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세계사
탄베 유키히로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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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설화와 기록에 기반하여 커피의 역사를 인류 역사와 함께 서술하고 커피에 대해 소개하는 문화교양 서적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커피의 생물학적 출현부터 21세기 현재 새로운 커피 문화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서대로 11개 단원에 걸쳐 커피의 전파와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열매 중심의 커피는 실상 600년이 채 안된 비교적 젊은 전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커피의 전파와 발전의 역사는 사실 커피 나무의 훔쳐 심기와 부가가치의 무역 상품의 발전 과정과 경로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18세기 미국 독립전쟁을 유발한 보스톤 티 습격 사건 때문에, 이후 미국에서는 진한맛 커피 보다는 연한맛 약배전 커피가 유행하던 것이 하나의 관습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20세기 들어 전세계 커피 무역 시장에서 커피 사업을 독점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돌발 변수(전쟁과 녹병)에 의해 무산되고, 커피 생산국의 소비국화 전환 현상으로 인한 고품질 커피 공급 부족 문제가 커피 품질 향상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커피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일본 시가의과대학 조교수 탄베 유키히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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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도 커피 전문점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커피 수입의 증가와 함께 새로운 커피 맛에 대한 수요와 커피 문화에 대한 탐구 욕구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일상 생활에서 느끼게 된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사실 동아시아 커피 시장에서 일본의 지위는 높다고 할 수 있다: 5개 대기업 무역상사들을 중심으로 20세기 초반부터 전세계 1차 곡물 유통 무역 시장에 참가하는 주요 참여자여서 일본 자국 내 수입뿐만 아니라 산지로부터 전세계 지역으로의 유통 무역을 담당하고 있어서 일본 내 수입 커피를 낮은 가격에 수입할 수 있다는 점은 부러운 점이다.

2010년대 들어 블루 보틀이라는 적하식 워터드립 방식(찬물로 고농축 커피 추출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추출 시간, 가성비, 맛 등을 종합해 보면 향후에 보편적인 인기를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부분이다.

책 내용 중에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꼽자면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17세기부터 시작된 유럽 선진국들의 부의 축척의 주요 원천이 열대 식민지 지역의 커피 농장 사업과 무역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17세기부터 생겨난 유럽의 커피하우스가 실상은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는 일종의 증권거래소 역할을 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동아시아의 커피 소비는 19세기부터 일본을 선두로 한국과 중국이 개방되기 시작하여 급속하게 발전했는데, 아무래도 하와이 커피 농장을 매입해 코나 커피를 생산하는 일본의 커피 문화가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의 커피 수입량 기준으로 보면, 인구비율 상 한국 수입물량이 일본의 30%가 되어야 하는데 50%에 해당할 만큼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커피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커피를 마시고 애용하게 되면서 나타난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문제들을 포함하는 당대 커피 문화에 대해서도 당시 시대적 지리와 함께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커피에 관한 발전 역사를 설화와 기록에 기반하여 요약 정리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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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존재들 - 결함과 땜질로 탄생한 모든 것들의 자연사
텔모 피에바니 지음, 김숲 옮김 / 북인어박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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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주 속에서 형성된 인류 생명체의 진화를 불완전함과 우연성이라는 요소에 기반하여 해설한 진화인류학 저서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생명체와 인류가 우주 상에서 이루어낸 진화 과정과 필요한 법칙과 요소들을 7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우주와 지구의 탄생은 물리학적 법칙들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탄생에서 지금까지의 발달 과정은 어떤 특정한 법칙을 따른 결과가 아니라 오로지 우연저인 사건들이 합쳐져 도달한 상태라는 것이다.

-진화는 환경 적응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변화로 나타난 돌연변이의 탄생의 결과물이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에는 개인과 집단적으로 이기주의, 배타주의와 이타주의, 퍙등주의적인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오직 사회적 교육에 의해서만 충돌을 피하고 타협을 학습시킴으로써 편견과 배타성을 억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자체가 육체적으로 불완전한데,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변화하지 않았던 과거에 계속 머무르려는 경향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의 뇌 또한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억력과 판단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중요한 것은 결정을 내리는 시점에서 현재의 가격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인류와 역사에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불완전성은 6가지 법칙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연의 법칙, 타협의 법칙, 제약의 법칙, 재사용의 법칙, 양파의 법칙, 붉은 여왕의 법칙.  

저자는 진화생물 철학자 파도바대학교 생물학과 텔모 피에바니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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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뿐인 인생인데 어떻게 살것인가?’

간혹 우리가 자주 휘말리게 되는 단순한 논쟁 이슈 중에 하나이다: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현재를 누리며 만족하면서 살것인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망을 억누르고 견디며 살것인가?’

정답이란 것은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을 위해서는 숨겨진 전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우리는 생물학적 진화 과정의 유일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소중하며 삶과 가용 자원은 유한하며 연속된 시간의 삶을 보낸다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유일하기때문에 가치가 있고, 가치가 있으니, ‘아껴야 한다아끼지 말고 최대한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한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문제 접근이 달라지게 된다.

생물학적인 생명 진화 과정은 다윈이 처음 생각하고 인류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과 우주 탄생과 발달 과정에 작용된 물리학적 사건들의 발생 과정 또한 인류가 기대한 것과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중요한 시점에 불완전한 생명체의 유전자에서 돌발적인 돌연변이의 출현이 변화될 환경에서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일뿐, 의도적인 환경 적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가 생겨난지 45억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축은 기울고 불완전한 태양계의 3번째 행성으로 운동하면서 파괴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확률적으로 매우 발생하기 힘든 사건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자는 불완전성의 특성과 우연성의 법칙이라는 독특한 다른 시각에서 조명하기 때문에 진화론의 의미에 대해 전혀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간의 노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미래에 가능성을 남긴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전반적으로 다윈의 진화론의 의미를 색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제공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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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마틴 울프 지음, 고한석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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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0년대 들어 국제 무역체제와 글로벌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 역행하는 국가 진영 간의 경쟁과 대립이나 자국 보호무역 체제로의 추구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치경제학 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된다: 첫번째 부분에서 민주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관계에 대해 서술하고, 두번째 부분에서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의 왜곡된 결합이 빚어내는 결과가 궁극적인 파탄과 실패를 가져오는 과정과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세번째 부분에서 성공적인 자본주의 경제와 건강한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해결 과제와 방안들을 논의하며, 4번째 부분에서 현재 벌어지는 국제적 위기는 단일 국가 차원이 아닌 국제 사회 수준의 문제라는 점에서 글로벌 연대를 강화하는 해결 방안과 함께 국가 내부에서 요구되는 개혁 방안을 저자의 시각에서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경제평론가 마틴 울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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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에 벌어진 굵직한 국제적 사건들을 떠올려 보면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사우디의 반목,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등.

1990년 이후 이념에 의한 체제 충돌과 대립이 사라지고 오직 국제 무역 자본주의 체제와 보편적 자유 민주주의 사회가 하나의 국제 질서로 정착된 지 불과 3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또다시 국제 공조와 연합에 분열과 대립이 시작되었고, 소위 경제 선진국의 국내 정치는 느닷없이 민족주의와 독재정치, 포퓰리즘 정치 논쟁으로 혼란을 겪게 된다.

왜 이런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일까? 원인이 제각각 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거대한 국제적 격변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각 국간의 이해 충돌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저자의 시각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상반된 성격의 요소들의 구성이지만 공통된 기반을 가진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상업적 자유와 구속받는 정치적 자유, 부의 불평등한 편중과 법률적 평등 지위, 경쟁적 환경과 통제 대상 등으로 공통적으로 법률적 권리와 보호가 정착되어 있어야만 작동한다는 전제가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서로 대립되는 성격이고, 또한 서로에게 좋은 영향과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호 관계에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보편적 민주주의의 과도한 발달은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부의 평등한 분배를 요구하며 민주주의의 약점인 포퓰리즘을 이용한 사회주의 정치가 탄생할 수 있다. 반대로 자본주의 경제의 과도한 성장 욕구는 경제인들이 정치를 장악하여 합법적 부의 약탈과 착취를 진행시켜서 부의 불평등한 집중을 가속화시키고 비민주적인 독재정치가 생겨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서로 상극의 정치와 경제 제도를 어떻게 운영해야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까? 한마디로 고도의 균형을 갖는 제도와 운영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을 위한 인프라와 환경을, 시장 참여자인 국민에게 교육을, 연구를 위한 연구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 정치는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직접 참여하여 시장 참여자의 인센티브를 높여야 한다. 기업이 영위하는 전반적인 기업 활동에 어느 정도 자유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정치와 경제 체제에서 충돌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 국제 환경에 걸맞은 해결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 접근 방식이다: 국제적 관점에서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들끼리의 동맹 관계와 상호 협력을 강화하여 국제 수준의 문제(기후, 우주, 환경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개별 국가 관점에서는 소수 엘리트의 의존성에서 벗어나 협동적 시민 사회와 공동체의 구축을 통한 신뢰 회복이 정치 개혁의 출발점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동 아랍과 이스라엘 진영 사이의 대립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굳이 어느 한쪽을 과감히 선택하기 보다는 양측과 소통이 되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국익의 관점에서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현재 국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의 핵심을 정치와 경제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정치경제학 저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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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혁명의 세계사 - 잉글랜드에서 이집트까지
피터 퍼타도 엮음, 김덕일 옮김 / 렛츠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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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혁명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후대 세대의 관점에서 혁명의 의미를 현재 시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과거 혁명 당시 시대적 배경과 맥락 속에서 혁명의 발생 메커니즘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혁명 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혁명 결과와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사 서적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24명의 집필진이 전세계의 24개 혁명 사건들에 대해 혁명 당시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밝히고, 혁명 발생 원인과 발생 과정, 혁명의 결과와 영향을 서술함으로써 혁명의 의미와 교훈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의 혁명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17세기 잉글랜드 명예혁명부터 21세기 이집트와 중동 아랍세계에 퍼진 민주화혁명운동까지 24개의 혁명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24명의 전세계적인 역사전문가들의 집필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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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혁명이라는 사건을 접하게 되는 것은 역사가나 평론가가 남긴 역사적 서술과 평가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역사 자체가 오로지 승자의 기록이라는 명제에 혁명 사건에 관한 서술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것부터 이 책은 혁명의 의미의 해석 방식에 접근하고 있다.


혁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정의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알기가 어렵게 만드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점들을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 또한 역사적 기술에 포함되는 하나의 부분이라서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가 설정한 부분적인 관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 그리고, 혁명적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이 시대에 따라 변질될 수 있다는 역사 수정주의의 오염성 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잉글랜드의 명예 혁명이 영국 왕 제임스 2세의 제거나 국가적 차원의 내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군대의 수장 윌리엄 3세와 영국 의회 사이에 이루어진 전략적 합의에 의해 딸 메리 스튜어트와 사위 윌리엄 3세가 아버지 제임스 2세 왕과 동생, 조카를 영국에서 쫓아내고 새로운 왕이 되었다.


혁명적 사건들이 특정 시기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연달아 발생시키는 일종의 연쇄작용을 하기도 한다: 18세기 미국의 독립 혁명은 영국에 맞서 식민지 미국과 연합 관계로 참여한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에 빠지게 되고, 유럽 본토 프랑스 혁명은 카리브해 식민지 아이티 독립 혁명을 촉발시키게 되고, 여기에 자극을 받은 라틴 아메리카의 식민지 국가들이 스페인에 맞서 독립 혁명 전쟁을 치르게 된다.


반대로 특정 지역의 국가들이 처한 구조적 특징과 당시 유행하는 세계적인 철학 사상이 결합하게 되는 경우에도 특정 시기에 인접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19세기 중반 산업 혁명으로 인해 산업화를 추구하던 시기를 지배하던 계몽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인종적 그리고 민족적 정체성, 종교적 동질성을 찾는 추세가 중부 유럽 지역의 다민족 제국인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에 영향을 끼쳐서 민족국가의 독립을 위한 혁명과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아무래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혁명의 의미를 후세대가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나아가 역사를 수정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19세기 중엽의 메이지 유신은 세계 선진국들의 산업화 시기와 발맞춰서 일어난 산업경제화의 발판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면과 궁극적으로 군국주의 국가로의 진화의 단초가 되었다는 부정적인 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양상은 묻어두고 긍정적인 면만을 기념하고 강조하는 21세기 일본 정부의 시도는 20세기 볼세비키 혁명을 구세주 러시아 사상과 러시아 제국의 향수에 기반한 필수적인 혁명으로 기념하고 숭배하면서 21세기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영토 확장을 또 하나의 러시아 제국의 꿈을 부활시키려는 푸틴 정부의 영토 확장의 합리화 시도와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사건은 1968혁명 사건이다: 1960년대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 때문에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전 사상과 민권 운동의 흐름이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유럽 전역을 넘어 심지어 동사이아의 중국과 일본에까지 번지면서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양상이 흥미롭다.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는 가장 큰 교훈은 혁명 사건에 대한 해석 방식이 아닐까 싶다: 전쟁과 혁명은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나눠지기 때문에 오로지 승자의 기록만 남겨지는데, 당시의 전체적인 시대적 배경과 혁명 참여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파악하게 되면, 혁명 사건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이해와 숨겨진 교훈을 찾아낼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혁명 사건들의 배경과 맥락을 서술하고 혁명의 결과와 의미가 가지는 영향을 조명하는 역사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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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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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화가 가지는 속성을 기반으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문화의 특징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사건들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문화인류학적인 개론서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기원전 34천년 전에 구석기 동굴 유적부터 최근 코로나 시기에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BTS 그룹의 k-pop 현상까지, 하나의 문화가 탄생하고 전파되고 보존되고 파괴되고 재생되고 파생되는 일련의 반복되는 생애주기를 겪으면서 드러나는 문화의 속성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동서양의 대표적인 15개의 역사적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 영문학과 비교문학 마틴 푸크너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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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7년 동안 한국은 이웃국가 중국과 기존의 역사 왜곡 작업 이외에도 문화적 충돌과 마찰을 겪고 있는 중이다: 논쟁의 주된 이유는 시대와 지역, 민족, 언어 상으로 구분되는 한()족과 조선(朝鮮)족과 한()족이 영유하던 생활 습관, 의복, 음식, 문서 기록까지 이른바 원조 논란에 있다. 논란이 커지는 것은 문헌 자료나 유물과 유적에 근거한 검증없이 문화의 독창성과 소유권을 주장하는 태도와 문화의 독점성 논리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디까지가 독창성이 인정되는 원본이고, 어디서부터가 새롭게 인식되는 파생본인지에 관한 분류 기준이 있을까? 도대체 문화가 무엇이길래 자신의 문화를 상대방의 문화보다 우월하고 상대방의 문화가 저급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문화가 가지는 근원적인 성질과 역사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 자체는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공유하던 습관과 제도, 사유 방식, 문자 체계 등을 포함하는 지식과 생활 양식이나 예술 활동 등을 포함하는 유물이나 유적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탄생부터 소멸까지 분명한 생명 주기를 가진다는 것이다.


일단 탄생된 문화는 같은 종족의 다음 세대에게 계승되어 순수하게 보존/유지되기도 하고, 이웃 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까지 전파되며 번성하거나 쇠퇴되기도 하며, 심지어 소멸되고 단절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의 소멸과 단절이 영원한 끝이 아니라, 불완전한 복원의 형태로 계승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국 문화의 역사는 단절과 복원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문화의 번성은 오히려 순수한 보존이 아니라 타문화의 수용과 재해석에서 비롯된 혁신과 개혁이 궁극적인 문화의 창조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자의 배경이 영문학자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문헌 증거에 기초한 텍스트와 텍스트 내용이 가지는 의미를 근거로 문화의 독창성과 복제/차용, 재해석의 역사적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르네상스 시대에 교회 신학자들이 성경 내용과 배치되는 고대 그리스 고전 작품들을 해석한 이유가 인문학적 개혁이 목적이 아니라 교회 신학과 충돌없이 교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문헌적 증거를 찾아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근대 서양에서 개인의 자연권을 주장하는 진보적인 계몽주의 사상이 아이러니하게도 노예 해방을 주장하는 동시에 노예제도 기반의 식민주의 정책의 기반이 되는 모순적인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었다는 것이다. 세이 쇼나곤의 저서 베겟머리 서책(마쿠라노소시)이 가지는 문학사적 가치가 10세기 일본 헤이안 시대 궁중의 삶을 당대 유행하던 중국 문학 풍이 아닌 일상적 수필 형태로 여성의 저자가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런 접근 방식이 세부 사항들을 조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2차 사료를 다룬 참고 문헌들의 내용을 참조하는 한계 때문에 더러 생략되거나 편협된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면, 아소카 대왕이 동배의 여동생을 제외한 99명의 모든 남자 이복 형제를 죽인 뒤에 왕위를 차지했던 사건 때문에 악인으로 평가받지만 왕위 계승을 위한 생존투쟁의 결과라는 역사적 맥락은 언급되지 않는다. 옌닌이 견당사로 파견된 이유가 9세기 중반 일본의 주류는 밀교 계통인 진언종으로 자신이 출가한 교종 천태종은 비주류 소수파의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과 저자가 언급하는 옌닌이 도움을 청한 신라인이 장보고였다는 사실은 기술되지 않는다. 한류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국가주도의 지원 정책때문이라는 주장을 인용하는 부분은 한류 분석에 관한 초기 외국의 왜곡된 분석 기사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으로 IMF이후 경제 불황으로 인해 붕괴된 연예산업 구조와 일본 문화 수입 개방 정책으로 인해 국제적 경쟁 환경으로 변해버린 연예 산업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연예 기획제작사의 수출 전략과 체계화 노력의 성공이라는 점은 언급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문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현상과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살펴 보면서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안도감이다: k-pop으로 대변되는 한류 현상에 대해서 과도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시기어린 비방에 화내거나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화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우리 문화의 보존과 유지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의 새로운 시각에 의한 새로운 해석과 사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전반적으로 문화를 중심으로 문화의 역사를 통해 문화가 가지는 본질적인 요소와 특성들을 알려주는 문화인류학적인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6246)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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