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1 범우 세계 문예 신서 14
리처드 F.버턴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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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들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라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신밧드의 모험 등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도서관에서 그냥 머리나 식힐 겸 빌려서 읽어 보았는데, 읽다가 내가 어렸을 때 들은 그 이야기와 너무 달라 깜짝 놀랐었다. 특히 성에 대한 자유로운 묘사나 삽화들이 정말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도 호기심이 생겨서 계속 읽어 나갔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야기 중에는 짧은 이야기부터 도대체 액자가 몇개인지도 모를 정도로 복잡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는 데, 전반적으로 해피앤딩으로 끝나거나 사필귀정으로 마무리 짓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높이 평가한 것은 정말 엄청난 창의력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현대에 사는 우리들이야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서 별로 와닿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들이 언제 만들어졌는가를 고려하면 이슬람 문화권의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인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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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론 밀리터리 클래식 8
바실 헨리 리델 하트 지음, 주은식 옮김 / 책세상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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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고대에서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인류의 역사상 없었던 적이 거의 없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리델 하트는 그 수많은 전쟁으로부터 '간접 접근'이라는 개념을 강조 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직접적인 결전을 통해서가 아니라 적을 속이고, 상대가 알지 못하는 방법과 경로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상당히 많은 전투들이 간접 접근을 증명하기 위해 제시되었는데, 반드시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그런 방법을 통해서만 이루어 진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도 손자병법에도 나와 있듯이 적을 속여서 큰 희생을 치르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같이 대량 살상 무기가 판을 치는 상태에서 리델하트의 이 이론은 많은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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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프랑스사 시공 아크로 총서 1
콜린 존스 지음, 방문숙 외 옮김 / 시공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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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주변에서 수많은 역사 지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또 역사책의 분야도 다양해지고 세분화 되어가는 추세에 있다. 과거의 역사책이 주로 정치사를 다루었다면 현재의 역사책은 정치사 이외에도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 등 다야한 분야로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역사 지식의 폭은 더욱 깊어지고 또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역사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다. 역사란 전적으로 역사가가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가위와 풀로 오려붙이듯 사실의 단순한 편집도 아니다. 따라서 역사가는 자신의 역량과 판단에 따라 역사를 서술한다. 이 사실은 역사가들의 취향이나 시대의 추세에 의해 어떤 종류의 역사가 경시되거나 사실이 왜곡된 역사책이 쓰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저자인 콜린 존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그는 금세기에 들어와 역사지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역사가들이 한 권으로 된 프랑스 통사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역사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추세지만 반면 역사를 공부하는 데 기본저으로 필요한 통합적 형태의 역사서가 경시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점점 역사에서 멀어지게 하여 마침내 역사학 자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 성, 계급, 인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조명하며서도 접근하기 쉬운 역사를 전달하려 했다. 또 저자는 한 나라의 역사를 저술함에 있어 민족의 정체성보다는 다양성에 주목했다.

역사는 흔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만 알기 쉽지만, 실제로는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애국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맹목적이고 자민족 중심적인 방향으로 나간다면 역사는 사실을 존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는 데 이용될 뿐이다. 기존의 역사가들은 프랑스인들을 다른 민족과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랑스의 공통어, 단일한 인종적 특징, 공통의 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했듯이 지역에 따라 언어, 관습, 사회구조 심지어 선호하는 운동 경기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는 기준에 따라 상이한 문화적 요소로 점철되어 있다. 20세기 말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프랑스인으로 여기는 동시에 아직도 오베르뉴 인, 브르타뉴 인 혹은 바스크 인 등으로 여기고 있으며, 심지어 프랑스어조차도 전국적인 공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놀라움과 함께 프랑스가 가진 다양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법이나 농경방식 등 다양성의 예는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중세의 필사본 장식이 20세기의 거리 낙서와 함께, 베르사유 궁전이 빈민촌과 함께 보여주는 것은 프랑스가 얼마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갖고 있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이런 지역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계급, 인종, 성별의 차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프랑스사 연구의 주된 동향은 바로 노동자 ,농민, 소외된 집단과 여성들에 관한 것과 개인생활의 비중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에 부합하여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어울려 프랑스 역사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프랑스적인 것, 민족이라는 통합성을 의미하는 것이 사실은 견고하지 못하고 일상 생활용어로 흩어져 버릴 정도의 약한 것이며 심지어 국가조차도 없어졌다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콜린 존스가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프랑스사를 조명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한권으로 정리한 프랑스 통사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프랑스사를 다루면서도 ‘프랑스 적’이 아닌 프랑스 내의 다양성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민족 국가’, ‘정체성’과 같은 견고한 개념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끝없는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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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주론
프란체스코 귀치아르디니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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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저자로 근대 정치학의 시조. 역사가, 희극작가, 비극작가.

오늘날 알려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만 위와 같다. 살아 생전에도 그의 명성은 이탈리아를 뒤덮었었고, 죽어서는 더욱더 유명해진 사나이였다. 현대에도 그의 사상의 유용성을 두고 찬반양론이 분분한 것을 보면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마키아벨리의 절친한 친구였었고, 그 못지 않은 날카로운 정신의 소유자였던 프란체스코 귀치아르디니는 예나 지금이나 마키아벨리에 비해 덜 알려진 사람이다.

이 책의 전 내용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지만 일부 내용은 이미 시오노 나나미의 저서들에서 '각서'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따라서 이책의 제목이 '신군주론'으로 나온 것은 역자가 이미 유명해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귀치아르디니가 여전히 마키아벨리의 그늘에 가려진 것 같아 약간 안쓰럽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귀치아르디니 또한 비범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릇 정치와 권력, 사회에 관한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 공상이 아닌 현실을 그대로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거기에 바탕을 둔 사상만이 실제로도 유용할 뿐 아니라 언제나 변함없이 지속될 수 있는 '진리'가 되기 때문이다.(인간과 사회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이 점에서 볼 때 귀치아르디니는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많은 진리들을 전해 준다. 다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 군주의 입장을 염두에 둔 책이라면 이 책은 군주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내용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책에 '결정을 내리는 데 오랫동안 신중히 고민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단 결정을 내린 뒤에도 그 결정을 실천에 옮기는 데 시간을 끄는 것은 비난받아야 한다'라는 귀절이 있다.

주위를 보면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처럼 신중함이 결여되어 있거나 자기가 하겠다고 결심한 일을 계속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 위의 구절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언제 신중해야 하고 언제 과감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유용한 내용이다. 그밖에도 귀치아르디니는 정치, 군사, 종교 등 다양한 면에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너무나 닮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실주의적인 정치 감각,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 등이 그렇다. 그런데 왜 귀치아르디니는 마키아벨리의 그늘에 가려지게 되었을까? 나는 그 이유가 두 사람이 추구한 근본적인 목표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했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일생 전반에 걸쳐 추구한 최고의 목표는 이탈리아의 통일이었다.

하지만 귀치아르디니의 일생의 목표는 질서가 유지되는 피렌체 공화국에서 사는 것, 이탈리아가 외국인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이었다. 마키아벨리도 친구의 이 생각은 옳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그 목표는 마키아벨리의 그것에 비하면 훨씬 소극적으로 보인다. 오랜 분열에 시달리던 당시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예 '이탈리아'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다고 한다. 귀치아르디니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통일된 강력한 이탈리아를 꿈꾸었다.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훨씬 대담하고 과단성 있는 마키아벨리는 위대한 정치 사상가로 여겨지고, 귀치아르디니는 역사가로만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귀치아르디니만의 관점도 있다. 평생 권력과는 인연이 없었던 마키아벨리와는 달리 고위 관직을 두루 거쳤던 귀치아르디니는 권력자의 입장에서 군주와 신하간의 관계, 권력자의 심리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키아벨리와 함께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정치사상가인 귀치아르디니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사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함께 르네상스의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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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니즘 살림지식총서 38
윤진 지음 / 살림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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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니즘이라는 용어는 19세기 독일의 역사가인 드로이젠이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 이후, 최초의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마지막 헬레니즘 왕국인 이집트를 로마의 속주로 만들었던 대략 300년 정도의 시기를 '헬레니스무스(Hellenismus)', 즉 '그리스화'라고 표현하면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에 그리스인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이집트, 시리아 등 예전의 페르시아 영토 전역을 포괄하는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으며, 그리스 문화가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되었던 시기였다.

사실 우리가 헬레니즘이라는 말은 그저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에 들은 것 이외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레니즘 시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헬레니즘 시대는 국제적인 문화가 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즉 세계인이 나타난 시대로서 그런 측면에서 오늘날과 가장 유사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근거로서 오늘날 영어가 널리 통용되는 것과 같이 헬레니즘 시대에는 그리스어가 그리스 지역뿐만 아니라 저 멀리 인도에서까지 쓰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언어의 전파는 그 언어권의 문화도 함께 전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한 왕은 그리스어로 쓴 비문을 남겼다. 그리고 불교문학의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은 《밀린다판하 Milindapah》의 한역본(漢譯本)으로, 이것은 박트리아의 왕 메난도로스(밀린다)와 불교승(佛敎僧)인 나가세나(나선)가 불교 교리를 플라톤식 문답형식으로 논한 경전(經典)형태의 것으로, 그리스문화 ·불교의 접촉이 밀접하였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조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그리스 인의 문화가 간다라 미술을 발전시켜 인도로 전해졌으며,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까지 미쳤다. 우리나라의 불상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리스 문화가 멀리 퍼지면서 동시에 근동의 여러 문명도 다양한 정도로 그리스 문명에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의 수많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당시도 그리스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가 접목되어 헬레니즘은 좀더 풍요로운 문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 서구 문명과 크리스트교의 상당 부분이 잠식되어 있는 우리 사회도 헬레니즘 문명과 그리 낯선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초기 크리스트교는 보편적 성향의 헬레니즘 사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신학자 폴 틸리히가 '헬레니즘 사상이 대부분의 크리스트교 사상의 직접적 원천이다'라고 말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헬레니즘은 서구의 보편적 세계관과 철학, 종교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헬레니즘 시대는 현대 사회에서 뚜렷이 찾아볼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사회, 경제, 문화 네트워크'가 가장 먼저 나타난 시기이다. 저자는 헬레니즘을 알게 됨으로써 '고립된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연결된 세계'로 나가는 데 필요한 지침에 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리스인들이 본 세계는 현재보다는 분명히 작았지만, 먼 옛날에 오늘날과 유사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좀더 활력있고 역동적인 세계문화가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며, 우리나라도 좀더 다른 문화에 포용력을 갖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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