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콜렉터 30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관 속에 갇혀 발악하는 악몽을 꾸었다. 깨고 보니 온몸에 상처와 타박상과 통증이 가득하지만 지난밤이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이후에 산 채로 관에 갇혀 죽은 여성의 신문기사를 보고 경악을 한다. 죽은 여성은 주인공의 이복동생이었던 것. 사건을 조사하던 중 또 다른 피해자들이 추가되어 연쇄 살인사건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피해자가 나올 때마다 주인공이 관에 갇힌 꿈을 꾼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집 화장실 거울에 적힌 ‘다음은 너‘라는 경고 메시지. 범인의 장난에 빡친 경찰은 주변의 용의자들을 닦달해보지만 단서는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과연 이 괴상망측한 사건의 전말을 경찰이 어떻게 밝혀낼까.


스토리 콜렉터는 늘 평타 이상 치는 줄 알았는데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아 진짜 제대로 똥 밟았다. 이 책이 정말 심리 스릴러 맞음? 뉴에이지 음악 감상하듯이 평온하게 읽었는디. 이런 책을 볼 때마다 독일 소설은 진짜 별로라는 선입견이 사라지질 않는다. 내가 느낀 독일 작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유머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블랙 유머라도 있으면 좋겠다. 작품에 윤활제 역할을 해주는 유머가 없으니 내내 퍽퍽한 분위기가 된다. 이러면 캐릭터들도 다 고만고만해지고, 진행에 완급조절도 무너진다. 사람이 말야, 반찬도 먹고, 국도 먹고, 후식으로 과일도 먹고 좀 그래야지, 이건 뭐 주구장창 밥만 먹는 기분이야. 아무리 소재가 좋고 스토리 구성이 죽여줘도 살리질 못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오랜만에 답답해 죽을 것 같은 주인공을 만났는데 이 정도면 ‘걸 온 더 트레인‘의 주인공과 거의 맞먹을 수준이다. 이번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부분 부분의 기억이 끊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증상을 안고 살아왔다. 아니, 그 정도면 병원을 갔어야지, 절대로 병원에 안 간다는 건 무슨 똥고집이야?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밀어내기만 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가만히만 있으려 하고, 경찰에 신고도 안 하고, 정신과 의사한테도 털어놓으려 하지 않고, 그 어떤 조언도 들으려 하질 않는 짜증 유발하는 캐릭터라니. 뭐 이런 답답한 인간이 다 있나. 아무런 액션도 하지 않으려는 주인공을 어느 독자가 좋아할까?


지금껏 매력 없는 주인공들은 나름 많이 봐왔다. 아무리 캐릭터가 별로여도 스토리 진행에 걸림만 없다면 그럭저럭 봐줄 텐데, 이 책의 주인공은 무서운 꿈과 괴로운 과거 때문에 가만히 무서워만 하고 있다. 심지어 경찰이 묻는 질문마다 그저 모른다는 대답밖에 안 한다.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설정을 잡았을까. 이 모양이니 진도는 전혀 나가질 않고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지. 아니, 같이 좀 무서워합시다. 혼자만 무서워하면 뭘 어쩝니까. 독자도 무서워해야 심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독일의 심리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라 더만, 심리는 무슨 놈의 심리입니까?


중간마다 나오는 범인과 또 다른 여성 시점의 내용들은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전혀 감도 안 잡힌다. 범인 시점의 내용은 딱 중 2병 걸린 남학생처럼 중얼중얼 하고 있고, 여성 시점의 내용은 혼자 열 뻗쳐서 세상만사에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내용뿐이다. 주인공만으로도 짜증이 확 나는데, 이 책에는 왜 제대로 된 캐릭터가 하나도 없냐 진짜. 너무너무 답답해서 그냥 스포 하겠다. 주인공이 다중인격자? 참나, 아직도 이런 걸 반전으로 써먹어? 이건 독자 능멸이고 조롱이다. 이런 소설을 독일에서는 알아주는 작품으로 쳐준단 말인가. 주인공의 정체는 그렇다 치고, 이전에 죽은 피해자들은 누가 어떻게 죽인 건지는 설명을 해줬어야지. 이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고, 주인공의 회사 경영권을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갑자기 붕 떠버렸다. 하하, 내 이럴 줄 알았지. 분량은 다 끝나가는데 계속 사건 외의 내용들을 다룰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래도 이 작품에 칭찬할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작가가 무리수를 두지 않은 것. 그래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음. 실망했지만 또 보고 싶어지는 작가도 있는데 이 작가는 아니올시다. 근데 내가 독일 소설을 좋아하는 날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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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2-09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문장이 전 물감님 얘긴줄 알고 ㅎㅎ 독일작가들에겐 유머가 없다는 의견에 잘은 모르지만 정말 그럴거 같아요 .

물감 2019-02-09 12:26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는 악몽은 거의 안꿉니당! 독일소설들 읽어보시면 유머가 없다는 말이 뭔지 아실거에요... 먼가 갑갑해요ㅋㅋ

coolcat329 2019-02-09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고 ‘기대했던 것보단 실망했지만 재미있었다‘라고 써놓은 평이 있네요. 그리고 그 후로 넬레 노이하우스 작품2~3권 더 읽고 다시는 안 읽어야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감 2019-02-09 13:07   좋아요 1 | URL
저는 일부러 그 시리즈는 안읽었는데요, 말씀하시는것만 봐도 어느정도인지 알겠네요ㅋㅋ 한국인은 영미소설이 더 취향에 맞는듯해여

Gothgirl 2019-02-1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요 독일 스릴러 읽고 와!한 적이 없는듯 합니다

물감 2019-02-10 12:53   좋아요 1 | URL
역시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독일소설은 되게 하드보일드한 것도 아니고 쾌활한 것도 아니고 매우 어중간한 느낌만 주더라고요. 실제 독일인 정서는 멀쩡(?)하던데 말이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