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서관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자크 보세 지음, 기욤 드 로비에 사진, 이섬민 옮김 / 다빈치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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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구경을 갔다. 크게 눈에 띄는 게 없어서 돌아나올 즈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이 책을 발견하고 눈에서 광채가 났다. 가슴에 끌어안고 나와서 대출을 신청했더니 대출불가 도서란다. 헐... 안타까움을 남기고 돌아나오려는데 사서 선생님이 특별히 일주일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대출 불가 도서라서 바코드도 안 찍고 갖고 나왔다. 음하하핫! 절대로 한동네 사는 사람이라는 특혜를 받은 게 아니다!


1995년에 배스베인스는 1914년 발견된 새뮤얼 피프스의 장서 목록에 등장한 세 권짜리 책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보스턴 애서니엄에 갔던 그는 지하 서고에서 잠자고 있던 책들을 발견했다. 전혀 펼쳐진 적도 없고 페이지가 잘려 나가지도 않은 책들이었다. 대출 카드를 보면 대출된 적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소리로 그는 물었다. “85년이나 되었군요. 누구 때문에 구입한 책입니까?”이에 사서는 대답했다. “배스베인스 선생님 당신을 위해 구입했습니다.” 11쪽 

 

히야, 사서의 센스가 반짝반짝 빛난다! 직무유기가 될 법한 이유가 최고의 찬사로 둔갑했다. 이런 순발력을 제발 좀 갖고 싶다!


오스트리아의 아드몬트 베네딕트회 대수도원 도서관

 

좋았던 사진이 정말 많았는데 이 도서관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더 화려하고 더 웅장한 곳도 많았지만 가장 황홀하게 멋진 곳이 여기였다. 

 

 

마름모꼴 대리석 타일 7500 개로 이루어진 마루는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자아낸다. 케플러의 기하학에서 여감을 얻었을 법하다.

금칠한 68개의 나무 흉상은 아드몬트 도서관에 구축된 도상학의 완결편으로 철학자, 화가, 시인, 여덟 명의 무녀, 네 개의 대륙이 표현되어 있다.

아드몬트는 수많은 수도원들이 겪어야 했던 포화와 박해에서 다행히 살아남았다.

나치스의 오스트리아 합병 뒤 소장품을 거의 전부 강탈당했지만 그 상당 부분을 되찾고 재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모뉴먼츠멘이 떠오른다.


 

아드몬트는 세계 최대의 수도원 도서관이자, 오스트리아와 독일 바로크 시대의 가장 풍성하고 화려한 유산 가운데 하나다.

 

다 좋았지만 유독 좋았던 것은 사다리다. 안정감이 있다. 저기 올라가서 서가 높은 곳에 꽂힌 귀하디 귀한 도서를 꺼내들고 싶다. 아, 사진만 봐도 좋다!



독일 울름의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도미니쿠스 헤르메네길트 헤르베르거가 조각한 열 점의 목조상 중 수학의 알레고리.

 

알파벳 J가 없다. 이유가 있나?? 지저스의 머리글자라서 피했나? 조선시대에 임금님 이름을 못 쓰게 막는 것처럼? 아님 J는 좀 나중에 만들어졌나???

 

 

이탈리아 피렌체의 리카르디 도서관


 

조반니 바티스타 포지니가 제작한 빈첸치오 카포니 흉상. 각광 받는 지식인이자 여행가이던 카포니는 5천 권의 장서를 수집했고, 이중 일부를 프란체스코 리카르디의 부인이 된 딸 카산드라에게 물려주었다. 이 유산 덕에 리카르디 도서관은 토스카나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의 하나가 되었다.

 

천장에 가까운 높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햇빛을 받으면 황금색 장식이 더 눈부시게 빛날 테지? 빛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책이 바래니까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게 아닐까. 

 

 

조르다노의 열람실 천장화. 나폴리 출신인 루카 조르다노는 17세기 말 이탈리아와 에스파냐의 귀족과 성직자들에게 가장 크게 인정받은 화가였다.

 

서양 건축물에선 유독 천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이에 비하면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은 정말 소박하다 못해 검소했다. 검박한 멋도 일품이긴 하지만.

  

 

프랑스 파리의 상원 도서관


 

대열람실의 건축 양식은 신고전주의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우물천장 부분은 마리 드 메디시스의 고전적인 이탈리아식 궁전의 영향을 보여준다.

 

엄청 고급스럽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면 좀 무섭겠다. 책장 윗부분의 장식이 예쁘다. 샹데리아도... 

 

 

들라크루아의 가까운 친척이기도 한 레옹 리스네가 그린 알레고리 천장화. 화가 집안인가?



영국 맨체스터의 존 라일런즈 도서관

 

 

 

연구자용 열람실로 쓰이거나 목록과 개가 도서 참고용으로만 쓰이는 갤러리 밑 열람칸은 쾌적한 자연 채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라일런즈 도서관은 맨체스터 최초로 전기 조명을 갖춘 건물 가운데 하나였다.

 

고립되지 않고 탁 트인 열린 공간이 마음에 든다. 그러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과 있다. 아마도 공간을 채울 햇볕도 공기도 모두 마음에 든다. 아, 저 자리에 있고 싶구나!


 

체코 프라하의 체코 국립 도서관


 

조각, 회화, 목공예, 스투코, 연철, 금칠한 나무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수 및 응용 미술이 어울려 풍성한 장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든 공간은 채워지거나 덮여 있다.

 

 아, 가득 채운 지구의가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시기의 지구의겠지? 나는 퍼즐로밖에 못 맞춰본 그런 것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메인 홀에는 매우 희귀한 자료들과 16-17세기 지구의와 천구의가 있다.

 

회오리치는 기둥은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지구의와 천구의가 많으니 다 용서가 된다.ㅎㅎㅎ


 

에스파냐 산로렌소데엘에스코리알 왕립 도서관

 

 

끊어 읽기 어려운 이름이구나! 호수까지 절경이네! 

 

 

메인 홀. 이곳의 가구들은 20세기 중반까지도 명맥을 유지한 에스파냐 건축 양식의 창시자 가운데 하나인 후안 데 에레라가 디자인했다. 교양 과목들과 관련된 역사상의 이야기들을 묘사한 티발디의 프레스코.

 

아, 벽과 천장마저도 거대한 자료이고 수업이고 책이구나.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미술관이고 박물관이고 체험 현장 학습이다.

 

  

 

펠리페 2세의 명에 따라, 귀중한 자료들은 장정을 햇빛으로부터 보호할 목적으로 책등이 벽을 향하게 보관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남아 있다. 제목은 책등 반대쪽에 표시했다.

 

제목은 책등 반대편의 종이 부분에 금을 칠한 후 적었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됐구나.;;;;;

 

 

 

마프라의 수도원-궁전 도서관 설계는 빈의 호프비블리오테크에서 영감을 얻었다길이 85미터에 이르는 이 큰 홀은 중앙 둥근 천장 밑에서 건물의 두 날개가 만나는 형태를 취했다. 

 

 긴 직선이 주는 위압감에서 종묘의 정전이 떠오른다. 

 

 

 

중앙의 둥근 천장 밑 5천 개의 대리석 조각으로 된 바닥이 애초에 구상된 화려한 장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도서관은 건축가의 구상처럼 화려하게 장식되지 못했다계획보다 20년이 더 소요된 건축은 역사의 희생물이 되었다아우구스티누스회에 밀려났다가 1792년에 마프라로 다시 돌아온 프란체스코회는 청빈 서원에 충실하고자 목조 부분을 온통 흰색으로 덮어버렸다. 2층의 갤러리는 길이가 거의 3백 미터에 이른다.

  

 어이쿠, 제대로 화려했으면 눈이 부셔서 멀어버렸을 지도! 

 

 

금칠을 거부하고 대신 칠한 흰색이 세월에 바래지면서 양피지 색깔을 띠어 우아하게 되었다고 한다이쪽이 더 좋아보인다.

 


미국 보스턴의 보스턴 애서니엄  

 

  

애서니엄은 회원들에게 모임만찬 토론리셉션계약회의 공간을 제공한다수요 다과회는 보스턴의 주요 사교 행사 가운데 하나이다애서니엄은 회원들에게만 비교적 비싼 연회비로 개방되는 조합 형태로 운영된다허가를 얻은 대학생과 연구원들은 자료 열람이 가능하다.

 

도서관에서의 다과회는 로망으로 보이지만 책에는 안 좋은 것 아닌가 모르겠다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졌던 만찬이 떠오른다.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 도서관



그레이트홀의 화려한 계단은 파리 오페라와 빈 미술사박물관 계단을 떠올리게 한다상징알레고리인용건축적 디테일의 아낌없는 사용은 보편 지식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찬미한다. 

 

여기서 오페라 무대를 올려도, 발레 공연을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냥 그 자체로 종합 예술로 보인다. 아름답다!

 

 

1997년에 백주년을 맞아 건물의 전면 보수가 이루어지면서 실내 장식이 보존 또는 복원되어 의회가 본래 구상했던 우아한 클럽 도서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가구 색마저도 고혹적이다. 우아함과 지성미가 어우러져 있다.

 

 

 멤버스룸은 국회의원 전용 열람실이며 전용 출입구를 통해 이용하게 되어 있다시에나 대리석으로 된 벽난로 위에 보이는 것은 법에 대해 묘사한 베네치아 모자이크이다.

   

 

 에드윈 홀랜드 배시필드의 프레스코 <인간 이해>가 돔을 장식하고 있다이집트와 과학이슬람과 물리학로마와 통치독일과 인쇄프랑스와 해방 등 서양과 미국 문명 발달에 영향을 미친 구가와 주제들을 의인화해 묘사했다.

  

 

 금으로 장식된 둥근 천장 밑에 있는 주 열람실은 편안한 집기들과 탁월한 조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구도가 몹시 안정적이다. 


뉴욕 공공 도서관

 

 

 카레르 앤드 헤이스팅스의 걸작인 로즈 열람실면적 13백 제곱미터천장 높이 16미터인 이 열람실은 수용 규모가 7백 석에 이른다.

 

공부하다가 힘들면 고개 꺾어 천장 보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그나저나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결혼식장으로 잡은 곳이 여기인가??


이렇게 비싸고 장정 화려한 책은 마땅히 도서관에 있어야 한다. 게다가 도서관에 관한 책이니 더더욱!

사진도 훌륭했고, 보는 재미가 좋았지만 전반적인 구성은 아주 무난했다. 건물들이 주는 특별한 비쥬얼 이외의 편집 구성의 매력은 아쉬웠다. 그래서 별점 하나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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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3-2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이라면 이런 페이퍼에 공감 백배를 누를 수밖에 없을 듯. 정말 환상적이네요..^^

마노아 2014-03-24 21:33   좋아요 0 | URL
눈으로라도 호강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아유, 도서관이라니... 정말 좋아요.^^

Ralph 2014-03-2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런 도서관을 짓겠다고하면 비웃음을 사겠지요.. 왜 그돈을 쓰느냐고.. 인간이 점점더 똑똑해지는 것인지.. 멍청해지는 것인지..

마노아 2014-03-24 21:33   좋아요 0 | URL
유홍준 교수님이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한 문화 유산을 짓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던 게 떠올라요. 멀리 내다보고 한걸음씩 내디뎌야 하는데 바로 앞걸음도 잘 못 떼는 것 같아요..;;;

2014-03-2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3-24 21:34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도서관 이름을 안 적었네요. 마지막 사진이 바로 뉴욕 공공 도서관이에요. 캐리가 결혼식장으로 잡은 곳 맞네요. 아, 저런 데서 결혼하고 싶어요.^^ㅎㅎㅎ

순오기 2014-03-2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도서구입비 지원받으면 이 책 바로 살거에요.
너무나 근사한 도서관에 눈이 즐거워요~ @@

마노아 2014-03-27 21: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작은 도서관에서 눈부시게 빛날 책이에요. 명당 자리에 놓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