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삶 - 혼자라는 것을 잊게 해줄 쓸데없이 당돌한 생각들
김리뷰 지음, 노선경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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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리뷰 쓰는 김리뷰씨의 리뷰... 라기보단 글 모음집으로서 특정 대상에 대한 설명이 아닌 온갖 잡생각과 병맛글로 이루어져 있다. 게임용어나 유행어나 별별 드립들이 난무하는 글 모음집이지만 핵심은 놓치지 않는다. 약간 유병재와 허지웅을 섞은 듯한 스타일이랄까. 할 말은 하지만 품격은 떨어지는? 솔직하기 때문에 가식 없어서 좋다지만 어디까지나 젊은 층만 알아들을 내용이 태반이다. 이처럼 의식의 흐름과 블라블라식으로 영업 마감 때까지 카페에서 수다떨기가 가능한 나는 나름 소프트한 돌아이인데 저자는 하드한 돌아이다. 암튼 나랑 비슷한 과라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남들은 과연 어떨는지.


내가 예전에 쓴 리뷰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소설 리뷰는 고작 몇십 개인데 인문학 리뷰는 몇천 개나 되는 대한민국은 병들어있다고. 그런데 저자는 나랑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삶이 예체능도 아닌데 일이 등 못하면 패배자 취급하는 병든 한국 사회를 고발하는 김리뷰씨. 은근 내 스타일인데? 나는 이런 허례허식 없는 삐딱이들을 좋아합니다. 문체는 심플하지만 내용까지 심플하진 않다. 후배들을 군기 잡는 학교 선배, 평균 키와 몸무게에 들지 못하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요즘 것들은 열정도 없고 노력도 안 한다는 꼰대들, 군대든 사회이든 적응 못하는 신참을 비난하는 선배들 같은 사회현상에 대한 내용과, ‘나‘를 증명해주는 게 없다고 정체성마저도 흔들리는 것, 노력하면 뭐든지 된다는 말의 반박 등 자존감에 대한 내용 등등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다. 글쟁이는 이렇게 창의적이어야 한다. 되게 광범위한 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글쟁이는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사람이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만으로도 오십 줄이든 백 줄이든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생각이 많아야 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발상과 표현력도 늘어나니까. 이렇게 말하면 꼭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만 글 쓰란 법 있냐고 반문할까 봐 겁남. 그런 뜻이 아닌데 꼭 그렇게 삐뚤어진 인간들이 있다. 요지는 폭 넒은 생각을 하자는 것,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런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람이 김리뷰이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챕터의 리뷰 제목이 ‘가방‘인데, 이 별거 아닌 것에 관하여 다섯 페이지나 썼다. 가방의 역사나 종류나 브랜드 같은 이런 흔한 내용을 쓰라면 나도 열 페이지는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흔한 내용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뭔 말인가 싶으면 읽어보길 바람. 아무튼 글쟁이라면 사물도 세상도 다르게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지자는 말이다.


솔직히 이런 글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글 좀 써본 친구들이라면 다 따라 할 수준이다. 평소에 드립 잘 치는 애들이 한번 진지하게 써볼까 하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나올 수준인데 이런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다니 저자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나이 먹고 자제해서 그렇지 나도 한 똘끼 하는데... 여하튼 저자처럼 나도 내 문체를 끝까지 밀고 나갈 거다. 머리가 나빠서 우아하고 세련된 문장은 쓸 줄도 모르겠고, 애초에 내가 그렇게 문학적인 사람이 아닌 걸 인정하기 때문에 누군가 내 글 보고 이런 것도 리뷰냐! 욕해도 상관없다. 사실 내가 리뷰를 쓰는 계기는 모든 책마다 ‘좋아요‘ 밖에 쓸 줄 모르는 교양인들에게 대항하고 싶어서였다. 근데 의외로 내 글이 좋다고 봐주신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그게 원동력이 되어 지금도 이러고 있다. 리뷰를 본격적으로 써보자고 마음먹었을 때 컨셉을 ‘병맛‘으로 잡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컨셉이 아니라 진짜 병맛이긴한데 난 그래도 내가 쓴 글이 좋다. 심심할 때는 지난 내 글을 읽으며 즐거워한다. 항상 내 감정에 솔직했고, 짧든 길든 언제나 정성을 다했기에 지금 봐도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없다. 여튼 여러모로 나랑 닮은 김리뷰씨가 갑자기 좋아지려고 한다. 왜 페이스북 팔로워가 45만이나 되는지 알겠네. 나도 김리뷰처럼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겠다. 아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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