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5
이한솔 그림, 이채 글.기획 / 리잼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초등 남학생인 꽁치는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간다. 치마는 훌륭한 골키퍼가 되게 해주고, 공기놀이 할 때도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학교 친구들은 치마 입은 꽁치를 놀리지 않고 재밌게 잘 논다. 선생님은 체육복을 갈아입기 위해서 여자 탈의실로 간 꽁치를 강제로 남자 탈의실로 보내지만, 남자 탈의실 학생들은 여자 탈의실로 꽁치가 옮겨갈 수 있게 프로젝트를 발휘한다. 



'사과소녀' 선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꽁치는 워킹을 연습하고 인사맛을 생각해 두고 잔뜩 들떠 있다. 하지만 이런 꽁치를 보는 아빠의 심기는 몹시 불편하다. 급기야 부부싸움도 일어난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꽁치의 옷장을 가득 채웠던 치마가 모두 사라졌다. 꽁치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꽁치 없는 축구 놀이와 공기 놀이는 모두 심심해졌다. 친구들은 꽁치 구하기 프로젝트를 가동!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장 예쁜 치마를 들고 꽁치를 찾아간다. 마침내 사과소녀 선발 대회까지 나간 꽁치! 객석의 사람들은 치마 입은 남자 아이를 수근대며 동요한다. 그러나 이런 꽁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응원이 보태지면서 작품은 훈훈하게 끝을 낸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펴냈다. 과거보다는 확실히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소수자'이다. 이 작품 속에서처럼 가족들의 이해를 받거나 친구들의 공감을 산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할 경우가 더 많을 거라고 짐작된다. 



특히나 학생들에게 성소수자 이야기를 꺼내 보면 이들은 과하게 오버하며 싫은 티를 낸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더 심하다. 어쩌면 그렇게 질색팔색하는 아이들 속에도 성소수자가 끼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다른 걸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이들이 자리한 가정 내에서도, 사회 속에서도 그런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들은 당연하다는듯이 차별을 스스로 세습하고 학습하며 자라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담담히 말을 해주는 이런 책들이 더 필요하다. 작품의 띠지에는 바지 입은 꽁치가 있지만, 띠지를 걷어내면 치마 입은 예쁘장한 꽁치가 나온다. '치마'가 여성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사과 '소녀'대회 같은 게 다소 불편하게도 느껴지지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표현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같이 사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이 책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