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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전 연재]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 8회에서는

 제2장 '케이틀린 모란과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케이틀린 모란과의 대화

케이틀린 모란과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러디어드 그리피스

멍크 디베이트의 진행자 러디어드 그리피스입니다. ‘남자는 퇴물인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오늘 밤 토론에 앞서서 무대로 모시게 될 멋진 여성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영국에서 오신 『아마도 올해의 가장 명랑한 페미니즘 이야기』의 저자 케이틀린 모란을 만나보겠습니다. 2011년 영국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열렬한 환호를 받았지요.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케이틀린 모란

안녕하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러디어드라는 이름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당신은 제가 만난 첫 러디어드예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런가요? 놀랍군요. 알고 보면 영국식 이름인데요. 물론 이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영국 골목골목을 뛰어다니지는 않지만요. 


케이틀린 모란

우리가 오래전에 전파해놓고서는 깜빡 잊은 것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렇게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기 위해서 외국에 나와야 하나 봅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러게 말입니다. 먼저 케이틀린은 이 시대 페미니스트 아이콘으로 페미니즘에 확고한 열정을 갖고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계십니다. 모든 여성이 성차별이라든가 남녀평등을 가장 먼저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케이틀린 모란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같은 세대나 그보다 젊은 세대의 여성 중에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거나 케이틀린이 주장하는 조직화된 운동 차원의 페미니즘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케이틀린 모란

왜냐하면 ‘페미니즘’이 마치 ‘러디어드’란 이름처럼 한동안 묵혀 있다 보니 사람들이 단어의 본래 의미를 잊어버렸기 때문이에요. 90년대 초반에는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즘이 있었고 그 시절에 십 대를 보낼 수 있었다는 건 저에게는 행운이었어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팝스타는 비요크, 알라니스 모리셋, 라이오트 걸 밴드, 코트니 러브였습니다. 그때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했습니다. 

   남자들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지금보다 적었고 자주 언급했지요. 커트 코베인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나는 열혈 페미니스트입니다.” 그다음에 스파이스 걸스가 등장했고 언젠가부터 ‘페미니스트’라는 단어 대신에 ‘걸 파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역사 속에 등장했던 고리타분한 무언가가 되어버렸지요. 페미니스트란 멜빵 달린 작업복을 입고 화를 내면서 “나는 남자가 싫어!”라고 외치는 성질 고약한 여자라는 이미지로 오해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작업복을 입고 “나는 남자가 싫어!”라고 소리 지르는 드세고 성질 고약한 여성분들을 상당히 존경합니다. 왜냐하면 불과 150년 전만 해도 남자들은 여자를 가축과 동격으로 여겼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화난 여자들이 나서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런 분들이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셨고 가정 내 학대와 강간을 불법으로 만드셨습니다. 저는 화내지 않는 온건한 페미니스트 세대입니다. 저는 여자들이 훨씬 살 만해진 세상에 살고 있고, 남녀 차별적인 언사는 마음껏 비웃어줄 수도 있어요. 호사를 누리고 있는 현대 페미니스트죠. 


러디어드 그리피스

멋진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페미니즘이 자주 부딪치는 곤란한 상황이라든가 무너뜨려야 할 장벽과 한계는 무엇일까요?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었고 이제 많은 사람이 여성을 향한 폭력에 매우 민감합니다. 적어도 서구 사회에서는요. 인도는 아마 아직 아니겠지만요. 우리가 넘어야 할 새로운 한계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케이틀린 모란

여성 할당제 도입이 중요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할당제에 관해서라면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우리 직장과 특히 의회에서 이 제도가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어떤 조직에 남성과 여성을 같은 비율로 채우게 된다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대거 영입되어서 멀쩡한 복사기를 망가뜨리거나 프로젝트를 망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회사에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지 않습니까? 회사와 일터에 이미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 수도 없이 들어와 있어요. 둘러보시면 지금도 사무실에서 멀쩡한 복사기를 망가뜨리고 주변을 지저분하게 해놓고 프로젝트를 망치는 월급 도둑들이 존재합니다. 남성분들 말이죠. 사무실을 전부 남자로만 채운다고 해서 일이 척척 풀리지는 않아요. 그중에 일부는 형편없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일 못하고 능력 없는 남자들 대신에 일 잘하는 여성들을 넣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는 남녀 비율 5 대 5 할당제 도입이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다소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들 몇몇이 들어간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거예요. 

   솔직히 직장 생활 오래 하신 분들을 모두 인정합니다. 어떤 일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 최대 딱 세 명만 있으면 됩니다. 일은 이 세 사람이 다 해요.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이 사람들이 심심하지 않게 주변에 어슬렁거리다가 말도 시켜주고 놀아주면 됩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도 화장실 갈 때는 수다 떨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오늘 밤 토론의 상대편은 이 시대 남성은 점점 쇠퇴해 퇴물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할 텐데요. 이 주장에는 어떻게 반응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케이틀린 모란

제가 남자들을 전부 몰아내고 처치해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서 너무 고맙지 않으세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케이틀린 모란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남자들을 수거해 저 커다란 쓰레기통에 버리지는 않을게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저의 Y염색체가 하루는 더 살아남을 수 있겠네요. 


케이틀린 모란

제가 오늘 토론에서 이기면요. 제가 오늘 진다면 남자들은 지옥행 당첨입니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남성은 (목을 자르는 손짓을 하며) 오늘이 지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아! 네. 그렇다면 그런 극단적인 주장에는 어떻게 반박할지 미리 맛보기로 보여주세요. 여성의 부상이 그렇게까지 세상을 바꿀 정도는 아닐까요? 아니면 남성의 후퇴가 과장된 것일까요? 아니면 둘 다일까요? 


케이틀린 모란

저는 남자 대 여자 이렇게 서로를 대결 구도로 놓고 싸우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접근하니까 자꾸 일을 그르치는 겁니다. 페미니스트로서 저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문장 중 하나가 “이건 페미니스트 이슈야”입니다. 보육 문제가 대표적인 예죠. 경제적 필요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둘 다 일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다음에 나올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는가?’죠. 이건 비단 페미니스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육 문제는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예요. 

   어떤 사회 문제들을 ‘남자 문제’라든가 ‘여자 문제’로 분리해서 보는 식의 관점은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것이 여자의 문제라고 설명할 때마다 남자들은 이렇게 반응하잖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알아서들 하세요. 저희는 빠져드리겠습니다.” 만약 누군가 “이건 남자들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면 여성이 슬쩍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닥친 크고 작은 문제를 인류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말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같은 팀이잖아요. 그렇게 단순히 생각해야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성분들에게 어마어마한 호감과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한 명과 결혼했고, 한 명을 낳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가족이 되기도 했네요. 저는 남성 여러분과 관련된 따뜻하고 다정한 추억이 꽤 많답니다. 



_『남자의 시대는 끝났다』출간 전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케이틀린 모란


영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칼럼니스트. 8남매 중 장녀로 11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을 했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어 16세에 자전적 소설 『나모 연대기』를 발표했고, 이후 음악 방송 진행자와 방송 작가로도 활동했다. 18세부터 현재까지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칼럼을 쓰고 있다. 2011년 『아마도 올해의 가장 명랑한 페미니즘 이야기』를 펴내 큰 사랑을 받았다. caitlinmoran.co.uk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1회 - 들어가는 말 #1 토론 배경 : 여자의 부상과 남자의 추락

2회 - 들어가는 말 #2 토론자 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

3회 - 들어가는 말 #3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4회 - 들어가는 말 #4 토론 결과는?

5회 - 사전 인터뷰 #1 해나 로진

6회 - 사전 인터뷰 #2 커밀 팔리아

7회 - 사전 인터뷰 #3 모린 다우드

8회 - 사전 인터뷰 #4 케이틀린 모란


* 도서 정보 : 7.3일 출간되었고 지금 출간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를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자는 7.8일에 발표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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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7-0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긍정적인 페미니스트 인것같습니다
진보적이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이해 하다보면 남녀 관계가 좋은 쪽을 발전할것 같군요

모던아카이브 2017-07-10 10:36   좋아요 0 | URL
네. 케이틀린 모란이 남녀의 화합을 강조하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출간 전 연재 기간 중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7.12(수)일까지 여기 비밀 댓글로 성함, 주소,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도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7-10 11:14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2 10:43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2 11:19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4 00:10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부기 2017-07-25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아먹으려고 만든 자극적인 제목이 대단하군요,네네,남자여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출간 전 연재] 사피엔스의 미래 - 7회에서는

 제2장 '모린 다우드와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모린 다우드와의 대화

모린 다우드와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러디어드 그리피스

어서 오세요, 모린. 이렇게 마주 보며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어서 참으로 영광입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남성의 정체성을 상당히 대조적인 방식으로 드러내지 않나요? 이 점이 미국 문화 전반의 어떤 면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모린 다우드

첫 질문부터 흥미 만점이네요. 사실 제가 두 대통령을 관찰하면서 흥미롭게 생각하는 건 두 사람 모두 약간은 충격적일 정도로 내성적인 인물이라는 거예요. 

처음에 조지 W. 부시는 거들먹거리는 카우보이 이미지로 임기를 시작했고 버락 오바마는 늘씬하고 세련된 현대판 스팍(〈스타트랙〉의 캐릭터)의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알고 보니 둘 다 내향적이고 미국 시민들에게 속마음을 내보이고 싶어 하지 않아 했어요. 조지 W. 부시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버렸지요. 설명해주지도 않고 그냥 저질러버렸어요. 오바마는 의료 보험 시스템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 여론도 확인하려고 하지 않죠.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러면 이러한 비판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까요? “오바마는 남자답지 않았다?” 모린, 예전에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의 자질은 약간의 카리스마와 남성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오바마에게는 잘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요? 


모린 다우드

저는 민주당이 오바마를 못살게 군다고 생각해요.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가만두지 않죠. 로널드 레이건과 달리 버락 오바마는 그냥 존중받기만 해서는 안 되고 약간은 강경하고 두려운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아요. 린든 존슨처럼요. 의회를 조종하고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바마가 풍기는 카리스마나 인격적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바마는 대통령직의 그런 부분은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당원들조차도 버락 오바마가 자신의 성격상 강점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마치 빌 게이츠가 컴퓨터를 좋아하지 않는 것만 같아요.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바마가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되길 바라지요. 제발 그 포스를 사용해달라고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자, 오늘 토론의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볼까요? 교육과 직장과 가정 내에서의 남성의 성취도가 급격기 하락하는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남성의 정체성이란 한물간 개념일까요? 아니면 남자들을 이렇게 곤경에 처하게 한 뭔가 다른 요인이 있을까요?


모린 다우드

정치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염색체상으로도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성들은 진화를 멈추었어요. 이 일은 아마 1962년이나 그즈음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여성은 하루도 빠짐없이 부지런히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왔어요. X염색체는 Y염색체보다 훨씬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Y염색체는 정체되다가 지금은 거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죠. 

제가 볼 때 여성들은 이미 꽃을 활짝 피웠어요. 반면 남성들은 꽃을 어떻게 피우는지 몰라서 두리번거리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여자들이 남자들을 도와야죠. 경직된 남성성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새 시대에서는 말이죠.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러면 이런 새로운 시대에 남성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남자가 조금 더 여성적으로 변해야 할까요? 아니면 마초 남이 더 인정받을까요? 지금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Y염색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요? 


모린 다우드

남자들은 그저 우리 여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됩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렇군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모린은 정치뿐 아니라 대중문화를 주제로 많은 글을 써왔는데, 가상의 캐릭터건 작가나 감독이건 이 세상의 남자 중에 여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남성 모델이 있을까요?


모린 다우드

이 질문도 아주 괜찮은데요. 제가 최근에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와 인상적인 인터뷰를 했습니다. 다니엘은 아내 레이첼 와이즈와 연극을 하고 있는데, 연극 이야기를 하다가 남녀에 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죠. 제가 팸플릿에 누구 이름이 먼저 올라가는가로 아내와 갈등이 생기지 않는지 물어봤어요. 저는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다니엘의 이름이 맨 앞에 있을 거라 예상했지요. 아내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니까요. 하지만 다니엘은 절대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둘의 이름이 나란히 놓여 있어야 한다고요. 그 자리에서 제임스 본드가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다 보니 둘 다 똑같이 훌륭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하면 생활이 쉽지 않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니엘은 부부가 내리는 어떤 결정도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고 두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어요. 그런데 제게 그 말은 마치 그들이 5년 후에 이혼할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들렸죠. 왜냐하면 이곳은 할리우드잖아요. 물론 두 사람은 뉴욕에 살기는 하지만요. 



_『남자의 시대는 끝났다』출간 전 연재 8회에 계속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22세에 언론계에 입문했다. 〈타임〉지를 거쳐 〈뉴욕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1995년 신문사 유일의 여성 기명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1999년 클린턴 섹스 스캔들 관련 연재 칼럼으로 퓰리처상을 탔다. 신랄하고 논쟁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글을 쓴다는 평을 받는다. 저서로 『남자가 꼭 필요한가?』가 있다. nytimes.com/dowd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들어가는 말 #1 토론 배경 : 여자의 부상과 남자의 추락

2회 - 들어가는 말 #2 토론자 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

3회 - 들어가는 말 #3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4회 - 들어가는 말 #4 토론 결과는?

5회 - 사전 인터뷰 #1 해나 로진

6회 - 사전 인터뷰 #2 커밀 팔리아

7회 - 사전 인터뷰 #3 모린 다우드

8회 - 사전 인터뷰 #4 케이틀린 모란


* 도서 정보 : 7.3일 출간되었고 지금 출간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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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7-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내조가 남성을 살린다
일부분은 맞다고 생각 합니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도와줄수 있는것이 부부 니까요
인간은 혼자 살기보다는 협동하며 사는것이 보다 나은 삶을 살수 있다고 봅니다
 




* [출간 전 연재] 사피엔스의 미래 - 6회에서는

 제2장 '커밀 팔리아와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커밀 팔리아와의 대화

커밀 팔리아와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러디어드 그리피스

저는 지금 커밀 팔리아와 함께 있습니다. 커밀 팔리아는 대중문화와 철학과 신화를 결합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인문학책들을 발표한 미국의 대표 작가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커밀 팔리아의 이런 면을 좋아합니다. 〈할리우드리포터〉의 칼럼니스트셨잖아요. 


커밀 팔리아

정식 칼럼니스트는 아닙니다. 그 매체에 글을 자주 쓰긴 했습니다. 워낙에 잡다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요. 할리우드나 로큰롤이 진지한 학문으로는 여겨지지 않던 시절부터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써오긴 했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열정 때문에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뢰를 잃은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의 예술 영화를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인용할 만한 발언을 많이 하셨는데요. 그중 다음 문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페미니즘의 맹점은 현대 여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해온 것이다. 여성의 어깨에 가장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대자연이다.”(커밀 팔리아의 저서 『성, 예술, 그리고 미국 문화Ses, Art, and American Culture』에서 인용)


커밀 팔리아

네. 저의 첫 책인 『섹슈얼 페르소나』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학문적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저는 항상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원하는 젠더 역할과 제가 달라 무조건 사회만 탓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다년간의 연구와 조사 끝에 여성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남성 위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여성은 여전히 임신과 육아라는 무거운 짐을 담당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아이 갖기를 선택한 여성들은 남성과는 절대적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남성들에게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의무이며 책임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임신은 어떻습니까? 너무나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태아가 여성의 몸 안에서 탄생하고 성장합니다. 생물학적인 힘이 여자를 압도해버렸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99%는 당장 책상을 차고 일어나 목소리를 높이며 저의 생각이 너무나 보수적인, 진보를 거스르는 관점이라고 주장하겠지요. 아닙니다. 보수적인 관점이 아니라 현실적인 관점입니다. 페미니즘이 이렇게 압도적인 자연의 섭리를 거부할수록 망상에 빠져 있다가 점점 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저의 스승들인 사드 백작, 오스카 와일드, 보를레르, 고티에의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어요.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마땅히 자연을 거슬러야겠지만 아무리 애써도 자연의 힘과 자연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전 세계 대학에서 젠더 역할이 그냥 소설 속 이야기나 독단적인 사회 관습일 뿐이라는 헛소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사회 구조라고 하죠.


커밀 팔리아

그렇습니다. 그런 단어를 사용합니다. 구조라고요. 대학의 여성학에서는 젠더가 주입되었다는 개념을 가르칩니다. 그건 완전히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젠더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어요?

   저는 모든 트렌스젠더를 지지합니다. 저는 저의 페미니즘을 ‘드래그 퀸(남성이 여성처럼 차려입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페미니즘’이라고도 하죠. 그러니 제가 공화당이나 보수 우파에서 나왔다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 페미니스트들이 다시 한번 생물학에 대한 논의로 돌아갈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을 모든 여성학 연구와 젠터 연구 프로그램에 필수 과목으로 포함해야 합니다. 생물학의 부재가 과학에 무지한 선동가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역량이 부족합니다. 너무나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여성 운동에 관심을 끊으려고 합니다. 현실과 유리된 주장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러면 오늘 밤 주장할 내용을 맛보기로 약간 보여주시겠어요? 커밀은 남성들이 문화적으로 건설해온 기존 사회를 존중하고 이 문명의 과거뿐 아니라 문명의 현재와 미래까지 이해하고 싶다면 남성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커밀 팔리아

“만약 문명이 여성의 손에 맡겨졌다면 인간은 아직도 초가집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저의 책 『섹슈얼 페르소나』에서 가장 논쟁이 되었던 구절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가 한 말을 심도 있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저는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며 탄생시킨 위대한 문화적 산물들이 남성의 생산물이라고 말을 한 거예요. 『섹슈얼 페르소나』에서 저는 남성이 창조의 욕구에 넘치는 이유가 남성들의 모호한 정체성 감각 때문이라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여성들은 사춘기에 월경을 시작하는 순간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됩니다. 여성들은 정체성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남성들은 발기할 때마다 자기를 증명하고, 증명하고, 또 증명해내야만 합니다. 특히 이성애자 남성들은 그렇습니다. 남성은 이 세상을 방랑하고 마침내 그들이 꿈에 그리던 여성을 찾아내고 그 여성을 어머니의 모습으로 동일시합니다. 성행위는 다시 자궁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섹스에는 이렇게 모든 종류의 어두운 상상력의 힘이 있지만, 페미니스트들은 성행위의 합의를 무시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남성에게 아주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하지만 제 책에는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역사에는 여자 모차르트가 없다. 여자 잭 더 리퍼(1888년 영국 런던에서 성매매 여성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마)가 없기 때문이다.” 저는 여성들이 지적인 수준에서는 중간 지점에 몰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 가운데 천재가 많이 배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범죄자나 사이코나 살인자 들도 나오지 않죠. 남성들은 총과 무기를 들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살상하고 너무나 남성적인 두뇌에서 형성된 왜곡된 환상에 따라 본능적으로 행동합니다. 모든 천재의 행동은 필연적으로 광기 어린 행동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페미니즘은 인간이 타고난 성적 차이점을 부정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바람에 오히려 궁지에 몰렸습니다. 페미니스트 운동은, 안타깝지만 현재는 소멸 직전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기에 자신들의 열정, 근심, 욕망을 페미니스트들이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페미니즘을 다시 현실 세계로 끌어와야 합니다. 생물학을 다시 공부하고 남성들을 정당하게 대해야 합니다. 남성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를 멈춰야 합니다.


_『남자의 시대는 끝났다』출간 전 연재 7회에 계속


             


커밀 팔리아

미국 예술종합대학인 유아츠 교수, 평론가. 뉴욕 주 빙엄턴 대학 하퍼 칼리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1984년 유아츠 종신 교수가 되어 인문학과 미디어학을 가르친다. 페미니스트지만 현대 페미니스트 활동가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아 안티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서로 섹슈얼 페르소나, , 예술, 미국 문화등이 있다

페이스북 @CamillePagliaAuthor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들어가는 말 #1 토론 배경 : 여자의 부상과 남자의 추락

2회 - 들어가는 말 #2 토론자 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

3회 - 들어가는 말 #3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4회 - 들어가는 말 #4 토론 결과는?

5회 - 사전 인터뷰 #1 해나 로진

6회 - 사전 인터뷰 #2 커밀 팔리아

7회 - 사전 인터뷰 #3 모린 다우드

8회 - 사전 인터뷰 #4 케이틀린 모란


* 도서 정보 : 7.3일 출간 예정이고 지금 예약 판매 중입니다.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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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7-0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의 힘이 여성 에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어느정도 까지 이해할수 있을지는 자세히 모르겠군요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이해할수가 있을것같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리 생각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수있군요

세모동그라미 2017-07-1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물학적 요소가 성 역할의 차이를 만든다는 점에는 매우 동의합니다. 여성만이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성평등의 관점에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고, 이건 주입된 성 관념도 아니죠. 그렇지만 진보하는 사회 속에서 여성도 사회 일원으로서 남성이 지는 사회,경제적 의무를 지는 만큼 양육에 있어서 남성들도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 생겨야합니다. 여성이 양육에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건 주입된 성관념인거죠.
(아참 그렇기에 여성이 출산을 꼭 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남성이 힘이 세니 모든 남자는 힘든 일을 해야만한다고 주장하면 동의하시겠습니까? 자신의 몸과 자신이 하는 일은 선택의 문제라는 점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렇게 생물학적 관점을 배제하면 안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세모동그라미 2017-07-1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지적수준 분포가 남성과 다르다는 주장은 근거가 의심됩니다.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도, 잭 더 리퍼가 살던 시대도 모두 지금보다 훨씬 과거이고 그 시대는 여성의 자유가 많이 억압된 시기였죠. 게다가 당시는 지적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구도 없었으니 천재성이나 무식의 정도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그런데 지적 수준이 드러나기까지는 교육, 환경 등 외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 당시의 시대적 환경, 즉 여성에게는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능력도 평가절하되는 시기에는 당연히 여성 천재가 드러나기 힘들었던겁니다. 반대로 잔인한 외부적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하고 물리적 힘이 약한 당시의 여성 입장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잔혹한 살인마도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고요.
그 반증으로 현재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교육(적어도 고등교육까지)의 기회가 양성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지금은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앞질러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육체적 힘의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만큼 물리적 힘에 의한 범죄에 있어서는 남성을 앞지르기는 힘들어보이네요(대신 사기 등 물리적 힘이 필요하지 않은 범죄나 여성인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 대한 범죄가 있으니 모든 범죄에 있어서 그렇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남성들이 역사적으로 인간 사회 발전에 들인 희생을 무시하려는게 아닙니다. 원시시대 사냥부터 목숨을 건 전쟁, 건물을 짓는 노동까지 많은 부분에서 그들의 덕을 보고있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성들이 그런 일을 하는 동안 많은 여성은 자유를 억압당하고 사회적 지위를 잃고 출산과 육아의 노예로 살아야 했던 점도 잊으면 안됩니다. 쓰다보니 과거의 사회는 남성의 힘이 많이 필요했던 만큼 성 역할이 많이 나뉠 수 밖에 없었던 점도 있네요.
하지만 이제는 과거보다 전쟁에 동원되는 사람 수가 많이 줄었고, 힘이 필요한 곳곳에 기계가 들어서고, 지식과 서류로 하는 일들이 사회에 훨씬 많아졌습니다. 인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요구하는 물리적 힘이나 지식의 수준의 컷트라인을 남녀 모두 넘을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는 중인데 여기서 여성이 우위를 점령하느냐 남성이 우위를 지키느냐를 다툴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녀가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보완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합니다. 옳다 그르다의 논쟁도 필요는 하겠으나, 그보다 중요한건 균형을 맞추려는 제도와 인식의 변화입니다.
 




* [출간 전 연재] 사피엔스의 미래 - 5회에서는

 제2장 '해나 로진과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해나 로진과의 대화

해나 로진과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러디어드 그리피스

다음은 해나 로진입니다. 〈애틀랜틱〉의 에디터이자 오늘 밤 토론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책 『남자의 종말』의 저자입니다. 고등학교 때 토론반에서 활발히 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해나 로진

네, 맞아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제가 남자들로 가득 찬 방에 와 있다는 거예요. 이러면 늘 인터뷰가 어색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잘 해보겠습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어떤 면에서는 본인이 오늘 밤 토론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해나 로진

왜요? 제가 고등학교 토론반 학생이어서요? 아니면 제가 토론을 할 줄 알아서일까요? 네. 어쨌든 저는 고등학교 때 토론광으로 살긴 했죠. 학창 시절의 거의 80%를 전국의 각종 토론 대회에 참가하며 보낸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저의 매력 지수를 높여주지는 않았습니다만.


러디어드 그리피스

무슨 그런 말을, 요즘은 토론을 잘하는 사람이 대세인걸요. 먼저 책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오늘날의 젠더 문제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탁월한 비유를 했더군요. ‘유연한 여자plastic women’와 ‘뻣뻣한 남자cardboard men’라고 표현했는데 조금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해나 로진

제 주장의 핵심은 세계 경제가 급변하고 있고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여성이 남성보다 변화에 더 쉽게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여자가 더 똑똑해서일까요? 글쎄요. 그건 아닐 겁니다. 여성들이 더 지능이 높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받으면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생물학적으로 여성들이 현대 사회에 더 잘 적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걸까요? 저는 생물학적 결정론자가 아니라 그렇게 믿지도 않아요. 수많은 경제학자와 이야기해본 결과 얻은 결론은 여성들이 더 유연하고 적응이 빠르다는 겁니다. 아마도 그것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약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갖게 된 성질이겠지요. 약자는 적대적인 환경에서도 살아남아야 했기에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보다 눈치가 빠르고 융통성이 있죠. 반면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점점 완고해지고 엄격해지는 성향이 있고요. 저는 우리가 비로소 여성의 위치를 조정해 나가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연한 여자’는 유연한 여성의 특징을 가리키고, ‘뻣뻣한 남자’는 적응하고 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성들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런 특징들은 단순히 경제나 우리가 택하는 직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에요. 남성다움이라는 개념과도 관련이 있죠. 


‘남성의 신비’에 대해 말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 여성이 의미하는 남성성은 1962년도의 여성이 처한 상황에서의 여성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1962년의 사회는 여성들을 협소한 방식으로 정의했죠. 여성들은 작은 공간에만 갇혀 어디로 갈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마 그 상황이 오늘날의 남성들이 처한 상황과 약간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남성성을 너무 편협하게 정의 내리기 때문이지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저도 그 점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들은 가족을 반드시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능력이 점차 사라진다는 점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책에 썼더군요. 전통적으로 가장의 역할이 남성성이라는 개념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처럼 공장이 줄줄이 외국으로 이전하고 제조업이 쇠락한 상황에서 남성이 집안의 기둥이라는 개념은 무너질 수밖에 없지요. 


해나 로진 

맞습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저메인 그리어 같은 페미니스트들의 고전적인 저작을 보시면 여성이 가정 안에서 왜 ‘제2의 성’일 수밖에 없는지 깨닫는 부분이 나옵니다. 여성들이 약자의 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무조건 남성들이 부양자이고 여성들은 피부양자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그런 조건이 해체되고 있어요.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생계를 책임집니다. 상위 계층의 소득이 비슷한 남녀는 결혼 제도를 좀 더 평등하게 바꿔가고 있습니다. 노동자 계층에서는 남자들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어요.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하고 자녀들에게도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바뀌는 문화 풍조가 이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합니다. 이제 더는 남성이 우월한 존재가 아닙니다. 지난 천년 동안 이해해왔던 식의 위계질서는 해체되고 있습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러면 하위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에서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 점차 많아지는 새로운 세상에서도 어린이들이 충분히 잘 성장하리라고 생각하세요?


해나 로진

남자의 종말 현상은 지금 현재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사회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임금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임금 불평등과 빈부 격차에 관련된 거의 모든 질문의 대답과 같다고도 할 수 있어요. 


당신이 상위 계층 출신이면 이 세상은 당신 손안에 있습니다. 전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부모님은 그 어느 때보다 자녀에게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죠. 그런 가정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살기가 더 낫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계층은 어떻게 될까요? 국가에 따라서 대졸자들은 전체 인구의 30~35% 정도니까 대졸자가 아닌 사람들이 여전히 다수죠. 이들에게 인생은 이전보다 더 팍팍합니다. 그런 이들은 아마 싱글맘 가정에서 성장했겠지요. 싱글맘들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하루하루가 고달프기도 했을 겁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생활비는 부족하고 어머니는 그리 좋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 않겠죠. 남자의 종말이 모든 여성이 근사한 고소득 전문직으로 일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일을 하고는 있지만, 장시간 일하고도 임금이 적지요.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가방을 가진 마지막 사람’(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부르는데 부러움을 살 만한 입장은 아니죠. 아이와 남겨진 엄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지만 쉽지 않지요. 이 또한 큰 문제이기도 하죠. 


_『남자의 시대는 끝났다』출간 전 연재 6회에 계속


             


해나 로진

미국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 이스라엘 출신으로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자랐고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했다. 여러 해 동안 시사 잡지 애틀랜틱, 슬레이트에 칼럼을 썼다. 두 번째 책 남자의 종말에서 남녀 간 힘의 역전에 따른 사회 질서의 재편을 주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인비저빌리아라는 여성 토크쇼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hannarosin.com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들어가는 말 #1 토론 배경 : 여자의 부상과 남자의 추락

2회 - 들어가는 말 #2 토론자 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

3회 - 들어가는 말 #3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4회 - 들어가는 말 #4 토론 결과는?

5회 - 사전 인터뷰 #1 해나 로진

6회 - 사전 인터뷰 #2 커밀 팔리아

7회 - 사전 인터뷰 #3 모린 다우드

8회 - 사전 인터뷰 #4 케이틀린 모란


* 도서 정보 : 7.3일 출간 예정이고 지금 예약 판매 중입니다.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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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6-3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화에 적응하는 여성 이란 말이 인상적이네요
가부장적 사회에서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던 남성들이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욱 많은 직업을 여성에게 양보해야 할것 같습니다

paperdo 2017-06-3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나 로진의 이야기가 매우 설득력있게 느껴지는군요.

아이시스 2017-07-24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적으로 수백년간 여성에게 요구해온 많은 절제들이 여성들을 진화하게 만들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또한 여성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노력 중에 왜 눈치를 봐왔는지도 알겠군요. 과도기의 시대에 태어난게 글을 읽고 새삼 느껴집니다.
 




*****


멍크 디베이트가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내실 있게 진행된 이유 중 하나는 청중의 참여 덕분이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 청중은 ‘남자는 퇴물인가’라는 주제에 찬반 투표를 했다. 결과는 투표자의 82%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왔다. 한 시간 반에 걸친 토론을 마친 후 청중은 다시 찬반 투표를 했다. 마지막 투표 결과와 토론 전 투표 결과를 비교하자 이 토론 시리즈 사상 가장 놀라울 정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나는 독자 여러분도 청중이 되어보기를 권한다. 


이 토론의 주제만 들었을 때 당신은 찬성과 반대 중 어느 편에 서고 싶었는가? 다수의 입장인 82%에 한 표를 던졌는가? 토론 내용을 끝까지 읽은 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투표해보길 바란다. 커밀 팔리아와 케이틀린 모란이 당신의 의견을 더욱 확신시켰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찬성’ 편이었나? 모린 다우드와 해나 로진은 어떠했을까?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을까? 





이러한 공개 토론과 투표 과정을 통해 정보 포화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정치와 언론의 간섭 없이 공공 토론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 가지 이슈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설득력 있는 발언을 들으며 두 입장을 모두 숙고해볼 수도,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멍크 디베이트를 기획하고 준비한 우리는 물론 독자 여러분도 이 토론의 유머와 활력, 그리고 토론에 참여한 멋진 여성 네 명이 펼치는 유려한 말의 성찬까지 즐기기를 소망한다. 



멍크 디베이트 기획자 겸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_『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 5회에 계속


***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들어가는 말 #1 토론 배경 : 여자의 부상과 남자의 추락

2회 - 들어가는 말 #2 토론자 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

3회 - 들어가는 말 #3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4회 - 들어가는 말 #4 토론 결과는?

5회 - 사전 인터뷰 #1 해나 로진

6회 - 사전 인터뷰 #2 커밀 팔리아

7회 - 사전 인터뷰 #3 모린 다우드

8회 - 사전 인터뷰 #4 케이틀린 모란


* 도서 정보 : 7.3일 출간 예정이고 지금 예약 판매 중입니다.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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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6-2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는 그대로와
토론의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할때 그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찿을수 있다는 원리갔군요
남자의 세상을 끝났다고 봤던 사람들의 변화의 원인은 어떤 까닭인지 궁금하군요

lilycoffee 2017-06-3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요소가 배제된 공공토론 그 흥미진진한 전개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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