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어 밀리언셀러 클럽 138
벤틀리 리틀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스라엘 역사 중에 다윗과 골리앗에 대한 이야기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름 날린 장군들도 벌벌 긴다는 골리앗을 곱상한 소년 하나가 쓰러뜨린 기적 같은 일화. 실제로 다윗은 골리앗에게 나아갈 때 얼마나 떨렸을까. 연약한 홀몸으로 괴물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윗은 승리하였고 전장의 흐름을 뒤집는데 성공한다. 이 작품도 한 개인이 괴물 같은 대기업과 맞서싸우는 이야기이다. 가족도 친구도 동네와 마을도 다 잃고 끝내 자신도 잃어가면서 괴물과 싸워 승리한 역사의 이야기이다. 물론 허구이지만 손발가락 다 합쳐도 부족할 만큼 굵직한 메시지와 교훈이 가득하며, 공포소설인데도 감동 실화처럼 굉장한 여운을 준다. 말로 표현 안되는 이 기분, 참 묘하다.


작은 읍내 도시에 있는 산을 싹 밀고 더 스토어의 건물이 세워졌다. 자연까지 파괴해가며 들어온 이 대형 마트를 혐오하는 주인공과 달리 남들은 다 호의적이다. 많은 이들이 우르르 직원으로 들어갔고 두 딸도 그곳에 지원했다. 그러나 이 상점은 부도덕적인 악마의 계약으로 직원들을 통제했고, 고객들을 오직 더 스토어에만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후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문 닫았고 모든 상권이 전부 망해버렸다. 읍의 예산이 바닥나면서 기관들은 급여를 삭감하거나 직원을 해고했고, 점차 민영화되기 시작했다. 운영이 안되는 곳마다 더 스토어가 운영비용을 대주면서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고 통제했다.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 해도 전국에 더 스토어가 장악한 상태였으며, 그들의 감시는 끝이 없었다. 이런 시스템에 욕지기를 느낀 주인공은 갖은 노력 끝에 더 스토어의 대표를 만나러 간다.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그에게 극단의 조건을 제안하는 대기업 회장. 싸워 죽을 각오로 회장을 찾아왔지만 권력을 그의 손에 쥐여주자 주인공은 돌변한다. 아이고, 이 악몽은 대체 어떻게 끝나는 걸까.


면접 보는 자리에서 옷을 벗고 소변검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요즘 시대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작품이다. 지금은 기업에서 말실수만 해도 신고 당한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 당시는 스마트폰으로 촬영이나 녹음이 불가해서 고객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치와 모욕을 주는데도 순순히 굴복하게 된 건, 모두가 좋아하는 기업을 나 혼자 싫어해봐야 본인만 손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더 스토어는 가난한 소읍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대도시에서나 얻을 수 있는 물건들을 공급하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나 더 스토어는 지역민과 절대적인 상하관계를 나누고, 모집한 직원들에게도 무력으로 행사하는 일명 쓰레기 회사였다. 그들의 횡포와 권력은 가족과 이웃과 동네와 도시를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게 왜 공포소설인지 알 것 같다.


내놓는 가게마다 몽땅 사들인 더 스토어는 없는 게 없는 만물상 기업이 되어갔다. 카센터, 택배, 음식점, 미용실, 음반가게 등등 모든 곳에 손을 뻗쳤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더 스토어의 직원이 된 지역민들은 결국 그들의 노예가 된다. 나중엔 방송국까지 매입하는 무식하게 놀라운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더 스토어는 읍내 규칙도 예외였고, 과세도 면제되고, 심지어 읍내 토지도 기증받는 등 전례 없는 특별 대우를 받고 있었다. 이게 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읍회의 결정이었다. 도시 전체가 파산 직전인데도 읍의 발전을 위한 잠깐의 성장통일 뿐이라며 다독였다. 결사반대를 외치던 보수파는 진보파에게 억눌렸고, 사각지대에서 더 스토어에게 무력으로 당했다. 계란이 아무리 많아봤자 바위 앞에서는 다 깨져버린다. 약자의 무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불편함 가득한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지만 주인공의 두 딸이 유독 그러했다. 더 스토어가 잘못된 걸 인정하지만 겉으로는 회사를 지지하고, 일을 그만두라는 부모와 목청껏 싸운다. 그곳은 하나의 사이비 종교였다. 가족보다도 회사가 우선이라며 무조건 따르고 맹신하도록 교육했다. 딸들은 완전히 세뇌된 게 아님에도 진심이 아닌 말들을 내뱉었다. 직원들은 법적으로도 강제 해고가 불가능했으며 딸들을 구해줄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 느껴져서 나까지 힘들었다. 아직 반도 안 읽었는데 여기서 더 심각해진단 말인가? 우려했던 대로 사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특히 후반부에서 주인공에게 닥친 일은 작가가 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귀신 나오고 좀비 나오는 것만이 공포가 아니다. 이런 게 진정한 공포다. 넓게 보면 건물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이 정도의 스릴과 공포를 뽑아낼 수 있다니. 게다가 디스토피아의 조건도 갖추어서 마냥 비현실적인 것도 아니었다. 저자가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의 대표 호러 작가라는데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런 식의 호러라면 얼마든지 사랑해줄 수 있을듯하다.


이 책이 주는 대표적인 메시지는 인간이 끝없이 나락에 빠지는 것은 탐욕 때문이며 그것이 우리를 몰아간다는 것이다. 더 좋은 것, 더 나은 생활, 더 훌륭한 삶을 바라면서 현재에 만족할 줄도 감사하는 법도 잊어버린 자들에게 주는 강력한 경고장이었다. 아무리 도덕적인 사람이라도 권력을 쥐게 되면 그 권력을 부리는 일에 익숙해지게 된다. 호사를 누리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나보다 남들이 못 사는 모습을 봐야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이 추악한 본성을 가르치는 곳이 더 스토어였다. 이 권력에 굴복한 자는 사회의 패자가 되고,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자는 기존의 권력자들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그래도 된다는 보상심리도 작용할 것이고, 스스로가 최고라고 여길 테니까. 진정한 공포는 인간의 본성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자 그럼, 이 책이 다윗과 골리앗 내용과 어디가 닮았는지, 또 주인공이 어떻게 승리했는지는 직접 읽어서 공감해보시길 바란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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