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숨바꼭질 - 들춰보기 아기 그림책 2 
캐런 카츠 글,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숨바꼭질은 17개월 된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이다. 아직은 숨을 줄은 모르고 숨어있는 엄마 아빠를 찾아다니는 수준이고, 그나마도 정말로 안보이게 숨어버리면 찾다 찾다 울어버리기 일쑤지만...  

사실 아이와의 숨바꼭질에선 엉성하게 숨어서 금방 들켜야 제 맛이다. 숨어있는 엄마 아빠를 찾고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치며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인 꼬마도 엄마와 숨바꼭질을 하는 중이다. 화분 뒤, 욕실 커튼 뒤, 벽장 속... 아무리 찾아도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이불을 걷자 거기에서 까꿍~ 하며 엄마가 나타난다.  

선명하고 밝은 색감의 캐런 카츠 그림책은 내 딸아이한테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7권의 캐런 카츠 그림책을 갖고있는데, 어느 것 하나 뒤쳐지는 것 없이 골고루 잘 본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플랩북이면서 플랩의 크기나 펼치는 방향이 제각기 달라 아이의 흥미도 돋구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릴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도 마음에 든다. 

아직은 이 책의 주인공처럼 여기저기 찾아다니질 못하고, 딱 정해진 곳 두세군데만 둘러본 뒤 휙 돌아서버리는 딸아이... 언젠간 정말 머리카락도 안보이게 꼭꼭 숨어있어도 금방 찾을 수 있을 만큼 자라버리겠지. 그 때가 되어도 이 책을 함께 보며 만세를 부르던 오늘을 잊지 않기를 바래본다.



 
 
 

며칠 전 딸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는 나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모교에서 같이 교생실습을 했다. 

결혼 시기는 달랐지만, 둘 다 결혼 후 임신이 되지 않아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시기에 시험관 시술을 받았고,  

같이 성공해서 3주 차이로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둘 다 딸아이를... 

게다가 같은 동네에 살고있기까지 하다.  

둘 다 육아휴직을 한 뒤 아기돌보기에 전념하고 있는 터라, 

심심하거나 육아 때문에 힘들 때 종종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이야기도 나누고,  

아기들끼리도 친해질 수 있게 얼굴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점점 이 친구를 만나는 게 두려워진다. 

내 딸은 사람들이 이렇게 순한 아이는 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순둥이인 반면 

친구 딸은 까칠 대마왕인 것... 

자기 장난감을 못 만지게 하는 건 약과고, 내 딸의 장난감도 자기 걸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고, 

자기 장난감을 돌려달라고 두 손을 모아 "주세요"를 하는 내 딸아이의 얼굴을 꼬집고, 

어깨를 밀어 넘어뜨리기 일쑤다. 

내 딸은 그저 서서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서럽게 울고, 

차마 친구 딸을 야단치지 못하는 나는 그저 딸을 안고 토닥거리기만 한다. 

다른 사람을 먼저 때리진 말아야겠지만 때리면 맞으라고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을까? 

집에 돌아와 딸아이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큰 소리로 말했다. 

"석영아, 친구가 때리면 너도 같이 때리고, 꼬집으면 너도 같이 꼬집어! 먼저 때리진 않아도 맞지는 말아야지~" 

딸아이는 내가 하는 소리를 듣더니 자기 볼을 꼬집고, 자기 배를 때리는 시늉을 한다. 

그러더니 이내 손을 내저으며 자기 얼굴을 쓰다듬는다. 

때리면 안되고 이렇게 쓰다듬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 내가 그렇게 가르쳤지. 가끔 인형을 던지고, 내 머리를 잡아당기길래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인형이나 사람은 "예쁘다~"하면서 쓰다듬어줘야 하는 거라고... 

내가 가르쳤었다. 

그랬던 엄마가 같이 꼬집고 같이 때리라 했으니 15개월 짜리도 그건 아니다 싶었던가 보다.

그냥 계속 이렇게 키워도 괜찮은 걸까? 

조금은 독하게, 조금은 영악하게, 조금은 싸가지없게... 그렇게 길러야하는 건 아닐까?

"그래, 네 말이 맞아. 친구는 때리면 안되고 예쁘구나~ 해줘야지." 

겉으론 이렇게 대꾸하면서도 난 속으로 계속 외쳤다. 

"그래도 석영아, 맞지만 말고 너도 때리고 꼬집어!!" 



 
 
 

벼르고 벼르다가 정오쯤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내복 위에 두꺼운 겉옷을 입히고, 그 위에 또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혔다.  

친정엄마가 사주신 털모자도 씌우고, 목도리도 둘러줬다. 털장갑도 씌워주었다.  

마스크는 안쓰겠다고 떼를 써서 목도리를 코까지 올려 눈만 빼꼼하게 나오게 한 뒤,  

아장아장 걷는 딸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밖으로 나와 갑자기 찬 바람을 쐬니 깜짝 놀란다.  

밖엔 아직도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눈이 딸아이 키의 절반 정도까지 쌓여있다.  

장갑을 벗겨 쌓인 눈을 만지게 해주니 화들짝 놀라서 손을 내젓는다.  

손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낯설고 싫은 모양이다.  

아직 눈이 남아있는 길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짧디 짧은 15개월 인생에 처음으로 눈길을 밟는 내 딸...  

발 밑에 닿는 미끄러운 감촉이 어색한지 몇 걸음 걷다가 엉거주춤 주저앉는다.  

일으켜 세워 다시 걷게 해줬으나 역시 또 엉덩이를 땅에 붙여 주저앉고 만다.  

그리곤 나를 올려다보며 팔을 벌린다. "엄마, 안아줘." 딸아이의 몸짓 언어...  

한 팔에 딸아이를 안고, 그새 빨개진 딸아이의 코에 내 코를 부벼본다.  

더운 콧김이 전해진다. 향긋한 딸아이의 입김도 함께...  

10분도 채 안되는 짧은 나들이... 딸은 오늘의 눈길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아마도 나는 눈을 만져본 뒤 내젓던 딸아이의 손짓을,  

몇 걸음 걷다 주저앉아 나를 향해 팔을 벌리던 딸아이의 모습과 표정을, 평생 잊지 못하겠지.



 
 
 
아장아장 걷다가 옹알옹알 아기그림책 1 
허은미 지음, 이혜리 그림 / 아이세움 / 200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자그마한 크기에 아기들이 보기에 적합한 빳빳한 보드북 재질이 마음에 든다. 예쁘진 않지만 귀엽고 익살스런 표정의 그림들 덕분인지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 호랑이를 보고 놀란 등장인물들이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뒤 기진맥진해 있는 표정은 정말 압권이다. 남편한테 보여줬더니 역시나 킥킥... 웃음을 짓는다. 

또 하나, 외국어를 번역했을 땐 느낄 수 없는 우리말의 운율을 듬뿍 느끼며 책을 읽어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큰 장점이다. 유아 베스트셀러 부문을 보면 유독 외국 작가의 그림책들이 많은데, 이렇게 좋은 우리 작가의 그림책들이 좀 더 널리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온 지 꽤 오래된 책이라 혹시나 앞으로 절판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데, 부디 이 책이 절판되지 않고 오래오래 어린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