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머나먼 곳 생각하는 숲 15
모리스 샌닥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틴은 엄마에게 뭘 하나 물어봤어요. 그런데 엄마는 아기를 씻기느라고 바빠 아예 듣지도 않았지요.

마틴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해줄 누군가를 찾아 머나먼 곳으로 가기로 결정해 버렸어요.

가방 속에 챙긴 옷은 꼬마 신사를 연상케 하네요.

마틴은 카우보이 모자에 가짜 콧수염을 붙였어요. 아무도 자기를 못 알아보기를 원했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곳이야말로 머나먼 곳이 아닐까요?



가는 길에 마틴은 늙은 말과 참새를 만났어요. 

아주 머나먼 곳에 가고 싶다는 마틴의 말에 참새는 그곳이 아주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했어요.

말은 말이 꿈꿀 수 있는 곳이라고 했죠. 파란 풀 숲에서 꿈꾸던 걸 떠올리며 말은 울었어요.

그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아 마틴도 함께 울었죠. 

동병산련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고양이는 그 머나먼 곳이 하루종일 노래를 불러도 누구도 조용히 시키지 않는 곳이라고 했죠.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 안다고 했어요. 네 친구는 머나먼 곳으로 가기로 했어요. 

자, 이야기의 2부 시작입니다.



머나먼 곳은 멀지 않았어요. 모퉁이에서 두 번째 창문이 있는 지하실이었죠.

자그마한 친구들은 창을 통해 들어갔지만 말은 머리만 겨우 집어넣을 수 있었어요. 

이제 그들은 행복한 시간을 가질 것만 같았어요. 원하던 머나먼 곳에 왔으니 말이에요.


마틴은 카우보이 모자를 벗고 온갖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참새는 자기가 태어난 곳에 대해 말했지요. 고상하다는 그곳 말이에요.

말은 담요처럼 포근한 풀 위에서 잠들며 꿈꾸던 시절을 생각했어요.

고양이는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지요. 한 시간 반동안 이들은 모두 행복했어요.

네, 그때까지는요.



한시간 반이 지나자 이들은 다투기 시작했어요. 서로 불만이 생겼거든요.

마틴은 친구들이 자기의 질문에 대답해주기를 바랐지만, 고양이는 노래만 불렀고, 말은 꿈꾸는 것에 방해되는 소리들이 시끄러웠어요. 참새도 자기가 바라던 고상한 곳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결국 이들의 만남은 깨지고 말았지요. 모두들 제 갈길을 찾아갔어요. 

머나먼 곳은 혼자 찾아야 할 거예요. 혼자서 찾아들어갈 때, 그곳은 멀리 가지 않아도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마틴은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했어요. 어쩌면 엄마가 아기를 다 씻겼을지도 몰라요.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면 계단에 앉아 잠시 기다리지요. 그러고 나면 엄마가 궁금한 것들에 대답해 줄 거예요. 고상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말들은 꿈을 꾸고, 고양이들은 노래할 줄도 모르면서 늘 노래하는지 말이에요. 

마틴의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워졌어요.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비슷한 행보를 많이 걸어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죠. 아이는 현실에서 뭔가 토라지거나 속이 상한 뒤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요. 그곳에서 놀라운 모험을 하고 신나는 경험을 한뒤, 토라졌던 기억을 다 잊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돌아간 집은 따뜻한 곳이었죠. 엄마가 따스한 밥을 지어서 기다리는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아이는 평화롭게 잠들 준비가 되어 있죠. 이 책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이는 동생만 챙겨주는 엄마에게 토라져서 제 스스로 머나먼 곳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말아요. 그곳이 가장 포근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걸, 사실은 아이도 알고 있거든요. 


감정이 볶여서 화가 치밀고 속이 상할 때 잠시 그 공간을, 그 시간을 떠나있는 것은 좋은 치료제일 거예요. 그 잠깐의 일탈로도 우리의 감정은 많이 안정이 될 테니까요. 떠나고 싶게 만든 대상은 일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어요. 무엇이든, 누구 때문이든... 머나먼 곳으로 잠시 가보자고요. 뜻하지 않은 친구가 반가운 선물이 될 수도 있고, 구관이 명관이야~하고 여기게 할 수도 있죠. 무엇이든 도전해 보아요.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여전히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모리스 샌닥 작가님! 오늘도 고마워요.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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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1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