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1014 장하준.


책을 지금보다 덜 읽던 시절에도 장하준 교수의 책은 대부분 보았다. ‘나쁜 사마리아인’을 읽고 주장하는 바나 서술이 마음에 들었는지 먼저 나온 책들이랑 이후 나오는 저자의 책들을 챙겼다. 대세가 되어 버린 신자유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자라나야 할 개발도상국에게 저개발의 해결책인 양 강요하는 건, 지들 자라날 땐 보호무역으로 잘 해 처먹은 선진국들의 횡포라고, 비교적 경제성장에 성공한 우리나라 등등을 예로 들면서 국가 주도적 성장, 복지의 확대 등을 옹호하고 있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주류경제학 위주로 배우고 곁다리로 그 한계 언급하는데 다른 학파들의 주장을 조금 배운 정도라, 반미 반제국주의,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는 강의실 바깥 움직임에 동조는 하면서도 막연하고 쭈그러지는 느낌이 있었다. 장하준 책은 거기다가 온갖 예들 모아 힘을 보태주는 느낌이었다. 곁의 사람은 비슷하게 폴 크루그먼 책을 재밌다고 찾아보는 편이었다. 공돌이에다 라이트노벨이나 만화책 아니면 다른 책은 쳐다도 안 보는 것 같은데, 유일하게 보는 경제학책이 (나도 한 권도 안 보고 이야기만 주워들은) 폴 크루그먼이라 신기했다. 나름 둘다 케인지언 옹호자들이었던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위치가 달라지면, 가진 게 쥐톨만큼 이라도 생기면 사람은 바뀌는 걸까. 그보다도 인간은 생각보다 불완전하고 국가도 관료도 마찬가지여서, 선한 의도로 뭔가 해 보겠다고 열심인게 오히려 많은 것들을 망치고, 정부 주도, 정책이라는 게 국민을 위한다는 말로 국민을 억압하고, 심지어 그 위한다는 말조차 말뿐일 뿐 사실은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의구심이 자주 들면서 회의주의에 빠진 것도 같다. 그냥 날...존나 자유롭게 죽게 내버려 둬라…
말은 이래도 새끼들 키우는데 육아수당 꼬박 나오고 보육비 무료고 사회 복지 정책의 혜택을 제법 보고 있지… 이건 첫애 어릴 때랑 둘째 어릴 때 극명하게 차이를 체험했다. 오히려 큰애 낳았을 때가 완전 가난뱅이였는데 그땐 지원이나 혜택이 훨씬 적었다. 그치만 그때보다 출산율이 점점 바닥 찍는 거 보면, 전쟁 후 굶어 죽겠어도 여서 일곱 낳던 할머니 세대 생각해 보면, 정책이 사람들에게 애를 더 낳거나 덜 낳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래도록 지나치게 지구 잘 파먹고 살았으니 이제 그만 파먹고 소멸하자 인류야…

이런저런 취향(?)의 변화로, 장하준 신간 소식을 듣고도 어머 이건 꼭 읽어야지! 하지 않았다. 사 보진 않을 것 같고… 그런데 전자도서관 여기저기 신간 입고되었는데 예약이 많아서 딱히 줄서서 보고 싶지도 않아… 레시피라니 음식 던지고 거기다가 적당히 경제 관련 내용 갖다 붙이는 식이겠지… 크게 흥미롭지 않아… 하다가 책읽기가 하도 부진하던 어느날 대출 자리 하나 비는 걸 충동적으로 빌렸다.

오, 오랜만에 읽는 경제책은 뭔가 고향에 온 듯 편안. ㅋㅋㅋㅋ 짐작대로 음식 하나 툭, 거기에 경제 썰 좔좔, 그런데 시작부터 오, 예전 책들, 그것도 일반인 대상 교양서라고 (저자가 이 책 말미에서)하는데 그래도 제법 학술적인 내용 담고 서술도 그러했던 (주석 좔좔 참고문헌 좔좔) 전작들과 달리 에세이 느낌이 났다. 자기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특히 마지막 ‘초콜릿’ 장을 보면 아...장하준 교수는 초콜릿 덕후다… 이 장 쓸라고 이 책 쓴 거 같다...하는 느낌이다. (새로운 지식 ‘장하준은 초콜릿을 아주 매우 좋아한다’를 획득하셨습니다.) 나머진 경제 관련 내용은 전작을 다 봤다면 딱히 더 새로울 게 없었다. 이전 주장들을 음식이랑 연결한 정도… 그런데 그 연결고리도 뭐 그냥 이야기 도입용, 관심 환기용 정도지 엄청 납득될 만큼 탄탄하진 않다. 그게 특히 심했던게 ‘고추’ 장에서 돌봄 노동과 쓰촨 요리 식당 메뉴 속 당연한 고추를 연관짓는 것...그거 너무 어거지… 잘 이해도 안 됨… 메뉴판에 고추로 맵기 표시했지만 고추 안 그려진 음식에도 고추는 들어간다...그건 마치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잊고 마는 우리 곁의 돌봄 노동처럼… 나만 이 연결이 이해가 안 되나? 이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저자 후기에 자신 없던 부분인데 부인 덕에 쓰게 되었다고 해명? 변명? 나도 쫌 그래...그런 느낌으로 언급은 되어 있었다. ㅋㅋㅋㅋ

그냥 가볍게, 주류 경제학의 통념에 다양한 근거로 반박하는 저자의 주장을 훑어보고 싶다면, 그리고 생각보다 음식에 진심인 경제학자의 음식 썰을 보고 싶다면 (나는 음식 책을 봤는데 경제학 지식도 석학의 통찰도 겟!) 나쁘지 않을 책이었다. 유머도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영국 살이가 길어서 음식이든, 식당 소개든, 경제사의 사례든 영국 예가 많다. 외국인들에게 읽힐 것을 염두에 두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걸 보면 그런 식의 서술도 제법 흥미롭다. (한국 출신이지만 외국 오래 살면서 외국애들한테 우리가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해 묵은 말야- 잡채는 말야- 하는 거. 케이 열풍을 타고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고자 하는 야심도 느껴진다면 억울하다고 할 것 같지만ㅋㅋㅋㅋㅋ)

고향 방문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다음엔 ‘물리적 힘’을 읽을까… (됐고 제2의 고향인 소설을 읽을까… ㅋㅋㅋㅋ)


+밑줄 긋기
-한국인은 곧 마늘이다. (당신이 먹는 건 당신이 아닙니다 선생님… 아, 내가 초근목피하면 식물인간이 되...삼겹살을 많이 먹으면 돼지가 돼...죄송합니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중요한 사실은 경제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점, 반론의 여지 없이 증명할 수 있는 해답은 없다는 점이다. 모든 상황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경제학적 해결책이나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경제가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거기에 맞는 경제학적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자국 시민에게 도덕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 어디가서 사회‘과학’이라고 하지 마라 창피하니까… 침대도 과학이라는데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는 경제학자의 양심 선언)

-이교도와 벌이는 전쟁이란 의미로 알려진 지하드는 원래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한다는 뜻이다. 이슬람 교리 중에는 군국주의적인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도 있고,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리도 있다. 후자는 “순교자의 피보다 학자의 먹물이 더 숭고하다”라고 강조한 선지자 마호메트(무함마드)의 말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렇다고 막 죽이진 마셈… 위인들은 다 왜 극단일까 어떤 새낀 책이고 학자고 다 구덩이에 파묻고 태우질 않나…)

-힘은 보복이 두려워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것이 자기 이익에 반한다고 믿도록 만들기도 한다. (권력의 까쓰라이팅)

-요즘 미국을 비롯한 부자 나라 사람들은 ‘바나나 리퍼블릭’을 의류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원래 부자 나라의 거대 기업들이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던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였다. 이 의류 브랜드의 이름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 좋게 봐 줄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자면 굉장히 모욕적이고 불쾌하다. 뭐랄까, 커피 원두를 갈아 주는 힙한 가게를 ‘사탄의 공장Satanic Mills’이라고 부르거나 고급 선글라스 가게를 ‘암흑의 대륙Dark Continent’이라고 부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근데 나는 사탄의 공장도 암흑의 대륙도 마음에 드는데… 죄송합니다 인종감수성 부족한 감각…)

-좌파는 모든 사람에게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마다 다른 필요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반면에 우파는 기회의 평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개인 간의 역량이 어느 정도는 균등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싸우지 말고 둘이 애를 낳아라...중파를 낳아라…)

-우리는 돌봄 노동이, 그것이 무보수가 되었든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이 되었든, 인간 생존과 복지에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활동인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뭔가의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또한 돌봄 노동이 여성의 일이라는 생각과도 이별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돌봄 노동을 태업하고 있단다...ㅋㅋㅋㅋㅋㅋ팥쥐엄마)

-남녀 임금 격차는 세계 평균 20퍼센트지만 파키스탄, 시에라리온 등에서는 45퍼센트까지 차이가 나고, 태국처럼 격차가 전혀 없거나 필리핀, 파나마처럼 여성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20년 6월 발표한 ‘남녀 임금 격차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the Gender Pay Gap’ 자료 참조.(여성 인권 거덜난 나라들이 돈도 안 준다 소한테 밭갈이 시키고 돈 안 주듯이…)

-그리고 나 자신의 괴상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갔다는 것도 인정한다. 물론 앨런 베넷Alan Bennett과 W. G. 제발트W. G. Sebald가 거장으로 꼽히는 이 장르에 누가 되지는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아니 여기다가 제발트 운운하는 게 더 누가 아닐까… 조이스나 프루스트는 참은 거죠? 유일하게 과한 유머가 후기에...ㅋㅋㅋ)

+서가의 (한 줌) 경제학 코너의 제법 높은 비중을 차지한 장하준의 책 다섯 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3-10-16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추억돋네요. ㅋㅋㅋ 장하준… 책장에 있는 책 4권 읽었스니다! (균형잡힌 사고방식의 경영학과 생 씀) 저는 다 버렸고 사다리 걷어차기는 있을지도…

반유행열반인 2023-10-16 18:27   좋아요 0 | URL
와 쟝님은 경영학과 찐 사회과학도셨군요 ㅋㅋㅋ저는 유사사회(?)잡종이라 한 우물 못 파고 뒤늦게 방황중...

공쟝쟝 2023-10-16 19:56   좋아요 1 | URL
경영학과는 맨큐랑 (좀 빠지면 하이예크) 읽어요. 저는 경영학과에서 정치경제학 읽은 이단아… !! ㅋㅋ
 
이게 바로 물리야 8 : 힘과 운동 이게 바로 물리야 8
조지프 미드선 지음, 새뮤얼 히티 그림, 이충호 옮김,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1009 조지프 미드선, 새뮤얼 히티.

고1때 담임 선생님은 공통 과학을 가르쳤다. 수업 중 의문사항이 생기면 갑자기 사색에 빠지셔서 졸다 깨도 진도를 놓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선배들 중에는 우리 담임 선생님을 제물포(쟤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2 올라가는 문이과 갈림길에서 내가 문과를 선택하니까 많은 아이들이 왜??? 법대 가게??? 아니? 그런데 왜??? 뭐 그런 질문을 주고 받은 기억이 난다. 문과 가는 주제에 방학 방과후학교에서 기어이 담임 선생님이 맡은 과학 보충을 듣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마지막으로 관뚜껑에 못질하듯 봉인했던 것도… 신기한 건 수능 사회는 두 개 틀렸는데 과학(20년 전엔 문돌이도 수능에서 과학 시험 봄) 하나 틀렸다는 것…

2년 전 이맘쯤 대가리에 총을 맞았는지 갑자기 나, 고교 수학이랑 과학이랑 이과 과목 다시 공부해 보고 싶어… 생각했었다. 그럼 공부 다시 하는 김에 수능도 하자… 청소년용 교양 과학서 나부랑이 좀 주워본 주제에 처음에는 화학이랑 물리가 궁금하다, 였지만 수능은 현실이라 진리의 조합이라는 생지, 생명과학과 지구과학 선택으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봤다. 지구과학, 수학, 생명과학 순서대로 3,4,5등급 받고 장렬하게 사망했다… 문과는 정직하게도 전공과 가장 가까운 순으로 한국사, 영어, 국어는 1,2,3등급...국어는 평소보다 아주 못 나왔는데 과학 지문 하나를 통으로 날려먹었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 중도 포기한 올해는 한껏 여유가 있으니 핑핑 놀다가 물리나 하자, 이러고 내신 완자 물리1을 가르치는 수업을 조금 들었다. 강사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디트미트 편입 물리학 강사 하다가 이 시험들이 없어져서 수능 강의를 시작한 선생님이었다. 인터넷 강의 하다가 한 주 하루 정도는 페이 닥터로 치과 근무도 한다는 듯했다. 직업이 여러 개라니, 때에 맞춰 내가 내키는 직업군 사이를 오갈 수 있다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물론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겠어… 내가 부은 건 탕수육 쏘스 말고는 없으니까 부러워하기나 하자… 나 새끼 지쳤는지 거의 이주전 마지막 강의 듣고 물리 공부는 놓고 있다… 힘내렴 나야... 시작했으면 올해 안에 물리 완강해야지? 그러고나서 다시 생명과학으로 돌아갈지 말지 정하기로 하자…

어린이용 물리 만화책이라고 해서 전10권짜리 세트가 다 탐났다. 부디 너희는 수학 물리 무섭다고 이과를 피하지 말거라…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물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물려주면 응 그것 참 쓸데 없네요 하고 버려버리려나 내새기들… 물려주지 말고 나나 물리랑 친해지자 하면서 힘과 운동 한 권 먼저 샀다. 진도맞춰 다른 시리즈도 살 수도 안 살 수도? ㅋㅋㅋ

초록초록 대충 그린 것 같은 힘돌이랑 운동돌이가 나온다. 영어로는 포쓰 앤 모션. 힘, 운동, 가속도, 일, 관성, 마찰력 등 역학의 가장 핵심 기초 개념을 눈에 보여준다. 중력, 에너지, 열은 따로 한 권씩 나와 있는데 고교 물리는 힘과 운동이 제일 먼저인데 이 시리즈는 열, 에너지, 중력, 힘과 운동 순으로 구성되었는데 뭔 심오한 뜻이 있는지 그냥 내키는대로 그렸는지 모르겠다. 나는 왠지 역순으로 사 볼 것 같은데? 안 사 볼지도...ㅋㅋㅋ

지난 주에 놀이공원에 갔다. 수많은 기구들이 중력을 거스르거나 중력에 따르고, 원심력 때문에 어린이가 튕겨나갈까 봐 어린이는 회전하는 안쪽에 앉히라고 하고, 가속과 관성과 진자운동 회전운동 오르락내리락 수직 수평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왠지 놀이기구로 물리 설명하는 책도 있을 것 같다. 있겠지… 물리학책을 읽는 거랑 수능 물리 공부하는 건 영 다른 영역 같지만 뭐 공부에 도움될 수도 있다는 핑계로 놀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지… 일단 물리 들어가는 컬렉션 중에 제일 쪼그만 거 먼저 봤다. 나머지는 언제 볼지 기약 없음… 그전에 물리 강의 완강하는 게 먼저일 수도...뭐라도 해라 인간...

+밑줄 아니고 퍼오기(사진)
-인정 사정 없는 힘새끼(인간이 아니니까...) 운동이를 피사의 사탑에서 패대기 침...어린이 여러분 따라하지 마시오 같은 거 써 놔야 되는 거 아닌가?ㅋㅋㅋ

-역시나 돈에 있어서도 인정사정 안 봐주는 힘놈. 네 돈을 쓰면 되잖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3-10-11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물포 ㅋㅋㅋㅋ^^ 열반인님, 확실히 공유하는 게 많습니다요! ㅋ


[놀이공원에서 물리를 더듬다]^^ 제가 생각해본 제목입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새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늘 공부하시는 열반인님 화이팅요!

반유행열반인 2023-10-11 18:03   좋아요 1 | URL
언제나 제게 후하신 얄님 ㅋㅋㅋ저는
아직 포기 안 했다 했지만 정말 더듬다 말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ㅌ

북깨비 2023-10-13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쟤물포 ㅋㅋㅋㅋㅋㅋ 그 분 수업 한번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아 궁금하여라 ㅋㅋㅋㅋ 🤣
저는 화학, 생물 과목은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온 편이었는데 유독 물리는 어려웠던게 뭔가 이해한 것 같다가도 문제를 풀다보면 자꾸 헷갈렸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10-13 22:09   좋아요 1 | URL
그래도 고1 담임 선생님 정많고 대학 갈 때까지 삼년 내내 잘 챙겨주셨습니다 ㅋㅋ북깨비님은 진작 과학 공부 챙기셨군요 ㅋㅋ저는 뒤늦게 배워보려니 힘드네요 ㅋㅋㅋㅋ
 

부제: 알라딘은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어…


 날이 추워지면서 책도 잘 안 보고, 그렇다고 수학공부도 잘 안 한다. 그냥 인생에 고민만 많고, 그러다가 그냥 살자, 하다가 뭐 제대로 하는 건 없는 나날. 

  알라딘 램프에 소원을 빌었었다. 막 더워지던 6월 25일이었다. 판매와 관계 없는 답변은 좀 느리다. 6월 29일에 답장을 받았다.


 연나이 안 쓰고 만나이 통일한다는데, 알라딘은 독서 통계에 연나이로 순위 매기니까 올해 꼬꼬마 40살 된 나는 개쪼렙이다. 40대에 워낙 위대한 독서가들이 많은가 보지… 만나이대로 하면 생일 12월인 나는 아직 38년 산, 30대잖아… 나는 소의 꼬리 하겠어…아니 닭의 주둥이인가… 30대 후반 하면 왠지 꼬리 해야 할 것 같은데… (그치만 뭘 믿고 30대 되면 랭크가 올라갈 거라 착각이신지…?)


 막 더워지던 때를 지나 아주 덥던 시간도 지나고, 장마도 보내고, 이제는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건만… 나는 아무래도 알라딘에게 까인 모양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우파 정부가 추진한 정책 따위, 우리 민족 주체성 무시하는 양키고홈하고 위아래 몰라 보는 만나이 따위, 거기 맞춰 독서 연령별 통계를 맞춰 달라니!!! 젊어지는 샘물로 세수하고 앉았는 나약한 소리였다. 미안하다 알라딘. 알라딘 창업주는 예전에 북한에도 놀러가고 그런 분이셨다고 들었다… 나이 정책이 바뀌어도 나는 이제 알라딘도 구제해주지 않는 빼박 사십대입니다… 인정하겠습니다…

 빼박 사십대 118번째. 현재 발견된 주기율표 원소 수와 일치해서 욕이 들어가서  아주 만족스러운 순위입니다.


 공허한 마음은 어리석게도 택배 박스 따위로 일상의 변화를 추구하게 만들고… 연휴 전후로 이리저리 주워 모은 중고책+새책 박스가 속속 도착했다. 새책은 거의 어린이 스티커, 따서 조립하기 정도, 전자책 빌려 감명 깊게 읽은 이서수 작은 소설집 말고 이 책탑 99퍼센트는 다 중고책이다.

 


 이서수의 책 ‘엄마를 절에 버리러’를 전자책으로 아주 잘 읽었는데, 오랜만에 꽂히는 한국 소설 작가를 만나서 그래 종이책도 한 권 가져야지 하고 이중에 유일한 새책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책이 진짜 조그맣고 글자도 엄청 작아서, 나는 아직 노안은 아니지만 우리 엄마는 못 읽겠네… 이 시리즈 세 편을 죄다 전자책으로 봤어서 판형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아직 집에 있는 ‘리스본행 야간 열차’도 안 본 주제에, 마침 ‘언어의 무게’ 중고 판매가 풀려서 야, 거의 신간인데 이게 만이천원이래, 마침 맨아래 깔린 뇌과학 만화책이랑 묶으면 무료배송까지 해주시는 친절한 셀러님께 샀다. 막상 받으니 두께의 압박으로 형광핑크색 볼 때마다 숙연하기만 하고 뇌과학 만화책을 먼저 볼 것 같다. 

작지만 큰이라며… 책은 얇은데 크다. 그림도 빡빡. 그렇지만 뇌책은 자꾸 못참아…만화책이면 더더욱…








‘맨발의 완선생’은 요즘 자꾸 중국 소설책 사기만 하고 안 읽어서 심란한 와중에 표지만 보고 사 버렸다. 표지 일러스트 그린 사람이 누구냐면… 밴드 불나방스타소시지클럽의 리더 조까를로스, 조문기씨다. (아무도 몰라서 숙연) 원래 미술 전공한 사람이 징글징글한 노래 잘도 만들었었는데 (거 슈스케 나온 유승우가 부른 ‘석봉아’는 대부분 아시지 않나요…그 노래 원곡 밴드임…) 어쩌다보니 그 분 그림체를 내가 알아요… 그래서 일단 사고 말았다. 정작 소설이나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일도 없음… 왜 이 따위로 책을 삽니까…


대부분 한 판매자님께 구매했는데, 이번 구매에서 제일 비싼 책은 ‘향의 길라잡이’, ‘꽃도감’ 두 권이었다. 뭔가 전문 실용서 느낌이 풀풀 나는데 꼭 멍청이들이 이런 책 하나씩 들이면 지식과 경험치가 상승할 줄 알고 들여놓고 잘 안 보지… 향의 길라잡이는 포스로 짐작은 했지만 막 분자식 나오고 어디 중간고사 교재 같은 느낌이라 그냥 최낙언 선생님 최신간 향시리즈 책을 살 걸 그랬다. 망했다는 거지… 꽃도감은 꽃다발이나 화분봐도 꽃 이름 하나도 모르는 게 빡쳐서 이거 보고 공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꽃다발 받을 일도 없고 꽃다발 선물 아주 안 좋아한다. 얼마나 안 좋아하냐면 재작년 졸업식 때 제자 둘이 꽃다발 이따시만한 걸 줬는데 이걸 마지막날에 가져가라 하지도 못하고 울상이다가 옆 동료 한 명씩에게 자, 내 마음을 받아, 하고 나눠주니까 다들 엄청 좋아했다. 꽃을 받으면 다들 좋아하는 구나… 먹지도 못할 걸… 나는 꽃을 받는 건 정말 싫고 (니가 뭔 오펜하이머 죽은 여친이냐) 그냥 꽃들의 이름만 궁금하다. 


 









‘해부학자’는 동명의 논픽션 사 놓고는 소설책도 궁금해서 샀다. ‘리틀 스트레인저’는 ‘핑거스미스’이후 아직 다른 작품 못 도전해 본 새라 워터스, ‘플레인송’은 이서수가 인생 책으로 꼽은 ‘밤에 우리 영혼은’ 쓴 켄트 하루프 대표작이라길래, 마광수 ’청춘‘은 야 나같은 변태가 아직 마광수도 한 권 안 봤어…보고서 욕하든가 칭송하든가 불태우든가 하자… 부관참시용으로 담았다. 


오한기는 그만 본다더니 역시 오한기니까 다섯 권 채워주자, 마침 중고책이 너무 싸네? 심지어 이 책 판 사람 이거 펼쳐 보지도 않은 듯 너무 새거다… 왠지 애틋하니 내가 읽고 비급 중고로 만들어 주자…

‘호랑이의 아내’도 현대문학에서 나온 책인데 그냥 싸다고 마구잡이로 담은 책 같다… 책 구매 기준이 최저가라 송구합니다…















만화책도 냥냥하게 샀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너무 예술 만화 같아서 이거 언제 보냐 싶고….‘책섬’은 오래 전에 괜찮게 본 ’유리피데스에게‘ 작가라고 해서 샀다. 피케티 책은 읽을 예정이 없었는데 일본사람들이 이걸 만화로 만들었대서…심지어 1500원에 파네… 받고 보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신 스티커 그대로 보내주심…엄청 할인해서 제게 되파셨네요… 양심적인 판매자였다.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도 ‘가부장제 깨부수기’랑 비슷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지만 느낌이니까 실제로 보고 판단하도록 하기로…


 책 안 읽고 독전감, 구매후기 쓰는 건 난 안 하겠어! 다짐은 다짐일 뿐 하도 읽는 게 없으니 쓸 것도 없어 나도 상품 구매 리뷰를 쓰고 만다…중고 리뷰 전문으로다가… 막 쇼호스트 흉내내며 이 책은- 하는 내 옆에서 큰어린이가 영혼 없이 ‘우와’ ‘정말 대단해요!‘ ’판타스틱‘ 리액션 연습 하는 걸 보고는 야, 우리 폐지 전문 유튜버, 아니 중고책 언박싱 유튜버 할까… 농담하다가 그냥 하던 거나 잘하기로 했다.


 쌓다보니 더 쌓을 게 있었어…나의 위시리스트 물리책 수학책… 입문용 내신 물리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그때 부터였을 거에요…제가 공부에 흥미를 잃은 게… 역학 하다가 충격량 배우면서 충격 받음… 물리 너무 어려워서… 생명과학 어렵다고 물리로 도망치면 그게 제 정신인가…

 









‘이게 바로 물리야’ 어린이가 물포자가 되지 말라고 전권 다 사고 싶었던 욕구 억누르고 이건 중고도 없이 새 책 사야 되니 내가 지금 공부하는 역학이나 먼저 사보자…하고 샀다. 배웠던 거 나와서 신나긴 한데 앞부분 보다 맒… 여러분 어려운 건 만화책으로 만들어도 어려운 겁니다.

 ’물리적 힘‘ 이것도 신간인데 야 이거 사기 전에 몇 년 전에 산 ’김상욱의 양자공부‘나 보지 그랬냐 그럼 안 샀을 것을… 요즘은 어쩌다 보니 번역가 이충호 선생님이 옮긴 책들로 과학 입문 애쓰고 있다. 위에 세 권 다 같은 번역가… 

 ‘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 제목으로 낚지 마라 이놈들아… 그래봤자 물리잖아… 나는 낚였다. 


 나이도 안 줄여주는 알라딘한테 판매 수익+중고 판매 수수료 수익 올려주지 말고 책은 조금만 삽시다. 그리고 사는 대신 있는 책 많이 읽고 내내 평안한 나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오 2023-10-07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전에 저한테 알라딘에 북플 뭐 건의했다고 하셨던게 이거인가요?! ㅋㅋㅋㅋㅋ 근데 얼른 바꾸는게 맞는 거 같은데.. 이제 진짜 금방 다들 만나이만 쓸 것 같은데 알라딘.. 너무하네.. ㅋㅋㅋㅋㅋ 일해라!!!!! 귀찮니?! 그건 ㅇㅈ
저는 근데 남이 산 책 페이퍼 보는거 산 이유 보는것도 재밌어서.. 유열님이 계속 올려주셨으면 좋겠네욬ㅋㅋㅋㅋ 쓰는 게 없으니 만만한 산책 페이퍼 올린다는 것도 공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의 수확: 유열님은 꽃 받는 거 싫어한다.... 근데 꽃 이름은 궁금해 함..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

반유행열반인 2023-10-07 12:15   좋아요 3 | URL
기억력 좋은 은오님 맞아요 ㅋㅋㅋ성공하면 수많은 20 30 40 50 60살들에게 내가 님들 앞자리 깎아줌 ㅋ이러고 유세 부릴라고 했는데...실패!
저 영화 오펜하이머 보다 자꾸 꽃 버리는 육덕언니 보고 야 넌 나랑 몸매는 정반대인데 꽃 받는 거 안 좋아하는 건 똑같다? 제 사람들은 알아서 꽃을 안 사주지만 말입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3-10-07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담당자분이 열반인님 문의는 퇴사하고나서도 기억하실 거 같은 느낌 ㅋㅋㅋㅋ

근데 중고 책들이 어쩜 저리 자태가 좋아요. 다 새책 같아 보여요 [향의 길라잡이] 뺴고...눈썰미가 좋으신가보다! 중고도 저리 잘 빼시고^^

반유행열반인 2023-10-07 16:25   좋아요 1 | URL
새책에 가까운 중고 뽑기에 맛들여서 제가 신간을 잘 못 사고 매번 오래된 책만 사쟁이네요ㅋㅋㅋ 어차피 사놓고 안 보고 있으면 중고될 것을 알고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10-07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이 118번째라면
도대체 그 위에 있는 분들은 얼마나 대단할까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3-10-07 16:25   좋아요 2 | URL
저는 독서 시작 얼마 안 된 꼬꼬마인 걸요 ㅋㅋㅋㅋ 대단한 분들이 많겠지 싶습니다.
 
[eBook] 엄마를 절에 버리러 트리플 17
이서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1004 이서수.

이번 연휴에도 엄마의 말에 마음이 상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소리지르며 대든 적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꾸욱 삼켰다. 입을 다물고 속으로 화를 끓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지 엄마도 한동안 눈치를 보았다.
저 인간이 나를 이렇게 키웠어요. 말 한 마디마다 독사 한 마리씩을 내 속에 집어 넣어 날 괴물로 만들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불효란 실컷 부려먹다가 늙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요양병원에 보낼 거야, 면회도 자주 안 갈 거야, 말은 안 하고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서수의 이 책 제목이 생각났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 제목만 봐도 못 버리고 돌아오겠네. 책을 읽으며 여행 잘 하고 돌아가라고 매정하게 선 긋는 스님이 얄밉게도 보였지만, 또 절 입장에서는 여기가 폐기물 처리장도 아니고 자꾸 사람 버리러 오면 싫을 것 같기도 했다. 여름에 본 드라마에서 욕쟁이 할머니가 정신 장애가 있는 자기 동생 숙자 할머니를 절 앞에 버리고 갔는데, 몇날 며칠을 숙자 할머니가 절 입구에 묶여 있어도 스님 한 명 내다보지 않았다. 그게 야박하다 싶기도 했지만, 베이비박스처럼 그랜마박스를 설치하더라도 저렇게나 절에 노인 버리는 게 클리셰가 되어 버리면 절은 터져버릴 것이고 스님이나 보살님들은 노인들을 돌보느라 수행도 못하겠지… 내 친구 하나는 젊을 때 몸과 마음이 아파 절에 잠시 은신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늙은 비구니들 비구들 밥을 해주고 밥을 얻어 먹으며 지냈다. 절에서도 젊은이를 좋아하지 노인은 사절이다.

딱히 엄마를 절에 버릴 생각은 없지만, 이 순간 이 소설은 딱 맞춤이었다. 치인다고 하나, 교통 사고 피해자한테는 더럽게 예의 없는 비유 같지만 난 이서수 소설에 치였다. 사실 지난 번 소설집 땐 살짝 접촉 사고 수준이었는데 이번 작은 소설집은 삼중 추돌, 그런데 마지막 에세이까지 그냥 소설이라고 우기고 가도 될 정도로 좋아서 이건 트리플 아니고 콰트로네… 하프 단편집이네… 여태 봤던 트리플 시리즈 다 망했는데 이서수가 살렸다. 그런데 전자책 보고 나서 종이책 표지 검색해보니 표지는 진짜...왜 이렇게 뽑는지 모르겠다… 뭐 작가와 출판사의 선택이겠지만 표지 진짜 반댈세… 좋은 소설 판매 확률을 확 낮출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엄마를 전우로, 동지로, 생존자로, 서로의 구원자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없이 죄책감을 자극하고 과거의 리마인더가 되어 지질지질 하는 것이 가끔 힘들다. 자식한테는 생전 공감하거나 따뜻한 말을 건네지도, 한 번 안아주지도 않는 사람이 바깥에서 남들에게 자신이 좋은 말을 건네고 현자처럼 멘토처럼 내가 이렇게 공동체의 평화를 이뤄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냈다(내가 보기엔 그냥 편견과 지레짐작), 이러고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는 모습이 나는 너무 힘들었다. 자기 자식은 어떻게 썩어가는지 들여다 보지도 못하면서… 화분이나 가꾸고 있어… 엄마가 못 준 사랑 결핍에 허덕이며 내가 얼마나 그걸 채우려고 평생 헤매고 다닌지 모르면서 끝없이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나는 자주 미웠다. 이거 쓰면서 눈물 찔찔.

온통 엄마로만 꽉 찬 소설집 읽으면서 자기 인생은 망했는데 그래도 딸한테 자부심 느끼는 엄마, 잔소리하고 속터지다 그래도 서로를 버리지 못하는 부모 자식 이야기는 클리셰라도 잘 쓰면 읽을만 하군, 나만 이런 거 아니지, 다들 그런 거지, 저마다 조금은 불효하고 조금은 효도하면서 지내면 뉴스에 나오는 후레자식 정도까지는 안 되는 거지, 하고 읽었다.

엄마는 23년의 망한 혼인 생활을 접고도 이제 15년을 살았으니 앞으로 망하지 않은 기간을 살 확률이 더 높다. 대학에 못 간게 한이더니 내 첫번째 아이 키우는 동안 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를 다니고 졸업해서 학사 학위 소지자가 되었다. 계속 소설을 쓰고 고치고 공모전 냈다 망하길 (나랑 같이) 반복 중이고, 주2회 구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필라테스 운동을 신나게 하고, 같은 시설에서 주1회 미술 수업 소묘 배우러 갈 땐 세상 설레는 표정을 하고 살랑대는 치마차림에 스케치북을 에코백에 담아 나선다. 또 같은 시설에서 주1회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내가 사 놓고 쳐박아 둔 디지털피아노를 방에 들여놓고 틈틈이 체르니 30번을 치고 유튜브 영상이랑 비교한다. 지금도 내 아이들을 키워주고 살림을 도맡아 한다. 아이들 뿐 아니라 나랑 내 배우자까지 먹이고 키우고 있음… 이렇게 되돌아보면 좀 싫은 소리 한다고 지랄지랄하는 나새끼가 천하개불효샹놈인가 싶기도 하지만… 엄마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셈… 망할 놈의 자식 새기는 그거 말고 빌어 드릴 게 없습니다… 죽기 전에 이서수만큼 잘 쓰는 소설가 되셈… 이서수 소설 속 엄마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 쓰는 딸한테 자기가 쓴 소설 잘도 보여주는데 (제목도 놀라운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우리 엄마는 안 보여준다… 자기 등단하면 보여준대… 날 안 보여줘서 등단 못하는 거 아닐까… 근데 내가 이렇게 개차반으로 까는 새끼인 걸 생각하면 그냥 안 보여주시는 게 건강에 이롭겠다….

+밑줄 긋기
-나는 콘돔을 팔아 번 돈으로 대학이 무용하다는 생각을 가진 아버지에게 저항하며 대학에 갔다. 놀라지 마시라. 1958년생인 아버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는 대학에 갈 필요가 없고, 아들이 아닌 딸을 대학에 보내줄 돈은 없다고. 우리 반 전체를 통틀어 그런 생각을 가진 부모는 나의 아버지뿐이었다. 다들 대학에 못 보내 안달이었지, 대학에 가겠다는 딸을 말리는 아버지는 없었다.
(깜짝이야 우리 아빠인 줄...엄마에게 내가 대학 굳이 가야하나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집 딸은 최초합 붙은 학교가 S,Y,K(수시1차 붙고 수능을 생각보다 잘 봐서 면접 안 감…),H대였는대도 저런 소리를 했다지…)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적금을 해약하거나, 아버지를 해약하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놀랍게도 적금을 해약하는 편이 더 쉬웠다.
(아버지를 해약하지 그랬어...난 했어…)

-실로 오랜만에 먹어본 뽀또는 달고 고소했다. 그 때문인지 아버지는 무알코올 맥주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알코올이 담뿍 든 술처럼 맛있게 홀짝였다. 흡족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눈을 맞으며 총총 걸어가는 다정한 커플을 보더니 뽀또! 라고 크게 외쳤다. 젊은 커플이 놀란 얼굴로 주위를 살피자 아버지는 얼른 창을 닫으라고 말했다.
(아...이런 거 왜 난 좋아...무알코올 맥주랑 뽀또 처먹고 취한 아버지가 뽀또! 이지랄 ㅋㅋㅋㅋ)

-아무도 우리를 몰라. 아무도 우리를 알려고 하지 않아. 아무도 우리의 삶이 당연하지 않은 거라고 말해주지 않아. 이건 오로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인 거야.
(흙흙흙…여기까지 ‘엄마를 절에 버리러‘ 중)

-그래. 나도 아는데, 엄마도 알겠지. 사랑을 이루고 행복해져도 선뜻 완성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는 걸.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중)


-약을 꼭 쥐고 잤다. 먹지는 않았다. 먹지 않았으니 나는 환자가 아닌 거라고 생각했다. 약을 먹으면 환자가 되고, 참으면 건강한 사람인 거라고. 김월희는 서한지도 모르는 자신의 투쟁에 대해 생각했다. 약을 먹지 않으려는 투쟁. 그러다 지고 마는 투쟁. 다시 약을 먹지 않으려는 투쟁. 역시 또 지고 마는 투쟁.
(사는 것도 투쟁이라고 하셨잖아요. 안 죽기 투쟁.)

-의사는 김월희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다. 김월희는 자신의 인생을 축약해서 전달했다. 남편은 평생 외도하며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자신은 아이들과 거지처럼 살았다. 집에 쌀이 떨어져서 아이들에게 라면만 먹인 적도 부지기수였다. 와중에 자신은 우울증을 앓았고, 온종일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체처럼 살았다.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서.

-서한지는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려고 해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러자 김월희가 벌컥 화를 냈다. 왜 기도도 해주지 않냐고. 아래층 아주머니가 김월희를 말리며 말했다. 기도가 무슨 소용이야. 신은 없어. 있으면 죄 없는 고양이들이 저렇게 비참하게 죽겠어?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일을 하려면 김월희는 자신이 왜 아픈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벌주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걸 말이다. 서한지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엄마, 대단한 인생을 살 필요는 없어. 엄마가 좋아하는 알밤, 그걸 떠올려봐. 벌레 먹은 밤을 집어 들면 에잇 속았다, 그런 표정으로 웃잖아. 인생도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자꾸 벌레 먹은 밤만 집어 들어서 속상해도 웃어넘기고 마는 것처럼, 그냥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대단해지려고 하지 마. 남들하고 비교하느라 엄마가 그렇게 속이 아픈 거야. 엄마는 엄마의 길을 묵묵히 가면 돼. 그것이 지극히 초라한 길이어도.

-한지야, 사람이 벌레처럼 산다고 욕먹을 일은 아니야.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이유가 있는 거야.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중)

-어쨌든 나는 엄마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 세 명의 육십대 여성을 만들었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이다. 가난과 노동 그리고 딸.
나는 실버 노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나의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다. 먼 훗날 나 역시 일자리를 찾아 배회하는 육십대 여성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소설을 쓰며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는 소설가는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소설을 써서 먹고 사는 일이 참 위태롭다는 생각을 하는데, 육십대가 되어서도 소설 쓰기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는다.

-엄마는 나를 보며 활짝 웃더니 새로 사귄 길고양이를 소개해주었다. 나는 고양이를 한참 동안 구경하다가 모기한테 물리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에세이 ‘무지개떡처럼’ 중)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10-05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5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10-06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 표지 보자마자 별로라고 생각했어요.열반인님 글 읽으니 더 그렇게 생각되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10-06 22:37   좋아요 1 | URL
표지 그림은 별로인데 소설은 제가 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서수 요즘 빠짐... ㅋㅋㅋㅋㅋㅋ
 
[eBook] 바게트 소년병
오한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929 오한기.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오한기를 네 권이나 읽다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오한기니까 다섯 권을 채워줄까 싶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만 봐도 되겠다.
그리고 그 중 한 권은 이번에 읽은 소설집에 실릴만큼 부피 작은 한 편을 그림하고 같이 뻥튀기 해서 한 권 낸 거라 한 권으로 치면 반칙인 것 같다.
그런데 단편소설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소설집은 안 봤고, 두번째 소설집은 생각보다 오랜만에 나온 거라 5년치의 소설이 담겨 있었다. 정지돈 소설에서 오한기가 결혼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책 말미에 자녀와 부인 이름이 등장하게 될까 봐 에세이는 고사했다는 말에 놀라고선, 아니 왜 놀라, 혼인이랑 출산 나도 하는데, 아무나 하는 건데, 소설이 이상하다고 소설가가 이상하리라는 보장은 없잖아... 아니 이상하다고 혼인이랑 출산 못하라는 법은 없잖아 나도 했는데…

- 바게트 소년병
수영장에 숨어 살며 바게뜨빵을 총처럼 겨누는 소년에 관한 상상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슬펐다. 애들이 있을 만하지 않은 곳에 있으면 슬픈 거다. 그렇다면 산티아고 추모공간에 바게뜨가 있어도 슬픈 거겠다.

-25
오영이었던 야구 선수가 이오라는 요원이 되면서 과거의 자신을 지워가는 이야기였다. 야구는 잘 모르지만 지난 나를 버리고 다른 내가 되는 이야기가 서글프게 읽혔다. 다 지우고 전혀 새로운 내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 이야기는 소설이 된다. 그렇지만 현실의 나는 다 망해도 망한 나는 망한 나대로 줄줄 달고 미래로 가야 한다…

-팽 사부와 거북이 진진
어려서 이웃에 살던 동갑내기 아이가 매번 우리집 물건을 들고 찾아왔다. 마당에 샤프 펜슬이 떨어져 있었어요. 홍매색 크레파스가 있었어요. 엄마는 이상하다, 하면서 아이가 건네는 물건을 돌려 받았다. 어느 날은 야트막한 그릇에 넣고 키우던 거북이가 없어졌는데 아이가 거북이를 들고 왔다. 거북이는 목을 딱지 안에 움츠린 채 꿈쩍하지 않았다. 죽은 거북이를 받아 들며 아니 그게 왜 마당에 기어나가서...하면서 받아 들었다.
어느 날 우리집에 놀러왔던 아이가 내게 슈퍼마켓에 가자고 했다. 슈퍼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초콜릿을 사가지고 나왔다. 나한테 절반을 떼어주고 자기도 먹었다. 다시 슈퍼에 들어가서 또 초콜릿을 사다가 나와 나눠먹었다. 너 그렇게 돈을 많이 써도 돼? 미안한 마음에 초콜릿을 얻어 먹으면서 걱정하는 말을 건넸는데 괜찮다고 했다.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의자에 걸어둔 청바지 안에 만원이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했다. 집에 누가 왔었냐고 해서 옆집 아이가 왔다 갔다고 했더니, 엄마는 한참 생각하다가 이제 그 친구랑 우리집에 와서 놀지 말고 놀이터나 그 친구 집에서 놀라고 말했다.

등딱지에 빨간 글씨로 팽 자가 박힌 거북이가 우글거리는 전세 보증금 사기 당한 빌라를 보고 있으니 왠지 그때 생각이 났다. 거북이로 훈련한 건 거 너무 한거 아니니 잘 사니… 잘 살더라...

-사랑하는 토끼 머리에게
내가 이걸 읽었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걸 왜 썼는지 작가도 모르겠다는데 나도 왜 읽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에도 내가 나라서 힘든 애가 내가 아닌 다른 뭔가가 되려고 기를 쓰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도 누군가 사랑하는, 이랑 별명까지 붙여 줬잖아 토끼 머리야. 나는 제대로 된 별명도 없었단다.

-곰 사냥
오… 내가 너인칭이랑 너인칭 비스무레하게 한 사람 앉혀 두고 혼자서 주절대는 방식의 서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줬다. 별로였다는 뜻이다.

-펜팔
이명박과 펜팔하는 소설을 쓰겠다는 다짐을 지켜낸 작가가 대견하다. 그리고 제법 재미있었다. 나도 시월에는 단편소설 한 편을 쓰겠다. 신작을 쓴지도 만 삼 년이나 흘렀다. 망했다. 수학도 소설도 팔자를 못 고쳐준다면 그냥 둘다 노리개로 쓰겠다.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세일즈맨
궁둥이를 대여하는 잘 안 풀린 소설가가 나온다. 읽는 이가 스스로 난 썩었어...하도록 절대 성적인 요소는 없다. 그러게 왜 후장 사실주의 어쩌구 그래가지고 독자의 정신을 오염시키냐고… 난 볼라뇨도 안 봤고 안 볼 거고 지들끼리 친목질 하는 거로 열심히 세일즈 포인트 올리는 거 좋은 일이죠… 이너 써클이라는 게 없어 본 사람은 그냥 멀리서 손 빨면서 쟤들 잘 노네… 이 소외감 뭐임… 함.

오… 단편소설집 보니까 오한기는 장편을 더 잘 쓴다...칭찬인 듯 아닌 듯...

+지난 오한기 독후감 보다 소오름...이년전 추석 연휴 때는 오한기의 인간 만세를 읽고 독후감을 써 놨다...풍성한 한가위에는 오한기냐... 초성도 기가 막히네이... 인간이란 생각보다 길들이기 단순한 존재 아닐까...(그치만 도망간다 안녕)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3-09-30 0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인칭 소설은 읽으면서 어색해요. 서간체 소설도 아니고.
열반인님 리뷰는 재미있고요. ^^

반유행열반인 2023-09-30 08:45   좋아요 0 | URL
늘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함니다 유부만두님 ㅎㅎ 서간체는 또 아주 싫어하진 않는데, 이인칭은 너는, 이러면 저요?(깜짝) 이러다가 기분이 나빠져서 안 좋아하는 것도 같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01 20:25   좋아요 1 | URL
이인칭 소설 싫어한다고 여기에 썼는데 하루키 신작이 적어도 1부는 계속 “너”를 부르고 있어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0-01 22:29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하루키를 안 보나 봐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