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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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문체여서 작가가 여성인 줄 알았는데 남성이라서 놀라웠다. <미 비포 유> 작가의 절제된 느낌이랄까. 이런게 바로 영국 고유의 컬러인지도. 이번 작품은 지겹다 하면서도 매번 보게 되는 콘텐츠인 기억상실에 관한 내용이다. 많은 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걸 보면 매력적인 소재이긴 한가보다. 거품 가득한 데뷔작들이 워낙 많아서 기대 안 했는데 이 정도면 인정해드립니다.

주인공의 기억은 잠들기 전까지만 유지된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모든 것을 일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매일 아침 초기화되더라도 읽기를 보며 한 걸음씩 과거에 접근하지만, 그럴수록 비참한 과거와 현재의 거짓된 삶을 마주 하길 반복한다. 왜 일기장에는 ‘남편을 믿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을까. 점점 돌아오는 희미한 기억이 진실인지 확인할 때마다 왜 남편은 전부 진실과 반대로 답해주는 걸까. 주인공과 독자는 남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인가.

어제는 공포, 오늘은 환희, 내일은 패닉, 모레는 불안. 진실에 접근할 때마다 매번 다른 성격이 나오는 주인공. 비록 소설이지만 사람은 본래 인격이 여러 개가 있으며 그중에 가장 편한 것을 골라서 안착하여 살아가는 건가 싶다. 아무튼 강력하게 몰입되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져버렸으나 사실 조금만 의심해봐도 예상 가능한 결말이긴 했다.

근데 멀쩡한 사람도 아픈 과거나 괴로운 기억을 잊고 싶어 안달인데, 환자가 되찾을 기억이 전부 상처투성이라면 치료하는 게 옳은 판단일까. 별생각 없이 읽었는데 이토록 무거운 화두를 던져주다니. 이런 게 제일 애매하다. 잘 읽었는데도 후한 점수는 주기 어려운.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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