잡성의 어떤 부분을 다룰 인공지능을 어디서 어떻게 개발할지의 문제를 어떻게 할지를 어떻게 단순화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자께서 복잡성을 문제로 지목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인류의 최고 두뇌들은 앞으로 그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설정할 것입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사람들은 종종 금융 위기를 복잡성의 최근 사례로 생각합니다. 선하게 작동할 것으로 여겼던 시스템이 갑자기 예기치 않게 몸서리칠 정도의 붕괴 지경까지 갔지요. 아니나 다를까, 그 사건이 있은 후로 많은 사람들이 진보에 대한 믿음, 즉 복잡한 시스템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티븐 핑커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세계 GDP 성장률이 1년간 정체했을 뿐, 이듬해부터는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여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보통 상황이 좋아진다고 생각할 때는 매일 일정한 정도로 좋아져서 월요일보다 화요일이 더 낫고, 화요일보다 수요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진보의 그래프는 실제로는 톱니 모양의 상승 곡선입니다. 뒷걸음질 칠 때도 있습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끌어올려 주는 마법의 법칙 같은 게 아닙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장기적인 궤도는 틀림없는 상승세를 보여줍니다. 비록 지역에 따라 정체는 있겠지만요. 



_『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 8회에 계속


스티븐 핑커             


1954년 캐나다 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지과학자, 심리학자, 언어학자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험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MIT 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하버드 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언어, 본성과 관련한 심도 깊은 연구와 대중 저술 활동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두 권의 저서 『빈 서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고, 2004년 주간지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포함되었다.


             


『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옮긴이의 말 #1 번역을 하게 된 계기와 이 책의 주제는?

2회 - 옮긴이의 말 #2 멍크 디베이트는 어떤 행사이고 양측의 주요 주장은?

3회 - 옮긴이의 말 #3 토론의 쟁점은?

4회 - 옮긴이의 말 #4 토론 관전 포인트와 감상평은?

5회 - 사전 인터뷰 #1 알랭 드 보통과의 대화

6회 - 사전 인터뷰 #2 말콤 글래드웰과의 대화

7회 - 사전 인터뷰 #3 스티븐 핑커와의 대화

8회 - 사전 인터뷰 #4 매트 리들리와의 대화


* 자세히 알아보기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사피엔스의 미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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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투 2016-10-25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긴이의 말이 4회에 걸쳐서 나와서 너무 자상하다거나 혹은 군더더기이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핵심을 짚으면서도 꼼꼼하게 하나하나 단어 선택까지 공들여해주셔서 책을 읽을 맛이 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던아카이브 2016-10-27 09:20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 감사합니다^^

Chloe 2016-10-2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잡한 시스템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에서 저역시 많은 생각을 하고 읽고 또 읽는데 어느부분은 공감하고 어느부분은 좀더 이해가 필요해서 다시 또 읽어야겠어요

모던아카이브 2016-10-27 09:20   좋아요 0 | URL
넵. 질문하고 생각하고. 그게 책의 힘이죠^^

venusno2 2016-10-27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트 리들리까지 사전 연재로 하기로 하셨으면 일단 약속은 지키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요사이 너무나 황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대한민국이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만.

모던아카이브 2016-10-27 09:19   좋아요 0 | URL
venusno2님, 관심 감사합니다. 알라딘 사전 연재는 이틀에 한 번 화/목/토 연재입니다. 오늘 연재 마지막회인 매트 리들리 편을 올릴 예정입니다. (__)

샛별투 2016-10-2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계란 2016-10-3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서판의 핑커 형님 출동1 흥미진진하네요 ㅎ

앤디 2016-11-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번역이 이상합니다. `동학` 이란 단어를 굳이 쓸 필요가 있나요? 이상한 표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