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집중이수제에 따라서 수업을 몰아서 듣게 되었다. 1학년 때는 도덕을 일주일에 5시간 배우고, 2학년 때는 국사를, 그리고 3학년 때는 사회를 5시간씩 듣는다. 그것도 1년 동안. 그러니 해당 과목에 흥미 없는 학생은 아주 죽을 맛이다. 교사의 시간표를 배치하다 보니 한 과목을 한 반에 여러 선생이 가르치게도 된다. 물론, 진도는 다르지만.  나 역시 그 바람에 졸지에 도덕을 가르쳤더랬다. 도덕1, 도덕2, 도덕3 이렇게 세 명이 들어가는데 도덕1만 도덕 전공 선생님이고, 도덕2는 역사 전공샘, 도덕3은 사회 전공샘이 묻어서 들어갔다. 그리고 교재는 1.2학년 책을 나눠서 동시에 진도가 나간다. 어떤 반은 3교시에 도덕1을 배우고 4교시에 도덕2를 배우게도 된다. 그런데 책이 달라서 책은 두 권 필요함.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교육 시스템인데, 이거 오래 못 갈 것 같다. 예체능 과목도 집중이수제로 나가는데 누구 발상인지 황당 그 자체. 끼인 아이들만 가여울 뿐.  

비록 일주일에 한 시간씩이었지만 내가 맡았던 진도는 북한 관련 내용이었다. 분단의 배경과 역사, 북한의 체제와 현주소, 통일을 위한 준비, 자세, 효과 등등등...  

북한이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라고 말하는 90년대 후반에 약 4년 동안 무려 3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숫자도 너무 크고, 굶어 죽는다는 것 자체가 결코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 학생이 북한 사람들 너무 멍청한 것 아니냐고 질문을 했다. 미리 양식을 비축해 두었다가 먹을 게 떨어지면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반응에 순진과 무지가 만나면 참 갑갑하구나... 생각했다.  

굶주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점심 급식 남기지 말자고 얘기를 하면 반응이 없지만, 매주 수요일 '잔반 없는 날'은 그런 당부 없이도 잔반이 거의 없다. 잔반을 남기지 않아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한 학급에게는 토스트 피자빵과 쥬스가 간식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한끼 간식의 힘도 이리 큰데 굶주림에 대한 연민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학생들과 함께 들은 노래 중에서 이 노래가 가장 좋았다. 여러 가수들이 목소리를 보태어 마음을 전한 게 좋았는데, 유독 '김종국'이 나오면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좋다는 것도 아니고 아주 싫다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의 이상한 소리.. 난 이 중에서 이승철 부분이 참 좋더라. 

 올스타 '그 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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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가사가 참 마음에 와 닿는 '직녀에게' 가사는 늘 그 자체로 시다. 원래 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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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운 신형원의 '터'. 이때 개똥벌레도 배우고 독도는 우리땅도 배우고 그밖에 흔히 얘기하는 건전가요를 참 많이 배웠다. 그때 그 선생님이 살던 오래된 아파트에 지금 우리 언니가 살고 있다. 참 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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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치환을 맨 처음 '광야에서'로 알게 되었다.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 벌판~으로 이어지는 가사가 참 좋다. 내가 참으로 사랑해 마지 않는 '대구' 형식이기도 하고, 가사 그 자체가 뜨겁다.  

그런 얘기도 했었다. 통일이 되어 우리가 육지로도 얼마든지 북으로 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천년 고도 경주에서 출발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 포르투갈까지 갈 수 있지 않겠냐고, 태평양에서 출발한 여정이 대서양에서 마무리될 때의 감격을 상상해 보라고. 우리 수학여행을 기차 타고 유럽으로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나혼자 막 벅차 했는데, 반응 없던 아이들이 수학여행이라니까 잠시 혹했다. 하하, 정말 그런 날 빨리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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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의 이름은 아마도 이 노래 '...라구요' 때문에 알게 된 것 같다. 어릴 적에 언니가 여러 차례 듣고, 그 바람에 더불어 얻어 들은 노래다. 가사에 나오는 '흥남부두'는 얼마 전에 읽은 온양이에서도 나온 이름이다.  

그런데 강산에 목소리는 윤도현과 무척 비슷해서 영상 없이 노래만 들으면 착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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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1집의 '임진각'도 링크 걸고 싶었는데 유튜브에서 못 찾았다.
노래는 여기서 들어볼 수 있다. 

임진강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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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그리운 금강산도 있지만 슬쩍 패쓰~ 

그리고 참 울컥하게 하는 이 노래, '홀로아리랑'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인데, 오빠와 함께 노래방을 간 적이 있었다. 오빠를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우리 말도 못하고, 당연히 우리 노래도 잘 모를 오빠가 우리말로 이 노래를 불렀다. 미국에 있을 때 들어보고 좋아서 몇 번 불러봤다는 거다. 당시 오빠는 한국에서 어학당을 1년 가까이 다녔지만 우리 말은 셰인만큼도 못했지만 이 노래가 주는 울림은 참 좋았다. 만나야 할 사람이 남과 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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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는 이미 개봉했고, 고지전은 곧 개봉할 영화. 두 영화 모두 꼭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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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27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시대는 이렇게 가슴 뭉클한 통일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이젠 통일을 노래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어요.ㅜㅜ

마노아 2011-06-27 14:22   좋아요 0 | URL
점점 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게 되어요.
참 가슴 아픈 일이에요.ㅜ.ㅜ

마녀고양이 2011-06-2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중이수제 정말 이상하더군요.
왜 그런 이상한 발상이 나왔는지......... ㅠㅠㅠㅠㅠ...... 계속 한숨만 나와요.
코알라가 1년 반 후면 중학생이 되는 시점에서 더욱 그래요.

마노아님, 이미지 바꾸셨네요. 너무 따스하고 부드럽고 이뻐요~

마노아 2011-06-27 14:22   좋아요 0 | URL
누구 머리인지 아주 꼴통이에요...;;;
빨리 사라져야 할 텐데요.
그나저나 저 간밤 꿈에 마녀 고양이 님이 나왔어요.
저랑 마을 버스 한 정거장 위에 살아서 우리 집에 놀러오셨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