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본 영화를 차마 12월에 페이퍼 쓸 수 없어서 부랴부랴 작성하는 날림 감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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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제임스 건, 2014)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별로 눈이 가지 않았다. 외계 종족들이 비주얼이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마블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급 호감이 생겼다. 나중에 어벤져스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르잖아? 그런 기대감을 갖고 보았는데 기대보다 훨씬 재미 있었다. 초록 피부의 여주인공의 미모가 많이 아쉬웠지만, 그루트와 로켓의 케미가 정말 좋았다. I'm 그루트!로 모든 감정을 다 전달하는 이 섹시한 나무 캐릭터가 얼마나 근사하던지! 특히나 위아 그르투가 되는 순간 찡하기까지! 


가모라 역을 맡은 조 샐다나는 아바타의 여주인공을 맡기도 했는데 이러다가 외계인 전문 배우가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몸매는 끝내줬음! 작품에 깔렸던, 주인공 스타로드를 움직이게 하는 추억의 팝송들은 내가 거의 모르는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내 귀에도 아주 좋았더랬다. 저 넓고 외로운 우주에서 지구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음악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 


기대하고 봤음에도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다. 후편을 기다려보자.











56. 명량(김한민, 2014)


지난 달에 본 영화를 또 보게 된 것은 소개팅남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본 영화가 작년에 개봉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고 했다. 일년에 영화를 한 번 볼까말까 한 사람이라면 천 만 명 넘게 보는 그런 영화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이거 말고는 내가 볼 영화가 없었음. 개봉작은 거의 다 보았으므로..ㅎㅎ


그래서 한 번 더 보았는데, 나쁘지 않았다. 결말을 알고 본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해전의 스펙터클함을 다시 한 번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날의 영화를 완성해준 것은 사실 영화 끝나고 참석한 인문학 스터디였는데 마침 주제가 "임진왜란"이었다. 오호, 이건 뭔가 쿵짝이 잘 맞는 걸!









두번째 본 영화니까 별점은 생략~


57.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2014)


이 무렵에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게 바로 해적이었다. 사실 기대는 군도, 명량, 해무 쪽에 더 걸었는데 해적이 훨씬, 훨씬 재밌었다. 정말 근심 없이 푸하하하핫 웃을 수 있었던 즐거운 영화! 



난 이렇게 무거운 연기도 가능하고, 가벼운 연기도 얼마든지 해내는 배우가 참 좋다. 선덕여왕에서 비담이 꼭 그런 캐릭터이긴 했다. 다만 이 작품의 옥의 티는 마지막에 괜히 무게감을 싣는라 앞의 내용과 결이 맞지 않는 '교훈'을 담았다는 건데 한마디로 사족이었다. 그냥 가볍게 웃고 끝나도 충분했을 텐데.



손예진은, 아... 정말이지 예뻤다. 난 저런 스모키 화장에 무한 매력을 느낌~ 헤어스타일이랑 옷도 모두 멋졌음.

고래랑 친구 먹은 어렸을 적 이야기는 사실 말도 안 되지만, 아무튼 후하게 다 봐주면서 봐도 좋을 설정들이었다.



올해 내가 본 한국영화에서 이경영이 나오지 않는 영화보다 나오는 영화가 더 많았다. 압도적으로! 대개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이어서 좀 싫증이 날 판이었는데(이를테면 '패션왕'의 그 비정한 아버지 역 같은~) 이 작품에서 모처럼 변신을 했다. 근데 이 캐릭터도 마지막에 손예진을 향해 이제껏의 행보와 어울리지 않게 인간다운 면을 보여줘서 이번에도 옥의 티! 그냥 악당답게 끝까지 독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식의 여지를 남기는 게 한국 드라마의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유해진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개그의 80%를 혼자 담당한 것 같다. 사실 여기서 보여준 캐릭터는 이제껏 보여준 작품들과 많이 겹친다. 하지만 고래의 생김새와 생태를 설명할 때의 그 원맨쇼는 유해진만이 해낼 수 있는, 아주 맛깔스러운 즐거움이었다. '포유류'인데 바다에 사는 고래를, 산에서만 살아온 산적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것도 조선 초에 말이다. 멀미가 심해서 해적질 그만두고 산적으로 전업한다는 설정 자체가 참으로 신선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웃은 것은 바다 속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장면이었는데 아, 이 감독님 너무 웃겨..ㅋㅋㅋ










58. 해무(심성보, 2014)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김윤석에 대한 신뢰와 박유천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 둘이 실망을 준 것은 아니지만 나를 만족시켜 준 것은 여주인공 홍매였다. 영화 '코리아'에서도 북한 선수로 나왔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스파이'에서도 북한 사람으로 나왔다. 배두나와 같이 묘하게 중성적이면서 지구인답지 않은 매력이 있다. 쉽게 섞일 수 없는 이방인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 냈다.


영화 쌍화점에서 두 주인공이 그 긴박한 상황에서 몸을 섞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의 처절한 상황 속에서 서로의 체온에서, 체취에서 안식을 찾는 것은 공감이 갔다. 일본 영화 '굿바이'에서 심하게 망가진 시체를 보고 난 납관 초보가 집에 오자마자 아내의 몸을 찾았던 것, 또 영화 '뮌헨'에서도 그런 설정이 나왔다. 와, 찾아보니 많네. ㅎㅎㅎ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두 하나하나 이해가 가게끔 잘 표현해 냈다. 저 망망대해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사정들이 그들을 머리가 아닌 본능으로 살게끔 했다. 누구라도 미쳐 돌아갈 것 같은 기막힌 시간이었다. 그래도 순박하고 순진한 청년 하나의 인생이 너무 가혹하게 망가진 것 같아서 슬펐고, 이런 상황을 만들게 하는 이방인의 처지도 안타까웠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무겁고 너무 답답한 느낌을 주어서 영화 끝 느낌이 무척 부담스럽다.

여전히 연기 잘 하는 배우 김윤석이지만, 그래도 이젠 좀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또 커지니까~










58-1. 어톤먼트(조 라이트, 2007)


소설 속죄를 보고 나니 영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한 주인공 남자와 제임스 맥어보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잘 어울렸다. 원작이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영화가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못지 않게 좋았다. 내가 아는 시얼샤 로넌은 얼굴에 사마귀가 없었는데 이 작품에선 있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18세의 그녀와, 노년의 그녀를 표시해 주기 위한 설정이었나 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운명을 결정짓던 그 밤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입은 초록색 드레스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앞부분에 묶어서 늘어뜨린 것과 엉덩이 쪽의 주름이 예뻤다. 가슴 앞과 뒤가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그녀이건만 그래도 초 섹시함!


'속죄'를 보고 삘 받아서 이언 매큐언의 작품을 몇 개 더 구입했는데 긴 겨울밤에 찬찬히 보면 딱 좋겠다.











59. 비긴 어게인(존 카니, 2013)


공교롭게도 또!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다. 사실 '원스'가 워낙에 출중한 영화였기 때문에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저주받은 첫영화, 혹은 앞 영화의 후유증이랄까.


몇몇 내용 상의 구멍이 보이는 영화였음에도, 그걸 상쇄시켜주는 '음악'의 힘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되고 용납이 되는 그런 영화였다. 게다가 키이라 나이틀리가 이렇게 노래도 잘할 줄이야! 그녀의 이미지는 도시적이고, 차갑고, 조금은 우울한, 영국 날씨같은 그런 느낌인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도 잘 어울리는구나!


남자 주인공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또 얼마나 징글징글하게 훌륭하던지! 앗! 그런데 이 남자가 어벤져스에서 헐크였구나! 지금 알았네...;;;;;;


음악을 만든 건 창작자이건만 유통시키는 업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구조에 한 방 먹이는 엔딩은 무척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라서 가능하단 생각을 했다. 시끄러운 거리에서 그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녹음을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녹음 구조상 이것도 말이 안 되겠지? 게다가 마치 '단추' 하나로 수프를 끓인다고 장담했지만 사실은 온갖 야채와 양념이 들어갔던 것처럼 댄이 끌어들이고 끌어온 인맥이 결코 장난이 아니지 않은가. 그나저나 '딜'을 할 줄 알았던 동네 꼬마들의 코러스 참 재밌었다. ㅎㅎㅎ


영화 '원스'는 ost를 두고두고 다시 듣게 했는데, 이 작품의 노래는 몇 번은 더 들어봤지만 계속 생각나거나 흥얼거리게 하지는 않았다. '원스'의 아성은 못 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유난히 한국에서만 큰 인기를 끌었다던데 정말 그런가? 내 기억에도 꽤 오래 상영했던 게 떠오른다. 아무튼 음악영화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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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도 영화보다는 다른 문화생활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것도 11월 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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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2014-11-2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놓친게 너무 아쉬워요 ㅜㅜ 영화관람도 타이밍인듯~

마노아 2014-11-29 22:07   좋아요 0 | URL
그쵸? 극장상영시 보지 못하면 나중에도 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