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이야 현대지성 클래식 16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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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월. 미국 상원 의원인 버즈 윈드립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주인공은 버즈의 독재자 성향을 내다보고 그의 당선을 반대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거세게 반박했다. 이 자유국가에 독재란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 말이다. 어쨌거나 당선 전부터 온갖 연기력과 말재주로 대중을 사로잡는 버즈의 공약은 실로 대단했다. 공약대로라면 미국의 모든 백인은 돈방석에 앉을 것이고, 에덴동산 이래로 미국만이 유일한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그렇게 역사상 다시없을 위대한 지도자가 탄생하나 싶더니, 제2의 히틀러가 나타나버렸다. 즉위하자마자 버즈는 자신을 추종하던 민간인 청년들을 공식 호위대로 강화시키고, 계엄령을 내려 국회의원들을 모조리 체포했다. 또한 반 체제 자는 가차 없이 죽이거나 폭행하고 감금했다. 다들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 건 버즈가 아니라 불의에 침묵했던 자신들이었다. 


루이스 싱클레어는 미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이 책만 읽어보아도 왜 상을 받았는지 납득이 간다. 미국 사회에 대한 사실주의, 풍자, 통찰력 등 날카로운 시선을 갖추었으며, 출판사 서평처럼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에 추가시켜도 합당하다. 요즘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이미 사회가 몰락하고 난 뒤의 내용을 다루는 반면, 과거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사회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다루는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이 작품의 발표 시기는 미국 대공황이 최고조였던 1935년이다. 당시 히틀러와 나치가 정권을 잡자마자 민주주의를 폐하고, 나치 돌격대를 만들고, 모든 당을 해체시켰던 실제 역사를 적나라하게 풍자하여 써낸 이 책은 발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단다. 읽어보니 과연 그럴만하다. 전문서적만으로 이해가 안 되는 정치나 경제 분야는 이렇게 문학으로 읽는 게 도움 된다. 일단 대중의 바람대로 버즈는 정말 신세계를 만들어주긴 했다. 자유국가에서 공산국가로  어떻게 갑자기 바뀔 수 있지? 이제 막 당선된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지식인, 지성인, 사업가들의 지능이 이 정도로 퇴화할 수도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건만, 얼마든지 가능하단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교육도 법도 언론도 전부 조작되어 진실이 사라진 땅, 믿는 도끼마다 발등 찍혀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불신자들의 낙원. 이제 정권의 개가 되어 눈 가리고 아웅할 것이냐, 끝까지 투쟁할 것이냐. 선택해야만 한다. 


꽤 많은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나 메모하지 않아도 읽는 데에 어려움은 없다. 다만 뒤로 갈수록 문장의 호흡이 점점 길어져 이해하기가 버겁다. 그리고 대화체들이 어째 연극톤 느낌이 남. 영어 교과서 다이얼로그 읽는 기분이랄까. 여튼 버즈를 보면 독불장군 트럼프가 김정은을 따라 공산주의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 상상된다. 공산주의는 멀리서 보면 오직 국가의 명예를 내세우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주인에게 재롱부리는 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결여된 개인의 삶에 무슨 만족이 있겠나. 근데 지금 한국은 국민의 의견도 반영 안 해주면서 민주주의라고 불리고 있다. 위에서 지들끼리 맨날 탁상공론하는데, 공산주의랑 뭐가 다른 건지 참.


작가는 버즈보다 그를 무작정 따랐던 추종자들이, 그리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깨어있던‘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 호위대만 아니었어도 버즈가 그렇게 위험한 인물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젊은 층의 잘못된 사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고 위상을 높인다는 이념은 알겠는데, 무슨 권리로 타인의 인권을 짓밟고,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어도 된다니? 이게 민주주의로 살아온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일까? 그렇다면 원래부터 제 마음에 독재 성향이 심어져있던 거겠지. 오히려 옛 세대들의 잘못된 사상으로 고생하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내용이라 이게 참 흥미로웠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는 이명박 다스,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탄핵과 촛불시위 등등 파란만장한 일들이 있었다. 그때만큼 국민 하나하나가 깨어있고 책임을 다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국가는 국민이 호소하고 청원 올리는 내용들에 가볍게 대처하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강서구 pc방 사건이나, 여중생 폭행 사건, 어린이집 원장 사건, 부산 일가족 살인사건 등등 요즘도 핫한 뉴스가 끊이질 않는데, 예전과 다르게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 가지고 참여를 하잖나. 대한민국이여, 민주주의라면 제발 국민의 뜻을 위해 움직여줘. 제발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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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0-29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읽다 말아 버렸네요 ...

물감 2018-10-29 14: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적이 많아서 이젠 한 권을 완독하고 다른걸 읽어요...다시 도전하기엔 버거운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