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전 연재] 사피엔스의 미래 - 6회에서는

 제2장 '말콤 글레드웰과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말콤 글레드웰과의 대화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인 러디어드 그리피스와 말콤 글래드웰 ⓒMunkdebates


러디어드 그리피스

인류의 진보를 주제로 한 멍크 디베이트의 토론 전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토론 주제는 ‘인류의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입니다. 반대 의견을 개진하게 될 말콤 글래드웰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뉴요커〉 기자입니다. 글래드웰 씨, 오늘 밤에 제시하실 주장의 핵심 내용을 얼마간 풀어놓는 것으로 시작해 볼까요. 제가 보기에 글래드웰 씨의 견해는 현재 우리 문화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소 상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날 우리 문화는 기술에 대한 열광이 너무나 거센 데다가, 그중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말콤 글래드웰

네, 우리는 개인의 영역에서는 진보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류 전체 차원에서 반드시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구별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편 토론자들은 우리가 과거에 비해 정말로 나아진 면이라든가, 앞으로 다가올 몇 년 동안에도 계속 좋아질 것으로 모두가 기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저는 그 모든 것을 인정할 겁니다. 전적으로 옳다고 말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라도 미래에 더 좋아질 것들의 목록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들이 지금부터 5년, 10년, 25년 후에도 인류가 전체적으로 더 좋아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당신이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진전이 있을 때 그것이 또 다른 문제를 추가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요? 새로운 문제들은 뭔가요? 새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해결한 문제들보다 더 큰 문제인가요? 아니면 같은가요, 더 작은가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원자 폭탄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원자력으로 도시에 불을 밝히고 싶을 수도 있지만 자칫 도시를 날려버릴 수도 있지요. 


말콤 글래드웰

바로 그겁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우리는 나노 기술을 발명하지만 그것을 무기화할 경우엔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수많은 기술이 그런 식으로 용도에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신다는 거죠? 


말콤 글래드웰

기술을 비롯해 여러 분야가 발전할 경우 그 반대편의 재앙적인 본성과 규모도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인류가 한 분야에서 이룩한 모든 거대 도약에 상응해서 반대 측면에서도, 가령 인류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에서도 거대한 도약을 낳고 있습니다.


우리를 비관주의자로 봐 넘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제 입장은 단지 세상은 달라질 뿐이라는 것,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인류의 앞날이 좋아질 거라는 주장이 옳다고 입증할 책임은 상대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그런 주장을 의심할 따름입니다. 그런 주장에 우리가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데 청중이 동의해 주신다면 우리 팀이 토론에서 이기는 거죠. 


러디어드 그리피스

프랑스식의 아주 영리한 논법입니다. 인류의 진보 문제를 도덕성과 관련해서 좀 더 이야기해 주세요. 우리가 바깥 세계를 더 낫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어떻게 해서든지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티븐 핑커 씨가 그런 주장을 펴는 핵심 인사 중 한 명이지요. 


말콤 글래드웰

핑커 씨가 자신의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한 주장은 상식적으로 옳은 이야기인 동시에 핵심에서는 완전히 빗나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책에 인용된 표현대로라면, 인류가 과거 “처녀를 분화구에 던져넣고, 양배추를 훔친 사람의 손을 절단하던” 시절에 비해 지금이 더 나아졌느냐고요? 물론이지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어서 상투적인 말에 가깝게 들립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오늘날 소수의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거대하고 특이한 악행이 우리 삶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우리 중 99.9%가 이전보다는 더 선해졌을 수는 있지만 나머지 0.1%가 우리의 삶을 아주 아주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소련에서 2,000만 명의 사람을 일소하는 데는 스탈린 한 사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비록 소련에 살고 있던 다른 모든 사람이 천사였다고 해도 한 명의 독재자 때문에 아주 암울한 운명의 고통을 견뎌야 했다는 사실은 바꾸지 못합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핑커 씨의 주장이 세상을 설명하는 데 그렇게 대단히 유용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_『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 7회에 계속


말콤 글래드웰             


말콤 글래드웰은 1963년 영국 출생으로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다. 〈워싱턴포스트〉 경제부와 과학부 기자, 뉴욕 지부장을 거친 뒤 1996년부터 〈뉴요커〉 기자로 활동한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통해 다진 통찰과 필력을 바탕으로 2000년부터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다윗과 골리앗』 등 다섯 권의 책을 써서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다.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2010년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글로벌 사상가 100인’에 포함되었다. 

             

             


『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옮긴이의 말 #1 번역을 하게 된 계기와 이 책의 주제는?

2회 - 옮긴이의 말 #2 멍크 디베이트는 어떤 행사이고 양측의 주요 주장은?

3회 - 옮긴이의 말 #3 토론의 쟁점은?

4회 - 옮긴이의 말 #4 토론 관전 포인트와 감상평은?

5회 - 사전 인터뷰 #1 알랭 드 보통과의 대화

6회 - 사전 인터뷰 #2 말콤 글래드웰과의 대화

7회 - 사전 인터뷰 #3 스티븐 핑커와의 대화

8회 - 사전 인터뷰 #4 매트 리들리와의 대화


* 자세히 알아보기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사피엔스의 미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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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2016-10-2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오늘이 출간 예정일이군요. 직접 보고픈 마음에 말콤 글래드웰과의 대화도 열심히 보았는데 제가 무지해서 읽고 또 읽어야겠단 생각에 웃음이 나네요. 무척 기대되는 사피엔스의 미래입니다. 응원합니다!

샛별투 2016-10-2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래드웰의 주장에서 ˝처녀를 분화구에 던져놓고, 양배추를 훔친 사람의 손을 절단하던˝ 시절에 비해 지금이 더 나아졌느냐구요? 물론이지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적 없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 되어야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역시 X개도 집앞에 가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캐나다 출신 글래드웰이 이번 토론에서 제일 빛난 것 같습니다.

계란 2016-10-3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핑커 디스 ㅋ 핑커의 답변이 기대되는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