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8일의 문장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마음사전](마음산책) - 김소연


ㅁ 이 책을 예전에 군인시절에 읽었던 게 기억났다. 그 당시에도 문장은 무척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누구의 문장보다 크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지나가다 본 이 문장 역시


그 때 본 기억이 날 정도로 임펙트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해만큼 잘한 오해도 없고, 오해만큼 잘 드러나는 이해도 없으니까 말이다.


얼핏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이런 문장을 많이 알고 싶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그리고 내 마음 자체를 표현하는 어휘가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시기여서, [마음사전]이라는 걸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읽은 이해와 오해가, 요즘에도 공감되고 있다.


이해만큼 남을 착각하는 경우도 많았고, 오해만큼 잘못된 이해도 많았으니까.


그런 하루였던 것 같다. 그런 문장을 쓰고 싶어진다. 그렇게 잘 깨달으며 살고 싶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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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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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만족스럽기도 하고 약간 아쉽기도 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책이있는마을) - 이재운


ㅁ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건 뭐지? 그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두 단어가 서로 상충되는 거 아닌가? 단어에 대한 유래? 비슷한 것들에게 재미를 느끼던 차에 발견했던 책이었다. 그 시작은 아마 '까만색'과 '검은색'의 뜻풀이 때문이었다. 두 개의 색이 같은 것 같지만 사실 그 뜻이 묘하게 다르다. 예전에 하루를 담는 문장에도 한 번 쓴 적이 있던 바로 그 단어였는데, 그 뒤로 비슷한 단어나, 단어 뜻에 많이 관심가지기 시작했다. 이번 책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일반적인 국어사전과는 조금 다르길 기대했다.

물론 그 기대는 아쉽게도 충족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완전 재미없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까만색'과 '검은색'만큼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는 그렇게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재미는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그런 단어들의 뜻은 아니라는 점에 약간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ㅁ 그럼에도 장점을 뽑자면, 애매하다고 생각했던 몇몇 단어들의 명확한 뜻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살면서 그걸 얼마나 딱딱 지키며 살 것 같지 않다. 강아지와 개의 차이를 안다고 해서 내가 그걸 구분하면서 쓸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평소에 쓰던대로 단어는 사용하겠지만, 그 속뜻을 아는 만큼 내가 보이는 세계가 커지는 법이니까. 단지 사소한 지식 하나 늘어났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死) : 죽은 직후부터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를 말한다. 이때는 죽은 이를 사자(死者)라고 한다. 일반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망(亡) : 장례를 치른 이후는 망(亡)이라고 한다. 이때는 죽은 이를 망자(亡者)라고 한다. 일반 사람에 쓰는 말이다.

p.59

ㅁ 이처럼 평소에도 쓰는 사망이란 단어가 사실 저런 경계가 나뉘어진 단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어에 속뜻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오 이런 뜻이 있구나...!" 라던가, "아 그래서 이렇게 쓰는구나..." 라고 많이 생각했다. 책 전반에 걸쳐 모든 내용이 위 문장처럼 그 의미를 하나씩 설명해준다.

미묘한 차이의 단어들, 한마디로 유의어에 대한 비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건 아마 그런 책이었기 때문에, 그저 아쉬운대로 읽었다. 사소한 지식을 조금씩 늘려는 게 나름대로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ㅁ 내용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라서 마음 먹고 읽으면 아마 하루만에도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오히려 양이 적어서, 더 많은 단어를 넣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 역시 생각보다 빨리 읽었고, 2일만에 거의 다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읽고 나서 새삼 머리에 남은 게 없었지만...(몇몇 단어는 기억나긴 한다. 고작해야 2개 정도뿐이다.) 마지막 장이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한자어'의 단어들을 읽을 때 가장 재밌었다. 특히 우리가 자주 쓰고 뻔하게 쓰는 단어들의 한자뜻이 이런 거였다니... 처음 안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어도 있었지만, 새로운 걸 알게 되어서 나름 재밌게 마무리 지었다.

 기억에 나는 단어라면, 교육(敎育)이 있었다. 

교육(敎育) : 교(敎)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고, 육(育)은 몸을 기르는 것이다.

p.276

 여기서 교(敎)는 가르칠 교를 사용하고, 육(育)은 기를 육을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가르치는 일인 건 알고 있었지만, 몸을 기르는 육(育)자를 사용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교육이 이런 뜻이었구나... 한동안 그 글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지금 교육은 과연 원래 단어의 뜻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단어 뜻을 보며 조금 심란했다.

 사실 이런 건 한자를 배웠다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순이란 단어처럼 이미 내가 아는 한자로 이뤄진 단어는 그 속뜻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한자를 몰랐기 때문에 이런 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신기했다. 모르는 걸 배우는 건 어쨌든 재밌는 일이다. 새삼 깨달았다.


ㅁ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애매한 단어들의 뜻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걸 구분해가면서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궁금할 때가 있기도 하고, 그 애매함 때문에 문득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긴 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지금 읽은 이 책의 단어 뜻이 언젠가 사용된다면, 나름 그정도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아쉬운 건 전적으로 내가 기대한 게 아니라는 이유였지만, 책 자체로는 재미가 없진 않다. 다만 양이 적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아쉬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거 시리즈였다. 은어사전부터 심지어 궁중어사전도 있었다니... 충격) 흠... 과연 이걸 다시 읽을진 잘 모르겠다. 한 번 보지만 다시 볼만한 책인가? 라고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니까. 요즘은 이런 걸 모두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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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7일의 문장


그냥 그렇게 또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면 자꾸 멍해져


음악 [우산을 쓰고] 가사 中 - 가을로 가는 기차 


ㅁ 잠에 들었다가 알람을 듣고 깼다. 알람을 끄고 부스스한 상태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깥의 바람소리와 빗소리가 들리고, 정적이었다. 매일 어떤 소리와 함께, 대부분은 음악과


라디오, 그리고 각종 소음으로 귀는 가득 차있었지만, 이렇게 자연적인 소리만을


귀 안을 차곡차곡 채웠던 시간이 얼마나 없었던가. 가만히 눈을 다시 감았다.


ㅁ 그렇게 다시 잠이 들어버릴 것 같아서, 음악으로 10분 뒤에 울리도록 해두었다.


그 때 나온 음악이 바로 오늘의 문장이 있던 노래였다.


가사가 너무 나같아서...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눈을 뜨면 자꾸 멍해진다는 말이 주말의 나 같아서, 무엇보다 그냥 또 그렇게...


라는 말에 담긴 미묘한 여운이 자꾸 맴돌았다.


그냥 또 그렇게... 마치 오늘의 하루 같았다. 그냥 또 그렇게 지나가버린 하루 말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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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6일의 문장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의식에 대한 단편이 여럿 남게 된다.


[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책세상) - 수전 티베르기앵


ㅁ 하루를 산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저 버틴다고 생각했던 날도 있었고, 어느 날엔 그냥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고 생각한 날도 있었다.


힘든 날엔 항상 전자처럼 생각했고, 별 생각이 없던 날엔 후자처럼 생각했다.


나름 뿌듯하다고 생각한 하루엔, 사는 건 잔잔한 호수에 던져 퍼트린 파도처럼


시간 사이에 느낄 수 있는 재미, 행복, 그런 긍정적인 감정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모든 게 사는 거라는 마치 전지적인 관점으로 말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것이었다. 모든 건 바로 의식의 흔적인 셈이라는 걸.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단편.


그게 하루를 살고 우리가 사는 것. 이유까진 아니더라도, 살면서 남기는 것이리라...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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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4일의 문장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유에서 유](문학과지성사) - 오은 中 '계절감'


ㅁ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오려나 보다. 아직은 습도가 높고 태풍도 오고, 장마가 가지 않았지만,


서서히 가을이 오려는 듯, 날씨는 제법 쌀쌀한 밤과 새벽, 그리고 아침이었다.


여름이 늘어지는 이유는 내가 미련이 많이 남았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 문장을 보고 알았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여름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그게 꼭 계절만 그런 것은 아니었고, 어떤 날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 미련이 남보다 조금 더 오래 그 상황을 늘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문득 내 미련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남은 응어리가 과연 미련인지, 아니면 정말 별 쓸모없는 찌꺼기였는지,


하나씩 들춰봐야 알 수 있었다.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던 오늘, 그만 놔줘야할 것과 그 빈 곳에 다시 쌓아야할 것들에 대한


여러 상념들이 떠올랐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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