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빛이 나는 법이다.
[진작 할 걸 그랬어](위즈덤하우스) - 김소영
ㅁ 8월의 책, [진작 할 걸 그랬어]에 대한 한 줄평을 말한다면, 바로 감상의 제목처럼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빛이 나는구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만큼 저자이자 한 때는 아나운서였고, 지금은 책방지기, 또는 애서가? 라고도 할 수 있는, 김소영 작가님의 책에서 모습은 빛나보였다. 에세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약간 책방여행집 같은 느낌도 나는 [진작 할 걸 그랬어]. 책에서 어떤 에너지를 받아가는 기분이었다.
ㅁ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책의 제목은 무언가를 늦게 해서 아쉬워하는 느낌과, 동시에 이 일을 지금이라도 시작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두 가지 심경이 담겨있다. 물론 둘 다 결과론적이겠지만, 그 결과가 나쁘더라도 아마 작가님은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둘째치고 그 일을 과연 했는가 아니면 하지 않았는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제목을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진작 할 걸’이란 후회의 내용엔, 결과가 아닌 그 일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가? 에 대한 후회였다는 사실을.
앞으로 내 삶에 또 다른 깨달음의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방송인, 책방 주인, 혹은 그 무엇이 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싶다.p. 135
;책의 내용은 사실 작가님이 책방을 시작하기 전, 여러 책방을 둘러본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거대 자본의 서점들이 대다수지만, 바다 건너 (요즘 한창 시끄러운) 일본엔 ‘우리나라보다 독서 인구가 많은 편이고, 출판시장이 어렵다지만 여전히 큰 편’이라고 한다.(페이지 35) 작가님은 글에서 책방을 할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마 여행하는 도중에 책방을 차리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시도 자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길인지 우린 잘 알고 있다. 책이라는 물건이 점점 사라지고, 디지털화 되면서, 점점 인터넷서점을 필두로 하는 대형서점들의 자본에 작은 책방들은 거의 문을 닫는 게 요즘 현실이다. 책방을 하더라도 유지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면 시도조차 어려운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조차도 책을 좋아하면서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게 현실인데 말이다.(무엇보다 할인이 많다. 난 돈이 없으니까. 슬프다.) 책방을 가는 걸 좋아하더라도 누군가 사주지 않는다면 책방주인의 입장에선 유지할 수 없다. 자본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작가님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방을 차리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책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저 추측을 해본다면, 책 표지에서 나온 것처럼 ‘책에서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았다.’ 이 말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ㅁ 전반부에선 책방여행에 대한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작가님이 직접 차린 책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방의 현실적인 이야기랄까. 여러모로 힘든 점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일단 유지비용부터 시작해서, 서점들과의 차별적인 시도도 필요해 보였고, 재고정리부터 시작하는 몹시 힘든 일상은 여유롭게 책이나 보며, 책과 함께 즐기는 장면은 이미 저 멀리 던져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역시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먹고 사는 것과 직결되는 일은 뭐든지 힘들고 스트레스다.) 그럼에도 작가님은 재밌어 하는 것 같다. 좋아서 하는 일은 이게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무한대로 뿜어나온다. 그게 멋있고 빛나보였다. 행복해보였다. 글에서도 이런데 실제론 어떠실까. 정말 책을 많이 좋아하시는구나… 괜스레 부럽기도 했다. 책방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부러웠다.
아쉬운 게 있다면, 후반부에 책방을 운영하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전반부에 들어간 책방여행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 넘쳐 후반부까지 넘어온 듯한 느낌. 책방을 운영하면서 있던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닌데, 책방여행보다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책방 운영에 대한 어떤 팁과 노하우를 읽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단지 비중에서 차이가 나서 아쉽다랄까. 하지만 이조차도 이해가 되었던 건, 이 책이 바로 ‘에세이’라는 점이다. 에세이이기 때문에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나눈다는 게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막 ‘왜 이렇게 쓰셨지?’라기 보단 ‘다음에 책방운영하는 이야기로 한 권 더 내주셨으면…’이란 마음이 드는 아쉬움이었다.
ㅁ 앞에서 말했듯이 책을 읽고나서 어떤 기운을 받은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 몰랐는데, 감상을 쓰다보니까 그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멋있어보이는 느낌. 그런 것처럼 행복하게 일을 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부러움이 뒤섞인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책에서 그걸 배워가는 것 같다.
ㅁ 작가님은 끝에서 책방에 대해 했던 말이 있다.
책방을 여는 데 까지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책방을 지속하는 일은 더덛욱 만만찮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나는 책방이 계속해서 늘어났으면 좋겠다. 독창적인 북큐레이션으로 책을 집어 들게 만드는 책방, 재미난 일을 꾸미는 창작자가 모여드는 책방, 인테리어가 멋진 책방, 맛있는 커피와 향긋한 차가 함께하는 책방, 채고가 잡화가 어우리진 책방, 한 분야만 파는 책방, 어떤 형태든 좋겠다. 사람들도 더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은 동네 책방도 돈을 벌면 좋겠다. 그렇게 점점 더 많은 책방이 생겨나기를.
p. 314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뭔가 편리하긴 하지만, 동네책방만큼 감성적이고 정말 ‘책’같은 느낌의 서점은 없는 것 같다. 대형서점은 뭔가 책을 책으로 보는 거라기 보단 자본, 또는 제품으로 보는 기분이다. 그래서 약간 아쉬웠는데, 작가님처럼 나 역시 생각은 비슷하다. 주변에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휴대폰의 짧은 글과 사진, 영상을 보더라도 하루에 조금이나마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처음에 서점에서 보고나서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다. 나 역시 언젠가는 책방을 차리고 싶은 사람이라서, 나보다 먼저 책방주인이 된 작가님의 모습이 궁금해서 였다. 작가님이 끝에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말이 ‘진작 고민할 걸 그랬어’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하듯이, 나도 진작 고민하면서, 언젠가 기회가 닿을 때 책방을 열고 그 때까지 고민한 걸 담아내는 책방을 열고 싶다. 한 자씩 짧게나마 써둔 내 책방 아이디어로 언젠가 나 역시 책방 주인이 되는 날을 기대하며, 이 책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