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
제임스 햄블린 지음, 허윤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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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6 제임스 햄블린.

 종이책 잔뜩 쌓아두고 허튼 책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게 특기이다. 뭐 막상 빌려보니 완전 허튼 건 아니고 제법 흥미로운 책이었다. 번역이 중간중간 문장 후져가지고 거슬리긴 했지만 참고 읽을 정도였다. 
 몸에 관한 책 생각보다 관심이 많아서 한 때 블로그 상위 유입 검색어였던 것이 ‘남자 젖꼭지’(…)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라는 삐끕 유머 버무린 의학 상식 빙자 도서였는데, 이번에 읽은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은 그 상위 호환 버전이었다. 심지어 젖꼭지 책도 이 책에 인용되어 있긴 하다…(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함) (아니 그런데 유입 검색어 진짜 이상한 거 많음…‘시아버지의 육욕’, ‘여군 성적 소비’, ‘소월길 쉬멜’, ‘갱뱅’ 왜 이런 거 찾아서 내 블로그 들어옴? 훠이훠이)

 전에 읽은 ‘메디컬 스캔들’은 독일에서 의대 졸업하고 수련까지 하고서 의사 포기하고 저널리스트 된 저자의 책이었는데, 이 책은 비슷한 행로 가는 미국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였다. 의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고, 뭐 사람 고치고 살리는 일은 그럴 만하다(악덕 병원 사장님 빼고). 그런데 비슷한 저자 책 두권 읽어보니 의사 되려다 다른 길 가기로 한 사람은 뭔가 그보다 더 하늘을 찌르는 자존감 같은 게 있지 싶었다. 

 책 목차 훑어보며 빌리게 되었는데, 제일 관심 있던 주제는 책 후반부의 성과 죽음이었고, 역시나 이 부분이 재미있게 읽혔다. 아주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많이 없어서 나놈이 생각보다 이 주제 많이 봤구나...싶었다.

 챕터 하나에서도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 많이 하는데, 사람의 건강과 생명 놓고 마케팅 벌여서 불필요하거나 검증되지 않는 수술/시술/섭취하는 사례에서 저자는 비판적인 관점을 보였다. 건강보조제 시장이 그렇고, 심방세동처럼 생명 위협하는 분야에서 실시되는 전기로 심장 세포 지지는 수술도(생각보다 효과 없음 비만 개선하고 생활 습관 바꾸는게 수술보다 효과적임) 그렇고, 소음순 축소 수술(…실루엣 드러나는 스키니한 패션과 함께 유행했다고 함. 레깅스 이새끼) 같은 것도 그랬다. 죽음 부분에서 미국 장례 문화를 자세히 다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죽은 사람 눕혀놓고 막 관 주변 꾸미고 작별인사하는 연출하려고 포름알데히드처럼 생태계와 인체에 부담주는 방부 독극물 많이 쓰이고 비용도 높아지는 부분에서 오 우리랑 좀 다른 듯 하면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나 어릴 때만 해도 매장이 장례 기본이었고 화장하면 뭔가 연고 없고 돈 없고 쓸쓸한 장례처럼 드라마에서 뼛가루 배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연출할 때 나오던 건데, 이제 땅값 비싸지고 죽는 사람 많아지니 어느 새 자연스럽게 화장이 기본이 된 느낌이다. 미국 장례 상황 보니까 새버스의 극장에서 새버스가 자기 묘자리랑 장례 비용 계속 신경쓰는 게 좀 이해가 될 듯도 하고… 내 보기엔 화학 물질에 시체 녹여 폐수 처리하는 장례가 가장 친환경적인 거 같고 마음에 드는데 미국 비롯 여타 나라 대부분에서 불법이라고… 이 장례 옹호하는 사람은 장례 산업과 행정부의 커넥션을 의심...

 살면서 크고 작은 병으로 병원 신세 제법 졌다. 지금도 아직 한 달 쯤 항응고제를 더 먹어야 하고, 격일로 아픈 허리 전기로 지지러 물리치료 하는 마취통증의학과에 다닌다. 치료 순응도 높이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선생님들도 여럿 만났고, 불친절하거나 심지어 호통치는 선생님도 만났다. 아직도 안 잊어버리는 건 엄청 연세 지긋하신 대학병원 출신 두경부외과 선생님께 성대폴립 수술 받았는데, 내가 진료 보면서 시선 처리 제대로 못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사람을 똑바로 보고 말해야지, 하고 엄청 호통치며 혼냈었다… 그 선생님이 대학병원 과장 그만두고 동네 의원 차리신게 레지던트 엄하게 혼냈다가 자살해버려서 충격 받은 이후 라고 기사에서 읽었었는데… 흠 사람 안 변하는 구나 찔끔 했었다. 

 적당히 잘 진단하고 치료한 경우도 있지만 내가 크게 아파도 너무 티가 안 나게 그냥 몸이 이러저러하게 이상하네요? 덤덤하게 말해서인지… 기존 복통과 다르고 압통이 있는뎁쇼? 충수염? 했는데 내원한 내과에서는 열도 안 나고 충수염이면 데굴데굴 구를 거라고 그냥 장염약 지어주고 보냈는데 그날 저녁 응급실 가서 씨티 찍어보니 충수염 맞았다… 산부인과에 진통 있는데요, 하고 걸어 들어가니까 걸어 들어오는 거 보니 내일 쯤 나오겠는데요? 했는데 첫애, 그러고 사십분 안에 낳음... 진통이랑 출혈 느끼자마자 이건 한 시간도 안 걸리겠다, 하고 야간에 구급차 불러 들어간 분만실에서 아악, 하니까 간호사가 애 그렇게 쉽게 안 나와요-짜증 부렸는데 둘째, 그러고 이십 분도 안 걸려 낳음(출산 후 간호사 또 짜증-배 아프면 빨리 왔어야죠...응 아프자마자 온 건데…)… 이번에 폐색전증으로 응급실 가서도 흉통 있으면 미리 말하라고 안내문 있길래 숨차고 흉통이 있는데요? 창구랑 보안요원한테 말했는데도 네-가서 차례 기다리세요… 젊은이나 여성한테는 잘 없는 질환이니까 그랬겠지만 나중에 보니까 나 폐동맥 혈전 걸렸다고 이 사람들아…
 이런 상황들 보면 내 몸은 바깥에서 관찰하는 사람이 완벽히 알기는 또 어렵겠다 싶다. 일단 이상 감지하고 잘 살폈다가 병원 뛰어가야 하는 건 스스로의 몫...하아 어렵다. 

 한 해 이런저런 병치레로 노화를 절감하고, 아프면 바라던 바도 일단 중단되고 돈도 깨지고 가족도 걱정시키고 하는 걸 새삼 또 느꼈다. 미리 읽어둔 의학, 건강 관련 책이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읽어 놓고도 아프니까 더 찾아 보게 되는(만화도 일하는 세포 블랙 같은 거…) 것도 같고, 그런 책들 본다고 주저 앉아서 허리 조지고 있는 걸 모른 것도 같고…(어쩔 거야…) 그런데 허리 안 조지는 법 있나요? 앉아 있는 거 말고 걷는 거 말고 뭘하지? ㅋㅋㅋ 일단 의식적으로라도 폼롤러에 가끔 눕고 서 있고 걸으러도 나가고 하는데 어제도 새벽 3시에 허리 아파서 깨서 타이레놀 먹고 잤다… 

 책 보다가 기대수명 검색하니 대한민국이 홍콩 일본 마카오 싱가포르 이어서 높은 순위라 하는데 안 아픈 채로 생존하는 건강수명은 또 엄청 높지는 않았다. 결국 한국인 대부분은 점차 유병장수하는 라이프 사이클로 가고 있다는 거… 물리치료 받는 침대 옆에서 할머니가 에고에고 아파 죽겠다...하는 소리 들으면서, 아무 것도 못할 만큼 아프고 그저 살아만 있는 오랜 후의 시간을 생각했다.(야 몸 잘 안 챙기면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야…) 심장내과 입원할 때 맞은 편에 누워 숨만 쉬던 할머니들도 생각나고… 아직 기대수명 대비 절반도 못 산 꼬꼬마 새끼가 성질은 급해가지고 왜 벌써 마지막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 이 책 기대 수명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바른 자세 삽화 나옴 ㅋㅋㅋ나한테 맞춤형이냐...




+밑줄 긋기
-나의 의대 룸메이트는 안과의사가 돼 텍사스로 이주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알게 되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을 이 책에서 다뤄보라고 내게 권했다. 그가 말한 질문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눈 안에서 잃어버린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나요? 이 질문을 듣고 난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는 재미로 넘길 수 없는 질문인 것이다.

-많은 관람객이 전시물들을 보고 충격에 빠졌고, 그 시신들이 어떻게 조달됐는지 수상쩍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인체의 신비 대신 ‘실제 시신’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도 있는 전시가 엄청난 인기를 계속 끌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가장 충격이 컸던 분야는 아마도 예술계일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우리가 누린 모든 예술 가운데 왜 하필 미화된 생물학 실험실이 이토록 성공을 거두고 사랑을 받는 걸까? 특히 우리들 대부분은 평소 우리 몸의 기능에 대해 과도하게 논하거나 죽음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는 일을 정말 싫어하지 않는가?

-와이오밍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켄트 드러먼드 Kent Drummond 교수는 <인체의 신비전>이 인간의 비참한 모습에서 느끼는 불쾌함을 영생의 욕망과 나란히 놓을 수 있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 전시물들은 언젠가는 죽는 인간 운명의 장엄함을 끌어내지만, 사람들을 압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록터는 무지가 ‘적극적인 배양’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무지는 마케팅으로도 소문으로도 확산되면서 지혜보다 훨씬 더 쉽게 퍼진다. 프록터는 지식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식론 epistemology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무지를 연구하는 학문을 ‘아그노톨로지 agnotology’라고 명명했다. 이 신조어는 아직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2016년 올해의 단어인 탈진실 post-truth과 관련이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이제는 각자 받은메일함에 뜨는 기사들과 소셜미디어에서 개인 맞춤으로 선별해 보여주는 기사들만 점점 읽다 보니 스스로 무지의 터널로 들어가기가 더욱더 쉬워졌다고 프록터는 말한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려면, 그것도 기꺼이 도전해 문제를 찾아내려면 무지를 의도적으로 키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의 과제는 모두 문제의 맥락을 살피고, 과학에서 마케팅을 분리하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찾아내서, 건강과 정상을 정의하거나 재정의하려는 사람들의 동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모두 그에 따라 스스로 정립된다면 몸과 관련된 정보의 맹습에 대처하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확고히 유지해 다른 사람들과 서로 생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설득력 있게 심지어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말인데...옮긴 문장이 정말이지 구리다…두번째 문장 한국말을 왜 저렇게 써…)

-가장 치명적인 질병과 상호 난폭한 학대의 근원에는 무지가 자리 잡고 있다.
(저기 학대 어쩌고 어뷰즈 번역이겠지 의학 관련이면 남용아닐까 진짜 흥미로운 책인데 번역이 조져놓은 느낌…)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다.” 이렇게 선언하면서 세계보건기구는 의료계가 새로운 시야를 갖도록 격려하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늘날 전 세계 많은 지역의 보건 의료 제도는 여전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에만 집중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그 제도는 이미 발병한 후에 그 질병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그런 관행에 대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우리는 여러 신호를 지니고 태어나는데 그 신호들이 전달되면서 머리카락이 있으면 대부분 더 유리한 평가를 받는 시기에 머리가 벗어지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불안하고, 어떻게든 피하려 애써도 암에 걸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세월과 건강과 행복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겉보기에 피상적인 부분, 그러니까 나와 남의 눈에 비치는 모습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쌓이고, 그다음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서로를 대하는 방식으로 축적된다.

-1922년에 쿨리는 이렇게 썼다. “자부심이나 수치심을 갖게 하는 동인은 단순히 자신에 대한 기계적 반사가 아니라, 귀속된 감정이자 타인의 마음에 비친 자기 모습을 상상한 결과다.” 쿨리는 타인이 내 세계의 일부일 뿐 아니라, 심지어 자기 이해에 아주 중요한 전부라는, 시대를 초월한 관념을 다시 대중화했다. 엄밀히 말하면, 개인들로 이루어진 인간 세상은 수조 개의 아주 작은 고착생물이 모여 있는 산호나 다름없다. 크기가 시침핀 머리만 한 고착생물은 바다에 홀로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함께 있으면 큰 배도 침몰시키는 산호초가 될 수 있다.

-한편 아하로노프는 성형수술에 관한 실존적 의문을 파고든다. 사람들은 왜 정상이 아닌 이상을 원할까? 왜 문신과 피어싱을 할까? “그건 다르고 싶은 욕망이에요. 독특하고 싶은 욕망이죠.” 아니면 정반대로, 그들이 모방하고 싶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문신 염료에 균이 있든 없든 간에 백혈구는 염료를 공격한다. 하지만 그것을 물리치지 못한다. 백혈구는 염료 덩어리를 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기랄, 더럽게 크네.” 결국, 우리 면역계는 그냥 싸움을 포기하고서 이 피부 침입자들과 같이 살아야 할 팔자구나 하면서 체념하고 만다. 문신은 반항과 개성뿐 아니라 체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맨 정신으로 문신을 한 사람조차 때때로 그 일을 후회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충성심이 변했거나 사랑이 뜨거웠다가 식은 경우다. 미네소타주의 한 문신 제거 업체에 따르면, 문신할 때의 기본 원칙은 애인이나 배우자의 이름 또는 “그런 상대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기 위한 것”은 뭐든 절대 새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가 아는 바는 가려움증이 단순히 신경병성 증상이나 면역 문제, 상피세포의 장벽 문제뿐만 아니라, 아마도 이 모든 문제가 합쳐진 결과일 거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어떤 능력을 습득하는 동안 다른 것들을 배우는 능력은 잃게 된다. 바로 그런 까닭에 어렸을 때는 배우는 일이 아주 쉬운데 나중에는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의 면역계는 시냅스 synapse•라는 나무의 가지치기를 담당하는 듯 보인다.

-코언에게는 ‘청각과민증 hyperacusis’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 있다. 그 병에 걸리면 일상적 소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 증상은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이라고도 일컫는 ‘미소포니아 misophonia(소리혐오증)’와 가끔 혼동된다. 코언은 미소포니아를 설명하면서 특정 소음, 특히 씹는 소리나 꼴깍꼴깍하는 소리처럼 몸에서 본능적으로 나는 소리들이 짜증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피가 끓는 분노’를 유발한다고 얘기한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소리가 ‘슬픔, 공황발작, 망설임, 인지력 상실, 몸이 근질근질하거나 몸에 뭔가 기어 다니는 느낌, 도망치거나 싸우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딘지스는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을 음주 운전자에 빗댄다. 음주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으면서 자신이 누굴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술에 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잠이 부족해 가장 먼저 잃는 것 중 하나는 자기 인식이다. 수면량이 가장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그 영향이 가장 빨리 나타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비타민 꾸러미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거식증에 걸린 사람이나 트라우마를 겪은 후로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다. 학대 가정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도 영양소가 이것저것 많이 부족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종합비타민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고도 격하게 ‘아니요’다.

-남녀의 유두를 구별하는 요인은 심지어 그 아래의 유방 조직의 양도 아니다. 많은 남성이, 특히 비만인 경우에는 여성보다 그 양이 더 많다. 또한 법 집행관이 개인의 염색체를 보고서 누구의 유두가 여성이고 누구의 유두는 남성인지 판단할 수도 없다. 따라서 여성의 유두는 맥락의 문제다. 유두와 결합해 풍기문란을 구성하는 것은 바로 여성성을 인식하는 개념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연구가 과연 어느 시점에 실제로 부지불식간에 인류의 종말을 재촉하게 될까?

-우리는 자신을 개체로 생각할 때만 죽는 존재가 된다. 이 말은 그냥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우리의 생식세포는 실제로 무수한 후세대의 세포가 된다. 한 생물종으로서 우리는 더 많은 인간 세포를 (아기라는 형태로) 계속 무한정 생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언젠가는 살아 있지 않을 테지만 (내가 성적 짝을 찾았다는 가정 아래) 그 관계에서 탄생한 다른 세포들은 살아 있을 것이다. 한 완전체로서 인간의 몸은 바닷가재나 어쩌면 오브리드 그 레이처럼 생물학적으로는 이미 불멸의 존재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몸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슬람교에는 장례에 대한 언명이 있다. 하지만 서구의 관습적인 방식에서 보이는 호화로움과는 정반대로, 시신을 수의로 감싸서 간소 한 소나무 관에 넣어 48시간 안에 매장한다. 도브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주요 종 교들의 매장 풍습 가운데 이 방식이 가장 지속 가능하다. 퇴폐주의와 방부 처리 는 기독교의 어떤 기록이나 교리 어디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런 방식은 새로운 번영 국가인 미국의 전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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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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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마르그리트 뒤라스.

 

 

 70세의 뒤라스는 내가 태어나던 해에 ‘연인’을 써서 발표하고 상도 받았다어려서 팬시점이라고 불리는디자인 잡화를 잔뜩 팔던 곳에서 벽에 거는 영화 포스터들도 팔았다. 거기 내가 보지 않은 영화들, ‘프리윌리’( 이건 나중에 봤나), ‘베티 블루’그리고 ‘연인’의 소녀 얼굴도 있었을 것이다막연하게 야한 영화로 소문이 나고, 개그 프로그램에서 하수빈과 최양락이 패러디하는 장면이나 봤을  동명의 소설 원작이 있다는    후에나 알았다.

 

 집에 소설책 ‘연인’은 엄마가  놓아서 오래도록 있었는데이상하게 나는 에둘러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여름밤   반’아직 대가가 되지 못한 젊은 뒤라스의 소설을 먼저 보고 별로네 별로야 하며 혹평을 남겼다.

 

 왠지 ‘연인’ 읽고 나면 인생이 달라질  같아...막연하게 생각하고 멀리하다 어느  읽어야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그냥 감상적인 생각일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나이가 어린 여자라고 욕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나이든다고 해서 사랑하려는 마음이 사라지지도 않는다누군가를 만나고한동안 친밀함을 느끼며 온몸이 지치고 정신이 나가도록 섹스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별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그것이  사람의 인생을 망치지도더럽히지도특별하게 바꾸지 않을 수도 있는데그냥 주변의 사람들이 여자의 섹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본인마저 받아들인 탓에 스스로의 인생을 망치거나 더럽혀졌다고 여기거나 완전히 바꿔 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사랑하는  순간에도 나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슬퍼하며어쩔  모르고 마냥 사랑했었다는 사실은 특별한 일이다. 오래 기억에 남아 남은 삶을 살아갈 힘이 된다모두가 그런 힘을 갖지는 못한다그러니까 그들의 사랑을  모르는 바깥 사람들이 나이나 인종빈부 차이를 들 그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불순하고 비도덕한 무언가라고 비웃고 비난하고 비하하는  그 사라질 일들이다.

 

 뒤라스는 그렇게 오래 남은 것을 썼고죽은 뒤에도 남았다. 내가 읽었다.

 


+ 책에서 연보 마지막이   들어가서 뒤라스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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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고란 2023-10-22 1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뒤라스는 두 번 죽는다.

반유행열반인 2023-10-22 20:33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뒤라스는 두 번 이상 사랑한다. 살아난다. ㅎㅎㅎ 저는 한 번만 읽으려고요...

얄라알라 2023-10-22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ㅋㅋㅋ출판사의 실수를 언어 예술로 승화시켜주시는 우리 열반인님!!!

작가가 70세에 낸 책이라는 걸 미리 알고 읽었다면 좀 다른 느낌이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유혹과 끌림의 한 가운데서 쓴 책 같은데..^^



반유행열반인 2023-10-22 20:35   좋아요 1 | URL
작가가 삼사십대에 쓴 덜 익은 거라 해도 이전에 읽은 책들 후하게 안 봐지더라구요 ㅋㅋㅋ그러다 이거 읽고 이제 그만 ㅋㅋ가장 괜찮은 작품에서 멈추고 그만 투덜대자 했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3-10-23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시인으로 변신하는 열반인님~!!
프리 윌리하면 마이클 잭슨 생각이 납니다 ㅋㅋㅋ

뒤라스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렵더라구요. 그나마 <연인>이 괜찮은 편이던데 ㅋ

반유행열반인 2023-10-23 19:5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소설만 주로 읽으시다보니 시인이 뭔지 잠시 까먹으신 거죠? ㅋㅋㅋㅋㅋ
뒤라스는 그만 읽으려구요…어렵다기 보다 뭔가 맞을 듯 안 맞을 듯 안 맞는게 더 많아요 ㅋㅋㅋ사는 꼬라지(?)는 비슷한데 글쓰는 방식이나 현실 인식은 좀 많이 다른 스타일이라 흥미가 급 저하 됨요 ㅋㅋㅋㅋ

은오 2023-10-28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도 되겠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0-28 08:09   좋아요 1 | URL
제가 은오님 생각해서 밑줄도 안 긋고 스포도 안 하고 섬세하게 선행(착할 선 아님 먼저 선임?)했다 아입니꺼.

은오 2023-10-28 08:14   좋아요 1 | URL
😳......
설레버렸다...... 저를 위한 독후감?!
😳😳😳😳😳😳😳😳😳😳
어쩐지 유열님 독후감치고 짧더라니!!
 

 개인 판매자 중고책 사는 게 취미다. 원래 관심 있던 책을 가지고 있는 판매자의 목록을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다 훑는다. 분야는 과학, 소설/시, 만화 위주로. 저렴한가? 들어 본 작가인가? 들어 본 책인가? 왠지 끌리는가? 나름의 허술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다가 뭉터기로 집어온다. 전문 판매자도 있지만 본인이 읽거나 소장하는 책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어떤 판매 목록을 보면, 와 저 사람 서재 통으로 굴착기 같은 걸로 퍼다가 우리 집에 넣고 싶다. 안 볼 거면 저 주세요… 조금만요… 


 그렇게 퍼 온 남의 책장. 뭔가 알라딘 이웃이 댓글로 어머머 그거 제가 판 건데- 그러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정작 나는 쌓기만 하고 잘 안 내보낸다. 책과 함께 고인다. 묵는다. 썩는다. 

유수님이 근래 읽은 시집 중 좋았다고 해서 그럼 또 새겨 듣고 주섬주섬 쟁여든다. 겉지에 아주 얇은 막 같은 좀 예쁜 겉옷?같은 게 있었는데, 알콜 티슈로 닦았더니 쭈글쭈글해졌어…으앙 S급 중고 B급으로 만드는 내 손…옷도 물건도 이상하게 내가 쓰면 닳고 보풀 일고 부서지고 잉크 묻고 그렇다. 


일본 소설 많이 안 봐서 아, 좀 보자, 이러고 들어본 작가는 눈에 띄는 대로 사는데, 사기만 하고 읽질 않아서 많이 안 본 사람 그대로이다.












예전에 아직 책 많이 안 볼 때, 무슨 책인지 안 밝히고 미스테리 박스처럼 책 파는 마케팅 페이스북에서 보고는 혹 해가지고 읽게 된 책 중 하나가 베를린 누아르 3월의 제비꽃이었다. 같이 온 로맹가리 마법사들은 아직도 안 읽었고, 뭔 문학상 수상한 신인 장편 소설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 베를린 누아르는 엄청 재밌었는데 뒷편이 안 나온 상태라 으아 아쉽다, 이러고 있었는데, 2, 3편 나중에 나온 걸 어제 알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베를린 누아르 2권도 1권 만큼 흥미 있을지, 그새 내가 변했을지 읽어봐야 알겠다. 








주기율표 좋다면서 그럼 동명의 책도 봐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한참 눈독들이다 최저가 판매에 꽂혀 이 서가를 뒤지기 시작했고… 한 권 싸게 사려다 과소비 하고 말았지만… 그리고 충격적인 건 책을 받아들기 전까지 이게 과학책인 줄 알았다는… 같이 산 책 릴리트도 같은 작가 소설이라길래 과학자가 소설도 쓰나? 헤헤 궁금해 하고 샀는데 아무래도 난 바보가 아닐까. 








중학생 때 아큐정전 등등 여러 단편이 담긴 범우사르비아문고판 조그만 노신 소설집을 아주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기억나는 건 구구해자! 하는 편집증 환자의 마지막 외침 뿐… 그래서 20년도 더 지난 후에 읽는 루쉰은 어떨까, 작년에 나를 위로하던 루쉰의 말 절망은 허망이다, 희망이 그러하듯이- 그 말이 자꾸 생각나서 샀다. 그런데 새로 나온 산문집 번역은 같은 글을 다르게 번역했는데 말맛이 영 나랑 안 맞아서 제꼈다. 참 저 아큐정전 실린 사르비아문고도 아직 가지고 있는데 왜 또 삼…




볼라뇨 안 볼 거라매… 표지 그림 어디 기사에서 본 화가의 독특한 그림!!! 찾아봤다 제임스 앙소르!!!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보고 입 찢어지게 웃던 그 그림 그린 작가였다.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308260459i

이상하게 살아생전 미움 받고 구박 받던 사람들이 남긴 것들에 관심이 간다. 그런데 리디북스에 별점 짠 거 보고 뭔가 좀 걱정되기 시작…


이스마엘 카다레는 이제 그만 좀 모으고 읽지 그러니… 부서진 사월 인상 깊게 읽은 이후 열심히 모으다가 또 한 권 추가만 하고…이젠 진짜 읽지 않겠니… 제목 보니까 왜 못 떠나나 궁금해져서 그만…


 이렇게 내 공간은 줄고 어느 곳은 그만큼 비었겠다. 거긴 또 새 책이 들어찰지, 가뿐하게 비우고 넓어진 공간에서 이미 읽은 책들 치운 홀가분한 기분만 남을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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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10-19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르비아문고(사루비아?) 있음. 넘기다가 책장 타노스 스냅마냥 스스스 소멸할까봐 잘 안펴보지만요 ㅋㅋ

오.. 오대수 그림!!

반님 남의 서재 1/3칸 비우는 이런 글 보면 보낸 분은 어떤 생각하실지도 궁금하여요. 오예하고 치킨시킬지 이걸 왜 사지 아몰랑할지 올려뒀지만 막상 보내려니 아쉽기도 할지!!!

반유행열반인 2023-10-20 10:09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에는 범우사 책이라 범우사 르비아 문고 인 줄 알았어요 오랫동안 ㅋㅋㅋㅋ 저걸로 개빻은 한국문학 시리즈-김유정 이효석 현진건 등등 유서깊은(?)한국근현대문학 많이도 봤었는데... 그 정도는 안 소멸할 걸요? 나 요즘 우리 작은꼬마 애정 도서가 나 일고여덟살에 보던 전래동화책 ㅋㅋㅋㅋ책등도 찢어져 사라져 장판테이프 붙여놓고 책 서술도 내용도 영 구린데 그림이 칼라풀해 그런가 나만 보면 자꾸 읽어달래요 ㅋㅋㅋㅋ

제가 책 몇 권 팔고 느낀게, 대부분 나한테 없었음 좋겠다 만 내놓지 아쉬운 건 진짜 너무 망하고 집 터져서 어쩔 수 없는 거 아닌 이상 안 내놔서 누가 사간다 그러면 감사 오예 드디어 치웠다 싶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

호시우행 2023-10-19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 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고책을 사준다니.

반유행열반인 2023-10-20 10:10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저렴하게 고전명작 넘겨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ㅎ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3-10-2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루쉰 소설 전집이 탐나네요. 출판사는 다르지만, 저도 루쉰 소설집을 좋게 읽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10-22 16:29   좋아요 1 | URL
어려서 본 책은 이번에 다시 보니 아큐정전에 그림도 엄청 많이 삽입되어 있었더라구요 ㅎㅎ 페크님도 한 권 마련하세요 ㅎㅎㅎ

새파랑 2023-10-21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 판매자 중고책 사본적이 없는데 ㅋ 열반인님 글 보니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0-22 16:30   좋아요 1 | URL
남의 서재 뒤지듯 어떤 판매 페이지들은 파는 사람 취향이 보여 흥미롭더라구요 ㅎㅎ어떤 곳은 고물상 폐지더미에서 보물 찾기 하는 것 같고요.
 

-그는 다시 일어나 테레자 쪽으로 왔다. 그는 그녀에게 그 조그만 것을 손에 쥐여 주었다. 그것은 공포에 사로잡혀 몸을 떨었다. 토끼였다. 그는 토끼를 테레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공포와 슬픔은 사라졌고 그녀에게 속했던 이 작은 동물, 그녀가 품에 껴안을 수 있는 이 작은 동물을 손 안에 든 그녀는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울었고 울음을 멈추지 않았으며 눈물 너머로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목표를 달성해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 더 이상 도망칠 이유라곤 없는 그런 곳에 있다고 생각하며 토끼를 집으로 데려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중에서



지구도, 인류도, 민족공동체도, 구할 자신도 의지도 없었다. 그저 나 한 몸과 내 가까운 사람 정도는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대부분의 일들은 마음 먹은대로 이루어졌다. 가끔 아프고 가끔 불행했지만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지는 않았다. 회복은 늘 찾아왔고 때때로 행복했다.

약 4-5년의 시간. 분기점은 어딜까? 마지막 아이를 낳은 때? 30대의 절반을 넘어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펜데믹이 도래해서? 연간 읽은 책 100권을 돌파한 때부터?(ㅋㅋ) 모르겠다. 그간 내가 익힌 대부분은 체념, 무기력. 내가 바라는 대로 무한정 이룰 수는 없다는 뒤늦고 새삼스러운 깨우침이었다. 딱히 망한 것도 없지만, 딱히 바란 걸 이루지 못했다.
이전까지 바라던게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 밥벌이는 하고 싶다, 혼자이고 싶지 않다, 사랑받고 싶다, 그런 가장 기초적인 욕망이었어서 필사적이었고 또 그런 건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는 욕심을 부렸다. 더 편해지고, 더 오래 지속되는, 더 부대끼지 않는 삶을 바랐던 것 같다. 사실 이제는 무얼 바랐는지 바라는 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토마시에서 토끼가 되어, 점점 작고 약해지다 안길 품 하나만 남은 채. 테레사마저 먼저 사라지면 어쩌나 조바심만 남긴 채.

셀프 구원을 외치던 인간은 자기 자신 하나도 구하기 버거운 순간이 왔을 때, 나 좀 구해달라고 내맡길 바깥이 하나 없어 끝을 모르고 가라앉는다. 뭘 구해, 애쓰지 마. 그냥 냅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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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10-19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쉽게 도달하지 않았을 거예요. 왜 이렇게 지치신 거 같죠 반님? 무슨 일 있나요? 애 쓰지마는 동의하고 냅둬는 살짝 반대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0-19 16:46   좋아요 2 | URL
아 냅둬 냅두라고 ㅋㅋㅋㅋ 방황이 깁니다. 삶이 구차하고 하찮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나날입니다.

우끼 2023-10-19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냅둬는 반대합니다2222 제가 집의 책좀 보내드릴까요?? 새것같은 헌책 ….요새 미니멀라이프 꿈꾸며 짐정리중입니다 ㅠㅠ
리스트는 보내드릴 수 있어요 양질의 책 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0-20 10:06   좋아요 1 | URL
다정하고 귀여운 우끼님 ㅋㅋㅋ 제 경험상 천원이라도 주고 골라 산 중고책이 거저 받은 책보다 읽힐 확률이 높더라고요? 제가 감사한 마음만 듬뿍 받을게요!!! 책 정리하시려면 바로 팔아버리는 건 알라딘 중고서점에 거기서도 안 사는 건 알라딘 회원에게 천원-삼천원 (양질에 수요 있는 거면 판매가 절반보다 좀 더 싸게 올리면 잘 나갈 듯 ㅋㅋ) 이렇게 싸게 올리면 정말 필요한 분들이 골라가시지 않을지!! 그렇게 용돈 벌이 합시다 ㅎㅎㅎ여하튼 정말 감사해요 우끼님 ㅎㅎㅎㅎ꽃선물 만큼 책선물도 거절 잘하는 반놈 올림
 

언제 읽어 주실 거죠? 잔소리 안 하고 조용히 기다리는 소설들.
새로 영입된 파솔리니(그래 나는 오래 전에 살로 소돔 120일을 봤고...반항아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궁금하다)부터 역순으로 볼 가능성이 높음. 먼저 연인 읽겠다던 이웃님들 늦으시면 내가 그냥 봐 버릴 가능성이 있음. (협박 맞습니다ㅋㅋㅋ)

말만 이러고 가을의 독서는 언제나 지지부진. 제 독서의 계절은 확실히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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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0-17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녀이야기와 증언들!
저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 소설이예요^^

반유행열반인 2023-10-17 17:21   좋아요 2 | URL
그곳에서도 대기중이군요 ㅋㅋㅋ자꾸 밀리네요 ㅋㅋㅋㅋㅋ아직 마가릿 애트우드 한 권도 안 본 사람 여기요!!! 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10-18 02:16   좋아요 2 | URL
나란히 꽂혀 있는 사진 덕분에 처음 인식했어요 둘다 [황금가지]에서 나왔네요^^ 전 [시녀이야기] 그래픽 노블로 읽고 싶은데, 제가 사는 지역 전체 도서관에 한 권도 없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3-10-18 08:48   좋아요 1 | URL
황금가지가 장르문학(?) 많이 내는 출판사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랑 인연은 별로 없네요 얄님 ㅋㅋㅋ

공쟝쟝 2023-10-17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먼가… 폭력적으로 살게 생기셨다… 찢어진 난닝구입고 부두 배회할 것 같은 비주얼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0-17 17:45   좋아요 0 | URL
똥먹은 입술로 이마에 뽀뽀 자국 남는 영화 찍고(으으윽) 영화 완성 며칠 만에 연인(?) 정부(?성별 남성) 한테 살해당하고 불태워졌다고 함요...삶도 창작도 개빡셌던 아조씨

공쟝쟝 2023-10-17 17: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소돔 120일을 쓴게 아니라 찍은 것도 어이구야 인데 ㅋㅋㅋ 살아버리신ㅋㅋㅋㅋ 아 똥먹고 뽀뽀해요? ㅋㅋㅋㅋ 사드 마니아 3위님 ㅋㅋㅋㅋ 왜 읽은 거냐 ㅋㅋㅋㅋ 극강의 호기심이다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0-17 17:51   좋아요 3 | URL
영화고 소설이고 존나 똥판이라 저따구로 살면 120일은 커녕 12일 안에 다 수인성 질환으로 똥질하다 몰살이다 싶음요... 상상력은 높이 사겠으나 그냥 공상비과학 변태 판타지, 현존 포르노 영감의 애비 할애비 정도이고 네 권 읽은 사드 중에 (굳이) 문학적(?) 가치라고 발끝만큼이라도 치켜올려줄 작품은 제 좁은 견해엔 미덕의 불운 정도였습니다 번역도 작품 자체도... 나머진 그냥 극기 수련임 나 사드 봤어 n권 봤어...근데 굳이 안 찍어먹어도 똥인 거 알잖아 우리...

공쟝쟝 2023-10-17 17:55   좋아요 2 | URL
푸코도 변기에 있을 것을 욕조에 받아둔 곳에서… 수갑을 차고…(그만해…) 사실인지 확인은 할 수 없으나… 사후 채찍과 수갑이… 반려인이 모르는 서랍에서 발견되고… 한때 자주 드나들던 곳의 문화는 변기대신 욕조가…(🤯)

반유행열반인 2023-10-17 17:55   좋아요 2 | URL
얘도라 일반 장염도 똥으로 옮아요 하물며 장티푸스 염병 등등 다 똥이 매개란다 디지기 싫으면 깨끗하게 허자...푸코야
콘돔 꼭 써라 아 죽었니...

공쟝쟝 2023-10-17 17:56   좋아요 2 | URL
웅 에이즈로…

반유행열반인 2023-10-17 17:57   좋아요 1 | URL
저는 퀴어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치만 건강은 챙겨가며 안전하게 하자이...내 말 듣기도 전에 푸코님은 나 엄마 뱃속 있을 때 저승가심...

공쟝쟝 2023-10-17 17:59   좋아요 3 | URL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소년과 사랑하기를 택하겠다는 말을 남긴바 있습니다. 유작은 성의 역사 1.2.3…
남남도 콘돔쓰자 애도라!

얄라알라 2023-10-18 02:16   좋아요 2 | URL
ㅋㅋㅋ미간 세 줄인가 네줄 보고 하시는 말씀이죠? ㅋㅋㅋ 아...쟝님!! ㅋ

Yeagene 2023-10-17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졸리니 영화도 상당히 괴로운데 읽을 생각하시는 열반인님 대단하세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10-17 18:04   좋아요 2 | URL
괴로운 건 제게 맡기세요...꽃길만 걷고 예쁜 것만 보고 듣고 드세요ㅎㅎㅎㅎㅎ

Falstaff 2023-10-17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들의 나라. 독보적 한 편!

반유행열반인 2023-10-17 20:57   좋아요 2 | URL
여기 구매 내역 지분에 팔백작님 제법 크게 차지하셨네요 전부 고전 명작(?) ㅋㅋㅋ

은오 2023-10-17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ㅋㅋㅋ 연인 내가 먼저 읽을거다! 한 사람이 심지어 저 한명이 아니었나욬ㅋㅋㅋㅋㅋㅋㅋ 얇은데 딴거에 계속 밀리는중.. 얼른 읽겠어요 ㅋㅋㅋㅋ
아 긍데 저도 먼가 추워지니까 책 덜 읽는 느낌.. 피곤하다.. 😫

반유행열반인 2023-10-17 22:07   좋아요 3 | URL
기분은 여러 경쟁자(?)같은데 누가 읽겠다더라... 생각하니 떠오르는 건 은오님 한 분 뿐 ㅋㅋㅋ저도 찍고 보니 쟤가 제일 얇아서 어쩔 수 없이 그리로 손이 갑니다... ㅋㅋㅋㅋ

유수 2023-10-17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여름이죠?
소설 대기실 명명이 좋다. 실상은 세월아 네월아 소설 침상 같은데도요.

반유행열반인 2023-10-17 22:09   좋아요 2 | URL
저 올 7월이 만화책 포함이긴 하지만 25권 최다치더라구요 ㅋㅋ근데 몇 년 지켜보니 뭔가 더위에 찌들려 하는 게 제일 체력소모 적은 책장 넘기기(종이장 혹은 터치)였어요. 아무래도 여름에 쑥쑥 자라나던 나무의 저주, 나무의 영혼 종이장이 그랬어요.

유수 2023-10-17 22:12   좋아요 1 | URL
성실함과 빚독촉의 콜라보??ㅋㅋ 아무튼 좋아서 그럽니다. 이런 대기실 자주 많이 보여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3-10-17 22:27   좋아요 2 | URL
늘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수님 ㅋㅋㅋ 대기실인지 영안실인지 사실 잘 모르겠네요 사놓고 십년 넘게 묵은 애들도 많아서 ㅋㅋㅋㅋ책의 무덤 우리집...

scott 2023-10-18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의 이북은 이보다 더 많을 것 같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3-10-19 10:55   좋아요 1 | URL
이북 구매목록 290권 뜨는데요 ㅋㅋㅋ안 읽은게 대부분이지만 쌓인 건 폐지 쪽이 열배 이상일 듯요 ㅋㅋㅋㅋㅋscott님 넘 오랜만이구 반갑구 말씀 자주 나누기 힘드네요 많이 바쁘신지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