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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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뷰 쓰기도 어렵고 줄거리 요약도 힘들다. 그리고 뒤표지에 찬사가 가득한 작품은 역시 기대하지 말아야 함. 나랑 안 맞는 작품을 만나면 리뷰마저 시들시들해지나 보다. 뭔가 의욕이 상실됨. 아오 그냥 다 별로야. 나는 이 작품 반댈세. 그러나 남들은 잘만 읽었다는 사실이 나를 쭈구리로 만들어버림.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뇌종양에 걸린 주인공은 머리에 총 쏴서 자살하려는 중이다. 그때 등장한 X맨이 이왕 죽을 거 청부 살인 좀 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 제안에 따라 살인범을 죽이고 이어서 사업가도 죽였는데, 알고 보니 사업가는 죽여선 안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눈 떠보니 꿈에서 겪은 일이 현실에서 그대로 되풀이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X맨을 믿지 않고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따로 사업가를 찾아가 들은 말이, 그 X맨이 널 속인 거라고 한다. 이후 또 꿈에서 깨어나 보니 살인범이 죽어있었고, X맨은 자신이 죽도록 패서 입원한 상태였다. 결국 강제로 정신 병동에 입원되었는데 심리치료사는 주인공이 입원한 지 7개월이나 지났다고 한다. 물론 주인공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의사 말로는 그의 특정 기간 기억이 반복되고 있단다. 자신이 본 환상들은 모두 허상이 아니라 실제를 바탕으로 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일부 기억들이 단절돼있어 자신의 살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이 안된다. 이 난해한 환상 가운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종결할 수 있을까.


책 뒤표지에 실린 몇 줄의 문구가 진짜 사기급이다. 뒤 내용만 보면 엄청 재미있는 플롯이 연상된다. 그러나 읽어보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떤 조직이 주인공을 살인에 가담시키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정신병 환자의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병원에 입원되기 전까지만 흥미로웠다. 솔직히 그다음부터는 뭔 내용인지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몽환적인 느낌도 강하고, SF 소설처럼 가상세계에 대한 내용 같기도 하고, 주인공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비중이 더 많은, 뭔가 줏대 없는 소설이었다. 아니면 내가 제대로 못 읽은 걸수도 있고. 이해 안 되는 게 많아서 다른 리뷰들을 유독 많이 읽었는데 다들 지루함과 혼란함을 느끼셨더군. 난 내가 너무 영미소설에 익숙해져서 그런 줄 알았지.


후반에는 갑자기 기억이 돌아온 건지 주인공 태도가 급변한다. 그동안 죽인 사람들도 전부 시인하고, 멀쩡한 표정으로 자기를 죽여달라는 등 전혀 딴 사람이 돼버린다. 작가는 갈수록 주인공을 범인으로 몰아간다. 이쯤에서 1차 실망을 한번 하고, 이후에 진짜 범인이 밝혀져 2차 실망을 하고, 에필로그에서 3차 실망을 하게 된다. 마지막 챕터에서 반전을 차례차례 때리는데 그것만 신경 쓰느라 정작 필요한 설명은 부실했다. 환상에 등장하는 주머니쥐의 정체도 모르겠고, 전혀 복선이 없던 사람을 갑자기 범인으로 세운 이유도 모르겠고, 특히 주인공이 미쳐버린 것은 폭력적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는 추측 정도만 가능했지, 납득될 정도의 설명이 없었다. 그냥 전부다 생뚱맞고 시간만 날린 느낌이다. 이런 정신없는 소설을 대하는 독자의 유형은 두 가지이다. 어떻게든 이 혼돈을 이겨내려고 하는 자와, 나처럼 끈을 놓고 그냥 읽는 자. 이해가 어려운 작품도 얻을게 많다면 나도 죽기 살기로 읽을 마음은 있다. 그러나 단가가 맞지 않으면 뇌의 칼로리를 무리하게 태우고 싶진 않다.


음, 당분간은 얇은 책을 좀 읽어야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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