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의 선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삼우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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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독일인 저자가 일본에서 '선'을 배우기 위해 앞서 '활쏘기'를 배운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정신적 감동을 담았다.

아마도,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 분위기가 서양인이 일반적으로 동양에 대해서 느끼고 또 상상하는 추상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다.  조금 신비롭고, 물질적인 것보다 보다 정신적인 느낌에 가까운... 유이되 무이고, 무이되 유이기도 한 그런 기분.

저자가 활쏘기를 통해서 배워가고 느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딱 그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성과도 없어 보이지만, 깨달음은 한순간에 왔으니 그 한 벽을 뛰어넘으니 그가 그토록 원했던 '선'의 세계에, 그리고 닿고 싶었던 경지에 성큼 다가서 버린다.

그런데, 그 느낌을 독자가 전달 받을 수는 있긴 해도 역시 막연한 감이 드는 것은 번역에서 오는 일종의 거리감이랄까.  게다가 독일인이 그 스스로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조금 추상적이었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선문답같은 내용이 오가는데, 솔직히 지루한 감이 있다. 전혀 못 알아들을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도 고개 끄덕이며 들을 수 있지만 그것이 재밌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명상하는 기분으로, 철학책을 읽는 기분으로 접근해야 우리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우리 마음을 관통하는 그 무엇... 무에서 유로, 유에서 무로 옮겨가는 그 무엇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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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5-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고서 활쏘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속의 자신을 잊고서 자신이 활이되고 화살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이 과녁이 되었을 때
어디를 쏘건 간에 그것은 과녁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활쏘기가 선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음 속의 한 점을 찾아서 그 한 점 마저 지워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만국의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마음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마노아 2006-05-1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제대로 읽으셨군요. 그러고 보니 저도 말해주신 구절 '마음 속의 자신을 잊고서 자신이 활이되고 화살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이 과녁이 되었을 때 어디를 쏘건 간에 그것은 과녁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오래 전에 읽은 티가 확실히 나는군요ㅠ.ㅠ 덕분에 기분 좋은 끄덕임을 가져봅니다.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 삼국시대부터 해방 공간까지 전환기의 인물들
이덕일 / 푸른역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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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은 몹시 문학적이었다. '역사의 길목에 선'이라니... 당연히, 역사의 길목에 섰을 법한 중요한 사람들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모두 우리가 국사 책이나 혹은 교양 서적에서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 그렇지만 그들의 깊은 이야기를 관심이 있어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한 제대로 알아가기는 어려운 일. 그 외로운 길에 지침서가 되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 학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부지런한 학자들 열여덟 분이 함께 뭉쳤다.(뭐, 원고야 따로 썼겠지만^^;;;)

저마다 전공 분야가 다르고 관심 분야도 다른 터라, 보아하니 가장 자신있고, 깊게 연구한 사람을 택해서 원고를 쓴 것 같다.  사람이 많으니 글의 스타일도 다르고 당연히 느낌도 많이 다르다. 어쨌든 공통적인 것은 그 글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어하는 우리 역사속 중요한 인물들의 자취와 그 행적을 살펴보는 그들의 시선이다.

인생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이 국가와 민족 개념으로 확대되어서 역사의 중요한 길목에 본인이 놓여있다고 한다면, 그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어쨌든 그 사람의 결정은 그와 그 주변인물들, 나아가 국가와 민족에까지 영향을 미칠만큼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당대에 그가 책임을 지든 못 지든 그 사실들은 변하지도 않을 뿐더러 잘 잊혀지지도 않는다. 

예를 들자면,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 먹을 때는 일본의 제국주의 야심이 천년 만년 유지되고 채워질 줄 알았을 테지만, 그가 배두드리며 즐거이 지낸 시간은 그가 두고두고 욕먹는 시간에 결코 견줄 수 없다.  한 순간... 혹은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그리고 나라 전체를 바꿔버리는 역할도 해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때에, 자신의 욕심으로,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생의, 국가의 중대사에 누를 끼치는 일은 마땅히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던가?  그런 판단이 늘 바로 세워지던가?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 순간의 선택이라지만, 그것 역시 평상시 그 자신의 모습이다. 그 사람의 성품과 인격 생활 태도 모든 것이 다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얘기. 원래부터 나라에 애국하고 나라의 독립을 학수고대했더라면, 이완용이 그런 바보같은 선택을 했겠느냐는 말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

그래서 평소에도 종종 하는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그런 생각이 강렬히 들었다.

살면서, 인생사 중요한 결정을 눈앞에 두었을 때.. 개인의 삶을 뛰어넘어 더 큰 범주의 큰 결정을 눈앞에 두었을 때, 눈앞의 작은 이익, 혹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스스로를, 민족을, 국가를, 사회를 배신하는 일이 없기를...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작은 일에서부터 유혹을 뿌리치고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늘 삐딱하게 살다가, 중대한 일 앞에서만 바르게 사는 일은  그닥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  뭐, 그런 인물에게 그런 기회가 잘 오리란 생각도 안 들지만...;;

이 책은, 사실 전문 분야의 책에 속하기 때문에 쉽게, 빠르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차분히, 그리고 신중히 읽어나가는 편이 이 책의 참맛을 더 잘 알아차리는 길이 될 것 같다.  게 중에는 내 마음에 참 안 드는 인물들도 더러  등장할 테지만, 그들은 어떤 마음과 배경을 가지고 그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그들이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한 변을 들어 보자.  제법 흥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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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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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뒤늦게 리뷰를 써본다. 당시엔 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터여서 그닥 입소문이 많지도 않을 때였는데, 친한 지인에게 빌려 읽어보고는 결국 내 책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다시 주문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다시 읽어보진 못했지만, 직장에서 누구에게 빌려주었더니 그 주변을 두달을 돌며 책이 걸레가 되어 돌아오더라는...;;;; 새 책으로 빌려주었건만...(ㅡㅡ+++)

아무튼, 나로서는 지금 생각해 보아도 꽤 괜찮은 느낌이었고, 나중에 더 여유 있을 때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그런데 지금 리뷰들의 제목과 별점을 살펴보니 실망했다는 반응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의외였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

파울로 코엘료 작가는 아무래도 연금술사로 워낙 유명해졌다 보니까,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 출간된 것은 한권 빼고 다 읽어보았는데, 어떤 작품도 '스타일'이라고 규정할 만큼 비슷하거나 획일화된 것은 없었다.  다만 독특하게 카톨릭 신자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성경 문구가, 책장 첫 머리에 잠시 언급될 뿐, 특별히 소재에서 다루지 않는 한 기독교적인 내용이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책 11분은 꽤 독특한 것이... 주인공은 창녀인데 이름이 마리아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파울로 코엘료로서는 이 이름이 주는 의미를 모를 리 없을 터, 이는 의도적인 파격이 아닌가 싶다.

뭐랄까, 난 참 신선했다. 우리 나라 영화에도 '노는 계집 娼'이 있듯이, 으레 '창녀'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 등등이 나오면 내용이 좀 신파적이다. (딱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너는 내 운명'을 떠올려 보기를...)

그런데 이 작품은 대단히 산뜻하고 쿨하다. 그녀의 직업을 고결하다고 말할 수 없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성을 파는 행위를 박수쳐줄 수도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고 그 책임도 본인이 진다.  많은 돈을 벌었고, 더 벌 수도 있지만, 여기서 그만!이라고 스스로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맛도 이미 알고 있고, '진맛'도 알아버린 그녀로서는 말이다.(영화 '음란서생' 인용)

야하더라는, 그 수위에 대해서도 말이 많던데,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차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 정말 얼굴 새빨갛게 되어서 심장 뛰어 죽는 줄 알았다.(그런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우리와 같이 유교적 문화 규범에 익숙해 있고, 또 스스로를 그 안에 규제하고자 하는 사람들(본인이 알든 모르든 간에)은 아무래도 이런 소재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밝게 묘사해도 오버하는 셈이 되고, 지나치게 어두워도 신파라며 돌 맞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이래도 불만이고 저래도 불만일 텐데... 그래서 각자 느낌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주인공 마리아가 어려서부터 갖게 된 '성적 관심과 로망 혹은 실망' 등등을 나이 순에 따라 서술해 나간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인생 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기분이어서 말이다.

그녀가 도서관에서 만난 여인은 또 어떤가. 지극히 범생이 스타일의 그 아주머니 클리토리스와 오르가슴에 얘기하는 부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마리아가 사랑하는 S&M에 눈 뜨는 장면은 시각적 이미지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는데, 자꾸 깊게 빠져들어가려는 그녀를 되찾아 오고자 남자 주인공이 호숫가에서 그녀에게 부러 주는 고통과 그 너머의 세계는 투명한 빛과 유리 파편, 푸른 호수, 붉은 핏빛.. 이런 칼라들이 모두 중첩되어 묘하게 어울리는 가운데 신비한 이미지를 줄곧 유지하였다.  그러한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나는 참 놀랍고 대단해 보였다.

어쩌면 신파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유치해질 수도 있는 엔딩을 그렇게 끝낸 것도 나는 대환영이었다.  '완성도'가 어쩌느니 하면서 억지 해피엔딩이나 억지 언해피 엔딩이 아닌, 그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지 않은가.

이렇게 칭찬 일변도로 나오는 독자도 있으니, 역시 모든 책은 스스로 읽고 판단해 볼 일.  내게 좋았던 책이 그대에게도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남 핑계는 금물~!

덧글, 그런데 아시는감요? 표지 세로줄에 작게 나와 있는 그림이 꽤나 에로틱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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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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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기껏 썼던 글이 날라갔다.ㅠ..ㅠ

음.... 다시 써 보자면... 최대한 간단하게...;;;;

기대보다 재미 없었다는 것. 나는 보다 민중적이고 대중을 향한 애정 같은 것을 기대했는데, 말 그대로 첫사랑 얘기만 하고 끝났다.

그 첫사랑이라는 게, 우리의 향수로는 좀 예쁘고 아름다운, 로망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좀 시시해 보였다. 귀족들의 사랑 나부랭이..;;; 정도의 느낌이랄까.

게다가 이름들도 어렵고, 뒤에 같이 있는 단편은 맘이 동하질 않아서 읽지 않았다.

투르게네프는 괜히 내게 미운 털 박힌 셈...;;;

에, 한바닥 썼던 글이 날라갔건만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 쓰라는 계시...;;;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는 거니까... 아래 리뷰어들은 모두 후하게 평가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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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애장판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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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 연재로 보고, 한번 소장했다가 누구 빌려주었는데 못 찾고, 다시 생일 선물로 받아 재소장하게 된 작품

박희정의 그림은, 참 신비롭다. 그녀가 제시한 문구처럼 꿈꾸듯이, 물빛 그리움을 담은 그 그림들...

아마 컴퓨터로 작업하는 그림으로서는 결코 좇아가지 못할 경지의 그림이 아닐까 싶다.

데뷔작과 그닥 간격이 벌어지지 않고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질적 향상은 어마어마했다.

캐릭터도, 그들이 이야기도, 물론 그림도...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테두리 안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

특히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의 만화같은 만남과, 그리고 안타까운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는, 한 편의 이야기로 담아내기에는 너무 가슴 아프고 또 애절했었다.

인디언 지요는 또 얼마나 신비롭고 엉뚱하며, 게다가 따뜻하기까지 하던가.

엘비스와 그의 친구들은 또 어떻고...

하다 못해 칼라 에스프리로 진행한 4페이지짜리 에드의 이야기도 짧은 만큼 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시카프 같은 행사 때는 박희정 만화 일러스트 원화 이벤트도 응모하고 그랬지만 번번히 떨어짐.ㅡ.ㅡ;;

누군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러면서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곤 했다.

제목도 얼마나 근사한가.  심지어 폰트 마저도 내 맘에 쏙 든다^^;;;;

선물해서도, 폼이 날만한 책이랄까. 애장판으로 나왔으니 선물용으로 더 없이 굿이다. 강추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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