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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프랑스사 ㅣ 시공 아크로 총서 1
콜린 존스 지음, 방문숙 외 옮김 / 시공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날에는 주변에서 수많은 역사 지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또 역사책의 분야도 다양해지고 세분화 되어가는 추세에 있다. 과거의 역사책이 주로 정치사를 다루었다면 현재의 역사책은 정치사 이외에도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 등 다야한 분야로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역사 지식의 폭은 더욱 깊어지고 또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역사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다. 역사란 전적으로 역사가가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가위와 풀로 오려붙이듯 사실의 단순한 편집도 아니다. 따라서 역사가는 자신의 역량과 판단에 따라 역사를 서술한다. 이 사실은 역사가들의 취향이나 시대의 추세에 의해 어떤 종류의 역사가 경시되거나 사실이 왜곡된 역사책이 쓰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저자인 콜린 존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그는 금세기에 들어와 역사지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역사가들이 한 권으로 된 프랑스 통사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역사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추세지만 반면 역사를 공부하는 데 기본저으로 필요한 통합적 형태의 역사서가 경시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점점 역사에서 멀어지게 하여 마침내 역사학 자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 성, 계급, 인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조명하며서도 접근하기 쉬운 역사를 전달하려 했다. 또 저자는 한 나라의 역사를 저술함에 있어 민족의 정체성보다는 다양성에 주목했다.
역사는 흔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만 알기 쉽지만, 실제로는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애국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맹목적이고 자민족 중심적인 방향으로 나간다면 역사는 사실을 존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는 데 이용될 뿐이다. 기존의 역사가들은 프랑스인들을 다른 민족과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랑스의 공통어, 단일한 인종적 특징, 공통의 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했듯이 지역에 따라 언어, 관습, 사회구조 심지어 선호하는 운동 경기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는 기준에 따라 상이한 문화적 요소로 점철되어 있다. 20세기 말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프랑스인으로 여기는 동시에 아직도 오베르뉴 인, 브르타뉴 인 혹은 바스크 인 등으로 여기고 있으며, 심지어 프랑스어조차도 전국적인 공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놀라움과 함께 프랑스가 가진 다양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법이나 농경방식 등 다양성의 예는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중세의 필사본 장식이 20세기의 거리 낙서와 함께, 베르사유 궁전이 빈민촌과 함께 보여주는 것은 프랑스가 얼마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갖고 있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이런 지역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계급, 인종, 성별의 차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프랑스사 연구의 주된 동향은 바로 노동자 ,농민, 소외된 집단과 여성들에 관한 것과 개인생활의 비중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에 부합하여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어울려 프랑스 역사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프랑스적인 것, 민족이라는 통합성을 의미하는 것이 사실은 견고하지 못하고 일상 생활용어로 흩어져 버릴 정도의 약한 것이며 심지어 국가조차도 없어졌다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콜린 존스가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프랑스사를 조명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한권으로 정리한 프랑스 통사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프랑스사를 다루면서도 ‘프랑스 적’이 아닌 프랑스 내의 다양성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민족 국가’, ‘정체성’과 같은 견고한 개념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끝없는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